카지노 도박 사이트

[이 국장의 벤처체크] 2. 무조건 벤처확인 해주나? 벤특법의 오해와 진실

지난 6월 어느 날, 사무국으로 건장한 체격의 남성 한 분이 찾아왔다. 마침 스타트업 데모데이 행사가 있는 날이라 직원 모두 현장에 나간 탓에 혼자 사무실을 지키고 있을 때였다. 팔뚝문신을 한 사내가 불쑥 들어오니 겁부터 났다. 그는 다짜고짜 벤처확인을 받으러 왔다면서 당황한 표정을 짓는 내게 6월부터 벤처 업종규제가 풀린 걸 알고 있다고까지 했다. 요지는 이랬다. 자신은 경기도 노래방연합회 간부를 맡고 있고, 직접 노래방을 운영하는 만큼 벤처확인을 받아 정부 혜택을 받아보겠다는 거였다. 정부 말을 그대로 믿고 기대감에 부풀어 한걸음에 달려온 것도 그렇고, 상담을 진행하는 동안 연신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겉으로 보이는 것과는 달리 순수한 청년 그 자체였다. 정부정책 발표 후 하루 만에 찾아온 민원인은 내 기억으론 그가 처음이다. 정부 정책이란 게 일반인들에게 잘못 전달되는 경우가 잦아 웃지 못할 촌극이 종종 발생되는 건 현장에 있는 나로서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중소기업청이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된 지 어느새 1년이 지났다. 정부 부처 이름에 외래어가 들어가는 것은 처음이라며 한글단체의 반발도 있었고, 모험기업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대두했다. 실제 벤처기업의 정의는 학술적으로 명확히 정리된 개념이 없다. 국가에 따라 정책대상으로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미국은 위험성이 크지만 성공하면 높은 기대수익이 예상되는 신기술 또는 아이디어를 독립기반 위에서 영위하는 신생기업으로 정의하고 있다. 일본은 중소기업으로서 연구개발투자 비율이 총매출액의 3% 이상인 기업, 창업 후 5년 미만인 기업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처럼 OECD 국가 대부분이 R&D 집중도가 높은 기업 또는 기술혁신이나 기술적 우월성이 성공의 주요 요인인 기업으로 정의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다른 기업에 비해 기술성이나 성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 정부에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기업으로 정의하고 있다. 성공한 결과로서의 기업보다는 일류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지원 대상 기업이라는 성격이 짙다. 그래선지 사무국을 찾아온 기업인들에게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우리 기술이 최고다, 경쟁상대가 없다, 세계시장에 진입만 하면 대박이다 등등 대부분 선행기술조사 과정에서 쉽게 밝혀지는 말들을 서슴지 않는다. 벤처는 벤처창업에 대한 낮은 사회적 인식을 극복하며, IMF 경제위기 이후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우리나라 경제의 새로운 불빛을 밝혔다. 이후 정부지원의 역기능에 대한 비판과 반 벤처 정서의 형성, 사이비 벤처에 대한 법적 제재를 동반한 벤처 버블이 꺼지면서 정체기를 맞기도 했지만, 벤처기업육성을 위한 특별법 10년 연장, 벤처확인제도 개편, 모태펀드조성, 벤처기업의 글로벌 시장진출 활성화 정책으로 여전히 벤처창업 분위기는 확산되고 있다. 현행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이하 벤특법)에 따른 벤처확인 유형은 벤처캐피탈(VC) 투자를 받아 시장성을 인정받은 벤처투자기업, 매출액의 일정비율 이상을 연구개발(R&D)에 쓰는 연구개발기업 , 그리고 기술보증기금(기보)중소기업진흥공단이 보증대출 여부로 평가하는 기술평가보증대출기업 등 크게 3가지로 나뉜다. 벤처인통계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현재 전국의 벤처기업은 3만 6천466개에 달하지만, 이중 벤처투자기업은 1천516개, 연구개발기업은 2천330개로 전체 10% 수준에 그친다. 반면, 정책금융기관의 대출보증 실적에 근거한 기술평가보증대출기업이 90%를 차지한다. 이로인해 벤처기업의 양적 성장에 치우쳐 재무적 평가로만 벤처기업확인을 남발하고 정작 기술성혁신성을 갖춘 모험 기업은 가리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이러한 시장현실을 반영해 벤처확인제도를 전편 개편하고 있고, 지난 5월28일 벤처기업 업종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벤특법 일부 개정령 안을 발표했다. 이번 개정으로 유흥성, 사행성 관련 업종들을 제외한 사실상 모든 업종에 벤처기업 확인을 받을 수 있도록 했으나, 논란이 됐던 블록체인기반 암호화 자산 매매 및 중개업은 제외됐다. 그렇다고 위의 노래방 업주의 사례처럼 노래방, 미용실, 숙박업, 부동산중개업 등에 종사한다고 해서 무조건 벤처확인을 해주는 것은 아니다. 관련사업에서 파생될 수 있는 신기술 또는 혁신적 아이디어가 있거나, 이를 위한 연구개발에 꾸준한 투자가 이뤄지는 기업, 가치를 인정받아 민간 투자유치에 성공한 기업이 대상이고, 이들을 육성해 주고자 벤처확인을 해주는 것이다. 숙박공유로 시작해 전 세계 190개 3억 명이 이용하는 airbnb(숙박공유플랫폼)이 좋은 사례로 이 기업의 혁신적 아이디어는 기업가치를 310억 달러까지 끌어올렸다. 정부의 정책 중에는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킬 내용이 많다. 벤특법 개정에 대한 내용도 소상공인과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정확한 정보전달이 필요하다. 관련업에 종사하는 나부터 정확한 정보를 친절하게 안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하는 기회가 됐다. 이기명 경기벤처기업협회 사무국장

경제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