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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이전 7년, 어두운 자화상] 3. 어그러진 일상

나홀로 이주… ‘기러기 도시’만 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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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혁신도시 내 입주한 공공기관 직원들이 주말을 맞아 수도권에 있는 집에 가기 위해 버스를 타고 있다. 설소영기자
충북혁신도시 내 입주한 공공기관 직원들이 주말을 맞아 수도권에 있는 집에 가기 위해 버스를 타고 있다. 설소영기자

“가족과 함께 지낼 수 있는 수도권지사 근무는 하늘의 별 따기 입니다”

지난 2014년 경기도에서 경북혁신도시로 이전한 한 공공기관 직원인 A씨. 경북 본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A씨는 최근 본사를 떠나지 못해 전전긍긍이다. 가족들을 수원에 남겨 놓은 채 경북으로 홀로 떠난 후, 계속해서 수도권지사로의 인사이동을 신청했지만 수년째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A씨는 “본사와 지역지사 간 순환근무가 원칙이지만 지방으로 이전 후 대부분의 직원이 수도권 근무를 원하고 있어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라며 “승진을 앞두고 본사에 잘 보여야 하는 직원이 아니면 사실상 본사 근무를 희망하는 직원이 거의 없다. 기관 차원에서도 본사가 기피 근무지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아닌가”라고 한숨만 내쉬었다.

지난 2015년 대구혁신도시로 이전한 한 공공기관 본사에 근무하고 있는 40대 B씨는 4년째 ‘기러기 아빠’ 생활을 하고 있다. 그는 금요일 오후 4시면 배낭 하나를 메고 회사에서 제공하는 수도권행 셔틀버스에 몸을 싣는다. 가족들이 사는 성남시의 집으로 향하는 것이다. 주말 동안 가족들과 시간을 보낸 그는 일요일 저녁이면 다시 셔틀버스를 타고 대구로 내려온다. B씨는 “4시간에 달하는 기나긴 출근시간보다 견디기 어려운 건, 평일 내내 아내와 딸을 보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하소연 했다.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 이전 정책으로 경기도 내 60여 개 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한 지 7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공공기관 직원들이 겪는 어려움이 해결되지 않는 모습이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2017년 11월 발표한 ‘혁신도시 건설 및 공공기관 개요’에 따르면 이전 공공기관 임직원의 가족동반 이주율은 32.5%로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가족 동반이주가 아닌 단독이주를 택한 가장 큰 이유는 ‘배우자 맞벌이 등 가족 문제’(34.2%) 였으며 ‘자녀교육’(14.5%), ‘구성원이 이주를 꺼려서’(6.5%)가 뒤를 이었다. 결국 배우자 직장과 자녀교육까지 옮기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기관의 지방 이전으로 기존 직원의 퇴직이 늘고, 전문인력의 지원 부족으로 인력 수급에 어려움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017년 전주혁신도시로 이전한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의 경우 퇴사자 수가 2016년 30명, 2017년 27명에 달했으며 지난해 역시 20여 명 이상이 퇴사했다. 이는 지방으로 이전이 확정되기 이전인 2014년(9명), 2015년(10명)에 비해 두 배 이상 많은 것이다.

이처럼 퇴사자가 많은 것에 대해 공단은 지방근무에 대한 기피현상이 반영됐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인력 이탈을 막기 위해 임금 인상 등 처우 개선 방안을 내놓은 실정이다. 특히 공단은 퇴사뿐만 아니라 인원 채용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지방 이전 이후 실시한 두 차례 채용에서 채용된 인원(26명)은 당초 계획(62명)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지방으로 이전 한 후 인력 이탈을 막고 우수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 중”이라며 “많은 인원을 채용하는 것보다 기관에 적합한 인재를 뽑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해령ㆍ설소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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