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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균의 어반스케치] 접시꽃 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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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 여행을 나섰다. 남쪽 바다 먼 장흥문화예술회관에서 전시하는 박진화 작가의 전시를 보기 위해서다. 칠월에 해움미술관에서 함께 전시하기로 한 이흥덕, 나종희, 송창 작가가 동행했다. 내 차를 직접 운전해 여행하기는 참으로 오랜만이다.

 

가는 길에 영암에 들렀다. 47년 만에 고향을 찾은 김준권 작가의 판화전이 열리고 있어서다. 하정웅 미술관이라는 이 지역 연고 작가의 상설 소장전도 볼 수 있었다. 부럽다. 유명 작가가 돼 고향에서 전시하는 작가들, 금의환향 전이다.

 

차 한잔 나누고 다시 장흥으로 향한다. 언덕 위의 미술관엔 박 작가가 기다리고 있었다.

 

대형 작품들이 시선을 끌었다. 좋은 작품의 여운을 담아 작가가 안내하는 시내의 한 식당으로 향한다. 여름 보양식이라는 갯장어 하모가 나왔다. 남도의 상차림이 넉넉하고 맛깔스럽다.

 

작가가 마련해 놓은 숙소에서 투박한 말 보따리를 풀었다. 고등학교 미술부 시절 얘기가 화두였다. 작가의 후배가 들려주는 무용담 같은 학창 시절의 이야기는 여름 밤을 더욱 깊고 그립게 했다. 술안주는 고향만으로 충분했다.

 

예술은 내가 내게 빠져들어야 관객도 내게 빠져드는 것, 나의 그림은 전혀 다른 곳에서 나를 바라본다. 피할 수 없는 그 불편함으로 다시 붓을 잡는다. 해장국집으로 가는 길에 접시꽃 한 무더기가 단아하게 피어 있는 작은 뜰과 마주했다. 여름이 익어가고 있다. 접시꽃, 내 안의 그대가 분홍빛 수액으로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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