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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크리에이터] 상가 '텅텅' 월곶포구...희망품고 꿈틀대는 도시재생

오이도와 소래포구 사이에 있는 작은 포구 월곶. 지난 9일 찾은 이곳은 바다를 벗삼은 낭만적인 마을일 것이란 기대와 달리 을씨년스럽기 그지없었다. 가슴 뻥 뚫릴 푸른 바다가 있겠거니 했는데 웬걸, 퇴적물이 쌓인 갯벌만 보였다. 어선이 드나드는 수로는 갯벌에 묻혀 포구 기능을 상실한 상태다. 해안도로 역시 주차장으로 전락한 모습이다. 자연경관을 보며 드라이브는커녕 도로변에 무질서하게 주차한 차들 때문에 통행조차 불편하다. 눈살이 절로 찌푸려진다. 차에서 내려 해안도로를 따라 조성된 산책로를 걸어봤다. 거리에는 행인이 없고, 상가는 임대라고 써 붙인 채 텅텅 비어있다. 조개구이집과 회센터가 즐비하게 들어서 있는 전망대 앞은 더 심각했다. 빛바랜 간판만 붙어있을 뿐 3개의 점포가 연달아 공실이었다. 문 앞에는 납부서가 수두룩하게 꽂혀있거나, 폐가구 등 쓰레기만 나뒹굴었다. 하필 겨울비까지 쏟아져 온통 회색빛인 포구 풍경에 마음이 스산해진다. 저 멀리 고층 아파트가 보인다. 삭막한 이곳에서 주민들은 어떻게 생활하는 걸까, 좀 더 들여다봤다. ■공실률 넘쳐도 주민들 이용할 공간 없는 이상한 동네 시흥시 월곶은 애당초 관광지로 개발하려고 했던 지역이다. 마린월드라는 놀이공원과, 100개가 넘는 수산 관련 점포, 어시장이 들어설 계획이었다. 하지만 포구 기능을 잃자 놀이공원은 경륜장으로 바뀌고 상업 시설 자리는 모텔촌으로 바뀌었다. 관광지 개발은 대실패로 끝난 것. 포구가 활력을 잃자 영업을 영위하기 어려워진 상가들이 우후죽순 문을 닫고 있는 실정이다.도시재생기업 빌드가 지난 8월 조사한 월곶지역 점포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중앙로 상권을 제외하고 기자가 방문했던 전망대 앞 조개구이촌과포구 인근 숙박시설의 공실률은 약 35% 정도다. 그럼에도 저렴한 집값 탓에 젊은 맞벌이 부부나 청년들이 월곶에 터를 잡아 1만 7천여 명의 인구가 살고 있다. 한 주민이 넌지시 얘기한다. 공실률 넘쳐나지만 지역민들이 이용할 공간은 없는 이상한 동네라고. 그의 말이 맞다. 기자도 월곶 한 바퀴를 돌아보며 연신 두리번 거려 봤지만, 거주하며 필요한 외식 공간도 마땅치 않고 의료교육 등의 공간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특히 일부 아파트 주변은 모텔이 밀집되어 자녀 키우는 거주자는 불안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버려진 공간 재생...월곶에 생명을 불어넣는 청년들 막막한 실정 속에 그나마 주민들에게 위안이 되는 건 소수의 청년들이 마을재생에 뛰어들었다는 점이다. 그 중심에는 빌드 임효묵 대표(38)가 있다. 빌드는 도시재생을 위한 프로젝트 그룹이다. 관광지를 재개발한다기보다 버려졌던 공간을 지역주민에게 필요한 공간으로 만드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더불어 지역주민을 위한 커뮤니티를 구성해 월곶을 살기 좋은 마을로 탈바꿈하려 노력 중이다. 주민을 위해 빌드가 만든 첫 번째 공간을 찾아가 봤다. 4년 동안 공실이었던 상가 공간에 자리 잡은 바오스앤밥스. 지역에서 수확한 농산물을 재료로 활용하는 로컬푸드 레스토랑이다. 탁 트인 갯벌 전망과 계절마다 바뀌는 메뉴로 주민들이 즐겨 찾는 공간이 되었다고 한다. 육아 환경을 위해 식당 내 작은 놀이방도 마련돼 있다. 주민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느껴진다. 이 레스토랑을 주목할 점은 시흥 시민의 펀딩으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시민 주주 57명이 참여했고, 입구에 참여자 이름이 새겨있다. 바오스앤밥스는 시민들과 함께공간을 만들어나가고그 이득을 시민들에게 돌려주며 지속 가능한 자족도시를 만들어간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빌드가 만든 두 번째 공간은 월곶동책한송이라는 북플라워 카페다. 공실이었던 조개구이 건물을 빌려 개조했다고 한다. 서점도, 꽃집도 없었던 월곶에 한 장소에서 책도 보고 꽃도 사고 차도 마실 수 있는 공간이 생긴 셈. 이곳은 마을 활성화를 위해 사랑방 역할을 하기도 한다. 지역 주민인 월곶의 엄마들이 육아하는 여성을 위한 모임의 장소로 이용하는 것. 지금은 코로나 시국으로모임이 중단된 상태여서 썰렁하다. 임효묵 대표는 육아 가구가 약 48%에 달하는 곳이지만, 엄마들이 자신을 위한 시간과 공간을 가질 수 없는 상태였다. 이곳에서 엄마들이 모여 유대관계도 갖고, 개인과 지역에 필요한 것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며 활발한 마을로 가꿔 나갔으면 한다고 동네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해 줬다. ■주민이 건물주가 되고 이익 돌려받는 시민 자산화 추진 최근에는 주민들이 자금을 모아 건물의 주인이 되는 '시민 자산화'도 추진 중이다. 바로 빌드가 만든 세 번째 공간인 실내 놀이터 바이아이를 통해서다. 바이아이는 현재 시흥시가 매입한 건물을 시세 절반 수준으로 임대 받아 운영하고 있다. 향후에는 빌드와 월곶 주민들이 사들일 예정이다. 임 대표는 주민들이 출자해 건물 주인이 되고, 함께 운영하면서 공간을 이용하는 형태다. 여기서 발생한 이익은 다시 주민들에게 보상된다며 이러한 구조가 지속 가능성의 중요한 장치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빌드는 월곶식탁이라는 공간도 마련했다. 로컬푸드 직거래매장이자 공유주방이다. 주민들은 이곳에서 요리 수업도 진행할 수 있다. 또한 지역 내 생산과 소비자를 연결해 지속 가능한 지역생태계를 만들어가는 지역형 신선식품 유통 '팜닷'도운영하고 있다. 이로써 농가 네트워크와 식품 판매 및 유통, 매장 운영까지 선순환되는 가치사슬을 만들어가고 있다. 다만 안타까웠던 부분은 기자가 돌아본 모든 매장에 직원만 있었다는 점이다. 평일이고 코시국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손님 한 명 없다니,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임 대표도 그저 잘 버티는 것, 잘 유지하는 것이 목표라고 할 정도. 삭막해 보이기만 했던 월곶에 빌드가 희망을 주고 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마을재생 프로젝트가 무리수 일지, 신의 한수가 될지는 아직 모른다. 그저 빌드와 주민들의 의지로 언젠가 월곶이 활력 넘치는 아름다운 포구가 되길 바래본다. 글사진=황혜연기자

[우리동네 크리에이터] 아버지에게 권하고 싶은 약주…‘임금 누룩’으로 빚은 꽃막걸리

기자의 아버지는 술 중에 유독 막걸리를 좋아하신다. 곡식으로 빚어 건강하고 값싸다는 게 이유다. 너무 많이 마시지 마라는 어머니의 걱정은 아랑곳 않고, 한 잔 한 잔 드실 때마다 어, 좋다를 후렴구처럼 되뇌시며 이건 약주니 괜찮다고 농담하신다. 애주가 아버지의 흰소리 섞인 술 예찬 같지만 그 말도 틀리지 않은 것이, 과거 조상들이 빚은 우리 전통주는 약재를 넣어 약주라 불리기도 했다. 다만 아버지가 사 드신 ○평막걸리, 장○막걸리 등 요즘 집 앞 마트에 깔린 막걸리들이 약주라 할 수 없을 뿐이다. 시중에 판매되는 막걸리 대부분 일본식 공정으로 발효한 결과물로 우리 선조가 마셨던 술의 제조 방식과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아버지도 알고 계시지만 마음 편히 마시기 위한 핑곗거리가 필요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왕 마실 거면 제대로 된 전통주를 드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쯤, 귀가 쫑긋할 만한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3대째 가업을 이어 조선시대 선조들이 빚었던 약주를 그대로 재현해내고 있는 장인이 있다고. 바로 한통술 김용완 대표(68)다. 전통방식으로 만든 막걸리가 궁금했던 터라 여지없이 바로 달려갔다. ■세 차례의 담금과 100일의 숙성 한통술은 동두천시 왕방산 깊은 산골 마을 언덕배기에 자리 잡고 있다. 지난 2일 이른 아침 수원에서 차로 2시간 30분 달려 도착한 한통술 양조장에는 고소한 고두밥 냄새가 가득했다. 포천에서 자란 기찬쌀과 왕방산의 맑은 물로 짓은 고두밥을 식혀 밑술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범상치 않은 기백이 느껴지는 한 어르신이 반갑게 맞아주신다. 1922년 경남 지역 최초로 마산대동양조장을 설립한 할머니의 뒤를 이어 평생을 전통술과 함께 해 온 김 대표다. 어려서부터 직접 누룩을 띄우고 정성껏 술을 빚던 할머니를 지켜본 덕에 그는 자연스럽게 한국술의 가치를 이어오고 있다. 그의 손을 거치면 고문헌에 기록으로만 존재했던 전통주가 되살아난다. 조상들은 다양한 약재와 약꽃으로 술을 즐겨 빚었는데, 특히 구절초와 연꽃을 넣어 애주연화주로 불리던 전통주가 그의 손을 거쳐 한통의 구절초꽃술,한통의 연꽃담은술로 새 생명을 얻었다. 한통술 꽃막걸리는 세 차례의 담금과 100일의 저온 숙성을 거쳐 느리게 탄생한 삼양주다. 전통주는 몇 차례 빚어 발효하느냐에 따라 단양주, 이양주, 삼양주로 구분한다. 고두밥과 누룩을 한 번에 발효시켜 일주일이면 완성되는 단양주는 대부분의 시중 막걸리이며, 삼양주는 밑술에 덧술을 두 차례 더 한 그야말로 명품술이다. 세 차례 빚은 술은 15도~16도에서 발효시킨 뒤 영하 3도에서 100일 숙성한다. 발효실에 들어서자 탁주발효조라 적힌 커다란 발효통들 안에 만병 분량의 막걸리가 익어가고 있었다. 김 대표가 뚜껑을 열자 숙성 과정에서 나온 탄산이 보글보글 소리를 낸다. 김 대표는 술을 발효할 때 누룩 속 미생물들이 고두밥과 만나면 쌀의 전분을 분해해 알코올을 생성하고, 탄산이 발생한다. 탄산에는 여러 가지 유해 물질이 포함돼 있는데, 이를 장시간 숙성해 완전 발효를 거치면 탄산과 함께 유해균도 사라진다. 때문에 한통술 꽃막걸리는 마신 뒤에도 머리가 아프거나 숙취가 없이 속이 편안하다고 설명했다. ■향온곡 넣어 빚어낸 귀한 술 한통술의 꽃막걸리를 표현하는 또 다른 수식어는 임금의 술이다. 왕에게 진상하는 어주(御酒)를 만들 때 쓰는 특별한 누룩 향온곡으로 빚기 때문이다. 향온곡에는 알코올 해독 작용을 하는 녹두가 들어간다. 궁중에서 술 한잔조차 왕의 건강을 위해 온 정성을 다했듯, 한통술도 건강한 약주를 만들기 위해 정성을 쏟고 있는 것이다. 김 대표는 좋은 술을 빚는 첫걸음은 좋은 누룩을 확보하는 일이라며 서슴없이 누룩실을 공개했다. 문이 열리자 온기가 돈다. 좋은 누룩이 만들어지기 위해선 따뜻한 온도가 필수라 항상 30도로 유지된다고 한다. 마음이 안락해지는 노란빛의 황토방에 볏짚이 깔린 누룩장 칸칸마다 향온곡이 빼곡하게 채워져있다. 한통술의 자부심이다. 이제껏 한 번도 누룩을 본 적이 없는 기자는 막연히 메주처럼 생기고 퀴퀴한 냄새가 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전혀 아니었다. 녹두와 보리, 밀로 만든 향온곡은 마치 지점토를 둥글게 뭉쳐놓은 듯 하얗고 단단했으며, 어떤 향도 나지 않았다. 김 대표는 발효를 시작하면 향이 나기 시작하는데, 은은한 꽃향이 나지 메주처럼 고약한 향이 나지는 않는다고 했다. ■향기로운 왕의 술...고급스러운 맛 누룩실을 나오니 김 대표가 맛보라며 한통의 구절초꽃술과 한통의 연꽃담은술을 내온다. 디자인도 일반 막걸리처럼 촌스럽지 않고 세련되고 예쁘다. 임금 누룩으로 빚은 약주라니 궁금해서 안 마시고 버틸 재간이 없었다. 알코올도수는 8도, 11도 두 종류며, 기자는 8도짜리를 마셔봤다. 분명 쌀로 만든 술인데, 각종 약재꽃향온곡이 들어가서인지 시중의 막걸리처럼 시큼털털한 향과 맛은 희미하게 가려져 있었다. 특히 한통의 구절초꽃술이 입에 찰싹 달라붙는다. 구절초꽃은 쑥과의 일종으로 몸을 따뜻하게 하는 효능이 있어 반가의 여인들이 마셨던 약주라고 한다. 패션으로 치면 한복 위에 걸친 두루마기처럼 고급스럽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꽃향기가 어우러지면서 내는 풍미가 일품이다. 한 모금 머금으면 혀끝에 살짝 감도는 단맛과 함께 알싸한 향이 입안에 확 퍼진다. 1만 5천 원이 아깝지 않은 맛이다. 막걸리에 거부감이 있거나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사람들도 거부감 없이 마실 수 있도록 부드럽게 넘어간다. 목을 넘어간 후에도 묵직하면서도 달콤한 향이 입안에 계속 머물며 여운을 남긴다. 섬세함과 우아함을 동반한 고급스러움이 가히 왕의 술이라 불릴 만하다. 한통술은 공유 양조장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김 대표는 문하생 100명을 선발해 전통주 제조법을 가르치고, 하나의 공유 양조장에 각각의 공간을 만들어 특별한 술을 빚어내는 프로젝트를 시와 협업 중이다. 사람들에게 동두천 가면 100가지 전통주를 마셔볼 수 있다는 것을 떠올리게 하고 싶다고 밝혔다. 우리의 전통주를 계승하고 대중화 확산에 이바지하겠다는 김 대표의 다짐. 그리고 동두천을 상징하는 양조장이 되고자 하는 한통술의 여정이 기대된다. 김 대표와 얘기를 나누며 꽃막걸리를 음미하다 보니 문득 아버지가 생각난다. 이제 막걸리를 약이라고 하는 아버지 말씀에 딴지 걸 마음은 없다. 시중의 값싼 막걸리라도 술 한 잔에 걱정도 좀 잊고, 미간 쭉 펴고 웃기도 하면 그게 약이겠지. 하지만 귀한 약재와 누룩으로 빚은 한통술 막걸리를 알게 된 이상 아버지에게 이 약주를 한잔 따라 드리고 싶어진다. 기자처럼 집안 어르신이 막걸리를 좋아하신다면 집에 들어가는 길에 좋은 약주 한 병 사 들고 가 효자효녀 노릇 해보는 건 어떨까. 막걸리 한잔 노래를 읊조리며! 글사진=황혜연기자

[우리동네 크리에이터] ‘메타버스’로 수원 근대역사 재구현한 17정글

메타버스를 아시는지. 요즘 IT업계의 화두라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 모두가 이해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그저 열풍이라고 하니 모르면 뒤처질까 봐 관심을 갖는 정도다. 메타버스는 가상을 뜻하는 메타(Meta)와 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일종의 3차원 가상세계다. 메타버스 속에서 사람들은 각자의 아바타로 소통하고 이들의 교류 속에서 현실과 유사한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이뤄진다. 그렇다면 '메타버스'로 문화 체험을 하게 되면 어떤 모습일까. 아직 막연하고 상상이 안되지만 하나하나 시도해 보는 연구자들에 의해 미래 모습을 그려볼 수 있지 않을까. 최근 수원시의 근대역사 문화 체험을 메타버스 디지털 맵으로 재구현한17정글 김소연 연구원(25)을만나 메타버스 속 문화 세계를 들여다봤다. ■방화수류정나혜석거리 등 수원 문화 투영된 가상세계 17정글은 경기콘텐츠진흥원이 마련한 수원시 경기XR센터에 입주한 스타트업이다.지난 22일 이곳에 도착하니 4인 사무실의 작은 공간에서 김소연 연구원이 직원들과 함께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한 문화 콘텐츠 제작에 한창이었다. 콘텐츠는 100년 전으로 떠나는 수원 근대역사기행이다. 일제 강점기 수원지역 만세운동의 발화지 방화수류정과 한국 최초 여성 서양화가이자 독립운동가인 나혜석(1896~1948) 선생을 기리는 나혜석거리, 삼일학교의 상징 아담스 기념관 등 다양한 인문기행 코스와 문화재를 360도 영상과 3D공간으로 제작해 메타버스 플랫폼인 게더타운(Gather Town)에 구현했다. 게더타운은 자신과 닮은 아바타를 생성해 가상세계에서 활동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현재 구현 완성 단계에 이르렀으며, 오픈은 10월 말예정이다. 아직은 메타버스라는 말 자체가 낯설고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해도가 낮은 일반인들도 쉽게 이용할 수 있을까? 다행히 이용방법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VR 기기처럼 접속할 기기나 별도 소프트웨어 설치가 따로 필요하지도 않다. 이용자는 컴퓨터나 스마트폰에서 해당 앱을 다운받아 접속한 뒤 개인 아바타를 만들고, 게더타운 안에서 수원 근대역사 기행 링크를 클릭하기만 하면 문화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다. 김소연 연구원은 메타버스는 사전 지식이 없어도 컴퓨터와 모바일을 다룰 줄 안다면 누구든 쉽게 이용할 수 있다. 많은 분들이 수원 근대 역사를 메타버스 통해 체험하고, 관광하면서 편하게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게임, 매장 구축...소통과 유통이 공존하는 플랫폼 17정글 연구팀은 게더타운 내에 수원 지역 관광 활성화를 위한 매장들을 구축하고, 보물찾기와 퀴즈 등 게임 콘텐츠와 각종 상품이 내걸린 이벤트도 선보일 예정이다. 이용자가 개인 아바타를 내세워 다양한 공간을 돌아다니며 다른 이들과 소통하고 게임까지 함께 할 수 있는 것. 이는 앞으로 다가올 메타버스 환경에서 문화 체험뿐 아니라 사람들과 친목을 도모하고, 실시간으로 지역 상품 구매도 가능한 신규 플랫폼으로 향후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 연구원이 메타버스에 수원을 적용시킨 건 지역에 대한 애정과 안타까운 마음이 공존해서다. 아주대학교에서 미디어를 전공한 그는 수원에서 학교를 다니다 보니 우리 동네가 근대 역사와 문화재로 가득하다는 걸 알게 됐다. 그런데 의외로 지역 주민들조차 잘 모르더라며 특히 화성행궁처럼 보존되고 있는 문화재도 있지만 수원극장처럼 없어진 것들은 볼 수가 없으니 아쉬움이 컸다. 전공을 살려 수원의 옛 모습을 재구현해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로컬 크리에이터 타운을 도입하는 것도 목표다. 크리에이터들이 운영하는 온라인 매장을 게더타운 안에 입점시켜 소통과 판매를 함께 도모할 계획이다. 김 연구원은 현실에선 크리에이터들끼리 소통할 기회가 거의 없다. 마치 한 마을에 모두 모여있는 것처럼, 메타버스에 한데 모여 색다른 방식으로 소통하고 제조, 판매, 홍보, 매장 운영에 협업을 하며 서로에게 시너지 효과를 주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로블록스로 역사 체험하는 블루문 시간탐험대 메타버스는 게더타운 외에도 대표적인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Roblox)도 있다. 17정글 연구팀은 로블록스를 활용한 블루문 시간탐험대라는 숏폼 역사 콘텐츠도 제작한다. 블루문 시간탐험대는 레고 블록과 닮은 귀여운 아바타들이 방송국 스튜디오라는 2차원 그래픽 공간에서 매일 랜덤하게 열리는 시간탐험 문을 통해 역사 속 여행을 다니는 내용이다. 아바타들의 춤 동작과 표정까지 세세하게 구현해어린이들이 재밌게 체험하며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 연구원은 코로나19 장기화로 비대면 사회가 가속화되면서 메타버스는 일시적 유행이 아닌, 인류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꿀 하나의 트렌드가 될 것이라며 문화, 교육, 유통 등 다양한 분야를 놀거리처럼 부담 없이 활용할 수 있도록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이용자들의 편의와 재미를 추구하겠다는 강한 의지는 브랜드명에서도 엿볼 수 있다. 17정글의 숫자 17은 플레이 버튼 아이콘 ▷이 되는데, 정글처럼 다양한 것이 존재하는 메타버스의 버튼을 누르고 들어와 즐겁게 놀자는 의미를 담았다.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갖고 있는 메타버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청년들이 이 배에 올라타지 않으면 도태될 것 같다는 느낌으로 메타버스를 창업에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때문에 무분별하게 휩쓸릴 수 있다는 우려 섞인 관측도 제기된다. 이에 김 연구원은 메타 버스는 이제 막 걸음을 내딛는 단계로, 스타트업에게 무한한 기회의 장이 될 것이다. 메타버스가 주목받는 이유를 면밀히 살펴 개별 비즈니스의 지속 가능성을 진단한 후 개척해 나가길 바란다고 예비 크리에이터들에 대한 응원과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글사진=황혜연기자

[우리동네 크리에이터] 청년들의 ‘꿈’과 ‘로컬’을 연결해 주는 창업 기획자

당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왜 그 동네에서 해야 합니까? 성공의 꿈을 안고 지역 창업에 뛰어드는 청년들이 지원사업의 심사를 받으러 가면 종종 듣는 질문이라고 한다. 로컬 크리에이터가 되기 위해선 가장 명확해야 할 로드맵이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지역에서 일하는 창업가인데, 중소벤처기업부가 내리는 정의와 요건은 꽤 까다롭다. 지역의 자연과 문화적 특성에 아이디어를 결합해 가치를 창출하는 스타트업으로 규정돼있다. 그래서 어렵다. 로컬 크리에이터 지원사업에 매년 수백 명의 청년들이 도전하지만, 선정되는 건 고작 20팀에 불과할 정도다. 특히 그 중에는 세간의 이목을 끄는 성공사례도 나타나지만, 적은 자본금과 경험 부족 등 여러 악조건으로 인해 실패하는 경우가 더 많다. 이런 창업 현실을 청년들에게 미리 알려주고, 교육을 통해 그들의 꿈과 로컬을 연결해 주는 선배 로컬 크리에이터가 있다. 바로 로컬멀티플라이 김미애 대표(45)다. 후배 로컬 크리에이터들이 맨땅에 헤딩을 하지 않도록 길잡이 역할을 해주는 그의 활동을 지난 8일 들여다봤다. ■후배 크리에이터 역량 키우는 선배 멘토 로컬멀티플라이는 화성시와 시흥시 두 지역을 거점으로 두고 있다. 당신과 로컬을 연결합니다라는 비전으로, 해당 지역에서 청년들이 로컬 크리에이터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교육은 창업 멘토링과 지역사회 연계, 네트워크 조성, 협업 프로젝트 등으로 구성된다. 지역별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화성시에서는 크리에이터들의 소통과 협업의 장을 마련해 주는 로컬브릿지 밋업데이, 콘텐츠 제작을 함께해 주는 민지의 방, 문화적 도시재생 사업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스트릿 큐브 스테이지 등이 있다. 시흥시에서는 시가 주최하는 청년 문화기획 교육을 위탁받아 진행한다. 피아니스트이자 문화예술단체 앙상블온 출신인 김 대표가 직접 멘토가 되어 총괄 주관하는 것이다. 청년들에게 로컬멀티플라이 김 대표는 자신들의 역량을 키워주는 든든한 촉진자인 셈이다. 김 대표에 따르면 크리에이터들이 지역 기반의 활동을 이어가면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 외로움을 꼽는다고 한다. 홀로 기존에 없던 방식을 찾아내는 준비 과정이 쉽지 않을뿐더러, 막상 창업을 시작해도 여러 난관에 부딪히지만 조언하나 받을 곳이 없다는 것. 김 대표는 대부분 자본금이 넉넉지 않아서혼자 작업하거나 작은 공동체를 만들어 활동한다. 인적 네트워크가 좁다 보니 힘든 순간을 마주하면 내가 왜 이렇게 살고 있지?, 나만 이렇게 힘든 건가 등의 생각을 하면서 노력에 대한 의심과 회의감을 느끼기 일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비슷한 입장에 있는 사람들과 교류하며 답을 찾거나 서로 위로받고 응원하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그래서 연대와 네트워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청년 문화기획 교육 사업 멘토링 기자가 찾은 날은 시흥시 월곶동에서 청년 문화기획 교육 멘토링이 진행되고 있었다. 청년문화기획 교육과정은 기초이론, 커뮤니티 형성, 아이디어 발굴, 공동기획 및 개발,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젝트 등을 실행한다. 교육과정을 통해 배출된 인원들은 시흥 지역 문화예술분야에서 활동하게 된다. 교육에 참여한 권태경씨(33)는 예전부터 문화 활성화 사업에 관심이 많았는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 청년문화기획 교육을 듣고 도움이 많이 됐다. 특히 답답한 부분이 있으면 김미애 대표님이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조언을 해주신 게 컸다. 좋은 팀원까지 연결해 줘 덕분에 법인 등록(창업)을 하고 기획 단계까지 올 수 있었다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멘토링을 받는 청년 중에는 문화 콘텐츠 전공인 대학생도 있어 눈길을 끌었다. 김정현군(20)은 지역 문화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는 게 목표다. 시흥에는 아직 개발 안된 유휴공간이 많은데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으로 만드는 걸 기획하고 있다. 아직 1학년이라 배운 게 별로 없어 청년문화기획 교육을 듣게 됐는데 현역분들을 만나 많은 도움과 동기부여를 받게 됐다고 말했다. ■서로 시너지 줄 수 있는 협업 파트너 지난해 1월 로컬멀티플라이를 설립하고 교육과정들을 통해 배출한 인원은 20명 정도다. 김 대표는 이들을 단순히 후배 크리에이터라고 여기지 않는다. 김 대표는 로컬멀티플라이는 로컬 크리에이터 온오프라인 플랫폼 구축이라는 미션을 품고 있다. 화성과 시흥 지역에서 다양한 후배 로컬 크리에이터들을 양성해 서로가 시너지를 줄 수 있는 협업 파트너가 돼더욱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그런데 왜 화성과 시흥 지역일까. 김 대표는 제 고향은 아니지만 화성시에서 10년째 살고 있고 시흥은 문화예술 활동을 했던 곳이다. 두 지역 모두 곳곳에서 개발이 일어나지만 신도시를 조금만 벗어나면 논밭이 있는 도농복합도시다. 빠르게 변화해 가는 지역에 다양한 사람들이 꾸준히 유입되다 보니 지역사회는 역동적이고 흥미로운 이슈들로 가득 차 있다. 그래서 빠른 지역의 흐름에 뒤처지거나 묻히지 않으려고 더 분발하고 있다. 새롭게 업데이트되는 지역 상황에 계속 관심을 갖게 되는데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그만큼 지역이 많은 가능성을 품고 있다는 의미다라며 지역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하고 싶은 일로 지역과 나 자신의 성장과 발전을 함께 이뤄 간다는 건가슴 설레는 일이다. 후배 로컬 크리에이터들과 함께 로컬의 문화를 지속적으로 가꿔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에는 지역의 고유한 자원과 이야기, 재기 발랄한 크리에이터들의 활약으로 흥미진진한 씬이 펼쳐지고 있다. 선배와 후배 크리에이터들이 힘을 합쳐 만들어가는 로컬의 무궁무진한 발전이 기대된다. 글사진=황혜연기자

[우리동네 크리에이터] ‘캣닢’으로 고양이 건강 책임지는 청년 ‘집사 농부’

길고양이를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이들은 대부분 배고픈 고양이에게 먹을 걸 챙겨주고, 다치거나 문제가 있으면 치료를 해주기도 한다. 개중에는 안쓰러운 마음에 냥줍(길고양이를 주워 집에 데려가는 행위)해서 키우는 경우도 있다. 여기, 냥줍 때문에 인생이 확 달라진 이가 있다. 바로 안성 로컬크리에이터 문현진씨(34)다.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다가 11마리 고양이를 모시는 집사가 됐고, 이윽고 직장을 나와 고양이를 위한 캣닢(Catnip)을 직접 재배하는 청년 농부까지 됐다. 그를 만나 캣닢 농사를 짓게 된 운명 같은 시간과 농업인으로써의 삶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11마리 길고양이에게 선택받다 지난 1일 찾은 안성시 공도읍 중복리. 마을에 다다르니 벼가 빽빽하게 심어진 광활한 논이 펼쳐진다. 차 한 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논길 따라 한참을 들어가자 논 한가운데 1천300㎡(약 400평) 규모의 캣닢 비닐하우스가 눈에 들어온다. 청년 농부로 변신한 문 씨가 인생 2막을 보내고 있는 삶의 터전이다. 비닐하우스에 들어가니 총 10t의 캣닢이 정식(모종을 키워 이종한 상태) 돼 있었다. 캣닢은 고양이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박하류 허브다. 반려묘를 키우는 집사들 사이에선 고양이 마약이라 불릴 정도로 핫한 식물이다. 문씨가 캣닢 농사를 짓게 된 것은 우연히 길고양이를 거둔 인연 때문이다. 5년 전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문씨는 채소 농사를 짓는 부모님을 돕기 위해 안성 농장에 들렀다가 길가에 버려진 새끼 고양이 한 마리를 구조했다. 하지만 오래 살지 못하고 20여 일 만에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문씨는 원래는 동물을 무서워했는데, 새끼 고양이를 키우며 동물이 사랑스러운 존재라는 걸 깨달았다. 애정이 커진 상태에서 고양이가 떠나니 너무 슬펐다. '펫로스 증후군(반려동물 사망 후 느끼는 우울감과 상실감)'이 왔을 정도라고 기억했다. 떠나보낸 고양이를 그리워하던 문 씨의 시선은 또다시 길고양이에게로 향했다. 농장 앞에 사료를 놓아두며 끼니를 계속 챙겨주자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한 길고양이들이 아예 눌러앉았다. 그 중 임신한 고양이가 새끼를 낳고 그 수가 점점 늘어현재 11마리가 됐다. 이렇게 문 씨는 길고양이에게 집사로선택받게 됐다. 문 씨는 열한 마리 고양이를 키우다 보니 자연스레 캣닢을 접하게 됐다. 시중에는 중국산이 많고 성분도 불분명해 호흡기 질환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 고양이들에게 좋은 것만 주고 싶은 마음에 직장을 그만두고 농장에서 캣닢을 직접 재배하게 됐다고 밝혔다. ■모든 반려묘가 고로롱 할 때까지 곰처럼 우직하게 캣닢 농사는 비교적 수월했다. 부모님을 도와 채소 농사를 지었던 경험 덕분에 캣닢 재배에 자신감이 있었다는 게 문 씨의 설명이다. 그는 캣닢을 키우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가공품 형태로 다양하게 응용하기 위해 농업회사법인 꼼냥을 세우고, 제품 판매를 위한 브랜드 고로롱도 설립했다. 꼼냥은 문 씨의 별명 곰과 고양이의 냥에서 따온 이름이다. 된소리로 귀엽게 꼼냥으로 지어 밝고 경쾌한 느낌이지만, 곰처럼 우직하게 변하지 않는 사람이 되자는 묵직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고로롱은 고양이가 기분 좋을 때 내는 소리로, 반려묘가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이름에 적용했다. 법인명과 브랜드명처럼 그는 느릿느릿 우직하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고양이에게는 이롭고 사람에게는 해가 되지 않는 정직한 캣닢제품을 개발하면서. ■집사들이 '엄지척!'...'보약 같은 캣닢 제품 지금까지 그가 개발한 캣닢 제품은 티백, 파우더, 스프레이 등이 있다. 문 씨는 캣닢에는 네페탈락톤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다. 고양이가 활동하는 영역이나 장난감에 제품을 뿌려주면 운동량, 음수량, 식욕을 늘려주고 신경안정과 스트레스 감소에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모빌 형태의 고체 방향제도 개발해 반려인이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체험 키트를 제공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안성시 농업기술센터와 협업을 통해 일자리가 필요한 이들과 함께 캣닢 쿠션도 제작하고 있다. 문 씨의 제품들은 온라인 판매를 통해 월 1천만 원이상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고양이 반려인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문 씨는 캣닢이 마약이 아닌 보약의 느낌이 들도록 연구해 대한민국 집사분들이 믿고 선택할 수 있게, 모든 고양이들이 오랫동안 건강할 수 있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검증된 제품으로 반려묘와 반려인을 만족시키겠다는 의지다. ■임신출산 고통서 벗어나도록 피임 사료 개발 캣닢으로 기능성 사료를 만드는 것도 목표다. 문 씨는 캣닢에는 피임 성분도 있다. 향후 캣닢이 함유된 사료를 만들어 길고양이들이 임신과 출산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피임 사료 개발을 위해 현재 농장 근처에 5천600평 규모의 부지를 마련해놓은 상태다. 사료를 만들 수 있는 연구소와 공장을 설립하고, 재배 단지를 확장할 예정이다. 문 씨는 대규모 캣닢 단지 조성이 완료되면 고양이의 건강을 생각한 제품 개발에 더욱 매진할 것이라며 지금은 안성의 5대 작물이 쌀배한우포도 인삼이지만, 언젠가는 캣닢을 안성을 대표하는 특산물로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농부로 산지 이제 5년, 그에겐 농부로 살아갈 날이 훨씬 많이 남았다. 캣닢 농사를 짓는 세월동안 반려인들에게 고양이의 건강을 책임지는 집사 농부라는 말을 꾸준히 듣고 싶어 한다. 소박해 보이지만 농부 문현진에게는 거대한 꿈이다. 글사진=황혜연기자

[우리동네 크리에이터] 발효 콩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청국장 어벤져스’

꼬릿꼬릿한 냄새 때문에 많은 이들이 기피하는 청국장. 아마 젊은 청년들에게 사업 아이템으로 청국장을 제시한다면 질색팔색 하며 손사래 칠지도 모른다. 소비율이 저조해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국내 청국장 소매시장 규모는 해마다 줄고 있다. 2018년에는 93.5억 원으로 2016년 대비 5.2% 감소했다. 반면 낫토 시장 규모는 2014년 100억 원을 넘어선 뒤 2017년 325억 원으로 3배 이상 성장했다. 한국의 전통음식인 청국장보다 일본의 낫토를 더 선호하는 안타까운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식품공학, 수공학, 컴퓨터공학, 기계공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발효 공방 광진기업에 한데 모여 냄새 없는 청국장을 만들며 낫또 시장의 주도권을 따라잡기 위해 힘을 합쳤다. 이름하야 '청국장 어벤져스'다. 아이언맨, 헐크, 캡틴아메리카, 토르 등 각기 다른 능력을 가진 슈퍼히어로가 뭉쳐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 어벤져스처럼 말이다. 각자의 특기를 앞세워 청국장 시장에 혁신의 바람을 일으키는 그들을 지난 17일 만났다. ■공학도들이 뭉친 최정예 발효 식품 집단 광진기업 광진기업 발효 공방은 물과 공기가 깨끗한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 열미리 숲속에 위치해 있다. 사방이 초록초록한 나무에 둘러싸여 피톤치드가 쏟아져 내리는 이곳은 일반적인 식품공장과 달리 시골 전원주택에 온 듯 친근한 느낌이다. 1층은 발효실, 2층은 R&D 연구소를 세워 발효기술 연구와 신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발효 공방에 도착하자 선우우연(41수공학) 대표와 직원들이 제품 생산에 여념이 없다. 특이한 점은 발효 공방인 만큼 특유의 콩 냄새가 조금이라도 날줄 알았지만 예상과 달리 아무 냄새도 나지 않았다. 냄새 없는 청국장을 만드는 공방에 온 게 실감이 났다. 이곳 직원들은 대표를 포함해 모두 공학도 출신인데, 그래서인지 서로 말하지 않아도 손발이 척척 맞아 일 처리가 빠른 분위기다. 모두 식품연구소, 수처리 엔지니어링 등 각 분야에서 10년 넘는 실무 경험을 쌓아온 전문가다. 청국장 생산공정 표준화를 위해 공학을 접목하고 시스템과 발효의 변수를 함께 연구하며 최적화된 레시피를 찾는다고 한다. 가장 눈에 띄는 건 건물 한쪽 벽면이 커다란 통유리로 되어 있어 야외에서도 발효 공방 내부가 훤히 보인다는 점이다. 누구나 제조 과정을 볼 수 있어 깨끗하고 안전한 제품에 대한 신뢰를 준다. 공방 안에는 청국장 발효상태 검수 작업이 한창이었다. 직원이 24시간 발효된 청국장을 꺼내 주걱으로 살짝 저어 올리며 테스트하자 나토키나제 성분이 실처럼 쭉쭉 늘어나는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었다. 자신의 취향에 맞게 발효 콩 기반의 맞춤형 디저트를 만들어 보는 체험도 할 수 있다. 기자가 방문한 이날은 공방 야외에서 5세어린이들이 청국장에 대해 배운 후과일을 넣은치즈 청국장을 직접만드는 체험이 진행되고 있었다. 냄새가 강한 보통의 청국장과 다른지 아이들이 거부감 없이 먹고 만들며 신나했다. 자녀들과 함께 온 정시안씨(가명)는 아이들이 집에서 콩 반찬이나 청국장을 해주면 안 먹는다. 콩에 대한 설명도 해주고 디저트처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색다른 청국장을 아이들에게 체험시킬 수 있어서 뿌듯하다고 말했다. ■냄새 쏙, 영양 듬뿍! 전통식품 청국장의 변신 그렇다면 냄새 없는 청국장은 대체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광진기업의 청국장 어벤져스를 연상시키는 직원들에게 묻자 좋은 재료, 균, 발효 방식 등의 차별점을 꼽았다. 재료는 경기도 최북단 청정지역인 연천 비무장지대(DMZ)의 콩과, 열미리 숲의 맑은 물만 고집한다. 김기범(37식품공학) 연구실장은 연천 콩은 전국 콩 생산량 중 1%도 생산되지 않을 만큼 귀하고, 임금님께 진상될 만큼 품질이 좋다. 또 청국장을 발효할 때 큰 변수 중 하나가 물의 질인데, 열미리는 예전부터 물이 좋은 곳으로 유명했다. 그래서 공방 입지를 정할 때 이 부분을 특별하게 신경 썼다. 때문에 저렴한 콩과 수돗물을 원료로 사용한 청국장과는 맛의 차이가 크다고 설명했다. 또 어떤 균종이 발효되느냐에 따라 맛과 냄새가 달라진다고 한다. 선우은영(37, 컴퓨터공학) 연구원은 볏짚에 묶어 자연적으로 발효시키는 전통적인 제조 방식은 고초균(유익균) 외에도 부패를 일으키거나 악취를 내는 잡균도 생성된다. 우리는 청국장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균은 그대로 두고, 냄새를 유발하거나 좋지 않은 맛을 나게 하는 균은 배제하는 식으로 균을 분리 배양했다고 밝혔다. 수년간 직원들이 머리를 맞대 탄생한 대표적인 제품은 바이오 청국장이다. 끓이지 않고 낫토처럼 아침 식사용으로 바로 먹을 수 있다. 견과류, 과일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청국장 샐러드, 치즈 청국장 등 영양가 높은 이색 간편식도 있다. 최근에는 치즈 청국장이 소비자들에게 가장 인기다. ■청국장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한 노력 이처럼 연천 콩과 열미리 물을 활용한 냄새 없는 청국장 개발로 선우우연 대표는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가 발굴한 로컬 크리에이터로 선정되기까지 했다. 청년 창업가들이 꺼려하는 분야 청국장. 선우 대표가 이토록 발효 식품 사업에 이끌려 공학도들과 함께 온 열정을 쏟아붓는 이유가 무엇일까. 선우우연 대표는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식품회사 퇴직 후 가족에게 건강한 음식을 먹이려고 직접 청국장을 만드셨는데 그 모습이 좋았다. 하지만 특유의 냄새 때문에 청국장이 식탁에서 점차 사라지는 게 안타까웠다. 그래서 냄새가 나지 않는 청국장을 만들면 청국장을 다시 사랑받는 음식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 창업을 하게됬다고 밝혔다. 그는 청국장에 대한 인식을 바꿔 낫또보다 더 세계적인 식품으로 인정받는게 목표다. 현재 낫또 형태 바이오 청국장이 하루 120kg(약 2천개) 정도의 생산량으로 많지는 않지만 꾸준히 성장시켜 판로를 넓힐계획이다. 선우 대표는 이제 시작이지만 공학 기술을 적용해 생산공정을 표준화하고, 청국장을 식사 대용으로 부담 없이 즐기실 수 있도록 지금도 많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청국장 제품을 다양하게 선보이다 보면 언젠가는 낫또 시장의 주도권을 빼앗아 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만약 로컬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청년들 중 발효 식품에 애정이 있다면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도 있으니 어렵게만 생각하지 말고 창업에 도전해 보길 바란다. 함께 우리의 전통 식품 청국장의 위상을 높이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글사진=황혜연기자

[우리동네 크리에이터] 부천 작가들과 의기투합해 '만화 예술' 알리는 아티즈굿즈

꼬꼬마 시절, 항상 곁에 있었던 존재 만화.누구나 한 번쯤 만화에 얽힌 추억이 있을 것이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없던 어린 시절을 보낸 기자에게도 만화의 존재는 특별했다. 용돈 받으면 만화방에 다 갖다 바치고, 하라는 숙제는 안 하고 만화책 보다 들켜 엄마에게 등짝 스매싱을 당한 기억, 수업 시간 선생님 몰래 책 사이에 끼워 보거나 책상 서랍 속에 숨겨 본 기억 등등. 혼날 각오를 하고 보던 만화였다. 그렇게 만화광이었던 꼬꼬마가 성인이 되고, 만화방 대신 스마트폰으로 웹툰을 본다. 세상은 너무나 빨리 변했지만, 온갖 추억을 안겨준 만화는 사회적으로 높은 가치를 인정받지도, 그에 걸맞은 대접을 받지도 못했다. 그렇기에 아직도 많은 작가들이 배고픈 직업이라는 타이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작가들에게 기회와 희망을, 그리고 만화의 가치를 부상 시키고자 노력하는 로컬 크리에이터가 있어 찾아갔다. 작가들과 의기투합해 만화 관련 굿즈를 만들며 함께 고민하는 그를 만나 우리의 소중한 만화를 되돌아보고 더욱 가까워지는 시간을 가져봤다. ■만화 천국 부천서 지역 작가 작품 빛내는 아티즈굿즈 저 부천 롯데백화점 8층에 있어요! 지난 10일 만화 마니아로써 기대를 안고 방문한 부천. 만화 천국인 이곳에서 로컬 크리에이터가 활동하고 있다는 장소는 다소 의아했다. 만화박물관, 만화영상진흥원도 아니고 백화점은 왜? 그가 알려준 곳에 도착하니 바로 이해됐다. 이곳은 부천시가 롯데백화점 중동점과 함께 조성한 창의문화공간 안마당집으로, 창작자들이 지역 기반 문화콘텐츠 작품을 전시 및 판매할 수 있도록 마련한 공간이다. 만화 굿즈를 개발하는 크리에이터에겐 최적의 장소인 것. 자연스레 만화 작품이 진열되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니 영문으로 적힌 간판이 보인다. 아티즈굿즈. 작은 매장에 들어서자 아하~하는 아는 작가들의 작품이 소소하게 보인다.혹시 그중 어린 시절 엄마의 구박을 견뎌내며 볼 만큼 좋아했던 만화작품이 있을까 싶어 두리번거려보지만 안 보인다. 남녀노소 누구나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유명한 만화 캐릭터조차도 없다. 살짝 아쉬움이 든다. 둘러보는 사이 이 브랜드를 운영하는 로컬크리에이터 김경아(53) 대표가 다가와 묻는다. 아는 작품이 많이 없으시죠? 그리곤 당연하다는 듯 웃는다. 김 대표는 아티즈굿즈는 이미 유명해진 작품들보다는 대중한테 알릴 기회가 없어 묻혀 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발굴하고 원로작가들의 작품을 재조명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의 방향성이 확실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만화 뿐만 아니라 사진, 민화도 있다. 해당 작품들은 김 대표의 손을 거쳐 패널교체형 LED무드등, 페이퍼 LED무드등, 아트 스마트톡 등의 굿즈로 변신해 있었다. 현업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관이나 박물관에서 벗어나 쉽게 일상에서 접할 수 있도록 제품화 된 것이다. ■예술을 입힌 무드등 통해 소셜미션 수행하다 그런데 많고 많은 굿즈 중 왜 무드등 일까. 이 부분에서 김 대표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단순했던 만화그림이 빛이 더해지면 더욱 감성적인 예술작품이 되어 소장 욕구를 자극하는 것.특히 패널교체형 LED무드등은 다양한 작품으로 바꿔 낄 수 있는 장점을 지닌다. 소비자는 더 많은 작가들의 작품을 취향에 맞게 여러 가지 구매할 수 있으며, 작가들은 작품 홍보와 수익을 배분 받을 수 있다. 창업전 IT 업계에 종사했던 그에게 무드등 굿즈는 자신이 가진 기술을 문화예술에 접목해 소셜미션을 수행할 수 있는 특화된 아이디어였다. 해당 굿즈는 2019년 한국관광공사 관광기념품 우수작, 2020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문화상품으로 선정되는 등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먼저 수상작들을 살펴보면 신미인도 공존, 밤요정 베리, 달빛동물원 등이 눈길을 끈다. 신미인도 공존은 부천에서 활동중인 하영미 작가의 작품이다. 신윤복의 미인도를 각색해 그린 민화로, 색이 부드럽고 정서적이다. 명품 한복치마를 입고 있는 등 현세태를 반영한 요소가 재미있다. 밤요정 베리와 달빛동물원은 신지영 작가의 작품이다. 그림체가 예쁜 밤요정 베리는 보름달이 뜨는 밤 깜깜한 어둠을 두려워하는 아이한테 요정 베리가 나타나 무서움을 없애주는 내용이다. 이 무드등을 아이방 침대 옆에 두면 잠자는 동안 나쁜 꿈을 싹 물리쳐줄 것만 같다. ■고전 만화 덕후를 위한 레트로 감성 굿즈 그 옛날...그 만화...참 재미있었는데... 보자마자 어린 시절 봤던 만화에 향수를 느낄, 중장년층들만 아는 추억의 고전 만화도 눈에 들어온다. 바로 박기정, 신문수 등 원로 만화가의 작품들이다. 우선 박기정 작가의 희극왕 오동추는 1962년 작으로, 시골뜨기 오동추가 서울로 상경 후 벌어지는 해프닝을 슬랩스틱 코미디식으로 구성한 작품이다. 그 시절 어린이들이 벌써 흰머리가 힛끗보이는 나이가 되었지만, 만화속 주인공 오동추는 무려 60년의 세월 동안 어린이들의 동심을 지켜주느라 여전히 익살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전쟁고아인 주인공 훈이의 역경을 그린 1961년작 은하수, 일제강점기 핍박받는 조선인들이 고난을 극복해나가는 1963년 작 흰구름 검은구름, 도전자 등도 있다. 2003년 만화 우표로도 발행되었던 캐릭터들도 시선을 사로 잡는다. 신문수 작가의 도깨비 감투, 로봇 찌빠 속 주인공들이다. 도깨비 감투는 주인공 혁이가 집 천장에서 도깨비 수염과 머리털을 뽑아 만든 감투를 발견하면서 생기는 모험을 다뤘다. 로봇 찌빠는 아버지와 단둘이 사는 외로운 아이 팔팔이와 친구인 인공지능 로봇 찌빠의 희로애락을 담은 만화다. 한때 누군가의 마음속 깊이 새겨져있던 캐릭터들이 스마트톡과 무드등을 통해 레트로 감성을 자아낸다. 바쁜 삶을 살다 보면 만화의 존재에 대한 기억조차 희미해지기 마련이다. 그러다 낯익은 한 컷을 만나면 곧바로 만화와 얽힌 옛 추억이 새록새록 솟아날 터. 고전 만화 덕후라면 이 제품들을 보며 옛 감성에 흠뻑 빠져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감동과 공감을 주는 작품으로 예술 가치를 나누다 이 같은 작품들은 지금까지 김 대표가 23명의 작가들과 협업을 통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마침 기자가 방문한 날 김 대표는 부천지역 신경순(50) 작가와 새로운 굿즈에 대한 협업을 진행 중이었다. 이번 작품은 어떤 걸까. 제주도 설문대할망과 오백장군 스토리를 담은 봇짐 파우치라고 한다. 무드등이나 스마트톡이 아닌 새로운 형태의 굿즈라 새롭다. 신경순 작가는 보통 이런 굿즈를 만드시는 분들이 만화로 콜라보할 생각을 안 한다. 작가들이 제작비를 부담하면 모를까. 그런데 김경아 대표는 부천 작가들에게 굿즈 제작 기회를 주고 판매 및 수익 배분까지 책임져줘서 큰 힘이 된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김 대표는 만화가뿐만 아니라 부천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진작가, 민화작가, 동화작가,생활문화예술인(일반인) 등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많은 작가들과 다양한 작품으로 협업할 계획이다. 실제 매장 한쪽에는 만화 작품 이외에도 다양한 작품을 페이퍼 LED무드등으로 만든 굿즈들이 있다. 화조도, 화접도, 연꽃, 사계 등 그림체가 화사해 색다른 느낌이 든다.클라우드펀딩을 통해 책을 제작한일반인의 작품도 있다. 아티즈굿즈 김경아 대표는 저희 슬로건이 감동과 공감이다. 작품에 공감이 가고 작품성이 돋보이는 여러 분야의 작가들과 협업을 통해 예술의 힘을 믿고 그 가치를 나누고 싶다고 했다. 글사진=황혜연 기자

[우리동네 크리에이터] 농부들 돈 벌게 돕는 ‘농가 아트 굿즈’ 기획자

'뼈 빠지게' 농사를 짓는 한국의 농부들. 우리는 알고 있다. 그들이 농사만 지어서는 먹고살기 어렵다는 것을. 힘들게 농사지은 농산물이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거나, 유통에 어려움을 겪기 일쑤인 현실 속에서 판매 걱정, 빚 걱정을 하며 농업을 영위하는 그들의 모습은 '절망' 그 자체다. 이런 농부들의 근심을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농업의 가치를 부상 시키고자 노력하는 로컬 크리에이터가 있다. 의정부시에 기반을 둔 ㈜88후드 박우애(29)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박 대표는 의정부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 영농 농가의 농부 스토리를 아트 굿즈로 만들어 판로 개척을 지원하고 있다. 농부들에게 밥벌이의 고단함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는 그의 활동을 지난 4일 들여다봤다. ■지역 농가와 문화예술을 이어 판로 개척하는 88후드 제발 판매 걱정 없이 농사지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박 대표가 농부들을 돕는 일을 결심하게 된 것은 몇 해전 우연히 만나게 된 농부들의 한탄 섞인 이 말 때문이었다. 농부들은 하나같이 전단지로 홍보하고 있었지만 효과도 없고, 판로까지 막혀 힘들게 키운 농작물을 그대로 폐기하는 경우가 허다했다고 한다. 안타까운 마음이 컸던 박 대표는 결국 농가의 시름을 덜기 위해 아트 굿즈 마케팅을 개발하게 됐다. 아트 굿즈 마케팅은 농산물 패키지에 일러스트를 접목한 제품 형태로 홍보를 하는 것이다. 박우애 대표는 농산물 전단지는 마트에서 뿌린 광고 같고 제품에 대한 장점이 눈에 하나도 안 들어온다. 그래서 소비자들이 관심 있게 보지 않아 그냥 버려지는 경우가 많다. 아트 굿즈의 경우 제품 패키지에 농부들의 스토리, 농촌 풍경 등을 일러스트로 예쁘게 담기 때문에 하나의 작품이 되어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다고 설명했다. 농부들에게 박 대표의 아이디어는 땀 흘려 일한 보람을 얻지 못하고, 생산비라도 보상받기 위해 읍소해야 하는 고단함 속에서 단비 같은 기회를 준 셈이다. 농부는 물론 신진 작가의 고용과 수익을 창출하기도 한다. 의뢰받은 농부의 스토리를 제품 패키지에 그려내고, 판매된 해당 제품의 수익금을 나눠 갖는 방식이다. 이렇게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아트 굿즈 마케팅의 의도는 브랜드명에서도 엿볼 수 있다. 88후드의 숫자 8을 돌려보면 링크 기호 가 되는데, 링크 연결고리 두 개가 만나듯 지역 농가와 문화예술인(일러스트 작가)을 이어준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농부 스토리를 담은 아름다운 일러스트 작품 일러스트가 활용될 수 있는 영역은 무한하구나. 농부 스토리를 담은 아트 굿즈 제품들을 살펴보니 드는 생각이다. 종류는 떡, 쌀, 나물, 샤인머스캣, 감 등 다양하다. 모든 제품은 작가가 직접 농가를 방문해 눈으로 담고, 손으로 그려 탄생했다. 농촌의 익숙한 풍경들이 경쾌한 컬러 변화에 따라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가장 눈길을 끈 건 공항 쑥떡쑥떡 패키지다. 여수 거문도 해풍쑥과 양양의 찹쌀을 콜라보해 만든 쑥인절미로, 여수공항과 양양국제공항을 연결해 판로를 구축했다. 프롬메이 작가가 직접 거문도를 방문해 느낀 그대로를 담은 일러스트가 인상 깊다. 청정지역의 푸르름이 가득히 담긴 거문도 섬 해풍쑥 풍경이 꽤 디테일하다. 아마존을 통해 해외 수출까지 되는 쾌거를 이룬 제품도 있다. 바로 나물쉐이크 취미생활 이다. 청정 갯마을 고흥에서 할머니들이 재배한 취나물과, 곡성 미실란의 곡물을 콜라보 했다. 순심 작가가 그린 일러스트로 미실란을 상징하는 주황빛 쌀알과 꽉 찬 취나물 밭이 건강한 느낌을 준다. 박 대표는 농산물들을 보면 좋은 상품인데 패키지 하나 때문에 하급 취급받는 것들이 있다. 그런 제품들이 작가들과 연결돼 아트 콜라보로 멋지게 변신하는 순간 가장 보람된다고 말했다. ■경기 지역 숨은 명소를 담은 작품, 향이 되다 지역 농가를 담은 제품 이외에도 경기도 명소를 담아낸 제품도 있다. 바로 작가향(작가의 일러스트와 향을 담은 아트 샤쉐)이다. 샤쉐는 주머니 형태의 향수로, 조선시대 선조들이 악을 쫓기 위해 가지고 다녔다는 향낭을 말한다. 88후드는 8월 25일부터 28일까지 열린 코엑스 일러스트페어 전시회에서 작가향을 선보였다. 해당 제품은 경기도 숨은 명소 6곳을 신진작가들의 일러스트로 섬세하게 담아냈다. 명소는 수원 방화수류정, 시흥 갯골생태공원, 양평 구둔역, 구리 고구려 대장간 마을, 용인 은이성지, 남양주 수종사다. 작가 6명의 감성으로 재탄생한 작품은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마음 마저도채워주는 듯하다. 방문객 손민희(28)씨는 작가들과 협업해 농부들의 제품과 경기도 명소를 알리는 것 자체가 의미가 너무 좋다. 퀄리티도 높아서 주변 분들에게 선물하고 싶을 정도다. 이런 좋은 제품이 널리알려져 농가와 지역 관광 활성화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박 대표는 아직 매출이 크진 않지만 농가의 제품을 소비자에게 더 잘 전달하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 추후엔 동네 갤러리를 만들어 모두가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아트 콜라보 대중화를 목표로 활동하겠다고 했다. 글사진=황혜연 기자

[우리동네 크리에이터] 테라리움 통해 지친 현대인의 삶을 위로하는 ‘그린튜터’

왜 이렇게 고요할까. 지난 28일 오후 3시경 기자가 찾아간 일산 대화동 성저마을 상권은 마치 회색 빛으로 죽어있는 듯했다. 불 꺼져 있는 상가도 더러 보이고, 지나가는 사람 한 명을 찾기가 어려웠다. 비좁은 도로변에 주차돼있는 차들과 어쩌다 한두대 지나가는 차만 있을 뿐 거리에적막감이 감돈다. 초록과는 대조되는 색을 가진 동네. 이곳에 한 식물작업실이 활력 잃은 주변을 초록빛으로 비춘다. 작업실 이름은 라라그레이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바깥 분위기와 사뭇 다르게 초록초록하다. 여기에 하하호호 깔깔 웃음소리마저 싱그럽다. 상가들을 지나쳐오며 다소 숨 막혔던 기분이 맑아지는 느낌이다. 보는 사람마저 즐겁게 만드는 주인공들은 바로 라라그레이스 이혜라(47세) 대표와 식물로 작품을 만들고 있는 수강생이다. ■지역민 창업 기회 제공하는 행복한 교육 테라리움 이혜라 대표는 자신을 그린튜터(green tutor)라고 소개한다. 다소 생소한 직업인 그린튜터는 쉽게 말해 식물 지도사다. 이 대표는 이곳에서 꽃과 식물로 자연과 멀어진 지역민들의 삶을 위로하고, 식물작품 교육을 통해 그들이 머무는 공간이 자연친화적인 힐링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교육은 대표적으로 플랜테리어(plant+interior.식물을 활용한 인테리어) 취미클래스, 테라리움(terra+arium.유리 용기에 식물재배) 창업클래스를 운영한다. 이날 기자가 방문한 시간에는 한창 테라리움 자격증 교육이 진행되고 있었다. 자격증 발급을 받으면 강사활동이나 창업을 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경력단절 여성도 재취업의 기회를 가질 수 있어 인기다. 테라리움 작품을 만드는 내내 칭찬을 아끼지 않는 이 대표도, 식물을 심고 꾸미며 손을 분주하게 움직이는 수강생도 행복해 보인다. 90분에 걸쳐 완성된 작품은 다육 정원이다. 예쁜 유리 용기 안에 깔린 흙, 모래, 바위, 그리고 그 틈에 심어진 다육식물과 이끼가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수강생 이연우씨(가명)는식물도 만지고 흙도 만지니까 마음이 편안해졌다. 내자신이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이렇게 직접 만든 작품을 나만의 공간에 장식할 상상을 하면서 만드니 기분도 좋았다고 했다. ■유리병 안의 작은 우주로 탄생한 작품들 교육이 끝나고 수강생이 돌아가면 혼자 남은 작업실에서 이 대표는 플랜테리어 개발 및 작품구상을 한다. 식물작업실을 차린지는 3년, 지금까지 이 대표가 만든 작품은 2천 점이 넘는다. 테라리움, 가드닝, 다육아트, 플라워, 행잉플랜트 등 디자인도 종류도 많아 무궁무진하다는 평을 받는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작업실에는 진열되어 있는 작품이 많지 않았다. 만들어 놓기만 하면 팔리기 때문이다. 소장 욕구를 자극하는 디자인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셈이다. 그나마 강의용으로 보관 중인 것이있어 기자도 그의 작품을 몇 가지 접할 수 있었다. 먼저 물도 공기도 공급이 안되는 사방이 꽉 막힌 유리병 안에 시들지 않은 식물이 들어있어 어떻게 살아있는 거지? 궁금증을 일으키는 작품이 있다. 앞서 수강생이 만들어간 한쪽이 뚫린 유리 용기와는 사뭇 다르다. 작품명은 이끼 테라리움. 만들어 놓은지 무려 2년이 넘었다고 한다. 이 대표는 유리병 안에서 물, 산소가 자체 순환해 식물이 스스로 자라고 살아간다. 물이 식물의 뿌리로 흡수되고 기화되어 유리 벽면에 이슬로 맺혔다가 중력에 의해 물방울이 다시 흙으로 떨어지는 과정을 겪는 것이라며 원리를 설명했다. 때문에 그는 유리병 안의 작은 우주라고 표현했다. 마치 우리가 사는 생태계처럼. 아이디어가 톡톡 튀는 컨셉으로 시선을 끄는 작품들도 있다. 우선 한눈에 봐도 여름을 주제로 만들어진 걸 알 수 있는그린 바캉스다. 시원한 바다와 모래사장 위로 식물을 심어놓으니 바닷가 정원이 탄생했다. 여기에 은은한 조명까지 더해 밤에 무드등으로 활용해도 손색없을 듯하다. 카페를 주제로 한 것도 있다. 작품명은 식물 테이크아웃. 선인장 코코아, 딸기라떼, 다육 도시락으로 테이크아웃 3종 세트를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용기나 형태 등 그 어떤 제한도 없이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게 테라리움인 듯하다. 이 대표의 창작 센스가 엿보이는 이색적인 디자인들이다. ■어두운 빛을 밝게 비추는 초록의 힘, 성저마을의 그린 크리에이터 이 같은 식물작품은 일상에서 지친 몸과 마음에 활력을 더해주는 매력을 갖고 있다. 때문에 이 대표는 많은 지역민들이 식물을 활용한 창작 수업으로 자연을 친밀하게 느끼고 힐링의 시간을 갖길 원한다. 특히 육체적 재활과 정신적 회복이 필요한 이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랐다. 지난해부터일산지역 도박문제관리센터 및 장애인인권센터와 연계한 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것도 그 이유에서다. 도박 중독자와 장애인들에게 플랜테리어교육을 통해 심신 안정을 주는 방식이다. 이 대표에 따르면 실제 교육을 받은 이들 대부분 효과를 봤다고 한다. 어두운 세상 속에서 초록을 마주할 때면 숨통이 틔듯 해당 교육을 통해 긍정적으로 자아를 형성했다는 것. 그러고 보면 햇살 받는 초록은 생명의 색이 맞나 보다. 이 대표는 장애인분들이나 도박 중독자분들의 지친 마음을 위로하고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치유 프로그램 활동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했다. 또 영크리에이터 교육도 준비 중이다. 마을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플랜테리어 창작 수업을 하는 내용이다. 나만의 작은 정원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통해 창의력을 높이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로컬크리에이터로 꿈을 키울 수 있는 경험과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기자가 처음 방문 시 느꼈던 어두운 상권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이혜라대표는 성저마을 자체가 상권이 죽어있는 곳인데, 3년 전 제가 이곳에 처음으로 공방을 차리게 된 것이다. 지금은 상가들이 조금씩 들어오고 있지만 아직 부족하다. 그래서 상권이 활성화된 정발산동의 밤리단길처럼 우리 동네를 중심으로 한 성리단길을 만들어 볼 계획이다. 마을의 셀러 및 공방들과 자치적으로 교육과 나눔을 실천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일산지역 로컬크리에이터로서 책임감을 갖고 같은 방향으로 함께 협력하고 발전해나갈 미래의 식물공방 창업가들을 발굴하고 최선을 다해 교육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 대표는 지역 작가들과 플리마켓에도 참여해 테라리움의 가치를 전파하고, 수익금은 지역사회 기부를 통해 마을에 선한 영향력을 흘려보내는 것도 목표다. 글사진=황혜연 기자

[우리동네 크리에이터] ‘한강 세일링’ 통해 2시간 행복 안겨주는 요트 선장

대한민국 젖줄이라 불리는 곳, 한강. 마음이 답답할 때, 가볍게 달리고 싶을 때, 산책이나 레저를 즐기고 싶을 때 일상의 지친 순간들을 위로하기 위해 어느 때건 자주 찾는 장소다. 지금 이 순간에도 도심을 가로지르는 한강에는 저마다의 이야기가 쉼 없이 흐르고 있다. 한강은 그렇게 우리의 마음속에는 자주 찾는 명소가 됐지만, 세계인들의 마음까지는 못 움직인다고 평가받는다. 왜일까. 프랑스 파리의 세느강이나 영국 런던의 템즈강보다 넒고, 크고, 아름다운데 말이다. 일각에서는 한강이 천혜의 요소를 가졌음에도 문화적 콘텐츠를 만들어내지 못하기 때문이라 지적한다.세계 어느 곳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자랑스러운 우리의 한강이, 다양한 문화적 콘텐츠가 접목된다면 세계적인 명소로 유명세를 떨칠 수 있다는 것. 그 변화의 단초가 김포시에서 이뤄지고 있다. 한강 관광 콘텐츠를 개발해 요트 세일링과 결합한 세일링서울요트클럽 임대균(42) 선장으로부터다. 임 선장에게 한강은 언제나 동경의 존재이며 심장을 뛰게 하는 소중한 세상이다. 그를 따라 각별한 의미의 한강을 찾아 나섰다. 강물을 벗 삼아 바람을 벗 삼아 요트 위에서 살아가는 사람. 비 바람치는궂은 날씨에도 한강에서 그의 하루는 계속된다. 그에게 한강이 이토록 특별한 이유는 무엇일까? 한강에서는 과연 어떤 이야기가 흐르고 있을까? 미처 관심 갖지 못했던 그곳으로 임 선장의 한강 항해가 시작된다. ■한강의 재발견, 스토리가 있는 요트 세일링 지난 17일 요트 항해를 준비 중이라는 임 선장을 만나기 위해 도착한 김포 아라마리나 계류장. 다양한 요트가 정박해 있는 풍경이 가슴을 설레게 한다. 한강 그리고 요트. 두 단어의 조합만으로도 꽤 낭만적이다. 저녁 6시 30분, 길이 8.6m의 작은 세일링 요트를 타고 경인아라뱃길을 따라 항해하는 특별한 여정에 동행했다. 세일링 투어를 온 방문객 한 명과 크루(선원)와 함께. 경인아라뱃길은 김포 한강과 서해를 잇는 18㎞의 뱃길이다. 주변은 녹지공간과 숲으로 구성돼 있다. 이날은 행주대교를 관통해 방화대교를 지나 돌아오는 약 20km 구간을 왕복한다. 선착장에서 출항하자마자 엔진을 켜고 시원하게 달리던 요트는 아라뱃길에서 한강으로 나가는 길목에 이르자 수위를 맞추고 갑문이 열릴 때까지 20분가량 대기했다. 물이 빠지길 기다리는 그 시간, 요트 주위로 어마어마한 숭어떼가 몰려와 툭툭 튀어오르는 바람에 깜짝 놀랐다. 한강에서 이런 광경을 보다니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이윽고 거대한 갑문이 양쪽으로 열리는 진풍경이 펼쳐지더니 북한산 백운대가 위용을 드러냈다. 항해가 시작되자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임 선장과 크루가 엔진을 끄고 흰 돛을 펼치자 잔잔하게 부는 바람과 물길의 움직임에 맞춰 요트가 조금씩 흔들렸다가 곧 제자리 찾기를 반복했다. 선상에서 일몰을 감상하자 임 선장이 한강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한강의 역사부터 자연생태, 문화, 지리 등을 안내하는 그의 목소리에는 즐거움이 가득하다. 이처럼 한강을 이해하며 세일링 투어를 하는 건 사실 외국인 관광객 대상이다. 세계인들에게 우리나라 한강의 우수함을 알리고 관광 명소로 만들 목적이다. 실제 요트 선실에는 수많은 외국인들이 한강 세일링하며 찍은 사진들이 빼곡하게 붙어 있다. 하지만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외국인 관광객이 없어 지역민들만 찾고 있는 실정이다. 임 선장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듣다 보니 그동안 무관심으로 지나쳤던 한강의 모든 것이 색다르게 다가온다. 한국인도 새로운데, 외국인들이 직접 체험해 본다면 얼마나 이색적이라고 느낄까. 이게 바로 스토리가 있는 한강 세일링 여행의 묘미라는 걸 깨닫는 순간이었다. ■순풍에 돛 달고 항해한 김포 한강의 밤은 아름답다 요트에는 여러 가닥의 시트(줄)가 있다. 그저 밧줄로 보이는 시트는 돛을 올리고 내릴 때, 방향을 바꿀 때,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임 선장은 세일링 투어를 온 방문객과 기자에게도 돛을 바꾸는 기회를 제공했다. 방혁준(25) 크루의 도움을 받아 시트를 힘껏 잡아 당기자 돛의 방향이 바뀌며 우측으로 선회했다. 요트가 기울고, 잡고 있는 줄도 생각보다 무거워 당황하자 임 선장이 반대편으로 빨리 넘어가라고 소리친다. 이 과정을 태킹이라고 하는데, 재빨리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선회하면서 기울던 요트에 체중이 더해져 뒤집어진다고 한다. 구명복을 입고 있었기에 안전했지만 익숙지 않은 상황에 아찔한 스릴감이 느껴졌다. 방혁준 크루는 바람이 강하게 불거나 지금처럼 돛의 방향을 바꿀 때는 익사이팅하고, 바람이 약할 땐 명상을 할 수 있다며 자연과 동화돼 하나가 되는 일체감이 좋으니 느껴보길 바란다고 했다. 그의 말이 끝나자 순풍에 돛을 단 요트가 미끄러지듯 안정적으로 움직인다. 그러자 선장과 크루가 동시에 요트 앞부분을 가리키며 선수에 가서 앉아 보라고 권유했다. 세일링의 매력을 더 깊게 느낄 수 있다는 것. 그들의 권유에 따라 선수에 앉아 강바람을 맞았다. 그러자 일상의 헛되고 어지러운 소음이 일렁거리는 강물과 바람결 사이로 흩어진다. 철새와 갈매기들이 날아다니고, 조금 전까지만 해도 들리지 않았던 매미 소리가 배경음악처럼 들려온다. 방 크루의 말처럼 그 순간만은 오직 나와 한강이 품은 자연뿐이었다. 세상만사 잊게 되는 힐링의 시간이리라. 임 선장이 다가와 묻는다. 스피드를 느낄 수 있는 파워보트와는 정말 다르지 않냐고. 그는 한강이 주는 아날로그한 환경과무동력으로 움직이는 요트의 매력에 빠져 이 일을 하게 된 것이라고 털어놨다. 원래는 승마선수였던 그가 왜 한강에 애착을 갖고 요트클럽 창업을 하게 됐는지 십분 이해가 됐다. 하늘이 캄캄해질수록 마음은 더욱 고요해진다. 어느새 도착한 방화대교는 붉은빛을 뿜어낸다. 한강 야경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하루의 고단함을 내려놓은 채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는 사색에 빠진것도 잠시, 임 선장이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그는 요트에 탄 모든 이들을 찍으며 사진을 남겨 추억을 제공해 주는 것도 세일링 투어의 일부분이라며 빙그레 웃는다. 그 말에 모두 한마음이라도 된 듯 서로가 서로를 카메라에 담는데 열중했다. 덕분에 방화대교를 배경으로 요트에 탑승한 모든 이들이 인생 사진까지 남겼다. ■역경을 헤치고 별을 향하는 인생 항해 Per Aspera Ad Astra(페르 아스페라 아드 아스트라)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 채 계류장으로 돌아가는 길, 이 말을 아는지 임 선장이 묻는다. 역경을 헤치고 별을 향하여라는 의미의 라틴어로, 쉽게 말해 고진감래(고생 끝에 낙이 온다)라는 뜻이다. 그의 인생 모토라고 한다. 임 선장은 요트 세일링은 인생의 가치관을 바꿔놓을 만큼 흠모하는 일이 됐다며 삶의 목표를 향해 어떤 고난이든 다 이겨내듯, 배 위에서도 그런 모험을 겪는다고 설명했다. 살다 보면 햇볕이 쨍쨍 내리쬐다가 갑자기 비바람도 치고 태풍도 지나가듯, 요트 항해도 인생의 모든 과정과 같다는 것. 그는 물이라는 공간이 사람을 치유한다. 인상 찡그리고 왔던 사람이 한강 세일링 후 웃으며 돌아갈 때, 잘 쉬다 간다고 말할 때 보람을 느낀다"면서"그래서 항해하며 제가 겪은 모험의 경험들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요트 세일링 투어를 온 안희원(40)씨도 임 선장의 말에 공감하는 눈치다. 그는 요트 타면 갑부라고 오해할까 봐 주변 사람들한데 돛단배 타러 간다고 말하고 왔다. 처음엔 부담이었는데 막상 세일링을 해보니 한강이 하늘과 육지, 차에서 보던 것과 스케일이 다르다. 한강 요트 세일링은 두 시간 사진 포함 6만 원인데, 평소 보지 못한 뷰를 보고 힐링 할 수 있으니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기자도 한강이라면 얼마든지 보고 느꼈다 생각했다. 하지만 서는 곳이 달라지면 생각하는 것도 달라지듯, 요트를 타고 한강 한가운데로 나가니 많은 것들이 다르게 보였다. 한강에서의 요트 세일링은 아무 때나 하기 힘든 귀한 경험의 순간이었다. 안 씨의 말처럼 2시간의 힐링타임을 준 임 선장이 앞으로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그 경험을 전파하며 행복을 안겨줄지 기대된다. 자, 이제 우리 세일링 요트를 타러 김포 한강으로 가보자! 글사진=황혜연 기자

[우리동네 크리에이터] 여심 흔든 '가평물안개' 수제 맥줏집

물안개는 어떤 맛일까? 물안개는 아무데서나 매일 볼 수 있는 게 아니야. 그래서 더 신비로운 거지... 함께 술잔을 기울이던 애주가 선배는 뜬금없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몽환적이고 아름다운 광경을 운 좋게 보면 삶이 달달해지는 것 같지만 금방 사라져버려서 씁쓸해지는 게 물안개라고. 그런 점이 꼭 술과 닮았다고. 달콤 쌉싸름할 것 같은 물안개의 맛을 수제 맥주로 재현한 맥주 덕후가 있다. 바로 경기도 가평군 상면에 브루펍(맥주를 현장에서 만들어 파는 맥주 양조장)을 차린 크래머리 브루어리 이지공 대표(42)다. 지난3일 이른 아침 이 대표를 만나기 위해 기자가 찾은 크래머리 브루어리는 조용하고 한적한 휴가지 느낌이었다. 이곳은 매일 오전 11시부터 밤 10시까지 맥주를 즐기러 온 이들을 위한 소통의 장으로 변신한다. 공간은 브루어리와 펍으로 이뤄졌다. 실내 펍과 브루어리에 앞서 야외 비어가든이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았다. 커다란 캠프파이어용 화덕과 캠핑의자, 벽 따라 놓여있는 테이블이 호젓한 캠핑장을 연상케 한다. 반갑게 맞아주며 안내하는 이 대표도 마치 캠핑장을 설명하는 듯했다. 밤에는 비어가든 한 가운데서 모닥불을 피워 불멍하며 맥주를 즐길 수도 있다고. 상상만 해도 힐링이 될 것 같다. 주변도 공원에 온 듯 초록초록 하다. 사방에 숲이 보이고 근처에는 북한강 지류인 조종천과 아침고요수목원, 경기도잣향기푸른숲이 있다. 숲과 물이 좋은 동네니 맥주 맛도 기대할 만하다. ■수제 맥주 제조 과정 구경은 덤 보기 드문 장점도 있다. 건물이 탁 트인 통창으로 이루어져 있어 야외 비어가든에서도 실내 펍에서도 양조장이 훤히 들여다보여 수제 맥주 제조 과정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내친김에 기자는 양조장 안에 들어가 맥주를 만드는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봤다. 청결. 이 양조장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이 단어를 빼놓을수 없을 정도로 깨끗했다. 수제 맥주는 깨끗한 환경에서 만들지 않으면 이상한 맛이 날 수 있는데 작업장은 물론 장비 세척, 캔 세척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분주하게 돌아가는 양조장에서 모든 공정을 처음부터 볼 수는 없었지만 기계 안에서 끓고 있거나캔에 담기는 모습들은 생생하게 볼 수 있었다. 맥주 양조과정은 생각보다 많은 공정을 거친다.첫 번째 단계는 당화다. 탱크 안에 곡물을 넣어 분쇄한 후 미지근한 물에 한 시간 이상 두어 당분을 뺀다. 식혜를 만들어 본 사람이라면 비슷한 공정이라 이해가 쉽다.두 번째는 여과조를 통해 곡물 건더기를 걸러내는 과정이고, 세 번째는 자비조에서 살균과 수제 맥주 핵심 원료인 홉을 넣는다. 네 번째는 침전조에서 홉 찌꺼기를 걷어내고 맑은 빛깔의 맥주를 얻어낸다. 다섯 번째는 발효다. 이렇게 맥주가 완성되면 마지막으로 병입 단계에들어간다. 세척된 무균 상태의 캔에 맥주를 담고 라벨링 하면 제품으로 탄생하는 것. 맥주를 마실 줄만 알았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는 전혀 모르는 이들도 이 과정을 보게 되면 맥주가 새롭게 느껴질 듯하다. ■맥주가 지역色을 입으면 생기는 일 그렇다면 물안개를 재현한 수제 맥주는 대체 어떤 맛일까. 맥주 이름은 가평물안개다.가평 조정천에서 피어나는 흐릿한 물안개처럼 헤이지한 IPA(인디아 페일 에일) 맥주라고 알려지며 주목을 받았다. 브랜드 이름을 알린 1등 공신인 셈. 가평 지역의 특수성을 담은 로컬맥주인 만큼 궁금증은 컸다. 하지만 펍 한켠에 있는 맥주 냉장고 속에는 가평물안개가 없었다. 필스너 맥주만 조금 남아 있을뿐. 이 대표는 가평물안개의 경우 매달 3천 캔을 생산하지만 금방 품절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기서 취급하는 수제 맥주는 20종이 넘지만 가평물안개 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아직 5% 미만"이라고 밝혔다. 공급이 확대되는 속도보다 수요가 더 빠르게 늘고 있는 것. 가평물안개 인기를 실감함과 동시에 머릿속이 하얘졌다. 눈 뜨자마자 고속도로를 달려 찾아왔지만 '가평물안개'는 구경도 못해보고 가게 생겼으니막막해진 느낌이랄까. '가평물안개의 인기 비결에 대해 이 대표는 국내에서 쉽게 만날 수 없었던 스타일의 맥주였기에 사람들의 관심이 컸다. 달콤하고 헤이지한 맛이 젊은 여성층의 입맛을 사로잡았다"고 했다.헤이지한 맛은 대체 어떤 건지 더 아리송해진다. 그런 기자의 마음을 읽었는지 이 대표는 직원들에게 전화를 돌려 출고 준비 중인가평물안개 한 캔을 부랴부랴 공수해왔다. 덕분에 귀한 가평물안개를 접할 수 있었다. 캔을 따자마자 이거 과일 맥주인가 생각이 들 정도로 달콤한 과일향이 느껴졌다. 이 대표가 설명한데로 헤이지한 느낌은 유리잔에 맥주를 따른 후 색을 보고 알았다. 황금빛의 맑은 색이 아닌 특유의 탁함(?) 이랄까. 살짝 맛을 보니 쓴맛도 도드라지지 않았다. 맥주 본연의 단맛, 쓴맛, 과일맛 등이 전체적으로 잘 어우러져, 어느 한맛이 튀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수제 맥주 특유의 깊고 진한 풍미가 일품이었다. 알코올 도수는 6.5%. 술에 약한 사람도 별 거부감이 없을 만한 착한 도수다. ■역경 속 노력으로 얻어낸 최우수 로컬 크리에이터 이 같은 수제 맥주 개발로 크래머리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해 발굴한 로컬 크리에이터 로컬푸드 부문 최우수팀으로 뽑혔다. 그래서인지 이 대표를 본 첫 느낌은 성공한 창업가의 여유로움이 묻어났다고 해야 할까. 간혹 그를 보고 강남에 빌딩 몇 채 있으시겠다라는 우스갯소리를 하는 손님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모두의 부러운 시선을 받기까지 그도 숱한 고난과 역경이 있었다. 세간에는 창업 전 번듯한 은행원이었다고 알려졌지만, 사실 그는 은행에서 인턴만 오래 했을 뿐 취업 실패의 쓴맛을 톡톡히 봤다. 서른이 되도록 한국에선 번듯한 일자리를 얻지 못했고 결국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떠난 독일에서 현재 동업 중인 이원기 공동대표를 만나 수제 맥주의 세계로 들어온 것. 수제 맥주 만들어 파는 길도 순탄치만은 않았다. 2015년한국에 돌아와 있는 돈 없는 돈 끌어다가 안산에서 30평 남짓하게 시작했지만 당시 대중화되지 않은 시장이어서 불가능했던 유통과 저조한 매출로 어려움을 겪었다. 코로나19로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지만 그래도 지난해 연매출 약 9억 7천여 만원을 달성했다. 그렇기에 이 순간에도 로컬 크리에이터를 꿈꾸며 창업에 도전하는 이들에게 그는 신신당부했다. 이 대표는 노력 많이 했는데도 여기까지 오는 과정이 너무 힘들었다. 이제 성장하기 시작한 저희 모습만 보고 헛물켜는 분 있으실까 우려된다. 로컬로 타깃을 잡는다면 무리하게 따라 하지 말고 특정 전략을 세워 특징이 부각되는 방법을 추구하라"고 했다. 조언마저도 아로마향의 수제 맥주 같았다. 글사진=황혜연기자

[우리동네 크리에이터] 도자기에 ‘꽃’ 피우는 행복한 도예가

이게 도자기야? 꽃이 가득한 공방에 들어서는 두 명의 여성이 토끼 눈을 뜨고 서로를 번갈아보며 되묻는 말이다. 기자도 지난 4일 찾아간 도자기 공방에 받을 딛자마자 두 눈을 의심하며 머릿속에 똑같은 물음표를 떠올렸다. 조화처럼 보이는 디테일한 꽃 모양이 너무 정교해서 흙으로 만든 게 맞나 의문이 들 정도였다. 꽃 도자기를 직접 본 사람들은 그 섬세함에 감탄한다. 꽃 도자기란 흙으로 만든 꽃을 고온의 가마에 구워내는 것이다. 장식품으로서 가치가 있을 뿐만 아니라 소품을 담거나 음식을 담는 등 디자인과 용도에 따라 실용적으로도 쓰인다. 유럽 귀족들 사이에서 고급 취미로 시작된 꽃 도자기는 현재 예술품으로서 그 소장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대한민국 대표 도자 도시인 이천의 초기 입주민인 이연주(63) 작가는 사실 평범한 가정주부였다. 꽃 도자기를 만들기 시작한 계기는 생각보다 소박하고 순수했다. 꽃을 아주 좋아하는데 금방 시들어 버리는 게 안타까워 영원토록 남기고 싶은 마음에 하게 됐다는 것. 그의 바람은 꽃을 피우는 유전자인 플로리겐(florigen)처럼 이천에 처음으로 꽃 도자기를 피우기에 이르렀다. 공방 이름도 그래서 플로리겐이다. ■한 줌의 흙이 행복이 짙게 밴 꽃으로 피어나다 작품을 만들면서 수시로 들여다보는 그 시간이 즐겁고 행복해요 분홍색 티셔츠를 입고 앞치마를 두른 채 부끄러운 듯 말하는 이 작가의 모습은 수줍은 소녀 같다. 그런데 단순하게 들릴지도 모르는 그 짧은 말이 강렬하다. 꼭 꽃 도자기를 닮았다. 아무생각 없이 보면 화사하게 빚어진 영생의 꽃일 뿐이지만 자세히 보면 존재감이 남달라 보는 이들을 설레이게 하는 것처럼 말이다. 작품을 만드는 모습에서 그 말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점토를 빚어 꽃과 꽃잎을 만드는데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색을 칠하려 붓질하는 손놀림도 즐거움 가득하다. 일을 숙제처럼 하기보단 즐기면서 한다는 게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싶다. 평범했던 한 줌의 흙이 활짝 핀 꽃 도자기로, 혹은 꽃을 담아두는 꽃바구니로 변신하는 모습은 그저 신기하다. 가마에서 불을 막 쐬고 나온 작품과 마주하면서 느끼는 감정이 격정적인 희열이라면, 마지막 재벌의 과정을 바라보며 기다리는 시간은 자신을 뒤돌아보는 성찰의 기회다. 흙의 매력에 반한 작가는 작품이 하나하나 탄생할 때마다 마음을 비우는 법을 배워가는 중이라고 했다. 누가 따로 가르쳐주는 것은 아니지만 순수한 흙에서부터 작품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거치다보면 물질적인 욕심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그는 도예를 통해 조금씩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비법을 터득하며 그렇게 남다른 보람을 만들어가고 있다. ■쉘 위 댄스 춤추듯 즐겁게 탄생한 작품들 도예 활동 기간만 약 30년. 만든 작품은 손으로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고 다양하다. 테라코타 화기부터 꽃바구니, 꽃 그릇등 모양과 용도에 따라 각기 다른 꽃잎을 만들어 넣어 희소성이 높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의 작품을 본 이들은 판매를 권유하기도 하지만, 만드는 과정 자체를 즐겼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상품화한 적은 없다. 반면 작품 전시는 꾸준히 하고 있다. 마치 미술관 같은 공방에는 그동안 전시회에 출품했던 작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먼저 공방 쇼윈도부터 안쪽까지 하얀 꽃이 옹기종기 모여있어 이건 뭐지? 갸웃하며 궁금증을 일으키는 작품이 있다. 이름하야 쉘 위 댄스. 지난해 청주비엔날레에 출품된작품으로, 춤추듯이 인생을 즐겁게 살자는 의미가 담겨있다. 작품명을 듣고 나면 도자기에 불과한 꽃이 정말 춤추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커다란 공간 한가운데 떡하니 자리 잡아 시선을 강탈하는 작품도 있다. 개인전에 선보였던 것으로 장미 정원을 표현했다. 쉘 위 댄스 2인 해당 작품은 스페인 여행 중 들렸던 꽃의 정원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웅장하고 아름다운 장미에 반해 귀국하자마자 몇 달에 걸쳐 완성해낸 결과물이라고 한다. 벽에 붙어 있어 그림 액자로 착각했던 작품들도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점토를 얇게 펴서 겹겹이 붙인 게 보이는데, 파격적이다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 작가는 "도예가인 딸과 함께 굴곡진 계곡과 물결 사이사이 꽃을 피우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공유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작품명도 쉐어라고. 행복하게 완성된 모든 작품이 그야말로 해피 꽃을 피운 것 같다. ■비대면 도자기 체험키트로 지역 가치 알리다 꽃 도자기는 아직 활성화된 분야는 아니다. 때문에 이 작가는 플로리겐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접하고 체험하는 도자공예 놀이터가 되길 원한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체험 프로그램 활성화는 어려워졌다. 이에 이천도자예술마을(예스파크)과협업해 안전한 비대면 도자기 체험키트를 개발했다. 비대면 도자기 체험키트는 소비자가 집과 일상 속에서 쉽게 도자공예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구성된 도자기 DIY키트다. 컵, 모빌, 캐릭터 등 원하는 형태의 완성된 도자기와 페인팅 펜이 들어있다. 도자기 표면에 색을 칠하고 오븐이나 전자레인지로 20~30분 구우면 된다. 이연주 작가는 아이들도 쉽게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핸드 페인팅을 통해 창작 활동, 두뇌 활성화, 정서발달에도 도움이 된다"면서"많은 분들이 이천 방문 체험 대신 도자기 체험키트를 통한 간접체험으로 도자기를 이해하는 경험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대한민국 동행세일에도 참여해이천의 도자기 문화체험을 전파하고 지역과 문화, 그리고 주민이 어우러지는 선순환을 이끌어내겠다는 각오다. 글사진=황혜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