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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복장애 절망 딛고 ‘모세의 기적’ 불러요 [함께 토닥토닥]

성악으로 감동 전하는 조영애·박모세 모자…5살부터 노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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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동안에 할 일이 또 하나 있는 ‘아들’과, 바람부는 벌판에 서있어도 외롭지 않은 ‘어머니’가 있다. 성악이라는 장르를 큰 줄기로 세상에 아름다운 감동 씨앗을 뿌리고 있는 조영애·박모세 모자(母子) 이야기다.

 

‘희망을 부르는 청년’ 박모세씨(화성·31)의 인생 첫 노래는 5살 무렵 시작됐다. 신생아 때 대뇌의 70%, 소뇌의 90%를 절단한 그는 말하기도, 듣기도, 걷기도 편치 않은 상황이었지만 이때 난생 처음으로 흥얼거렸다고 한다.

 

어머니 조영애씨에겐 잊을 수 없는 과거, 그는 지난 날을 회상했다.

 

“모세는 중복 장애인이에요. 임신하고 4개월쯤 알았죠. 병원에서 초음파 검진을 받았는데 ‘산모 자궁 혹은 아이 머리에 무언가가 있다.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고 하더라고요. 알고보니 아이 머리 뒤쪽 부분에 뼈가 형성이 안 돼서 탁구공만한 구멍이 있었고 그 안에 있어야 할 뇌가 밖으로 흘러나와 있었던 거래요. 저는 그게 무슨 말인지 이해도 못했고 큰 충격에 빠졌어요”라던 조씨는 “주변에서 아이를 포기하라고 권유했지만 그때 아이의 첫 태동을 느끼고 ‘인위적으로 생명을 해하지는 말자’는 생각이 들면서 모세를 놓지 않게 됐어요”라고 입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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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 '한길학교'의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는 박모세씨(오른쪽)와 그의 어머니 조영애씨가 교내에서 인터뷰를 진행한 뒤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곽민규·김다희PD

 

조씨에게 아들 모세는 ‘앵무새’ 같았다고 한다. 그는 “모세는 5살 때 처음으로 말을 했어요. 귀에 들리는 모든 소리를 그대로 따라해서 앵무새라고 불렀는데 유독 성악 곡을 할 때 목소리가 우렁차지고 발음도 또렷해지더라고요”라며 “가족에 음악가가 아무도 없는데 우연히 모세의 재능을 발견한 셈이죠. 이후로 현재까지도 성악을 하고 있어요. 그때 만큼은 장애의 시선에서 벗어날 수 있더라고요”라고 전했다.

 

모세씨의 삶에 ‘성악’이 더해진건 10년도 훌쩍 넘었다. 그동안 수많은 공연 무대에 오르고 방송에도 출연하며 인지도를 높여오기도 했다. 2013년엔 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 개막식에서 전세계 관중에게 애국가를 선사하는 영광도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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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 '한길학교'의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는 박모세씨(오른쪽)와 그의 어머니 조영애씨가 교내에서 인터뷰를 진행한 뒤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곽민규·김다희PD

 

모세씨에게 ‘노래’는 어떤 의미일까.

 

“저는 가수 해바라기의 ‘사랑으로’를 가장 좋아해요. 많은 사람들이 제 노래를 듣는다고 생각하면 부를 때마다 에너지가 솟아요. 누구나 힘들고 실패할 때가 있을 텐데 저처럼 가능성을 가지고 살다 보면 언젠가 좋은 날이 올 거에요”라고 또박또박 답하던 모세 씨는 “노래로 인해 고난이 기쁨이 되고, 절망이 희망이 돼요”라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질문에도 청산유수한 답변을 남기자 어머니 조씨는 깜짝 놀라 아들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 모세씨 역시 그런 어머니와 시선을 맞추고 “그동안 나를 이렇게 많이 사랑해주고, 이렇게 잘 키워줘서 너무 고맙고 사랑해요”라고 전했다.

 

지금이야 ‘감동의 눈물’이지만, 한때는 ‘고통의 눈물’만 흘리던 때도 있었다.

 

조영애씨는 “어느 날은 ‘더 이상 내려갈 데가 없다’는 생각이 들 만큼 힘들었어요. 희망을 가지려 해도 아픈 아이를 데리고 다니며 이런저런 일을 하려니 지치더라구요. 남편이나 저나 형편 때문에 힘들어 하고 있을 때 옆을 보니 아이가 저를 보고 해맑게 웃었어요”라며 “내가 ‘살아만 달라’고 했던 아이, 소중한 이 아이를 보며 제 고통은 욕심이고 사치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때부터 있는 그 모습 그대로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 것 같아요”라고 설명했다.

 

한편으로는 큰 딸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 조씨는 “모세에게 몇 살 차이 나지 않는 누나가 있는데 신경을 덜 쓴 것 같아 너무 많이 미안해요. 또 대견하고 고마움도 크죠”라며 “제 곁에 같이 무릎 꿇고 앉아서 ‘내 동생 살려주세요’하던 아이가 언제 한 번은 ‘나도 모세처럼 아프게 해주세요. 그럼 엄마랑 매일 함께할 수 있잖아요’ 해서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기도 했죠”라고 했다.

 

문득 그 딸은 어머니에게 “천국은 어떻게 생겼어요?”라는 질문을 건넸는데, 이때 어머니는 “지금 우리집이 천국이야”라고 답했다고 한다. 조씨는 당시를 떠올리며 “그때 아이가 행복감을 크게 느꼈던 것 같아요. 우리 가족이 모세를 통해 아주 낮은 곳까지 살펴보면서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된 계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때부터 모두가 진심으로 행복해졌고요”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모세씨는 “성악은 저에게 좋은 친구에요. 앞으로의 꿈이 있다면 더 열심히 노력해서 더 다양한 곳에서 언제든지 최선을 다해 노래를 부르는 것이에요”라고 바람을 밝혔다.

 

‘기적’을 뜻하는 모세씨의 이름처럼, 두 모자는 앞으로도 늘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했다. 조영애씨는 “장애아를 키우는 부모들이 얼마나 힘든지 저도 잘 알고 있다. 모세의 말처럼 절망을 희망으로 극복해가며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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