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도박 사이트

[청년들아 일하자!] 3. 교육이 먼저 변해야

“대학교 졸업을 연기할 정도로 취업이 어렵잖아요. 저는 우선 취업부터 하고 필요한 공부를 나중에 하기로 마음먹었어요.” 11일 수원시 영통구 수원하이텍고등학교에서 만난 송지예양(자동화시스템학과 3년)이 일반고 대신 마이스터고로 진학을 선택한 이유다. 아버지의 추천으로 이 학교에 입학한 송양은 C 언어 관련 수업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통해 기계 동작을 구연하는 작업을 능숙하게 해냈다. 설비 분야 전문가가 꿈인 송양은 1학년 때 결정된 입사 기업의 직원이 학교로 찾아와 직접 진행하는 직업교육 수업을 들으며 전문 인력으로 성장할 자신의 미래를 그려 나가고 있다. 송양은 “중3 때 기술 교과목에 흥미를 느껴 대학 진학이 아닌 마이스터고에 진학했다”며 “1학년 때부터 입사 기업을 확정하고, 그에 맞는 기술을 차근차근 배우기 때문에 진로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만족해했다. 수원하이텍고는 지난 2015년 155명(98.1%), 2016년 154명(98.7%), 지난해 155명(95.1%) 등 취업률이 높다. 삼일공고는 대한민국 최초로 특성화고에 ‘3D융합콘텐츠과’를 신설, 더 많은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채비를 마쳤다. 지난달 열린 설명회에는 400석 규모의 강당에 빈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무조건 대학진학만이 능사가 아닌 고교에서부터 전문성을 갖추고 자녀의 취업을 원하는 학부모들의 뜨거운 열기를 실감케 했다. 하지만 아직도 한국의 교육은 대학진학 위주의 입시위주 교육에서 탈피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오히려 4년제 대졸자들의 실업률이 고졸 실업률을 앞지른 웃지 못할 현상마저 빚어지고 있다. 지난 1월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최종 학력이 대학교 이상인 사람의 실업률은 4.0%로 고졸 학력자(3.8%)보다 0.2%포인트 높았다. 대졸 이상의 실업률이 고졸 학력자를 추월한 것은 지난 2000년 이후 처음이다. 이러한 현상은 사회 전반의 ‘고학력화’ 현상으로 대졸 이상 학력자가 많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대학진학 입시위주 교육이 아닌 특성화고 강화 및 일반고의 직업교육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미 독일(듀얼 교육훈련시스템)과 스위스(도제교육) 등 유럽 선진국들은 고등학교에서 현장실습과 학교수업을 병행, 학생들에게 필수 실무기술을 전수해 양호한 청년고용 실적을 보이는 만큼 이 같은 방향의 교육시스템 활성화가 요구되고 있다. 김풍환 경기도교육청 특성화교육과 장학관은 “예전처럼 학벌로 성공하던 시절은 지났음에도 무턱대고 대학으로만 학생들이 몰리는 것이 사실”이라며 “일반고도 직업반의 확대 및 활성화가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김기흥 경기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독일처럼 유럽식으로 특성화고나 마이스터고를 통해 청년들이 서둘러 인생의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적절한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며 “더불어 일자리에 대한 사회적 생태계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 전반적인 인식 전환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권혁준ㆍ최현호기자

[청년들아 일하자!] 2. 일자리 패러다임 바꿔야

“중소기업은 별로라고요? 생각보다 높은 초봉과 풍부한 현장 경험 가능성을 보고 취업을 결정했습니다” 김포 소재 한 금속 제품 중소제조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A씨(29)는 지난해 12월 이 회사에 입사했다. 대기업 수준은 아니지만, 초봉이 3천500만 원으로 구직자 희망연봉보다 높은데다 사내 복지 여건도 우수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업무에 대한 경험이 필요해 경쟁률이 높은 대기업 대신 곧바로 중소기업으로 눈을 돌렸다”며 “7개월여 동안 잘 적응해 회사와 함께 성장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아울러 그는 관련 공부도 병행하면서 전문성을 키워나가 향후 창업까지 고려하고 있다. A씨처럼 대기업만 고집할 게 아닌 일찍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 중소기업에 취직해 꿈을 키워나가는 청년들도 많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고학력자가 넘쳐나면서 ‘대기업이나 공기업ㆍ공무원을 선호하고 있다. 이처럼 화이트칼러에 대한 고정관념 등으로 자발적 실업을 택한 청년들이 많다는 게 대한민국이 처한 현실이다. B씨(29)의 경우가 그렇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5년째 경찰공무원 시험에 도전하고 있지만, 번번이 낙방을 면치 못하고 있다. B씨는 “안정적인 생활이 보장된다고 믿고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시험에만 매달릴 수밖에 없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5월 고용동향’을 보면 청년실업률은 10.5%, 체감실업률은 23.2%로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1분기 비경제활동인구 중 ‘그냥 쉰다’는 인구는 195만 1천 명으로 집계됐다. 일할 능력이 있는데도 구체적인 이유 없이 일하지 않는 사람들의 숫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만 7천 명(5.8%) 증가했다. 이처럼 꺾이지 않는 청년실업률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청년들이 힘들고 어렵고 위험한 이른바 ‘3D 업종’ 기피 현상에서 기인한다. 청년구직자들의 높은 취업 눈높이가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또 성인으로서 자립할 나이가 되었는데도 취직하지 않고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이른바 ‘캥거루족’으로 양육된 점도 취업 기피를 부추기는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같은 요인으로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장기 공시생과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는 프리터족, ‘그냥 쉰다’는 청년들이 늘어만 가고 있다. 이에 사회경제학자들은 사회적ㆍ경제적 상황을 직시하고 부모에게 의존하기 보다는 자신의 일자리를 찾는 청년들의 적극성과 도전 정신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동일한 인력의 동일한 취업희망으로 인력수급 불일치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청년들의 일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권혁준ㆍ최현호기자

[청년들아 일하자!] 1. 희망연봉보다 더 줘도 외면

청년취업이 사회문제화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부나 기업은 나름대로 청년들을 일터로 유인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과거는 물론이고 지금도 수없이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청년들은 대기업이나 공무원 등 ‘급여를 많이 주거나, 편한 직장’을 제외한 중소기업이나 서비스 직종에는 발길조차 돌리지 않고 있다.취업준비생과 청년들은 희망연봉으로 평균 2천876만 원과 3천5만 원을 제시하면서도 정작 그 이상을 제시하는 기업조차 외면하고 있다. 이제 사회 곳곳에서는 “청년들이여, 일하자”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본보는 청년들이 일하는 사회 구현을 위해 그들의 구직 실태와 문제점을 짚어보고, 대안을 제시해본다. 편집자 주안성시 반도체장비 부품 제조 업체 ㈜미코 인사담당자는 일하지 않는 청년세대에 대한 실망감을 감추지 않는다. 근로자 350명에 연간 매출규모가 700억 원에 이르는 어엿한 중견기업으로 대졸 신입사원 초임 연봉을 3천600만 원이나 제시하고 있지만, 찾아오는 청년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특히 회사는 전략적으로 신입 직원의 연봉을 집중적으로 올리고 50대가 되면 자녀 학자금을 지원하는 등 라이프사이클에 따른 각종 복리후생 제도도 적극 마련하고 있으나 청년 전문 연구인력 구하기는 만만치 않다. 인사담당자 A씨는 “직원 평균 임금이 4천300만~4천500만 원 선으로 직원들의 임금 만족도가 높다”며 “그러나 중소기업에 대한 선입견 탓에 청년 전문인력 구인에는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지난 1월 잡코리아가 취업준비생 1천45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희망연봉 수준은 평균 2천876만 원이다. 지난해 한국고용정보원 등의 조사에서도 청년들이 받고 싶어하는 연봉은 3천5만 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청년은 그 이상의 연봉을 주는 중소기업은 거들떠도 보지 않는다. 익명을 요구한 A씨(28)는 그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첫째는 힘든 일이 싫다는 것이고, 둘째는 한번 벌어진 연봉은 평생의 빈부 격차로 이어지는 사회 풍토 때문”이라고. 더불어 부모님과 가족들의 기대, 주변의 곱지 않은 시선 등도 큰 부담이 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되면서 20대 청년 근로자 수는 2007년 367만 명에서 지난해 355만 9천 명으로, 십년 사이 3.0%가 또다시 감소했다. 같은 기간 50대가 225만 2천 명에서 415만 3천 명으로 84.4% 증가하는 것에 비하면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는 양상이다. 이제 직업 윤리의식과 직업 자존감이 필요한 시점이 왔다. 더욱이 사회 곳곳에서는 ‘청년들이여 일하자’라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편견적 사고에서 벗어나 인생의 고진감래(苦盡甘來)를 통해 미래 국가의 기둥이 되자는 것이다. 조용연 수원상공회의소 차장은 “생각보다 우리 주변에 대기업에 버금가는 초임연봉과 직원혜택을 주는 우수한 중소기업들이 많다”며 “청년들이 대기업과 공무원 시험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이러한 중소기업에 도전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권혁준ㆍ최현호기자

경제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