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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된 다문화 2세대] 下. “한국 사람처럼 살기 보다는 자기계발로 내면 가꿔야 해요”

피부색은 다르지만 마음을 열고 끊임없이 공통분모를 찾다 보니 진정한 한국인이 될 수 있었습니다 3일 오후 1시 안양시 관양동 YMCA 사옥. 5살 어린이들과 체조를 마치고 나온 서현식씨(29)의 얼굴에는 미소가 넘쳐흘렀다. 마스크 너머 건물 밖까지 현식씨와 아이들의 유쾌한 웃음소리는 서로 어우러지며 새어 나왔다. 현식씨는 한국인 아버지와 스리랑카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다문화 2세다. 그는 유색인종이라는 이유만으로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편견과 맞서야 했다. 그는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친구들이 마치 외계인 보듯 스리랑카어를 해달라며 쉬는 시간은 물론 하교 때까지 괴롭혔어요라며 그럴수록 다문화 2세라는 사실을 빨리 받아들이며, 제가 좋아하는 축구와 춤을 통해 친구들과 어울리며 다양한 활동도 시작했어요라고 말했다. 2002년 스리랑카에서 한국으로 정착한 뒤, 그의 학창시절은 누구보다도 치열했다. 고등학교 3학년 때에는 도내 31개 시ㆍ군 고등학생이 참여하는 경기도 차세대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이를 통해 청소년 문화부터 다문화 정책까지 다양한 의제를 놓고, 목소리를 냈다. 대학생 때에는 필리핀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소외계층에 관심을 가졌다. 대학을 졸업한 뒤에는 안양 YMCA에 취직, 아기스포츠단에서 아이들의 체육활동을 지도했다. 현재 시민사업부 팀장으로, 지역발전을 위한 마을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우리 전통을 지키기 위한 고추장 담그기 행사도 진행했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비롯한 제도권 도움 없이 홀로 세상과 맞서면서 자신감을 찾은 것이다. 현식씨는 저와 비슷한 환경에서 자란 다문화 2세 친구들도 한국 사람처럼 되고자 화장을 하기보다는 내면을 봐야 해요라며 센터도 저와 같은 다문화 2세 청년들이 내면을 끄집어내고 자기계발을 할 수 있도록 취업 프로그램이 보완됐으면 해요라고 조언했다. 전문가는 현식씨와 같은 사례처럼 문화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적 인식 개선부터 첫 발을 떼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일반 센터에만 다문화 2세대의 관리 책임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학교가 직접 나서 소통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영호 이민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다문화 2세대를 위한 교사들의 인식 개선은 물론 학부모들끼리도 소통의 장이 마련돼야 한다며 센터 또한 생애주기별 맞춤형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청년층도 참여할 수 있는 스타트업 취업 프로그램도 적극 개발해야 할 때라고 했다. 이광희ㆍ손원태기자

[성인 된 다문화 2세대] 中.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찾지 않는 다문화 2세들

다문화 2세대 청년들이 취업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을 위한 취업 교육 프로그램 등도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나라 다문화정책이 결혼이주여성과 학령기 청소년에 초점이 맞춰진 탓으로, 2세대 청년의 원활한 사회 진출을 위해서는 맞춤형 지원 정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1일 경기도내 31개 시ㆍ군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프로그램을 확인한 결과,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취업 프로그램은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두 공동육아 및 돌봄교육, 한국어교육 등의 프로그램뿐이었다. 이날 찾은 A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유치원과 다를 바 없었다. 센터에는 어린 아이들이 가지고 놀 법한 장난감이 쌓여 있었으며, 팸플릿에는 육아 관련 프로그램들만 빼곡히 소개됐다. B시의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역시 부부동반 동아리 프로그램이 운영될 뿐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별도의 프로그램은 찾을 수 없었다. 안산시 원곡동에 사는 다문화 2세대 박성호씨(22ㆍ가명)는 센터가 한국어나 육아, 돌봄교육 등의 프로그램만 운영하다 보니 청년들은 찾지 않게 된다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취업할 수 있는 기술 훈련이나 취업연계 프로그램인데, 이런 도움을 받을 기관은 찾아볼 수 없다고 토로했다. 경기도여성가족재단의 2020 경기도 이주배경청년 생활경험 및 정착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19-24세 다문화 2세대 청년 중 직업기술훈련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응답은 전체 52.7%인 것으로 나타났다. 도는 자구책으로 2019년부터 다문화 2세대를 대상으로 진로상담서비스를 실시하고 있지만, 청년층의 참여율은 저조하다. 2년간 진로상담서비스를 받은 19~24세 청년들은 전체 655명 중 187명(28.5%)에 불과했다. 심리상담과 진로탐색 등 기본적인 커리큘럼에 그쳐서다. 김규찬 강릉원주대 다문화학과 교수는 경기도가 운영하는 진로상담서비스는 실제 취업전선에 뛰어들 청년들이 이수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다면서 직군별로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하고 체계적인 취업 교육 프로그램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 기능이 결혼이주여성이나 중도입국자에 맞춰진 것은 사실이라며 진로상담서비스는 이와 별개로 도에서 각 시ㆍ군의 수요조사 통해 시범적으로 운영하는 사업으로, 지적된 부분을 반영해 프로그램을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광희ㆍ손원태기자

[성인 된 다문화 2세대] 上. 2027년엔 10만명… ‘다문화 한국’ 준비는 낙제

2000년대 전후로 결혼이민자가 급증하면서 다문화가족 2세대가 성인이 되는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 다문화 2세대는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남모를 성장통을 겪기도 했다. 성년이 되는 2세들은 사회의 첫 걸음이라 할 수 있는 대학과 직장으로 진출하고 있지만 미묘한 차별, 지원 정책 부재 등으로 여전히 이방인의 삶을 살고 있다. 이에 본보는 성인이 된 다문화 2세의 삶을 조명하고 그들이 차별없이 우리사회에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1990년대 국제결혼 증가로 태어난 다문화가족 2세대가 오는 2027년이면 성인 10만명 시대를 맞이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다문화 2세대 3만7천여명이 성인이 된 시점에서 그들을 맞이하는 우리사회의 준비는 낙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문화 사회의 화두인 공존을 위해서는 사회 인식 개선과 정밀 실태조사, 지원 정책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31일 여성가족부가 3년 주기로 발표하는 2018 다문화가족실태조사에 따르면 다문화 가족 2세는 2018년 기준 총 26만4천733명으로 이 중 성인층(18세 이상) 비율은 8.3%인 2만1천968명으로 조사됐다. 당시 조사 시점(2018년) 다문화가구 자녀의 연령 분포를 보면 △15~17세가 1만5천469명 △12~14세가 2만2천787명 △9~11세가 4만3천248명 △6~8세 5만7천889명으로, 이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면 앞으로 다문화 2세 성인 인구는 2021년 3만7천여명, 2024년 6만여명, 2027년 10만3천여명, 2030년 16만1천여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2018년 행정안전부 통계에 따르면 경기도내 외국인주민 자녀가 6만1천476명(25.9%)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 만큼 2세 성인 인구의 증가폭도 가장 클 것으로 전망된다. 다문화 2세들은 외국인 부모를 통해 접한 이중언어 능력과 글로벌 감각을 바탕으로 국제화 시대를 주도하는 미래형 인재가 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다문화 2세에 대한 △미묘한 차별과 편견 △맞춤형 지원정책 부재 △성인 2세 실태 파악 통계지표 미흡 등 부정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이들의 사회 적응을 막고 있다. 다문화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개선됐지만 2세들이 느낀 차별은 감소하지 않았다. 여가부 통계를 보면 사람들로부터 차별을 받거나 무시당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자녀는 2018년 9.2%로 2015년 조사(6.9%) 대비 2.3%p 증가했다. 이들은 주로 친구(64.0%)나 고용주ㆍ직장동료(28.1%)로부터 차별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 맞춤형 지원 정책 부재도 문제다. 도내 31개 시ㆍ군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는 성인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프로그램이 전무했다. 주로 다문화 청소년들의 학업 문제나 결혼 이주여성들의 사회정착에만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통계자료가 없어 파악조차 되지 않는 25세 이상의 2세 성인들이다. 최영미 경기도여성가족재단연구위원은 학령기 연령을 지나 사회에 진출하는 청년 다문화 2세에게 있어 향후 사회통합 과제는 필수적이라면서 이들에 대한 정기적인 실태조사와 진로교육 확대는 물론 문화다양성과 상호문화주의 관점을 반영한 교육 등이 경기도 차원에서 개발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광희ㆍ손원태기자

[성인 된 다문화 2세대] 上.‘다문화 2세’ 꼬리표에 취업 절망

차별이 심한 한국을 떠나 차라리 엄마의 나라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31일 오후 2시 안산 원곡동 다문화거리. 베트남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나온 임수아씨(22ㆍ가명)는 부리나케 안산역으로 이동했다. 친구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지방에서 외국어대학교를 다니지만, 그는 이곳 원곡동이 편하다. 친구 또한 원곡동에서 초ㆍ중ㆍ고등학교를 나왔다. 요즘 친구와 나누는 가장 큰 고민은 취업이다. 아빠는 한국인, 엄마는 베트남인, 수아씨는 한국인이다. 그러나 한국 사람들은 그를 다문화 2세라고 부른다. 수아씨에게 엄마가 베트남 사람이었어라는 꼬리표는 늘 따라 다녔다. 수아씨는 보통 엄마들이 하는 일은 본인이 직접해야 했다. 대학 입시상담 때에도 부모님을 부르지 않았다. 임수아씨는 제가 누구였는지 궁금해할수록 아 엄마가 베트남사람이었어?라는 말이 돌아왔어요라며 한국은 취업이 힘든데다 피부색이 다른 사람에 대한 차별도 심하다 보니 차라리 엄마가 있던 나라에서 살고 싶어요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국인 아빠와 캄보디아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정해미씨(21ㆍ가명)는 얼마 전 무례한 일을 겪었다.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만났던 대표마다 부모님에 대해 물어봤기 때문이다. 면접 때에는 한국인이 맞느냐, 체류 기간이 어떻게 되느냐 등의 엉뚱한 질문에도 대답해야 했다. 임시직으로 구한 식당에서 한 손님에게는 한국 남편을 찾아볼거면 나는 어떠냐, 같이 2차로 술마시러 가자 등의 성희롱을 당하기도 했다. 여성가족부의 2018 전국다문화가족실태조사에 따르면 다문화 2세대 중 23.5%가 외국에서 태어난 부모님의 나라에서 공부하고 싶다고 응답했다. 이 가운데 일자리를 구하기 쉬울 것 같아서라는 응답에서는 18~24세가 24.7%를 차지해 9~11세(12.4%)보다 약 2배 정도 높았다. 특히 외국출신 부모가 결혼이민자인 경우(24.3%)가 기타귀화자인 경우(15.2%)에 비해 자녀들의 유학 의향이 더 높았다. 실제 다문화 2세대 초기 성인의 경제활동이 매우 취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18~24세 중 41.9%가 경제활동을 하고 있지만, 서비스종사자(25.9%)와 단순 노무종사자(19.1%)의 비율이 높았다. 반면 전문가 및 관련종사자(8.6%)와 사무종사자(12.6%)의 비율은 낮았다. 이들 임금도 200만원 미만이 전체 86.2%에 달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2000년대 초반 저출산시대를 맞아 결혼이주여성 정책이 확대됐다면서 문제는 다문화 2세 청년들을 포용할 수 있는 우리 사회 준비가 덜 됐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청년들을 위한 상담이나 직업교육도 정부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광희ㆍ손원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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