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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크리에이터] 상가 '텅텅' 월곶포구...희망품고 꿈틀대는 도시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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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찾은 월곶포구는 퇴적물이 쌓인 갯벌로 포구 기능을 상실하고 텅텅 빈 상가들로 을씨년스런 모습이다.
▲지난 9일 찾은 월곶포구는 텅텅 빈 상가와 퇴적물 쌓인 갯벌로 포구 기능을 상실한 을씨년스런 모습이다.

오이도와 소래포구 사이에 있는 작은 포구 월곶’. 지난 9일 찾은 이곳은 바다를 벗삼은 낭만적인 마을일 것이란 기대와 달리 을씨년스럽기 그지없었다. 가슴 뻥 뚫릴 푸른 바다가 있겠거니 했는데 웬걸, 퇴적물이 쌓인 갯벌만 보였다. 어선이 드나드는 수로는 갯벌에 묻혀 포구 기능을 상실한 상태다. 해안도로 역시 주차장으로 전락한 모습이다. 자연경관을 보며 드라이브는커녕 도로변에 무질서하게 주차한 차들 때문에 통행조차 불편하다. 눈살이 절로 찌푸려진다.

차에서 내려 해안도로를 따라 조성된 산책로를 걸어봤다. 거리에는 행인이 없고, 상가는 임대라고 써 붙인 채 텅텅 비어있다. 조개구이집과 회센터가 즐비하게 들어서 있는 전망대 앞은 더 심각했다. 빛바랜 간판만 붙어있을 뿐 3개의 점포가 연달아 공실이었다. 문 앞에는 납부서가 수두룩하게 꽂혀있거나, 폐가구 등 쓰레기만 나뒹굴었다. 하필 겨울비까지 쏟아져 온통 회색빛인 포구 풍경에 마음이 스산해진다. 저 멀리 고층 아파트가 보인다. 삭막한 이곳에서 주민들은 어떻게 생활하는 걸까, 좀 더 들여다봤다.

 

공실률 넘쳐도 주민들 이용할 공간 없는 이상한 동네

▲3개의 점포가 연달아 공실인 조개구이촌의 황량한 풍경.
▲나란히 있는 3개의 점포가 모두 공실인 조개구이촌의 황량한 풍경.

시흥시 월곶은 애당초 관광지로 개발하려고 했던 지역이다. 마린월드라는 놀이공원과, 100개가 넘는 수산 관련 점포, 어시장이 들어설 계획이었다. 하지만 포구 기능을 잃자 놀이공원은 경륜장으로 바뀌고 상업 시설 자리는 모텔촌으로 바뀌었다. 관광지 개발은 대실패로 끝난 것.

포구가 활력을 잃자 영업을 영위하기 어려워진 상가들이 우후죽순 문을 닫고 있는 실정이다도시재생기업 빌드가 지난 8월 조사한 <월곶지역 점포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중앙로 상권을 제외하고 기자가 방문했던 전망대 앞 조개구이촌과 포구 인근 숙박시설의 공실률은 약 35% 정도다

▲월곶지역 공실률 및 모텔 현황. (자료출처=빌드)
▲월곶지역 공실률 및 모텔 현황. (자료출처=빌드)

그럼에도 저렴한 집값 탓에 젊은 맞벌이 부부나 청년들이 월곶에 터를 잡아 17천여 명의 인구가 살고 있다. 한 주민이 넌지시 얘기한다. 공실률 넘쳐나지만 지역민들이 이용할 공간은 없는 이상한 동네라고.

그의 말이 맞다. 기자도 월곶 한 바퀴를 돌아보며 연신 두리번 거려 봤지만, 거주하며 필요한 외식 공간도 마땅치 않고 의료·교육 등의 공간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특히 일부 아파트 주변은 모텔이 밀집되어 자녀 키우는 거주자는 불안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버려진 공간 재생...월곶에 생명을 불어넣는 청년들

▲시민 주주 57명이 참여해 '시민 기업' 형태로 운영되는 레스토랑 '바오스앤밥스'.
▲시민 주주 57명이 참여해 '시민 기업' 형태로 운영되는 레스토랑 '바오스앤밥스'.

막막한 실정 속에 그나마 주민들에게 위안이 되는 건 소수의 청년들이 마을재생에 뛰어들었다는 점이다. 그 중심에는 빌드 임효묵 대표(38)가 있다. 빌드는 도시재생을 위한 프로젝트 그룹이다. 관광지를 재개발한다기보다 버려졌던 공간을 지역주민에게 필요한 공간으로 만드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더불어 지역주민을 위한 커뮤니티를 구성해 월곶을  살기 좋은 마을로 탈바꿈하려 노력 중이다.

주민을 위해 빌드가 만든 첫 번째 공간을 찾아가 봤다. 4년 동안 공실이었던 상가 공간에 자리 잡은 바오스앤밥스’. 지역에서 수확한 농산물을 재료로 활용하는 로컬푸드 레스토랑이다. 탁 트인 갯벌 전망과 계절마다 바뀌는 메뉴로 주민들이 즐겨 찾는 공간이 되었다고 한다. 육아 환경을 위해 식당 내 작은 놀이방도 마련돼 있다. 주민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느껴진다.

이 레스토랑을 주목할 점은 시흥 시민의 펀딩으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시민 주주 57명이 참여했고, 입구에 참여자 이름이 새겨있다. 바오스앤밥스는 시민들과 함께 공간을 만들어나가고 그 이득을 시민들에게 돌려주며 지속 가능한 자족도시를 만들어간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도시재생에 애쓰는 빌드가 월곶 엄마들을 위해 조성한 공간 ‘월곶동책한송이카페'.
▲공실이었던 조개구이 건물을 빌려 개조한 북플라워카페 ‘월곶동책한송이'.  

빌드가 만든 두 번째 공간은 월곶동책한송이라는 북플라워 카페다. 공실이었던 조개구이 건물을 빌려 개조했다고 한다. 서점도, 꽃집도 없었던 월곶에 한 장소에서 책도 보고 꽃도 사고 차도 마실 수 있는 공간이 생긴 셈. 이곳은 마을 활성화를 위해 사랑방 역할을 하기도 한다. 지역 주민인 월곶의 엄마들이 육아하는 여성을 위한 모임의 장소로 이용하는 것. 지금은 코로나 시국으로 모임이 중단된 상태여서 썰렁하다.

임효묵 대표는 육아 가구가 약 48%에 달하는 곳이지만, 엄마들이 자신을 위한 시간과 공간을 가질 수 없는 상태였다. 이곳에서 엄마들이 모여 유대관계도 갖고, 개인과 지역에 필요한 것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며 활발한 마을로 가꿔 나갔으면 한다고 동네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해 줬다.

 

주민이 건물주가 되고 이익 돌려받는 시민 자산화추진

▲'시민 자산화'가 추진 중인 실내 놀이터 바이아이(왼쪽) 및 로컬푸드 직거래매장 월곶식탁 내부 모습.
▲'시민 자산화'가 추진 중인 실내 놀이터 바이아이(왼쪽) 및 로컬푸드 직거래매장 월곶식탁 내부 모습.

최근에는 주민들이 자금을 모아 건물의 주인이 되는 '시민 자산화'도 추진 중이다. 바로 빌드가 만든 세 번째 공간인 실내 놀이터 바이아이를 통해서다. 바이아이는 현재 시흥시가 매입한 건물을 시세 절반 수준으로 임대 받아 운영하고 있다. 향후에는 빌드와 월곶 주민들이 사들일 예정이다.

임 대표는 주민들이 출자해 건물 주인이 되고, 함께 운영하면서 공간을 이용하는 형태다. 여기서 발생한 이익은 다시 주민들에게 보상된다이러한 구조가 지속 가능성의 중요한 장치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빌드는 월곶식탁이라는 공간도 마련했다. 로컬푸드 직거래매장이자 공유주방이다. 주민들은 이곳에서 요리 수업도 진행할 수 있다. 또한 지역 내 생산과 소비자를 연결해 지속 가능한 지역생태계를 만들어가는 지역형 신선식품 유통 '팜닷'도 운영하고 있다. 이로써 농가 네트워크와 식품 판매 및 유통, 매장 운영까지 선순환되는 가치사슬을 만들어가고 있다.

▲월곶 도시재생에 애쓰는 임효묵 빌드 대표.
▲월곶포구 도시재생에 애쓰는 임효묵 빌드 대표.

다만 안타까웠던 부분은 기자가 돌아본 모든 매장에 직원만 있었다는 점이다. 평일이고 코시국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손님 한 명 없다니,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임 대표도 그저 잘 버티는 것, 잘 유지하는 것이 목표라고 할 정도. 삭막해 보이기만 했던 월곶에 빌드가 희망을 주고 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마을재생 프로젝트가 무리수 일지, 신의 한수가 될지는 아직 모른다. 그저 빌드와 주민들의 의지로 언젠가 월곶이 활력 넘치는 아름다운 포구가 되길 바래본다.

·사진=황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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