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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준영 칼럼] 비겁한 변명입니다

윤준영 한세대 휴먼서비스대학원 공공정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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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개봉한 영화 ‘실미도’를 보면 당시의 시대상이 나타나 있다. 군부독재로 정권을 잡은 시절, 박정희가 나라였고 나라가 박정희인 시절이었다. 주인공인 안성기가 당시 중앙정보부에서 684부대를 해체하라는 부당한 명령을 내리자 “중앙정보부가 국가입니까”라는 당찬 발언을 하며 머리에 총을 겨눈 중앙정보부장에게 맞서 자신들의 부하들을 지키려 하는 장면은 아직도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그런 부당함에도 불구하고 군인으로서 명령이기에 지킬 수밖에 없는 자신을 향해 “날 쏘고 가라”라는 목숨을 바쳐서라도 부하들을 지키고 불의에는 굴복하지 않는 참군인의 모습을 보여줬다. 모든 상황을 다 알고는 있지만 설경구는 “비겁한 변명입니다”를 외치며 오열한다.

 

요즘 나라가 어수선하다. 특히 청문회가 진행되는 법사위나 방통위를 보면 과연 그들이 지키고 싶은 것이 ‘국가일까 아니면 자리나 사람일까’ 싶을 정도다. 그중에서도 특히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는 청문회 내내 시종일관 ‘답변하지 않겠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등의 말로 청문회를 지켜보는 많은 사람으로 하여금 지탄의 목소리를 내게 했다.

 

많은 의혹과 논란이 있는 다른 것은 차치하더라도 위안부 강제동원에 대해 ‘논쟁적인 사안이라 답변하지 않겠다’고 답변하며 ‘누구와 누가 논쟁하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질문도 ‘개별적인 사안에 대해선 답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과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장관급의 공직자가 대한민국의 아픈 역사를 품어주지는 못할망정 이렇게 자국민의 아픈 역사를 모욕할 수 있는가. 이는 이념이나 사상과는 관계없는 일본의 만행이고 응당 정부 고위급 공무원이라면 이에 대해 바른 역사적 가치관을 지니고 있어야 함이 마땅함에도 이를 ‘역사’가 아닌 ‘이념’으로 빠뜨려 정쟁을 만들고 있다.

 

이진숙 후보자의 잘못된 역사관은 이것만이 아니다. 연예인들을 그들이 출연한 영화와 발언으로 좌파와 우파로 나누고 이를 설파하는 강연을 하고 다녔다. 일제와 변절한 친일파들에 대한 저항을 다룬 ‘암살’, 5·18민주화운동의 내용을 담은 ‘택시 운전사’, 헌법에도 나와 있고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역사적 상황이 어떻게 좌우의 이념일 수 있는가. 과연 우리나라의 분열과 갈등을 만드는 세력이 진정 누구인가.

 

역사적 가치관과 더불어 더욱 기막힌 것은 본인이 오랜 세월 몸담고 있었고 심지어 자회사의 사장까지 했던 조직인 MBC에 대한 적대감으로 자신의 부하직원이었던 사람들과 자신의 출세와 욕망을 실현해 줬던 조직을 이제는 싸우고 대립해야 하는 집단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상적인 직업관과 대인 가치관을 지닌 사람이라면 아무리 감정이 좋지 않더라도 본인과 동고동락했고 자신을 키워줬던 조직과 동료를 절대 적대시까지는 하지 않는다. 후보자에게 MBC는 이제 고작 ‘내 맘에 안 드니까 손봐야 하는 집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외에도 이렇게 많은 의혹과 논란을 지닌 후보자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극우성향, 노조 사찰, 법인카드 부정 사용, 부정보도 등 수많은 논란을 만들어 내며 변명과 의혹의 끝판왕을 보여줬다. 사람이 동물과 다른 점은 염치를 안다는 것이다. 이제라도 그동안 정권의 비호 아래 승승장구하며 자신에게 맞지도 않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던 것을 반성하고 염치를 챙겨 사퇴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이진숙 후보자에게 진심으로 말하고 싶다. 당신이 얘기한 모든 것이 “비겁한 변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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