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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키자! 미래유산] ⑪남양주 ‘옛 금곡역’, 경춘선 남양주 구간 유일하게 남은 폐역

-청춘의 또 다른 이름 경춘선 기차역
-일제강점기~1980년대 홍유릉 소풍 명소
-역 관련 구조물 아직 남아 추억 소환
-한국철도공사, 금곡역 부지 매각 협의 중
-남양주시 ‘리모델링’ 계획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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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춘선 남양주시 구간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금곡역 폐역'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 한가운데서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그대로다.
▲ 경춘선 남양주시 구간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금곡역 폐역'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 한가운데서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그대로다.
여러분은 근대건축물을 어떻게 보시나요. 누군가는 ‘미래유산’으로 보고, 누군가는 ‘흉물’로 볼 테죠. 견해가 서로 다른 까닭에, 그동안 수많은 근대건축물이 ‘보존이냐, 철거냐’ 기로에 서서 온갖 수난을 겪어내야 했습니다. 안타까운 건 개중에 문화재로 가치가 높은 것들이 소실됐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지역의 역사와 정체성을 담은 귀중한 근대문화유산을 앞으로 얼마나 더 허무하게 잃어버릴지 모릅니다. 그래서 시작합니다. 꼭 지켜야 할 미래유산을 찾아가는 여정을. 1876년(개항기)에서 1970년 사이에 지어진 경기도의 근대건축물을 중심으로 문화재로 등록되지는 않았지만, 미래유산으로서의 가치가 충분한 것들을 발굴해 보존 대책을 찾아보려 합니다. 선조들이 우리에게 물려준 그대로 우리도 후손에게 온전하게 물려줄 수 있길 바라며. 편집자주

경춘선, 그 이름만으로도 설레던 시절이 있었다. 백발 노신사들은 그 옛날 남양주 홍유릉으로 소풍 갈 때 들렸던 기차역을 추억하고, 중년들은 대학 시절 엠티의 명소였던 가평과 청평 등으로 떠났던 기차 여행을 그리워한다.

청춘들을 실어 나르던 완행열차는 멈추고, 경춘선은 복선 전철로 탈바꿈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서울과 춘천을 오가는 시간이 그만큼 단축됐지만 낭만의 거리는 예전만 못하다.

그나마 남아있는 몇 안 되는 폐역사가 사진 촬영지나 데이트 코스로 사랑받으며 열차가 다니던 시절 향수를 자극한다. 이 중 경춘선 남양주 구간에 유일하게 남은 폐역 ‘금곡역’은 홍유릉 소풍의 추억을 상징하고 있다. 하지만 도시개발 사업으로 이곳마저도 존치 여부가 불투명하다. <지키자! 미래유산> 열한 번째는 경춘선 열차의 흔적을 돌이켜볼 수 있는 ‘옛 금곡역’을 재조명한다.

 

◆ 교회로 활용되며 보존되고 있는 폐역

▲ 1. 옛 금곡역이 위치한 금곡동 일대는 행복주택 건설공사가 한창이다. 2. 금곡역 폐역 건물에는 십자가와 교회 팻말이 붙어있으며, 앞에 광장은 공사장 인부들의 차량으로 인해 주차장으로 전락한 모습이다. 3. 굴뚝과 창고가 보이는 역사 건물 배면. 4. 건물 우측면.
▲ 1. 옛 금곡역이 위치한 금곡동 일대는 행복주택 건설공사가 한창이다. 2. 금곡역 폐역 건물에는 십자가와 교회 팻말이 붙어있으며, 앞에 광장은 공사장 인부들의 차량으로 인해 주차장으로 전락한 모습이다. 3. 굴뚝과 창고가 보이는 역사 건물 배면. 4. 건물 우측면.

‘옛 금곡역’은 신 역사(현 전철 금곡역)에서 800m가량 떨어진 금곡동 삼거리에 위치해 있다. 지난 15일 찾은 이곳 일대는 도시재생 사업이 진행되며 행복주택 건설공사가 한창이어서 인부들과 공사차량으로 인해 번잡했다.

공사장에 가려진 탓에 기차역은 이제 큰 길가에서 보이지 않는다. 도로변과 공사장 사이 야트막한 언덕길 위로 올라가야 볼 수 있다. 역사 앞에 서니 삼각 지붕에 매달린 하얀색 십자가와 ‘성시교회’라고 적힌 글자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아래에는 ‘금곡역’ 간판이 붙어 있다. 폐역이 된 후 교회로 활용되고 있는 모양새다.

폐역 건물은 250㎡ 규모의 단층 박공지붕(책을 엎어놓은 모양의 건축 양식) 형태다. 붉은색 벽돌과 빛바랜 파란색 기와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건물 뒷면에서 보면 굴뚝이 왼쪽에 하나 설치돼 있다. 역사에서 사용하던 창고도 문만 낡았을 뿐 예전 그대로다.

▲ '타는 곳' 이라 적힌 출입구는 그대로지만, 내부 대합실은 교회 예배당으로 바뀌어있다.  
▲ '타는 곳' 이라 적힌 출입구는 그대로지만, 내부 대합실은 교회 예배당으로 바뀌어있다.  

아쉬운 점은 내부 구조다. ‘타는 곳’이라 적힌 출입구로 들어가 보니 대합실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교회 예배당과 북 카페로 바뀌어 있었다. 천장과 벽, 창문 모두 개보수해놔 예전 모습은 파악할 수 없었다. 그저 역사 공용 화장실만 표지판과 함께 그대로 있을 뿐이다.

이곳에서 선교 활동을 하는 박영환 성시교회 담임목사는 “2010년 폐역 되고 3년 지나서 코레일과 임대계약 맺고 들어왔다. 처음엔 유리창 다 깨져있고 난장판이어서 창문도 수리하고 여기저기 손을 볼 수밖에 없었다. 천장과 벽 개보수는 원래 여기서 오리고깃집을 차리려던 사람이 해놨는데 식당 허가를 못 받아 우리 교회가 인계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행복주택 짓기 시작할 무렵 금곡역도 재개발 구역에 속해 철거 얘기가 나왔다. 그때부터 제가 역사 건물이 보존 가치 있다고 주장했고, 교회를 계속 운영하고 있어서 여기가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부가 변형된 건 안타깝다. 하지만 구조적으로 큰 결함이 없고, 교회 덕에 철거되지 않은 채 보존되고 있어 근대유산으로 손색없어 보인다.

 

◆ 관광 및 교통 요충지의 상징...홍유릉 소풍의 추억

▲ 1940년 광장에서 바라본 최초의 '금곡리역' 모습으로, 당시에는 기와가 올라간 조선식 건물이었다. 사진=위키피디아
▲ 1940년 광장에서 바라본 최초의 '금곡리역' 모습으로, 당시에는 기와가 올라간 조선식 건물이었다. 사진=위키피디아

금곡역 폐역은 한국 철도사뿐만 아니라 남양주 지역사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금곡동이 예부터 주요 관광 및 교통 요충지였음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남양주시지편찬위원회가 2000년 발행한 <남양주시지>에 따르면 경춘선은 일제 강점기였던 1939년 우리 민족자본으로 만든 첫 철도다. 조선총독부가 이미 철도가 설치된 철원으로 강원도청을 옮기려 하자, 이에 반발한 춘천의 부자들이 사재를 털어 서울 청량리와 강원도 춘천을 잇는 철도를 만든 것이다.

당시 건설된 철도는 대부분 일제의 자원 수탈 목적으로 만들어졌지만, 경춘선은 국가 균형 발전을 목적으로 자족적인 노력에 의해 건설됐다는 역사적 의미가 있다.

이렇게 민간 자본으로 개통한 경춘선은 70여 년 동안 수많은 이들의 사연을 담고 산을 따라, 강을 따라 달렸다. 누군가는 이 열차를 타고 춘천으로 데이트를 갔을 테고, 누군가는 군 입대를 하러 가며 이별의 눈물을 삼켰을 테다.

특히 경춘선 관내의 세 번째 역인 금곡역은 일제 강점기부터 1980년대까지 근처에 있는 홍유릉 덕에 소풍 명소로 인기를 끌면서 학생들로 연신 북적였다. 주말에도 홍유릉으로 야유회를 오는 관광객들로 인해 역사가 조용할 날이 없었다. 1975년 동아일보에는 홍유릉 이용객이 금곡역 플랫폼에서 술에 취해 춤췄다는 등 관광객들의 향락을 비판하는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금곡동 주민 지병석(80)씨는 "옛날부터 홍유릉이 역사탐방의 명소이자 대표적인 소풍지였다"면서 "고종과 명성황후의 능 보려고 서울에서 학생들과 청춘 남녀들이 많이 왔다. 금곡역에서 기념사진 찍고 추억 남기는 아이들 때문에 맨날 북새통을 이뤘다"고 증언했다.

남양주 주민들에게도 금곡역은 각별한 존재였다. 1939년 7월 20일, 경춘선의 개통에 따라 당시 ‘금곡리역’이라는 이름으로 역사가 들어서자 마을 사람들이 기차를 타고 서울과 춘천을 오갈 수 있게 됐다. 교통편이 열악한 동네에 생긴 편리한 대중교통 시설로 주민의 삶을 한 단계 끌어올린 셈이다.

그 시절 역사는 기와가 올라가고 단청이 칠해진 조선식 건물이었다. 그러나 6.25 전쟁으로 인해 소실되고 1958년 10월 25일 지금의 모습으로 다시 준공됐다. 역명은 행정구역의 변화로 1993년 7월 1일 금곡리역에서 금곡역으로 변경된 것이다.

 

◆ 자전거도로에 남겨진 열차 플랫폼과 기관사 전용 계단

▲ 1. 폐역 뒤편 기찻길은 자전거도로로 재조성됐지만, 행복 주택 건설 공사로 도로 절반이 막혀있다. 2~3. 자전거도로에 예전 모습 그대로 남아있는 플랫폼 팻말과 녹슬고 색 바랜 안내판이 이 길이 선로였음을 알리고 있다. 4. 춘천 방향 자전거도로 갓길에 남아있는 기관사 전용 보조계단.
▲ 1. 폐역 뒤편 기찻길은 자전거도로로 재조성됐지만, 행복 주택 건설 공사로 도로 절반이 막혀있다. 2~3. 자전거도로에 예전 모습 그대로 남아있는 플랫폼 팻말과 녹슬고 색 바랜 안내판이 이 길이 선로였음을 알리고 있다. 4. 춘천 방향 자전거도로 갓길에 남아있는 기관사 전용 보조계단.

이처럼 이용객이 많은 경춘선이었기에 복선전철화에 대한 요구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1999년에 착공한 전철은 2010년 12월 21일에 개통했다. 이전에 무궁화호가 하루 38회 가량 운행했던 것에서 137회로 대폭 증가하며 춘천에서 수도권으로의 출퇴근도 가능해졌다.

덜컹이는 레일 위를 달리던 경춘선은 그렇게 역사 속으로 영원히 사라졌다. 경춘선 남양주 구간에 있던 사릉역과 평내호평역도 철거되고 이제 유일하게 남은 건 금곡역뿐이다.

금곡역 건물 뒤편에 놓여있던 기찻길은 철로를 걷어내고 자전거도로로 재조성됐다. 이마저도 행복 주택 건설공사로 도로 반이 잘려 나가 자전거를 타는 라이더들이 불편해하는 눈치다.

반가운 건 기차를 타고 내렸던 플랫폼이 예전 모습 그대로 남아있다는 점이다. 승강장 2개소가 있던 자리와 ‘춘천 방면’, ‘청량리 방면’이라 적힌 색 바랜 안내판이 여기가 선로였음을 방증하고 있다.

폐역에서 춘천 방면을 따라 걷다 보면 자전거도로 우측 갓길에 낡은 계단도 있다. 열차에 탑승하기 위한 기관사 전용 보조계단이다. 계단 주변으로 보호펜스가 설치돼 있을 정도로 보존이 잘 되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열차가 다니지 않는 길이지만, 금곡역 폐역 건물과 관련 구조물들이 남아 경춘선의 추억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도시재생 사업에 원형 보존 불투명

▲ 도시개발 구역에 속해 철거 논란이 있었던 구 금곡역을 관리하고 보존하며 활용하고 있는 박영환 성시교회 담임목사가 만든 '성시교회와 함께 하는 구 금곡역 이야기' 안내판.
▲ 도시개발 구역에 속해 철거 논란이 있었던 구 금곡역을 관리하고 보존하며 활용하고 있는 박영환 성시교회 담임목사가 만든 '성시교회와 함께 하는 구 금곡역 이야기' 안내판.

세상에 영원한 건 없다던가. 상권의 쇠퇴와 주거지 노후화로 활력을 상실한 금곡동에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고 있다. 도시재생 개발 구역에 속한 옛 금곡역도 3년 전부터 철거냐 보존이냐 갈림길에 몰려 시달려 왔다.

그동안 성시교회가 활용하고 있어 철거 위기를 가까스로 모면했지만 향후 존치 여부는 불투명해졌다. 현재 소유주인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금곡역 폐역 부지를 남양주시에 매각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하며, 교회에 퇴거 압박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철도공사 관계자는 “지금 남양주시와 구 금곡역 부지 매각에 대해서 협의 중인 건 맞지만 완전히 결정된 사항은 아니다. 교회가 정식 계약을 맺지 않은 상태에서 폐역을 무단 점거하고 있는 상황이라, 내보낸 후 매각 절차를 진행할 수 있어 퇴거 통보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영환 성시교회 담임목사는 “2013년부터 6년간 임대계약 맺고 지내다 2019년 계약이 만료됐다. 이후 매년 사용료를 내면서 폐역사를 관리하며 활용하고 있는데, 시에서 이곳을 매입하려고 코레일에 저를 빨리 내보내라 압박하는 것 같다. 공문을 여러 차례 받긴 했지만 아무런 타협 없이 강제 퇴거할 순 없다. 우리가 나가고 나면 자전거 박물관을 만든다는 얘기가 있다. 지금도 역사 건물 외관 이외에 훼손된 곳이 많은데 어떻게 바뀔지 모르지 않겠냐”며 퇴거 요청에 응할 뜻이 없음을 내비쳤다.

▲ 박영환 성시교회 담임목사가 구 금곡역 내부 공용화장실에서 그동안 역사 관련 시설물을 최대한 보존해 왔음을 설명하고 있다.
▲ 박영환 성시교회 담임목사가 구 금곡역 내부 공용화장실에서 그동안 역사 관련 시설물을 최대한 보존해 왔음을 설명하고 있다.

남양주시는 금곡역 폐역 부지를 매입해 리모델링 하겠다는 계획이다. 남양주시 관계자는 “종교 단체가 퇴거를 안 해 구체적인 건립부지 기록화 용역 수립을 못하고 있지만 능내역처럼 리모델링 할 예정”이라고 했다.

기자가 입수한 <금곡동 도시재생 뉴딜사업 계획서>에 따르면, 금곡역 폐역은 카페 또는 자전거 라이더들의 쉼터로 활용될 예정이다. 자료에는 “구 금곡역이 역사성이 있는 장소이지만 넓은 부지를 활용해 금곡동과 홍유릉의 콘셉트와 연동되는 브랜딩이 필요하다”고 적시돼 있다.

학계는 리모델링으로 인해 훼손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손장원 인천재능대학교 실내건축과 교수는 "용도는 세월에 따라 바뀌기 마련이다. 폐역을 자전거 박물관으로 만들어도 문제 될 건 없다. 다만 질곡의 역사를 가진 서정적 가치가 있는 곳인 만큼 원형 보존은 물론 역사 문화 환경을 테마로 재생되는 게 전제돼야 한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아 등록문화재로 지정해서 안정적으로 보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제언했다.

오랜 세월 동네 사람들의 발이자 관광 요충지로써 굴곡진 역사를 보내다가 폐쇄된 구 금곡역. 세월의 흐름이 역력한 낡은 건물과 빛바랜 플랫폼의 팻말까지, 마치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듯한 이곳을 현대인들은 아끼고 사랑한다. 너무 빠른 세상을 사는 이들에게 추억을 선물하며 안정과 휴식을 가져다주기 때문이 아닐까? 이제 찬란했던 경춘선의 역사와 문화를 우리 후손들이 계승할 수 있도록 원형 보존할 수 있을지, 등록문화재로 지정할 수 있을지... 산적한 숙제가 남았다.

글·사진=황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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