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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균의 어반스케치] 별을 심는 농부-칠보산 도토리 농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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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갓집 가던 여름방학, 미루나무 허리에서 매미가 종일 울어 대고 그 나무 뻗쳐 올라간 하늘에 하얀 뭉게구름이 피어 올랐다. 뽀얀 먼지가 버스의 꽁무니를 따라가던 신작로 옆 냇가에서 송사리 잡던 기억도 일기장처럼 그립다. 팔월의 야외 스케치는 칠보산 자락 도토리 농장이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 속에서도 모두 나왔다. 시집 ‘별을 심는 농부’를 쓴 이진욱 시인이 일군 농장이다. 그는 대기업의 유망한 일꾼이었으나 자신의 인생관과 맞지 않다는 걸 깨닫고 이 길을 택했다.

 

사람은 밥만 먹고 살 수 없다. 사랑도 있고, 진정한 일도 있고, 땀의 가치도 있다. 나는 그의 촌소년 같은 수수한 인간미가 좋다. 자작나무라 불리는 그는 나의 야간 학교에 한 분기를 마쳤다. 입구에 멋진 자신의 서체로 환영의 팻말을 세워 놓았다. 사발 위의 보리밥 같은, 행복을 심는 호미 같은, 흙으로 쓴 시 같은 방(榜)을 두레마을 촌장처럼 걸어 놓은 것이다.

 

‘칠보산 그리다. 농장에 묻다. 시간을 그리다, 나누다-칠보산 도토리 농장’. 우리는 나무 그늘에서 닭들이 콩밭을 헤집고 다니는 자연을 그렸다. 칸나, 들깨, 군데군데 호박 넝쿨 올라간 곳에 노란 호박꽃이 피었다. 허공에 솟은 솟대와 가을배추가 돋아난 황토밭 이랑에 농부의 물 비가 내린다. 산들바람, 풀바람이 그 어떤 인공의 바람보다 시원하다. 스케치북이 질경이 푸른 풀밭에 서로가 서로를 맞대어 누웠다. 인생의 녹음 아래서 너와 나의 색을 넝쿨처럼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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