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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균의 어반스케치] 가지 않은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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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도 일 나간다. 전문 용어로 스튜디오, 이놈의 일터는 일의 양과 시간을 규정할 수 없다. 보장된 임금도 휴일도 없다. 나는 미술 노동자다. 살모사의 혓바닥같이 이글대는 땡볕 속을 한 시간쯤 걸었다. 늘 같은 길이 지루해 다른 골목으로 방향을 선회한다. 뜻밖의 멋진 풍경과 마주했다. 반갑다. 이 풍경만으론 도시의 이미지가 아니다. 오래된 시골 정경이다. 지금은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 같지만 단란했던 한 시절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고향 집이 떠오르면 가슴 저린다. 부모 형제 떠난 빈집이 많이 손상돼 잡초만 무성하다. 그립지만 갈 용기가 나지 않는다. 함께 살아왔던 아픈 추억들이 무너져 가는 안타까움 때문이다. 어쩌면 자연의 현상계는 스스로 무너지거나 잊혀 가는 과정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비 오는 날 어머니는 부추전을 부치셨다. 홍고추가 살짝 들어간 매콤한 전을 아버지는 주문하셨다. 막걸리 안주에 이만한 게 없다. 그 추억이 점점 멀다. 사람의 힘으로도 잡지 못하고 순응해야 하는 게 세월, 이런 시 한 편이 기억 난다.

 

“내 인생 단 한 권의 책/속수무책/대체 무슨 대책을 세우며 사냐 묻는다면/척하고 내밀어 펼쳐줄 책/썩어 허물어진 먹구름 삽화로 뒤덮여도/진흙 참호 속/묵주로 목을 맨 소년 병사의 기도문만 적혀있어도/단 한 권/속수무책을 나는 읽는다 (중략) 대체 무슨 대책을 세우며 사냐 묻는다면/ 독서 중입니다, 속수무책.” –김경후 ‘속수무책’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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