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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트럼프 피격 이후, 불확실성의 세계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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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무대에서 피격당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사진이 모든 매체의 지면을 뒤덮었다. 흐르는 피, ‘싸워라’고 외치며 들어 올린 그의 주먹, 그리고 푸른 하늘 위에 펄럭이던 성조기는 마치 드라마틱하게 구성된 정치적 미장센, 이 시대 미국의 현실을 압축해 보여주는 역사적 장면처럼 보인다. 피, 주먹, 성조기가 조합된 메타포는 ‘지금-현재’의 대선 국면 향배를 규정하는 파급력뿐만 아니라 향후 트럼프 집권 시 펼쳐질 세계에 대한 암시로도 보인다.

 

일단 그 폭을 예상할 수 없지만 당장 트럼프에 대한 지지율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에서 대통령 암살 시도와 지지율 사이의 관계를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1981년 3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가 실패로 돌아간 후 하락세에 있던 그의 지지율은 며칠 사이 11%포인트나 가파르게 상승한 바 있다. 피격 직후에도 건재함을 과시하며 부통령 후보 지명까지 흔들림 없는 모습을 연출한 트럼프, 주먹을 치켜 들고 투쟁을 외쳤던 그의 행동과 오버랩되면서 인상적인 리더십으로 부동층을 흔들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반면 고령의 유약함과 재앙적인 대선 토론 이후 사퇴 압박을 받으며 곤경에 처한 조 바이든 대통령은 피격에 대한 책임론 공세까지 받으며 당장 민주당 대선 후보 지명 자체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크게 보면 재선 가능성뿐만 아니라 민주당의 상하원 입지를 위태롭게 할 수 있고 이런 분위기로 트럼프가 재집권한다면 그가 워싱턴의 모든 권력 수단을 장악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더 우려스러운 부분은 피격이라는 폭력을 대하는 미국 대중, 그들에게 스며드는 분노와 불안이다. 군중을 향해 주먹을 치켜든 트럼프를 본 공화당원들 속에서 엄청난 분노와 자부심이 표출될 가능성이 있다. 피격에도 끄떡하지 않고 일어선 트럼프에게 느끼는 자부심, 파시스트로 몰아가던 민주당에 대한 분노, 들끓는 책임론과 음모론, 이런 분위기가 압도하는 대선 국면을 불안하게 바라보는 대중 속으로 피격이라는 ‘폭력’은 하나의 정치적 블랙홀이 될 수 있다. 이번 피격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의 책임론이 공화당 선거운동의 주요 소재가 되면서 트럼프 지지자들에 의해 감행된 미 국회의사당 ‘폭력’과 트럼프의 거칠고 분열적인 태도가 희석될 수 있다.

 

트럼프의 포퓰리즘은 대외정책에서도 새로운 국면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그의 극단적이거나 즉흥적으로 보였던 주장들은 대중적 호소력을 갖는 측면이 있다. 미국인들은 전쟁에 지쳐 있다. 전쟁에 대한 피로는 미국 엘리트들에 대한 불신과 맞닿아 있다. 이라크전, 아프가니스탄전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 정치인들, 자신들의 경제적 삶과 무관한 유럽과 중동에 천문학적 전비를 쏟아붓는 정치적 결정에 반감이 팽배하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심화된 불평등, 탈(脫)산업화, 중국의 부상에도 여전히 미국의 정책은 대외적으로 인심 좋은 유일 패권국, 자유무역과 세계화에 방점을 두고 있는 듯 보일 수 있다. 대중에게 트럼프의 자유무역협정, 나토, 중국에 대한 공세는 엘리트주의적 금기를 깨는 중요한 도전으로 간주될 수 있다.

 

그러나 트럼프의 포퓰리즘의 후과와 위험은 크다. 이스라엘 극우의 발호와 중동 전쟁의 씨앗을 뿌린 것은 거슬러가면 트럼프와 맞닿아 있다. 대(對)중국 강경 노선과 무역 압박은 동맹국들과의 정교한 조율의 부재 속에서 무역 분쟁과 공급망 혼돈,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웠다. 북한과의 미완의 협상은 북한 핵무기 고도화의 명분을 강화했다. 동맹국들에 대한 거래주의적 압박은 국제 및 지역 현안 대응에 있어 공동 대응의 응집력과 국제기구의 역할 축소로 나타났다. 물론 모든 글로벌 환경의 불안정성이 트럼프의 탓만은 아니다. 국제질서의 다극화 추세는 2008년 이후 이미 가시화돼 왔고 변화하는 세계에 대한 미국의 대응이 중장기적으로 조정 국면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 다만 질서 있는 변화보다는 돌출적 포퓰리즘으로 트럼프가 혼돈을 가중시킨 측면이 있다.

 

트럼프가 재집권한다면 불확실성은 커질 것이다. 우선 트럼프의 강자 민족주의와 고립주의 자체가 불확실성의 메시지가 될 수 있다. 우크라이나와 나토에 대한 지원을 중단한다면 러시아는 더 대담해질 수 있고 중국의 대만 정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유럽 내 우파 민족주의의 득세, 정치적 균열이 가중되면서 오랜 유럽의 지정학적 이해에도 서서히 변화가 올 수 있다. 한반도와 동북아에도 마찬가지다. 북한과의 대화 시도는 북한의 전략적 지위를 높여주며 ‘비핵화’에 대한 논쟁적 상황을 만들 수 있다. 시진핑-푸틴-김정은의 장기 집권 리더십은 더욱 강고해질 수 있다. 이들은 탈미국화, 탈식민화, 서방의 세계 지배 구도 타파에서 공통된 이해를 가지고 있다. 이들 세 국가의 군사력에 대한 집착과 배타적인 국가주의가 트럼프의 강자 민족주의와 고립주의와 만나면 불확실성은 가중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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