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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난민 취업실태] 1. 경기·인천에 터잡은 1만3천여 난민들

일자리 찾아 수도권 밀물… 편견 맞서 ‘고군분투’
공장 밀집 취업 쉽고, 주거비용 저렴 정착하기 좋아... 평택·안산 등 선호
언어 장벽 취직 장애... 3D업종 전전, 상당수 실업자 신세 “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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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산 다문화거리
▲ 안산 다문화거리

어렵게 고국을 떠나 한국 땅을 밟은 난민들은 당장 생존의 문제에 직면한다. 의식주를 비롯한 교육, 의료, 취업 문제는 난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살아내기 위해 당장 필요한 것들이지만, 해결이 쉽지 않다. 그 중에서도 취업은 난민들이 일상을 지속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너무나도 높다. 뿌리깊은 인종차별과 신분상의 불안한 지위는 난민들의 취업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더 이상 난민 문제는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앞으로 한국을 찾는 그들의 발길은 계속될 것이다. ‘난민 취업 실태’를 통해 이들이 처한 현실을 짚어보고, 과연 우리에게 어떤 과제가 주어질 지 8차례에 걸쳐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법무부가 지난 20일 발표한 3월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월보에 따르면 전쟁이나 박해의 위험을 피해 한국에 온 난민신청자는 누적 7만1천699명이다. 이 가운데 심사가 완료된 건 3만7천959명, 그리고 최종 난민으로 인정된 경우는 1천100명에 그친다. 인정률은 2.9%다.

난민 인정을 받은 경우라면 그나마 다행이다. 취업 과정이 한결 수월해지고, 장기적인 계획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렇지 못한 경우다. 한국에 머무는 동안 인도적 체류자 혹은 난민 신청자라는 불안한 지위를 갖고 살아야 한다. 생계를 해결하기 위한 취업도 매우 어렵다. 난민 신청자의 경우, 난민인정 신청을 한 후 6개월이 경과해야 취업활동을 할 수 있다. 또 난민인정을 받지 못한 외국인 중 인도적 체류를 허가받은 이들은 체류자격 외 활동 허가를 받아야 취업 활동이 가능하다.

일자리가 절실한 난민들은 자연스레 도심 지역으로 몰려든다. 그 중에서도 서울, 경기, 인천 등은 일자리가 풍부해 난민들이 선호하는 곳이다. 각종 산업단지가 위치해 있고, 인력을 필요로 하는 사업자도 다수다. 일부 지자체는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정책들을 마련해 놓고 있다.

■ 난민 체류 지역 1위는 ‘경기도’

법무부 통계상 난민 인정자의 가족(F-1-16), 난민 인정자(F-2-04), 난민 신청자(G-1-05), 인도적 체류허가자(G-1-06) 등 체류자격을 따지지 않고 모두 ‘난민’으로 본다면 대한민국에 체류 중인 난민은 약 2만 9천여명이다. 이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1만 1천여 난민들이 경기도에 터를 잡고 있다. 경기도 난민의 숫자는 타 시도와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많다. 2위인 서울(4천182명)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차이가 나고, 인천(2천144명)과의 격차는 더 벌어진다. 1천명대인 충청도와 경상도를 제외하면 나머지 지역들은 모두 세자릿수에 머물러 있다.

이처럼 경기도에 난민들이 많은 이유는 당연하게도 ‘일자리’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취업이 쉬운 크고 작은 공장들이 밀집해 있고, 외국인 커뮤니티도 활성화 돼 있다. 타 지역과 비교해 주거비용이 저렴한 것도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그렇다고 난민들이 무작정 경기도만 선호하는 건 아니다. 사실 어느 지역을 특별히 좋아하고 살고 싶어하는 게 아니라 그저 일할 곳이 있느냐에 따라 거주지가 달라지는 것 뿐이다.

송인선 경기글로벌센터 대표는 “수도권이라도 일자리 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어디든 월급을 주는 곳이라면 난민들은 간다”며 “다만 고용주들이 난민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고 잘못 고용했다가 불이익을 당할까봐 채용하지 않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라고 말했다.

경기 지역별 난민 현황 (출처: 법무부 / 2021. 3. 31 기준)

■ 일자리 풍부한 ‘평택’ · 외국인 살기 좋은 ‘안산’

경기도 내에서 난민 수가 가장 많은 곳은 평택시(1천144명)이다. 평택에는 K-55 오산미군기지와 K-6 캠프험프리수비대가 주둔하고 있고, 베트남·필리핀·미국 등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이 거주하며 각종 커뮤니티가 조성돼 있다. 특히 난민들에게는 풍부한 일자리가 매력적인 도시다.

평택에는 다양한 산업단지들이 조성돼 있고, 2천개가 넘는 공장들이 즐비하다. 게다가 농가 인력 수요도 꾸준하다. 저렴한 인건비를 원하는 사업자와 일자리를 원하는 이들 사이 수요가 맞아떨어진 덕분에 난민 숫자도 늘고 있다. 안산시도 마찬가지다. 현재 안산에는 1천112명의 난민이 살고 있다. 인근 시화 및 반월국가산업단지 등에 일자리가 많다. 안산이 평택과 다른 점이 있다면 여기는 ‘작은 지구촌’이라고 불릴만큼 전국에서 가장 많은 외국인이 거주하는 곳이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안산에는 다른 지자체에는 없는 다양한 ‘다문화 정책’들이 추진되고 있어 선호하는 지역 중 하나로 꼽힌다.

1천105명의 난민이 살고 있는 포천시는 영세제조업 공장이 약 4천여개에 달한다. 이곳은 외국인 근로자의 비율이 높아 실상 그들이 없다면 공장 가동조차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농가 인력 수요도 꾸준해 일자리가 급한 난민들이 계속해서 몰려들고 있다. 화성시는 최근 안산에 이어 ‘제 2의 이주민 도시’라고 불릴만큼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이 밀집하고 있다. 현재 화성에는 1천37명의 난민이 거주 중인데, 이곳 역시 일자리가 매우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756명의 난민이 사는 인천 연수구는 최근 몇 년 사이에 외국인 증가율이 급격하게 오르는 지역 중 하나다. 이곳에는 시리아, 예맨, 키르시스스탄, 카자흐스탄 출신 난민들이 살고 있다. 일자리도 일자리지만 싼 월셋집이 많다는 점이 난민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난민들이 이처럼 수도권 각지로 흩어져 취업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실상은 매우 열악하다. 언어라는 가장 큰 장벽이 난민들의 취업을 가로막고 있고, 난민인정자가 아니라면 장기 근속은 꿈도 꾸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국 특유의 문화적 특성들도 난민들이 한 직장에서의 장기 근속을 막는 장애물이 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대부분의 난민들은 단순 노무직을 구할 수밖에 없다. 세탁업, 페인트 작업, 이삿집 센터 업무 등 한국 사람들은 꺼리는 이른바 ‘3D’ 업종만이 난민들의 일자리로 남아 있다. 포천이나 의정부에서는 영세 개인사업자의 사업장 혹은 각종 농장 등에서 일자리를 구하기도 한다.

인천 지역별 난민 현황 (출처: 법무부 / 2021. 3. 31 기준)

■ 거주지 결정… 결국은 ‘일자리’

난민들에게 있어서 중요한 건 ‘어디에 사느냐’보다 ‘일을 할 수 있느냐’이다. 취업만 된다면 전국 어디에 살아도 상관 없다는 게 난민들의 입장이다. 난민 관련 시민단체 관계자들도 “난민들은 일자리만 있으면 어디든 간다”고 입을 모은다.

어느 나라에서건 취업은 매우 ‘민감한’ 문제다. 한국에서도 많은 이들이 취업을 하지 못해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난민 취업 문제를 해결하자’고 목소리를 높인다면 과연 누가 귀 기울여 들어줄까. 오히려 반대 여론만 키우게 될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난민 문제는 결코 좌시해서는 안된다. 코로나19 탓에 국가간 이동이 어려워 난민 유입 숫자가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는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고 그만큼 난민 숫자도 늘고 있다. 언제든 대비가 돼 있어야 한다. 난민들이 한국에 온 이유는 굶지 않고 보다 안전한 삶을 살기 위해서다.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취업’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난민들의 성공적인 정착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난민들에 대한 인식 변화가 요구되기도 한다.

국제난민지원센터 ‘피난처’의 이진하 간사는 “일반적인 외국인 노동자와 달리 난민들은 그 수가 적고, 여전히 그들을 꺼리는 분위기가 있다”며 “아직 한국 사회에서는 그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난민들이 일자리를 구하고자 하는 마음이 매우 간절하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장영준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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