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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경기일보 연중기획

함께 토닥토닥

성남지역 봉사단체 ‘따밥’... 보름달 같은 넉넉한 情 [함께 토닥토닥]

인연을 맺기 위한 최고의 무기가 있다. 정(情)을 주고 받는 그 순간, 그렇게 세상은 회색빛에서 노랑빛이 된다. 노숙인들에게 따뜻한 ‘한 끼의 정’을 선물하는 이들. 다가오는 한가위에도 넉넉한 마음으로 주변 이웃을 보듬을 ‘따밥’의 이야기다. 따밥은 2021년부터 성남시 야탑동, 모란동 일대 굶주리는 노숙인을 대상으로 ‘도시락 나눔’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추석에도, 설에도 멈추지 않는 이들의 정 나눔에는 지역 주민과 인근 기업 직원까지 동참하고 있다. ‘도시락 나눔’의 첫 발을 뗀 사람은 따밥 대표인 정진애씨(45)다. 어느 크리스마스날, 우연히 길을 걷다 성남시 야탑역 광장에 굶주리는 16명의 노숙인들을 보고 김밥을 나눠줬고, 이 일이 중요한 사명으로 다가왔다. 그날 이후 그는 매주 일요일이면 김밥을 사서 노숙인들을 찾기 시작했다. 정 대표의 모습을 보고 지역 주민과 청년, 재단, 고려아연이 손을 맞잡았다. 매주 일요일이 되면 노란색 푸드트럭을 끈 이들이 야탑역 광장에 모인다. IT 기업 대표부터 직원, 대학생, 고등학생 등 나이와 세대도 다양하지만, 정 대표의 이웃 사랑에 동참하고 싶은 청년들의 열정이 뜨겁다. 이들을 한데 묶은 끈은 ‘이웃을 사랑하고 싶다’는 신념 하나다. 이들은 성남시 야탑, 모란, 신흥 지역을 대상으로 5팀으로 나뉘어 곳곳에 굶주리는 노숙인들에게 도시락을 전달하기 위해 직접 길을 누빈다. 타인의 친절이 어색하고 두려운 사람들, 누군가의 작은 관심에 기대고 싶은 사람들을 찾아 다닌다. 그렇게 노숙인들을 찾고 만나길 1시간이 지나면, 준비한 도시락이 금세 동 나기도 한다. 서울 연희동에서 매주 봉사를 위해 찾아오고 있다는 청년 이신씨(27)는 “무심코 길을 걷다 주위를 둘러보면 지치고 배고파 보이는 사람들이 보였다. 이들을 그저 지나치는 것이 마음이 불편했다”며 “온정을 나누는 그 충만감이 활동을 지속하는 가장 큰 힘”이라고 말했다. 베풂의 즐거움을 느껴버린 이들의 활동은 현재 일요일뿐 아니라 주중에도 자연스럽게, 그리고 한가위를 앞두고도 이어지고 있다. 정진애 대표는 “이 활동을 통해 예상치 못했던 수많은 만남과 인연이 이뤄지고 있고, 그 에너지를 경험하고 있다”며 “우리가 노숙인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시작했지만, 이제는 정을 나누며 찾아오는 따뜻함이 오히려 우리를 격려해주고 있다. 앞으로도 더 많은 인연과 함께 서로에게 좋은 이웃이 되면 좋겠다”고 웃음 지었다.

손끝으로 읽는 ‘동화 세상’ 선물 [함께 토닥토닥]

“시각장애 아이들에게도 일반 아이들과 같은 교육 여건이 주어져야 합니다. 예술가들의 따뜻한 손길로 만든 ‘촉각 도서’가 그 첫걸음입니다.” 지난 19일 찾아간 의정부시 가능동의 ‘나누미촉각연구소’. 시각장애인을 비롯한 5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둘러앉아 각양각색의 소품을 두고 아이디어 회의가 한창이었다. 동화책의 줄거리와 각 장의 구성, 꼭 들어가야 하는 소품의 재질부터 각자 잘하는 작업에 따른 업무 분배까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이들의 손엔 장애아동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녹아 있었다. 나누미촉각연구소는 지난 2010년부터 시각장애 아이들을 위해 손끝으로 읽는 그림책인 ‘촉각 도서’를 제작해 전국의 병원·학교 등에 보급하고 있다. 설치미술가인 문미희 대표를 주축으로 조각가, 시각장애인 등 5~6명의 활동가들이 함께 모여 점자와 소품이 부착돼 있는 그림동화를 만든다. 나누미촉각연구소가 이 같은 활동을 시작했을 때, 국내엔 패브릭(직물)으로 만들어진 촉각도서가 없었다. 이에 나누미촉각연구소는 시각장애 아이들이 ‘촉각으로 보는 법’을 제대로 익히게 하기 위해 질감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고, 소품의 크기를 확대했다. 또 다칠 위험이 없는 패브릭을 사용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촉각도서 중 50여권은 시각장애 특수학교인 광주세광학교, 인천 장사래어린이도서관, 부평기적의도서관, 병원 등에 기증했다. 올해는 시각장애 영유아 교육기관인 서울효정학교에 5권의 촉각 도서를 기증하기 위해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나누미촉각연구소 소속 시각장애인 박규민씨는 “촉각 도서는 한 권을 만드는 데 6개월 이상이 소요될 만큼 많은 정성이 들어간다”며 “시각장애 아이들이 경험하기 어려운 사물들을 직접 만져보면서 상상력과 창의성을 키울 수 있게 해 성장 시기에 필요한 발달에 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나누미촉각연구소는 촉각도서와 함께 시각장애인들의 지도인 ‘촉지도’도 만들고 있다. 이들은 지난 2012년 1호선 의정부역 촉지도를 만든 것을 시작으로 2020년엔 경기도청 북부청사, 2021년 임진각 평화누리공원, 2022년 연천 재인폭포공원에 촉지도를 설치해 큰 호응을 얻었다. 문미희 대표는 “‘사람이 책을 만들고, 책이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장애인들이 촉각도서와 촉지도를 통해 다양한 경험을 하고, 생각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앞으로도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광주 태전·광남고 멘토단, 가르치고 배우며… 함께 ‘희망DREAM’ [함께 토닥토닥]

광주시청소년수련관 방과후아카데미 태전고·광남고 멘토단 “직접 학습자료를 만들고,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얻는 보람으로 교사에 대한 꿈이 더 확고해졌어요.” 지난 11일 경기도 광주시청소년수련관에는 40여명의 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언뜻 보면 학년 구분이 어렵지만 고등학생과 초등학생들이 섞여 있었다. 저마다 제각각의 종이 교재에 초등학생이 문제를 풀면, 고등학생은 설명을 하고 있었다. 가족도 아니고 선생님도 아닌, 고등학생들이 초등학생들의 멘토가 돼 학습을 지도하는 이곳은 광주 태전고·광남고 학생들이 참여하는 방과후아카데미 멘토단의 ‘E-루리 학습 멘토링’ 현장이다. 이날 고등학생이지만 교사의 마음가짐으로 학습지도에 나선 방과후 학습 멘토들은 오후 5시30분 학교 수업을 마친 뒤 교복 차림으로 곧장 광주시청소년수련관을 찾았다. 고등학생 멘토들은 자신이 가르쳐주고 싶은 과목을, 초등학교 4~6학년인 멘티들은 자신이 배우고 싶은 과목을 수련관 선생님들에게 제출하면, 서로 매칭이 되는 시스템이다. 자신의 의지로 가르치고 배우고 싶은 과목을 선택한 만큼 멘토와 멘티의 교육 참여도나 적극성에서 눈에 띄게 활력 넘쳤다. 18명의 고교생 멘토들과 40여명의 멘티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초롱초롱한 눈으로 학습에 임했다. 태전고 3학년인 김지현양(18)은 태전고 ‘VIP 교육동아리’ 소속으로 1학년 때부터 방과후 아카데미에 참여해 3년째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그는 자신을 포함한 교사의 꿈을 지닌 10여명의 동아리 회원들과 매주 멘토로 참여하고 있다. 올해의 경우 6학년 과학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김지현양은 “활동이 재밌고 아이들이 변화하는 모습이 보인다. 학생들에게 편지 같은 것을 받으면 힘들더라고 하게 된다. 교사에 대한 꿈이 있었는데 지금 이 멘토 활동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그 꿈이 더 커졌다. 원래 사범대를 나와 중·고등학교 교사가 되고 싶었는데 지금은 교대를 나와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특히 김양은 수업에서 엎드려 있고 무기력했던 학생으로 고민이 많았던 적도 있다. 그러다 그는 이 학생의 이야기를 무작정 들어주기 시작하면서 학습에서 어떤 부분을 어려워하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이후 이 학생은 김양의 수업에 열심히 참여해 준 것도 모자라 ‘선생님 사랑해요’ 7행시까지 선물했다. 이 사연을 전하면서 김양은 연신 미소를 지었다. 광남고 3학년인 박소이양(17)도 지난해부터 시작한 멘토를 올해도 이어서 참여하고 있다. 학교 방송을 통해 이 같은 활동에 대한 소식을 접하고 교사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던 차에 초등학생들에게 자신의 지식을 전달해 주고자 선뜻 팔을 걷어붙이게 된 것이다. 박소이양은 “교과서를 기반으로 좀 쉽게 가르치려고 노력한다”며 “처음에는 제가 수업을 하는 것을 중요시했다. 내가 설명하고, 수업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학생들이 어떻게 알아들을까’라는 부분이 1순위다”라고 설명했다. 박양은 “이 활동으로 저 스스로 자부심이 생긴다. 하루 아파서 나오지 못했는데 다른 멘토 선생님으로부터 전해 듣길 저를 걱정하면서 학생이 울었던 일도 있다고 한다”며 “성적 향상 성과도 있다. 지난해 영어를 가르쳤는데 그림만 그리고 엎드려 있던 학생이 대화에 나서고 수업에도 잘 참여하기 시작한 뒤 영어 100점을 맞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가르치는 멘티 활동이 자신의 학업에도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았다. 초등학교 학습이지만 자연스럽게 고등학교 학업 내용과 연결이 되는 것은 물론 설명하려면 100% 이해해야 하기 때문에 탄탄한 자신만의 학습이 된다는 것이다. 조기연 광주시청소년수련관장은 “학업에 우수한 학생들이 남다른 봉사 정신을 갖고 자발적으로 참여해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효과를 보여주고 있어 기특할 뿐”이라며 “학부모들도 상당히 만족하고 있으며, 한부모·다문화가족에 다자녀가구까지 대상에 포함돼 많은 이들이 고교생 멘토들의 교육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우울증·치매… 오감만족 꿀 체험 ‘달콤한 치유’ [함께 토닥토닥]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는 농장입니다” 최근 몸이나 마음을 다친 사람들이 자연을 가꾸며 재활 운동을 할 수 있는 ‘치유농장’이 주목 받고 있다. 경기도농업기술원 역시 ‘농업과 복지의 연계’를 목표로, 김포, 화성, 용인 등 지역에서 총 85개소의 치유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화성시 봉담읍에 위치한 ‘최은명자연꿀’도 경기도농업기술원의 도움을 받아 운영 중인 치유농장 중 하나다. 농장에선 최은명 대표(60)가 직접 자연 숙성 꿀을 생산, 지친 몸과 마음으로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에게 '달콤한 치유'를 해주고 있다. 치유농장에 들어서면 우선 체험 전과 후 변화된 스트레스 수치를 알기 위해 ‘스트레스 지수 측정’을 한다. 이후 벌과 벌집을 관찰하고, 꿀 마사지 체험을 한다. 심지어 말벌 집을 넣어 끓인 물로 손을 닦아보기도 한다. 이런 행위들이 단순 체험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현대 사회의 피폐한 삶에 지치거나, 돌아갈 수 없는 옛 시절을 추억하는 청년과 노인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발달 장애인과 우울증, 치매 환자에게도 심리적·정신적으로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자연 속에서 날아다니는 벌을 보고, 식물을 만져보는 등 시각과 촉각, 후각을 반복 자극하는 활동을 통해 안정감을 찾아주고, 인지 능력을 향상시켜 주고 있다. 특히 자연과의 소통을 통해 사회성까지 높여주고 있다. 성장기 아이들도 이곳에 방문해 벌들이 꿀을 만드는 과정이나 벌들의 움직임 등을 관찰하고, 감성과 과학을 배우고 있다. 이곳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치료 받는 사람은 연간 2천여명에 달한다. 20년 동안 농장을 운영 중인 최 대표는 “저 또한 아픔을 겪어봤고, 꿀을 통해 치유 받았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1988년 가족을 하늘로 데려간 ‘재생불량성 빈혈’을 판정 받았다. 재생불량성 빈혈이란 적혈구 등 모든 혈액세포가 감소하는 난치병이다. 딸을 위해 꿀을 연구한 아버지. 최 대표는 건강을 되찾았다. 무엇보다 값진 ‘건강’이란 선물을 받은 최 대표는 아버지의 의지를 이어받아 꿀 연구에 매진, 더욱 신선하고 좋은 꿀을 생산하고 있다. 최 대표는 “치유농장을 운영하면서 저 또한 많은 사람들과 함께 치유되고 있다. 무엇보다 같이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에 행복하다”며 “앞으로도 사람들에게 희망의 불씨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농장을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주상절리 누비며 쓰레기 ‘줍줍’... 한탄강 지키는 ‘카약 어벤져스’ [함께 토닥토닥]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연천과 포천, 강원도 철원을 잇는 물줄기이자 자연환경을 그대로 담고 있는 한탄강. 그리고 한탄강의 맑고 깨끗한 자태가 변하지 않도록 ‘한탄강 지킴이’를 자처하는 이들의 다짐이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지질공원인 한탄강이 상류에서 떠내려온 쓰레기들로 몸살을 앓자, 지역 주민들과 청년들이 수상 정화 활동에 나섰다. 한탄강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한탄강이야기협동조합’의 이야기다. 이들은 지난 2018년부터 ‘카약 플로깅(Plogging)’을 이어오고 있다. ‘카약 플로깅’을 처음 제안한 사람은 한탄강이야기협동조합 대표인 이건재씨(55). 인테리어 일을 하면서 30년간 전국을 돌아다니며 지내다가, 고향이 그리워 10년 전 포천으로 돌아왔다. 그는 어릴 때 헤엄쳐 놀던 한탄강에 쓰레기가 떠다니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고, 평소 취미로 타던 카약을 이용해 강에 떠 있는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다. 그의 모습을 보고 지역 협동조합과 청년들도 하나둘 힘을 합쳤다. 얼어붙은 강이 녹고 날이 풀리는 5월이 되면 노란색 카약을 든 이들이 모인다. 펜션 사장님, 여행사를 운영하는 대표, 농부 등 성별도 나이도 직업도 다양하다. 이들의 공통점은 ‘한탄강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다. 이들은 2인 1조로 카약을 타고 다니며 주상절리 직벽 아래로 흐르는 한탄강 곳곳을 누빈다. 사람의 발길이 닿기 어려운 강 한가운데에 둥둥 떠다니는 스티로폼과, 나뭇가지에 걸려있는 비닐 등을 주워 담는다. 두 시간에 걸쳐 건져 올린 쓰레기를 모으면 1톤 트럭이 가득 찰 정도다. 6년째 카약플로깅을 함께 하고 있다는 최재박씨(34)는 “우연한 기회로 참여하게 됐는데, 폐어구에 다람쥐나 새가 걸려 죽어있는 것을 발견할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며 “조금씩 깨끗해지는 한탄강을 보니, 활동을 멈출 수가 없다”고 말했다. 특히 이들은 강에서 수거한 쓰레기들을 이용한 업사이클 공예도 시작했다. 최근에는 강에서 떠내려온 목재를 이용해 열쇠고리를 만들어 관광객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이건재 대표는 “한탄강이 맑고 깨끗하게 보존됐으면 좋겠다는 마음 하나로 수많은 나날을 지켜왔다”며 “한탄강을 찾는 분들이 평화롭게 흐르는 강을 바라보며 경치를 즐기다가 돌아가셨으면 좋겠다”고 웃음 지었다.

“배고픈 이웃에겐… 사랑이 반찬” 과천복지관 온정 나눔 [함께 토닥토닥]

아직도 따뜻한 밥 한 공기가 귀중한 사람들이 있다. 이들과 함께 웃고 우는 사람들도 있다. “어르신들에게 필요한 건 따뜻한 음식과 관심, 온정 같아요.” 지난달 중순 과천시 별양동에 위치한 과천종합사회복지관 3층 조리실. 봉사자 다섯 명이 위생모에 장갑, 앞치마로 무장한 채 반찬 준비로 분주했다. 봉사자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장조림을 조리하는 봉사자 두 명은 멀리서도 땀이 뚝뚝 떨어지는 모습이 보일 정도였다. 구슬땀을 흘리며 분주한 와중에도 서로서로 “어르신들 많이 드시도록 꽉꽉 눌러 담아야 한다”며 웃음을 나눴다. 지역의 어려운 어르신들이 한 가족처럼 의지할 수 있도록 가까운 곳에서 의식주를 돕는 과천종합사회복지관 급식서비스 봉사자들은 지난해 처음 힘을 모아 이웃 사랑에 나섰다. 모두 과천지역 주민들로 복지관에서 급식서비스 종사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자 알음알음 소개를 통해 모였다. 이들은 40여명이 조리 담당, 배달 담당으로 역할을 나눠 활동하고 있다. 복지관의 반찬 나눔은 정부의 지원 없이 후원금으로만 이뤄지고 있다. 이렇다 보니 후원금 여부에 따라 어려움을 느껴 주 2회 지역 내 취약계층 20인분을 만드는 것이 최대치다. 올해는 30인분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다. 행복 어벤저스를 자처하는 반찬전달 봉사자는 2인 1조로 팀을 꾸려 행복 바이러스를 전파하기 위한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다. 23년 가까이 과천에서 봉사요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명숙씨는 “꾸준히 하다 보니 사명감이 생기더라”며 처음 반찬을 전달했던 당시를 떠올렸다. 처음에는 ‘이웃끼리 서로를 챙겨주자’는 소소한 마음뿐이었다. 하지만 취약계층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책임감이 더해졌다. 가스비가 많이 나온다는 이유로 겨울에도 보일러를 켜지 않아 동파된 집, 전등을 교체하지 못해 깜깜한 밤을 어둡게 지새우는 집 등이 지역 곳곳에 수두룩했다. 그는 “사 먹는 반찬보다 복지관에서 정성을 다해 만든 반찬을 드시고 홀몸어르신과 지역 취약계층이 소외됨 없이 가족과 똑같은 따뜻함을 받으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봉사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김가영 복지사는 “어르신들이 그동안 먹어보지 못했던 음식들을 해주시니 다음엔 어떤 음식이 올까 궁금해하는 분들도 많고, 감사 인사를 받기도 한다”며 “지역주민들이 자신의 노하우로 정성 들여 조리하고, 어려운 이웃에 관심을 쏟아 주니 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소외이웃 내 가족처럼… 사랑의 축복 전해요” 대한민국 축복봉사단 [함께 토닥토닥]

“지역 모든 소외계층에게 필요한 건 관심과 사랑입니다. 모든 이들에게 축복을 전달하고 싶습니다.” 구리, 남양주 일대에 100여명의 천사들이 있다. 이들은 매월 첫째, 넷째 주 목요일에 모습을 드러낸다. 장애인, 독거노인, 소외계층 가정이 주무대다. 여름과 겨울철 전기세와 난방비 부담으로 쓸쓸하게 지내는 독거노인들이 구리·남양주 일대에 수두룩했고, 끼니도 제대로 채우지 못하는 한부모, 결손가정 아동들도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018년 구리·남양주시 자영업자, 기업인, 직장인, 종교인 등 직업은 달라도 자신의 분야와 위치에서 남을 돕자는 마음을 가진 주민 100여명이 모여 ‘축복봉사단’을 창단한 것이다. 축복봉사단은 구리시, 남양주시에서 나눔의 의미를 깨달은 평범한 사람들이 ‘봉사활동 전도사’로 활동하고 있다. 결손가정 아동과 장애인, 독거노인들이 가족처럼 의지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도우며 축복을 전달하자는 마음으로 지역사회가 필요한 곳이라면 언제든지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애초 봉사단은 ‘소외된 주민을 돌보자’라는 소소한 마음이었다. 구리·남양주 원도심 지역 특성상 주변 신도시 건설로 젊은 층이 빠져나가고 소외계층과 독거노인들이 늘면서 어려운 처지에 놓인 이들을 자신처럼 여기자는 소망으로 시작됐다. 이는 20대 시절 우연히 요양원 방문으로 봉사활동에 눈을 뜬 김보미 봉사단장(46)의 경험이 곁들여 있었다. 김 단장은 이 경험 덕분에 독거노인들과 대화를 나눌 때면 심신의 안정을 찾는다. 그렇게 지역에서 김 단장과 봉사단은 여러 소외계층을 만나면서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봉사단은 주기적으로 소외계층을 돕기 위해 단원들과 꼭 지켜야 하는 ‘약속’을 맺게 된다. 매주 첫째, 넷째 주 목요일마다 장애인과 독거노인, 소외계층 가정에 전달할 배부른 반찬과 관심을 전달하자는 것이다. 또 봉사단은 단순 봉사에 끝나지 않고 지역주민들이 참여하는 캠페인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역의 한 도배 전문가는 봉사단과 함께 집수리 봉사에 동행해 어떤 것이 필요한지 확인하고, 다른 미용실을 운영하는 봉사자는 소외계층에게 무료 이발을 하기도 한다. 봉사단이 지역 소외계층과 하나가 된 셈이다. 김 단장은 “소외계층이 관 차원의 도움을 받는 데 오래 걸리는 상황이 발생한다. 지역사회에는 즉시 도움이 필요한 소외계층에게 가까운 손길이 필요하다”며 “봉사단이 나눔의 손길을 내밀기 위한 일을 꾸준히 찾아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일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낡은 집 우리에게 맡기세요”···명지대학교 M.U.V는 오늘도 ‘뚝딱뚝딱’ [함께 토닥토닥]

“처음 할 때는 고되죠. 여길 언제 다 고칠까 생각도 해보고. 하지만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집을 다 고치고 나서 둘러보면 그동안 힘들었던 기억은 눈 녹듯 사라지고 내 손으로 누군가를 도왔다는 생각에 뿌듯하더라구요.” 용인시 처인구 갈담리에 위치한 한 지하방. 햇빛이 잘 비추지 않는 울퉁불퉁한 벽에는 곰팡이가 슬었다. 천장에는 거미줄이, 구석에는 먼지가 가득한 이곳을 찾은 한 무리의 대학생들의 손에 낡은 벽지는 뜯겨져 나가고 떼어진 자리에는 벽지를 바르기 전 붙이는 초배지와 방습지가 붙여졌다. 정배솔과 칼받이를 들고 치수에 맞춰 벽지를 잘라내고 풀칠하고 먼지를 빗자루로 쓸어내는 등 일사분란하게 작업을 이어갔다. 경기도 내 취약계층 주거지를 대상으로 무상 집수리를 진행하는 이들, 바로 전국재해구호협회 ‘희망브리지’ 소속 명지대학교 자연캠퍼스 동아리 M.U.V다. ‘Myongji University Volunteers’의 앞 글자를 딴 M.U.V는 항상 누런색이 가득한 방안에 희망을 주겠다는 목표로 2013년 3월 23일 비공식 동아리로 출발해 1년 만인 2014년 3월에 명지대 정식 중앙동아리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2017년 8월 희망브리지 봉사단 제2호 동아리에 선정되기도 하는 등 도내 집수리가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마다하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월 1~2회의 집수리 활동을 꾸준히 이어온 M.U.V의 손길을 거친 집만 70가구 이상. 활동마다 필요한 수리에 필요한 도배지나 장판은 전국재해구호협회 희망브리지를 통해 제공받으며 정배솔, 칼받이 등 물품은 공모전이나 자체 회비를 통해 마련한다. 이번 ‘제76회 독립봉사 활동’에 모인 단원은 11명. 모인 단원들은 조장의 지시에 따라 재단, 풀칠, 기초작업 등 역할을 나눈 뒤 작업에 들어갔다. 올해 동아리에 입부해 봉사 활동이 처음이라는 양승훈씨는 “모르는 것이 많아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지만 선배들이 도와주고 있는 중”이라며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하루 종일 서서 작업을 하기에 허리도 아프고 작업 중 나오는 먼지에 기침이 나오지만 누런 벽지가 깔끔한 흰 벽지로 교체되고 수리 중 먹을 것을 챙겨주거나 응원의 말을 건네는 수혜자를 생각하면 힘이 솟아난다는 게 단원들의 설명이다. 총 84명의 단원을 보유한 M.U.V는 단순한 수리 활동에서 그치지 않고 수혜자들에게 감동을 주겠다는 목표 아래 다른 대학 동아리와 연합해 집 수리 활동을 진행하거나 경기도 외 다른 지역에도 파견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김길영 M.U.V 회장은 “M.U.V는 수혜자들이 수리된 집에서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적절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 초점을 두고 낡은 집을 새롭게 바꿔나가고 있다”며 “동아리 단원들의 손으로 집이 바뀌는 과정을 눈으로 직접 보는 것만큼 뿌듯한 순간이 없다. 앞으로도 손길이 필요한 곳에 가 집을 수리하며 감동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따뜻한 아침밥 선물… 시흥시가족센터 사랑이 '모락모락' [함께 토닥토닥]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따뜻한 아침밥과 사랑, 관심인 거 같아요.” 시흥시 정왕동에 위치한 시흥시가족센터에는 아침이 다른 곳보다 일찍 찾아온다. 새벽녘부터 뭉근하게 피어나는 밥 연기 사이로 재잘거리는 어린아이들이 오가는 이곳은 인근 군서초등학교 학생 일부가 아침밥을 해결하는 ‘어린이 사랑방’이다. 아이들의 수다가 끊이지 않는 센터 1층 사랑나눔식당은 ‘정왕본동상인회 3사랑밥터’의 후원으로 조성됐다. 지난 2011년부터 상인회 차원에서 시작된 독거노인과 결식아동을 위한 식사 지원이 부모 등 보호자의 출퇴근 시간이 일정치 않은 탓에 끼니를 제때 챙겨 먹지 못하는 아이들까지 지원 대상을 확대되면서 2017년 시흥시가족센터에 ‘사랑나눔식당’이라는 이름으로 자리 잡게 됐다. 아침 일찍 센터를 찾는 아이들은 대부분 다문화가정 아이며, 열 명 중 아홉 명은 중국과 베트남인이다. 사업 초반 열 명 안팎이었던 센터 방문 학생은 방학 중에는 스무 명, 학기 중엔 서른 명을 넘긴다. 이날 센터에서 만난 군서초등학교 2학년 중국인 쌍둥이 자매 지혜, 지은이도 불과 얼마 전까지 등교 전 편의점에서 끼니를 해결하거나 그 앞에서 시간을 보내기 일쑤였다. 우연히 이 모습을 보게 된 허성경 사회복지사가 손을 내밀었고, 두 아이는 이제 센터에서 든든한 아침을 먹고 친구들과 함께 등교한다. 센터는 아침밥 지원 외에도 이중언어 교육, 초등교육 기초 학습, 초등학교 고학년 대상 진로 컨설팅과 역사 교육 등은 물론 언어발달 치료, 심리 상담 등을 통해 아이들의 원만한 사회 적응을 돕고 있다. 허성경 복지사는 “대부분 부모님이 일찍 출근하거나 늦은 시간까지 일하기 때문에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아이들과 학교 수업 외 부수적인 교육이 필요한데 가정에서 교육받지 못하는 아이들도 센터를 찾는다”며 “아이들이 센터에서 끊임없이 수다를 떠는 모습을 보면 어쩌면 아이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건 대화와 관심, 사랑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이 아이들이 밝은 모습을 계속 가져갈 수 있도록 우리 어른들과 사회가 많은 관심을 기울이면 더 나은 세상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비움·채움으로 만든 옷, 사랑을 입어요”…한국정리수납협회 콩알봉사단[함께 토닥토닥]

“깔끔하게 정리된 옷을 받은 아이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길 소망합니다.” 수원특례시 권선구의 한 건물에는 매달 둘째 주 수요일이면 정리수납전문가 수십명이 한곳에 모인다. 전국 각지에서 따뜻한 마음을 나누기 위해 보내온 옷들을 새롭게 탄생시킬 이들, 자신의 아이에게 입힐 옷을 마련한다는 마음으로 수천벌의 옷을 하나씩 정리하는 이들, 한국정리수납협회 소속 ‘콩알봉사단 수원지부(이하 ‘콩알봉사단’)’다. 한두 번 입고 작아진 옷, 사 놓고 입지 않은 옷들을 한곳에 모으는 콩알봉사단은 지난 2017년 만들어졌다. 한국정리수납협회 소속 정리수납전문가들이 자신들의 재능을 나눌 곳이 없을까 고민하던 끝에 ‘콩알 한쪽이라도 나눠 먹어라’는 속담에서 이름을 따 봉사단을 만들었다. 봉사단은 옷을 기부받아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필요한 의류를 지원하는 수원의 얀코사회적협동조합과 인연을 맺고 영유아 의류 분류 봉사를 시작하게 됐다. 하루가 다르게 쑥쑥 크는 아이들의 특성상 멀쩡한 옷들이 버려지는 것을 막으면서 예쁜 옷들을 아이들에게 전달하자는 취지가 출발점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봉사단은 현재 80명의 단원이 참여하고 있다. 매달 둘째 주 수요일 오전 9시가 되면 봉사단의 하루가 시작된다. 지역 곳곳에서 나눔 천사들이 보내온 노란색, 파란색, 분홍색 등 형형색색의 옷들이 가득 담긴 비닐봉지 묶음만 40여 개다. 분류해야 할 옷들만 대략 2천벌 정도. 이들이 가장 많이 신경 쓰는 일은 사용감이 많은 옷과 오염이 심한 옷을 골라내는 작업이다. 내 아이에게 입힌다는 생각으로 더 꼼꼼하게 살펴본다. 곰돌이 모양의 우주복을 입고 아장아장 걷는 남자아이를 상상하며 봉사단의 입가에 자연스럽게 미소가 지어지기도 했다. 계속되는 분류작업은 오후 5시까지 이어진다. 하루 종일 서서 옷을 분류하느라 허리도 아프고 눈도 침침해졌지만, 비어 있던 상자에 차곡차곡 정리돼 넣어진 옷들을 보니 힘이 솟아난다는 게 봉사자들의 설명이다. 콩알봉사단은 그들의 재능이 쓰이는 곳이라면 어디든 마다하지 않고 있다. 이들은 홀로 살거나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매달 주거환경개선이 필요한 곳을 찾아다니며 공간을 변화시키고 있다. 또 용인에 있는 미혼모 시설에서 정리 수납 교육을 무료로 진행하며 살림의 첫걸음을 응원해 주고 있다. 김지민 한국정리수납협회 콩알봉사단(수원지부) 단장은 “내가 가진 전문성으로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며 활동하고 있다”며 “꼬불꼬불 작은 글씨로 적힌 감사 편지를 받을 때, 수줍게 웃으며 감사하다는 인사를 받을 때마다 오히려 더 고마운 마음”이라고 전했다.

'효자노릇' 톡톡...양주 덕정동 행복마을관리소 지킴이들 [함께 토닥토닥]

“우리 곁에서 늘 챙겨 주니 자식들보다 더 나아요.” 오늘도 행복 어벤저스를 자처하는 10명의 지킴이가 행복 바이러스를 전파하기 위해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다. 주민들에게 차별화된 생활밀착형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2020년 9월1일 출범한 덕정 행복마을관리소. 덕정동은 양주의 전통적 원도심 지역으로 젊은이들이 빠져나가 활기를 잃은 지 오래다. 그래서 지킴이들은 원도심을 활성화하고 젊은이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다양한 사업과 활동을 하고 있다. 행복마을관리소를 찾은 16일, 이날도 지킴이들은 오전에 어려운 이웃들에 전할 도시락을 만들어 배달한 뒤 오후 일정에 앞서 짧은 티타임을 갖고 있었다. 티타임을 마친 지킴이들이 찾아간 바로 옆 노인회관에선 어르신들을 위한 율동체조가 한창이다. 어르신들은 지킴이가 틀어 놓은 음악에 몸을 맡기며 흥을 돋우고 있었다. 양주에서 가장 오래된 덕정거리에 칠흑 같은 어둠이 내려앉으면 골목길 모든 사람을 지켜줄 올빼미가 빛을 발한다. 발광다이오드(LED) 센서등을 단 우체통이 마을 사람들을 지켜준다. 덕정 행복마을관리소는 주민 누구나 향유할 수 있는 전시문화 공간이자 다양한 소식을 공유하는 소통 공간인 마을 게시판 ‘우리동네 전시공간’ 운영을 시작했다. 마을 게시판은 덕정지역 주민들의 소소한 소식은 물론 관공서의 공고와 생활밀착 정보 등 일상생활에 유용한 콘텐츠로 채워 나가고 있다. 덕정 행복마을 공감 쉼터에는 비장의 무기가 있다. 쉼터에 설치된 안마의자 3대는 어르신들이 아끼는 최애 애장품이다. 또 커피머신은 주민들이 힘들 때 안마의자와 커피 한잔의 여유를 만끽할 수도 있다. 유튜브 등 자신만의 영상을 만들고 싶어 하는 어르신과 주민들을 위해 전문강사를 초빙, 매주 목요일 오후 영상 촬영기법 교육과 실습을 하고 있다. 참여한 주민 12명은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으로 행복마을관리소 홍보 영상을 제작해 각종 공모전에서 우수상 등 다양한 수상 기록도 세웠다. 이 밖에 내 마음 치유하는 예쁜 벽화 만들기 활동으로 덕정 LED 벽화거리 일대 노후한 벽화 보수작업도 진행했다. 덕정행복마을관리소 지킴이는 20대부터 60대까지 연령층과 직업군이 다양하다. 최연장자인 박재덕 지킴이(66)는 코로나로 수십 년간 해온 사업을 접고 지킴이가 됐다. 28세 젊은이는 전공을 살려 컴퓨터를 활용한 지역 홍보에 열심이다. 지킴이들은 현 사무실이 33㎡(10평) 정도로 너무 좁아 회의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 지킴이로 2년간 활동하면 쉬어야 하는 것도 단점이다. 지역을 속속들이 알고 활동하기 위해 연속성 있는 고용여건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박재덕 지킴이는 “실버나 복지 쪽으로 역할을 하기 위해 사회복지사, 심리치료사 자격증을 땄다”며 “외부 인구가 유입돼야 도시 재생이 되는 만큼 젊은 인구 유입과 지역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인 것 같다”고 말했다. 조성복 조장(여)은 “지킴이 활동 기간이나 남녀 비율 등 지속가능한 근무여건 개선이 필요하다”며 “올해 활동 영역과 지역이 더 넓어졌다. 다양한 사업으로 젊은층을 끌어들이고 지역을 활성화하기 위해 한 발 더 뛰는 지킴이가 되도록 열심히 하겠다”며 미소 지었다.

낯선 문화에 언어 서툴지만… 나눔 통해 ‘한국의 情’ 배웠죠 [함께 토닥토닥]

판교 한국외국인학교 ‘헬핑핸즈’ 경기도에서 나눔의 의미를 깨달은 재외동포 학생들이 ‘대한민국 봉사활동 외교관’을 자처하고 있다. 한국에 온 지 짧게는 1년, 길게는 7년이 된 15~16세 청소년들은 우리나라 말에는 서투를지 몰라도 지역사회가 필요한 곳이라면 언제든지 달려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한국외국인학교 판교캠퍼스 봉사단체인 헬핑핸즈(Helping Hands)의 이야기다. 미국, 호주, 싱가포르, 캐나다 등 다양한 국적을 가진 이들은 부모가 한국인인 덕분에 의사소통은 가능했다. 그러나 문화의 벽은 높았다. 특히 외국인 학교의 방학 시기는 우리나라와 달라 국내의 다양한 청소년 프로그램에는 참여하기 어려워 고립된 생활을 이어갔다. 이러한 울타리를 허물게 된 것은 봉사활동이다. 7년 전 국내로 돌아온 김태환군(Andrew Kim·15)은 지난해 10월 헬핑핸즈를 구성한 장본인이다. 지난해 서울 한 공공기관에서 어리다는 이유로 봉사활동 참여에 퇴짜 아닌 퇴짜를 맞은 후 집 근처 돌봄 공동체에서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이윽고 매주 과천장애인복지관 등에서 체육 봉사활동으로 장애인들과 땀을 흘렸다. 학교를 마치고 어디론가 향하는 그의 뒷모습에 궁금해했던 친구들은 어느새 하나둘씩 모여 김군의 주변에서 봉사활동을 하기로 했다. 그 인원은 20명에 달한다. 어릴 때 한국을 떠나 지난해 귀국한 이진영군 역시 장애인과 어울리고 있다. 처음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함께 농구를 하면서 이들도 비장애인과 다를 게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를 계기로 장애인을 위한 앱 개발 등 사회적 약자에 빛을 비추는 진로를 고민하고 있다. 다시 캐나다에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한국에서 했던 봉사활동의 경험을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3년 전 한국에 온 전필립군(Philp Jun·16)은 2~3주 한 번씩 성남에서 혼자 사는 노인의 말벗을 자처하고 있다. 다리가 불편한 할머니에게 요리를 해드리자 소녀처럼 환하게 웃는 노인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더욱이 이들은 서투른 언어에 한국 문화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음에도 분당판교청소년수련관 관계자 등 주변 곳곳에서 도움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이러한 좋은 경험을 되돌려줄 예정이다. 지난 8월 서울 이태원 외교 행사에서 통역 봉사활동을 한 데 이어 오는 12월에는 판교사회복지관에서 악기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자기의 몸만한 첼로를 짊어지고 다님에도 남을 도와줄수록 자신도 행복하다는 것을 안 이들의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이들은 “봉사활동을 하면 할 수록 상대방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며 “한국의 정을 해외에서도 나눠줘 대한민국이 따뜻한 곳이라는 곳을 알려주고 싶다”고 다짐했다.

부천 ‘동광임파워먼트센터’, 편견없이… ‘ON 세상’ 연결 [함께 토닥토닥]

지난 3년간의 코로나19는 개인과 개인을 단절시켰다. 무엇보다 급속한 ‘온라인’으로의 전환은 사회와 소통이 어려웠던 장애인들에겐 보이지 않는 벽이었다. 이렇게 ‘고립’이란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정신장애인들을 세상과 연결시키기 위해 ‘가교’ 역할을 하는 기관이 있다. 부천에 위치한 동광임파워먼트 센터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동광 임파워먼트센터’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 센터는 역량강화·권한부여·능력고취라는 ‘임파워먼트’의 삼박자를 고루 실천하고 있다. 특히, 대다수의 정신장애인들은 정신질환으로 고용 기회를 박탈 당해 온라인 인프라가 구축돼 있지 않았고, 복지기관에서 온라인으로 프로그램으로 진행해도 서비스 대상자에서 제외되기 일쑤였다. 사업을 담당한 서진영 동광 임파워먼트센터 선임은 “코로나19로 사회복지 서비스가 대면서비스에서 비대면서비스로 전환되며 온라인 인프라 부재의 심각성을 느끼면서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렇게 센터는 지난해 정신장애인과 세상과의 ‘따뜻한 연결’을 위해 ‘온택트 투게더’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은 온라인 인프라 구축, 인프라를 활용한 온라인 프로그램 운영 등 2가지 방향으로 이뤄졌다. 정신장애인 총 30명이 태블릿 PC를 제공 받았고, 온라인 프로그램에는 30명의 참여자가 참여했다. 크리에이터 활동에는 총 19명이 참여했다. 특히 이들은 ‘잘 지내tv’라는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직접 유명 가수의 노래를 부르는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했다. 또 영상에 출연한 정신장애인들은 독특한 가면을 쓰고 화면에 등장해 다양한 매력을 뽐내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영상 기획부터 제작, 송출 등 전반적인 과정을 통해 고립에서 연결로 이어지는 것을 경험했고, 이 과정이 마치 자신이 회복하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한 참가자는 “저를 포함한 당사자들은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스토리를 구상하고 배역을 맡아 촬영하며 영상을 완성했다”며 “이 과정에서 회복에 대한 가능성을 보게 된 점이 가장 큰 성과였다”고 웃어 보였다. 작년에는 프로그램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동광임파워먼트 센터는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센터는 올해 아산사회복지재단의 공모 사업에 선정돼 ‘사회적으로 배제된 정신질환자의 사회통합을 위한 주거·고용·문화 맞춤형 서비스 지원사업’을 진행 중이다. 서진영 선임은 “저희 센터의 목표는 ‘정신장애인의 행복한 삶을 위한 자립환경을 함께 만들어갑니다’인데,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나아가고 있다”며 “앞으로도 정신장애인들이 자신의 자립환경을 적절하게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복지서비스를 제공해 지역의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는 기관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중복장애 절망 딛고 ‘모세의 기적’ 불러요 [함께 토닥토닥]

살아가는 동안에 할 일이 또 하나 있는 ‘아들’과, 바람부는 벌판에 서있어도 외롭지 않은 ‘어머니’가 있다. 성악이라는 장르를 큰 줄기로 세상에 아름다운 감동 씨앗을 뿌리고 있는 조영애·박모세 모자(母子) 이야기다. ‘희망을 부르는 청년’ 박모세씨(화성·31)의 인생 첫 노래는 5살 무렵 시작됐다. 신생아 때 대뇌의 70%, 소뇌의 90%를 절단한 그는 말하기도, 듣기도, 걷기도 편치 않은 상황이었지만 이때 난생 처음으로 흥얼거렸다고 한다. 어머니 조영애씨에겐 잊을 수 없는 과거, 그는 지난 날을 회상했다. “모세는 중복 장애인이에요. 임신하고 4개월쯤 알았죠. 병원에서 초음파 검진을 받았는데 ‘산모 자궁 혹은 아이 머리에 무언가가 있다.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고 하더라고요. 알고보니 아이 머리 뒤쪽 부분에 뼈가 형성이 안 돼서 탁구공만한 구멍이 있었고 그 안에 있어야 할 뇌가 밖으로 흘러나와 있었던 거래요. 저는 그게 무슨 말인지 이해도 못했고 큰 충격에 빠졌어요”라던 조씨는 “주변에서 아이를 포기하라고 권유했지만 그때 아이의 첫 태동을 느끼고 ‘인위적으로 생명을 해하지는 말자’는 생각이 들면서 모세를 놓지 않게 됐어요”라고 입을 뗐다. 조씨에게 아들 모세는 ‘앵무새’ 같았다고 한다. 그는 “모세는 5살 때 처음으로 말을 했어요. 귀에 들리는 모든 소리를 그대로 따라해서 앵무새라고 불렀는데 유독 성악 곡을 할 때 목소리가 우렁차지고 발음도 또렷해지더라고요”라며 “가족에 음악가가 아무도 없는데 우연히 모세의 재능을 발견한 셈이죠. 이후로 현재까지도 성악을 하고 있어요. 그때 만큼은 장애의 시선에서 벗어날 수 있더라고요”라고 전했다. 모세씨의 삶에 ‘성악’이 더해진건 10년도 훌쩍 넘었다. 그동안 수많은 공연 무대에 오르고 방송에도 출연하며 인지도를 높여오기도 했다. 2013년엔 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 개막식에서 전세계 관중에게 애국가를 선사하는 영광도 안았다. 모세씨에게 ‘노래’는 어떤 의미일까. “저는 가수 해바라기의 ‘사랑으로’를 가장 좋아해요. 많은 사람들이 제 노래를 듣는다고 생각하면 부를 때마다 에너지가 솟아요. 누구나 힘들고 실패할 때가 있을 텐데 저처럼 가능성을 가지고 살다 보면 언젠가 좋은 날이 올 거에요”라고 또박또박 답하던 모세 씨는 “노래로 인해 고난이 기쁨이 되고, 절망이 희망이 돼요”라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질문에도 청산유수한 답변을 남기자 어머니 조씨는 깜짝 놀라 아들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 모세씨 역시 그런 어머니와 시선을 맞추고 “그동안 나를 이렇게 많이 사랑해주고, 이렇게 잘 키워줘서 너무 고맙고 사랑해요”라고 전했다. 지금이야 ‘감동의 눈물’이지만, 한때는 ‘고통의 눈물’만 흘리던 때도 있었다. 조영애씨는 “어느 날은 ‘더 이상 내려갈 데가 없다’는 생각이 들 만큼 힘들었어요. 희망을 가지려 해도 아픈 아이를 데리고 다니며 이런저런 일을 하려니 지치더라구요. 남편이나 저나 형편 때문에 힘들어 하고 있을 때 옆을 보니 아이가 저를 보고 해맑게 웃었어요”라며 “내가 ‘살아만 달라’고 했던 아이, 소중한 이 아이를 보며 제 고통은 욕심이고 사치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때부터 있는 그 모습 그대로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 것 같아요”라고 설명했다. 한편으로는 큰 딸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 조씨는 “모세에게 몇 살 차이 나지 않는 누나가 있는데 신경을 덜 쓴 것 같아 너무 많이 미안해요. 또 대견하고 고마움도 크죠”라며 “제 곁에 같이 무릎 꿇고 앉아서 ‘내 동생 살려주세요’하던 아이가 언제 한 번은 ‘나도 모세처럼 아프게 해주세요. 그럼 엄마랑 매일 함께할 수 있잖아요’ 해서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기도 했죠”라고 했다. 문득 그 딸은 어머니에게 “천국은 어떻게 생겼어요?”라는 질문을 건넸는데, 이때 어머니는 “지금 우리집이 천국이야”라고 답했다고 한다. 조씨는 당시를 떠올리며 “그때 아이가 행복감을 크게 느꼈던 것 같아요. 우리 가족이 모세를 통해 아주 낮은 곳까지 살펴보면서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된 계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때부터 모두가 진심으로 행복해졌고요”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모세씨는 “성악은 저에게 좋은 친구에요. 앞으로의 꿈이 있다면 더 열심히 노력해서 더 다양한 곳에서 언제든지 최선을 다해 노래를 부르는 것이에요”라고 바람을 밝혔다. ‘기적’을 뜻하는 모세씨의 이름처럼, 두 모자는 앞으로도 늘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했다. 조영애씨는 “장애아를 키우는 부모들이 얼마나 힘든지 저도 잘 알고 있다. 모세의 말처럼 절망을 희망으로 극복해가며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마을 어르신을 내 가족처럼... 이웃愛 사랑꽃 ‘활짝’ [함께 토닥토닥]

“어르신, 저번 반찬은 입에 맞으셨어요? 고장난 가구는 없으시고. 이거 문고리 제대로 안 돌아가서 교체해야 될 것 같네.” “고마워요. 언제든 편하게 가족처럼 대해줘서. 이러니 선생님들이 찾아오는 날을 매번 기다릴 수밖에....” 남양주시 진건읍 진건퇴계원행정복지센터에는 한 달에 한 번씩 ‘맛있는 날’이 열린다. 6월30일, 7월28일, 8월25일 등 ‘매달 마지막주 금요일’마다 배부른 한 상이 차려지는 날이다. 8월의 메뉴는 계란말이, 불고기, 김 등으로 정해졌다. 오순도순 모여든 20여명의 주민들은 빼곡히 자리한 갖가지 반찬들을 미리 준비해 온 가방에 담는 데 한창이었다. 구슬땀을 흘리며 분주한 와중에도 서로서로 “어르신들 많이 드시도록 꽉꽉 눌러 담아야 한다”며 웃음을 나누는 이들, ‘이웃愛(애)돌봄단’ 이야기다. 마을 어르신들이 한 가족처럼 의지할 수 있도록 가까운 곳에서 의·식·주를 돕는 이웃愛돌봄단은 지난해 7월 처음 힘을 모아 이웃사랑에 나섰다. 50~60대 마을주민 30여명과 진건읍 지역사회보장협의체, 행복마을관리소, 서부희망케어센터의 참여 및 손연희 진건퇴계원행정복지센터장의 지원으로 발을 뗐다. 당초엔 ‘이웃끼리 서로를 챙겨주자’는 소소한 마음뿐이었다. 진건읍 지역 특성상 고령화와 함께 젊은 사람들이 주변 신도시로 빠져나가며 거동이 불편한 홀몸어르신이 늘자 이들을 돕기 위해 봉사활동이 시작됐다. 하지만 취약계층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책임감이 더해졌다. 가스비가 많이 나온다는 이유로 겨울에도 보일러를 켜지 않아 동파된 집, 전등을 교체하지 못해 깜깜한 밤을 어둡게 지새우는 집 등이 지역 곳곳에 수두룩했던 것이다. 이웃愛돌봄단은 집수리와 가사 정리를 필두로, 이젠 식사 지원까지 도맡아 한다. 주민들의 의뢰와 민관의 협력 발굴을 통해 돌봄단의 도움을 받는 마을 취약계층만 현재 200여명에 달한다. 단순 방문에 끝나지 않고, 더 많은 지역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봉사를 알리는 캠페인·교육 활동도 진행한다. 이 같은 노력에 돌봄단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주민들도 기회가 되면 개인적인 도움을 주기 시작했다. 마을의 한 인테리어 전문가는 돌봄단과 함께 집수리에 동행해 어떤 보수가 필요한지 확인하고, 다른 주민은 경작에 활용할 수 있게끔 남는 논밭을 돌봄단에 빌려주기도 했다. 또 매달 계란 20판, 닭고기 20㎏, 불고기 30㎏ 등을 각 업체가 후원하기도 한다. 마을 전체가 한 가족이 된 셈이다. 이순자 이웃愛돌봄단 대표는 “시·도 차원의 도움을 받기엔 너무 오래 걸리는 상황이 많다. 생활 속 즉각적인 도움을 원하는 마을 어르신들께 ‘가까운 이웃의 손길’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해 돌봄단 활동을 하게 됐다”며 “일시적 활동이 아닌, 지속할 수 있는 이웃 소통 문화를 정착하기 위해 앞으로도 꾸준히 봉사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절망’ 걷어내고… 이웃에 ‘희망 보금자리’ 선물 [함께 토닥토닥]

“집은 살아가는 데 있어 아주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렇기에 저희의 활동은 단순히 집만 수리하는 게 아니라 낡은 마음까지도 수리합니다.” 풍수해로 인한 누수, 오래돼 떨어진 장판, 여기저기 곰팡이가 핀 벽지. 망가지고 낡은 집을 수리하며 사람들의 마음까지 보듬는 이들이 있다. 지난 2014년 창단된 ‘또봄 주거환경개선봉사단’이다. 최초 베이비부머 세대를 중심으로 모인 이들은 현재 나이, 직업 구분 없이 총 52명의 단원이 활동하고 있다.  봉사단은 ‘자신의 어려움을 숨기는 사람들을 찾아 돕자’라는 생각으로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봉사단은 수원 관내 어려운 주거 환경에서 지내는 사람들은 마음 편히 지내야 할 집을 타인들에게 숨기기 급급한 치부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직접 발로 뛰며 이들을 찾아 나섰다.  봉사단은 매달 셋째 주 토요일마다 낡거나 망가진 집을 찾아 집수리를 지원해 준다. 9년 동안 한부모 가정, 독거노인, 기초생활수급자, 소년소녀가장세대, 장애인 가구 등을 대상으로 지금까지 60여회에 걸쳐 이웃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이들의 활동은 낡은 벽지를 갈고 장판을 바꾸는 등 단순한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설비, 인테리어, 전기 등 3개의 팀을 나누고 기술 위원의 자문을 받아 체계적으로 주거 환경을 개선한다. 누수 문제가 있는 싱크대를 새로 제작하며 낡은 가구를 다시 조립하고 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구해준다.  특히 봉사단은 집수리 활동 전 현장점검을 통해 대상자와 만나 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대상자의 가족에 관한 이야기,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등의 이야기를 들으며 속상했던 마음을 어루만진다. 또 건강 상태는 어떠한지, 질병이 있으면 어떤 방법으로 관리하는지를 듣는다. 공사 전 이뤄지는 이 같은 선행작업은  ‘대상자 맞춤형 주거 환경’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봉사단이 가장 뿌듯한 순간. 그것은 바로 새롭게 환골탈태(換骨奪胎)한 자신의 집을 바라보고 있는 대상자들의 환희에 찬 표정을 볼 때다.  9년째 쉴 새 없이 이뤄졌던 열정과 노력이 담긴 봉사단의 전방위적인 활동 덕에 수원 관내는 과거에 비해 주거 환경이 개선된 집들이 늘어나며 지역 곳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낡은 집에 살면서 마음까지 망가진 사람들이 있기에 봉사단은 계속해서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올해는 집수리 활동에 한정되지 않고 복지 시스템 연계 활동 등을 통해 이웃 간의 정을 나누는 다양한 봉사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최경현 또봄 주거환경개선봉사단 총무는 “집수리 활동을 통해 낡고 망가진 집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도 고친다고 생각한다. 항상 이들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며 “모두가 주거 걱정 없이 편하게 살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홀로서는 우리, 함께해”…‘청자기’ 이야기 [함께 토닥토닥]

“홀로서기는 혼자가 아니라 함께 하는 겁니다.” 염복영씨(22·수원시)의 홀로서기는 울타리와도 같던 그룹홈을 떠난 2021년 2월부터 시작됐다. 초등학생 때부터 가정폭력에 시달렸던 그는 쉼터에서 6개월가량을 보낸 뒤 그룹홈으로 거처를 옮겨 성장하고 세상과 부딪히는 법을 배웠다.  하지만 세상에 오롯이 홀로 서야 하는 자립은 그에게 또 다른 산이었다. 막막함과 우울함이 커지자 염씨는 누구라도 만나야겠다는 마음 하나로 ‘청자기(청년들의 자립 이야기)’의 문을 두드렸다. 이 곳에는 염씨와 비슷한 이유로 시설 등에서 보호를 받다 퇴소 나이가 돼 홀로서기를 한 청년들이 서로 응원하고 다독이며 지지를 해주고 있었다.  염씨는 “먼저 자립한 언니, 오빠들이 자신보다 후배들을 살뜰히 챙겨주는 모습에 감동했다”며 “나도 도움을 받았으니 이젠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고 싶다는 마음뿐”이라고 털어놓았다. 아동복지시설에서 퇴소하거나 가정위탁이 종료되는 만 18세 이상 자립준비청년에게 홀로서기는 세상에 발을 내딛는 새로운 출발이다. 자립준비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홀로서기를 하며 겪는 우여곡절도, 어려움도 많다. 도내 자립준비청년은 1천800여명. 전국 자립준비청년 가운데 16% 정도가 거주하고 있다. ‘청자기’는 이런 자립을 앞둔 후배들, 홀로서기를 막 시작한 청년들의 건강한 자립을 위해 멘토링과 제도·정책개선 활동을 다방면으로 이어오고 있다. 쉼터나 그룹홈 등 보호시설에서 벗어나 자립을 준비하는 이들이 함께 서로를 지탱하는 모임으로 2021년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기지역본부가 경기도내 홀로서기를 준비하는 청년들을 위해 마련한 연결망이다. 현재 8명이 활동 중인 이들은 이제 막 보호가 끝나 사회에 홀로 서야 하는 막막한 심정을 알기에 서로에게 손을 건네고 다독인다. 정기모임뿐 아니라 후배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자립 경험담을 풀어낸 에세이집을 출간해 서로 터놓는 소통의 장을 만들고 있다.   자립준비청년들을 위한 정책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자립기반 강화를 위한 국회 토론회에 참석하는가 하면 지역사회의 협력의 중요성을 알리고 촉구하는 각종 캠페인에도 참여했다. 올해도 이들은 서로를 연결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자립 교육 프로그램 ‘우리들의 자립 온도, 20도’를 기획해 도내 곳곳의 자립을 준비하는 이들과 만나며 든든한 선배가 돼주고 있다. 청자기 활동가 현진씨(26·군포시)는 “서로의 처지를 나누는 과정을 통해서 나 같은 사람이 혼자만 있다는 게 아니란 사실을 알게 된다”면서 “고민과 어려움을 함께 나누며 더 많은 자립준비청년들과 멋지게 성장하고 싶다”고 밝혔다.

재능기부 공동체 배·나·페 “그림 그리며 세상과 소통해요” [함께 토닥토닥]

“발달장애아동 어머니들은 항상 아이와 긴장감을 안고 사느라 위축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함께 모여 그림 그리기 활동을 할 때 느끼는 행복감은 말로 다 할 수 없습니다.” 이천 지역에서 2년 가까이 활동하고 있는 재능기부 공동체 ‘배·나·페(배우고 나누는 페이스 페인트)’. 이들은 마을 축제, 기관 등 곳곳에서 남녀노소 모두의 얼굴과 손에 각양각색의 그림을 그려주며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배나페가 여느 페이스페인팅 활동 단체와 특별히 다른 점은 회장을 비롯한 회원 모두가 발달장애, 자폐 아동을 둔 어머니들이라는 것이다. 이들의 인연은 지난해 초 공예전문 교육기관 ‘국제아트아카데미’에서 활동하던 이영숙 지부장이 이천 설성면에서 장애인을 대상으로 페이스페인팅 수업을 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이 지부장은 페이스페인팅에 큰 관심을 보인 발달장애 아동 어머니 4명에게 그림을 가르쳐줬고, 때마침 설성면이 주관한 한 행사에 함께 참여해 발달장애 아이들의 얼굴에 그림을 그려줬다. 이날 아이들이 “놀이공원에서 그린 것보다 더 예쁘다”며 좋아하자 그 모습을 본 다른 장애 아동 어머니들이 하나 둘 동참, 같은 해 2월 15명의 어머니들로 ‘배·나·페’가 결성됐다. 배나페 회원들은 발달장애 아동을 돌보는 부모의 마음으로 장애 아동들을 달래며 그림을 그려줄 때 가장 큰 행복감을 느낀다고 입을 모은다. 이 회장은 “발달장애 아동은 갑자기 움직이거나 소리를 지르는 등 돌발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다른 단체와 달리 우리는 아이들의 행동을 이해하고 기다려줄 수 있고 그 아이들이 기뻐할 때가 가장 뿌듯한 순간”이라고 웃어보였다. 특히 올해에는 이따금씩 행사 주체로부터 지원받는 재료비 일부를 모아 어려운 이웃들에게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배나페의 유일한 소망은 지역에서 배나페가 좀 더 많이 알려져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많아지는 것이다. 이 회장은 “장애 아동 어머니들이 세상과 소통하고자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주고 많은 행사에 초대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지난해 초 장애 아동 어머니 몇명의 모임이 배나페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큰 도움을 준 최숙현 당시 설성면 평생교육사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성남 한마음 봉사단 “사랑의 빨래… 어르신 시름도 지워요” [함께 토닥토닥]

“얼마 만에 느끼는 뽀송한 이불인지…. 덕분에 이번 여름을 잘 보낼 수 있겠어요.” 20여 년을 홀로 살아온 신정선 할머니(82·가명)는 장마를 앞두고 이불 빨래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었다. 집에 있는 세탁기로는 부피가 큰 이불을 빨 수가 없어서다. 이와 함께 관절염으로 거동이 불편해 계단 오르내리기는 커녕 지팡이가 없으면 걷기도 어렵다. 혼자 밖으로 나가는 건 상상도 못하고 직접 이불을 들고 세탁소까지 가는 건 꿈도 못꾸고 있었다. 주변에 살고 계신 어르신들도 마찬가지였다. 몸이 불편한 홀몸 어르신들은 건물이 빽빽하게 들어선 주택가에 많이 살고 계시는데 소형차 한대가 겨우 지나갈만큼 좁다. 이런 골목 사이까지 빨래업체가 수거하고 다시 갖다 주기에는 힘든 상황이다. 이처럼 안타까운 상황에 놓인 어르신들을 위해 이불빨래 지원서비스에 나선 이들이 있다. 성남한마음봉사단이 주인공으로 분당노인종합복지관에 이불빨래 지원서비스를 위해 모였다. 이들은 홀몸 어르신 20가구를 방문해 이불을 수거했고 22가구의 이불빨래를 도왔다. 어르신들이 편안하게 주무실 수 있도록 도심 골목골목을 직접 찾아다니며 비지땀을 흘렸다. 빨래지원 서비스를 받은 한 할머니는 “몸이 불편해 밖에 나가 돌아다니기도 어렵고 계절도 바뀌어 마침 이불 빨래가 필요했는데 이렇게 직접 와서 가져가고 다시 갖다 주니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봉사단은 코로나가 시작된 지난 2020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해 지난해 200여가구, 올해 160여가구 등 지금까지 1천가구의 빨래를 도우며 이웃들과 포근한 온정을 나눴다. 30여년 전 취약계층의 생활상 불편함과 어려움을 덜고자 설립된 봉사단은 현재 40여명이 활동 중으로 3년 전부터는 생활지원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금은 성남지역 복지기관들과 연계해 밑반찬 및 필요 물품 후원활동과 전등교체 지원봉사, 빨래지원 서비스 등 취약계층을 위한 봉사를 펼치고 있다. 정우영 성남한마음봉사단장(62)은 “봉사를 하면서 힘들고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러나 누군가 해야 할 일을 먼저 하지 않으면 아무런 변화도 없고 사회적으로 변동이 없다고 느낀다”며 “누가 시켜서보다는 내가 스스로 마음을 먹고 각오를 다지면서 시작하는데 지금까지 봉사활동을 이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도 끝났으니 이제 다시 어르신이나 장애인들과 같이 밖으로 나가 함께 호흡하고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펼치고 싶다. 그러면서 앞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계속 찾아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수원 소담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장애 넘어 ‘자신감 무장’… 희망꽃 핀 일터 [함께 토닥토닥]

“도전보다 포기란 단어가 익숙했던 삶도 변화할 수 있겠다는 용기를 얻었어요.” 평범한 일상을 꿈꾸던 이들이 이제 더 큰 목표로 나아갈 자신감을 갖게 됐다. 불편한 몸이지만 매일 아침 일터로 나가는 중증 장애인 10명의 이야기다. 장애로 취업을 포기한 채 지냈지만 근로자로서 월급까지 받으며 ‘직장’이라는 공동체를 구성, 서로 이끌고 당기면서 새로운 용기를 얻고 있었다.  15일 오후 1시께 찾은 수원특례시 장안구 소담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곳은 장애인 권익 활동에 쓰일 노래 개사와 율동 창작을 위한 열기로 가득했다. 말을 더듬거나 움직임도 자유롭지 않아 속도는 다소 더뎠지만, 서로를 격려하며 일의 완성도를 높여 나갔다. 개사한 노래를 틀리게 부르거나, 안무를 헷갈리기도 했지만 모두의 입가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20대에서 60대까지 세대를 떠나 모인 이들은 지체·발달·지적·시각장애 등 서로 다른 중증 장애를 갖고 있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앞이 보이지 않아 외출도 어렵지만, 이곳에 들어오면 장애는 더 이상 ‘걸림돌’이 아니게 됐다.  경기도 권리중심 중증 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에 선정, 올해 12월까지 여느 직장인처럼 사무실에서 근무하기 때문이다. 각자 출퇴근 시간은 조금씩 다르지만 평균 4~5시간 동안  '장애인'을 위해 일한다. 주로 하는 일은 노래·춤·드로잉 등으로 장애인 권익을 알리는 캠페인에 나서거나 장애인 편의 시설 모니터링 등이다.  퇴근 후에는 ‘끄적끄적’  동아리 활동으로 미술·체육 활동 등 다양한 취미 생활도 즐긴다.  선천적 소아마비 등으로 46년간 휠체어 생활을 하고 있는 허재희씨(68·여)는 “일 할 수 없단 좌절감을 안고 살았는데, 센터에서 번 생애 첫 월급으로 남편과 딸들에게 용돈을 줬을 때 기쁨은 절대 잊을 수 없다”며 “나도 이제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용기와 자신감을 얻게 됐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중증 지적장애인 조혜진씨(28·여)는 “주변에서 저에게 성격이 정말 많이 긍정적으로 변했다고 하더라. 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곳에서 일하는 게 재밌고 즐겁기 때문”이라며 “일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들에겐 또 다른 소망거리도 생겼다. ‘나는 할 수 없다’는 생각에 갇힌 장애 동료들도 자신들과 같은 용기를 갖게 해주는 것이다.  근육병 중증장애인 박재숙씨(56·여)는 “여기 있는 모두가 함께 어려움을 헤쳐나갈 동료들이 생긴 것, 직접 일을 하고 돈 벌 수 있다는 것에 행복해 한다”며 “불편한 몸이지만 남들 못지 않다는 자신감으로 이제는 다른 장애 동료에게 지금 우리의 모습을 알려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엄의수 소담장애인자립생활센터장은 "3개월 전만해도 '일을 할 수 있을까'는 우려와 두려움으로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던 중증 장애인들이 이제는 자심감이 넘치고 있다"며 "일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하면서 '중증 장애인은 일하지 못한다'는 생각의 족쇄를 풀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