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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멈출 줄 모르는 영국 극우 폭력 시위

한민주 영국 유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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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29일, 영국의 사우스포트 지역의 댄스 교실에서 춤을 배우던 어린이 3명이 17세 소년에게 살해당하는 끔찍한 일이 발생했다. 그런데 이때 아이들을 해친 괴한의 신원이 ‘무슬림 망명 신청자’라는 근거 없는 소문이 인터넷에 퍼졌고 이로 인해 사우스포트에서는 반이슬람, 반이민 시위가 시작됐다. 사실 범인은 무슬림도 아니고 영국 태생이라는 정확한 신원 정보가 뒤늦게 알려졌지만 그럼에도 시위는 잦아들기는커녕 여전히 꺼질 기미 없는 산불처럼 영국 전역으로 퍼지고 있는 중이다.

 

이 극우 성향 선동가들의 난동은 ‘시위’를 넘어 야만적인 ‘폭동’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들은 난민과 망명자가 있는 숙소에 불을 지르고 물건을 던지는가 하면 난민전문 인권변호사의 사무실까지도 공격하며 많은 이들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다.

 

유학생인 필자의 시선으로 본 이 상황은 사실 놀랍다기보다는 그저 그동안 쌓여온 사회 문제가 드디어 크게 터진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영국이라는 국가는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가 굉장히 좋은 나라다. 영국이라는 나라에 연상되는 키워드는 아마 ‘신사의 나라’ 또는 ‘홍차의 나라’일 것이다. 그러나 외국인으로서 영국에 거주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이 이미지와 괴리감이 들기 시작한다. 신사는 찾기 어렵고 사회에는 여전히 계급이 존재하며 그들이 즐기는 홍차는 제국주의 식민지를 수탈해 수입하기 시작한 찻잎으로 끓인 차다. 많은 것들이 그렇듯이 아름다운 외면에는 항상 내면의 추함 또한 숨겨져 있는 법이다. 이러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이번 영국의 폭력 시위는 그 어느 때보다 규모 크고 야만적이다.

 

최근 정권이 바뀐 영국은 그전까지 14년 동안 보수당의 나라였다. 이 14년 동안 보수당이 국민의 지지를 얻은 방식은 바로 포퓰리즘 정치였다. 보수당 정권은 유럽연합의 모토인 ‘다양성 속의 조화’를 오히려 경제난의 원인으로 분석하고 외국인들의 자유로운 이동과 일자리 활성화를 ‘브렉시트’함으로써 적극적으로 막았다. 이런 정치는 자국민으로 하여금 난민과 불법 이민자들이 영국에 거주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게 했고 총리가 국제 인권법을 무시하는 법률을 만들어 당당하게 의회 통과를 요청하는 등 외국인과 난민, 그리고 특정 종교의 차별을 암시하는 제노포비아적 정치를 행해 왔다. 의도와는 다르게 결과적으로 영국은 최악의 경제난을 겪게 됐고 새로운 정권인 노동당이 현재 이에 대한 뒷수습을 하고 있는 중이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폭동의 수위를 보고 있자니 보수당의 포퓰리즘 정치가 그동안 제대로 먹혀 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들의 사회에는 오랜 기간 잘못된 정치로 국민의 갈등이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혐오와 편견이 축적돼 있었고 이번 사우스포트 사건은 폭동의 표면적인 명분이 된 것이라고 분석된다. 무분별하게 거짓 정보를 나르는 소셜네트워크에 쉽게 속은 사람들의 문제 또한 크다. 그동안의 잘못된 정치로 보수당이 남겨 놓은 숙제가 많을 것이라는 건 모두가 예상했지만 노동당이 진 짐은 생각보다 훨씬 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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