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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균의 어반스케치] 지동시장이 보이는 수원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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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판엔 모내기가 한창이다. 논물 속의 개구리처럼 봄비가 울고 가더니 눈부시게 갰다. 신록은 봄의 가장 선명한 대명사, 향수적인 시어들과 옛 노래가 버들피리처럼 유려하다. 잎들은 윤기가 흐르고 동구 밖 과수원길 아카시아꽃이거나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 나라 내 고향이라는 꽃의 제전이다. 오월의 크리스마스인가. 감사하는 누군가에게 선물하고 싶은 계절, 난초 돋아난 토담가에 앉아 옆집 동무랑 감꽃 목걸이 만들던 추억도 생각난다.

 

이런 시조를 봤다. “시든 감꽃 목걸이 담 위에 걸어놓고/탱자꽃 시린 오월 해맑은 하늘길로/뉘 모를 물안개 속을 돛단배 가듯 간 이.’ –김연동 ‘감꽃 목걸이’–

 

일전에 교탁 위에 카네이션 바구니가 놓여 있어 깜짝 놀랐다. 알고 보니 도서관 사서로 근무하며 야학하는 J님의 마음이었다. 리본에 새긴 ‘고맙습니다’라는 꽃말은 더욱 따뜻했다. 어떤 반은 향기로운 카네이션에 생크림이 가득한 케이크를 모두가 나눠 먹게 해 축제 같았다. 가족에게도 흔치 않은 일이라 감동이다. 무엇으로 답해야 할지 부담이지만 참 아늑한 세상이다.

 

오월은 기념일로 가득한 은혜의 날들이다. 신이 주신 꽃과 싱그러운 신록만으로도 축복 충만한 계절, 수원천을 거닐며 다리 아래로 흐르는 아련한 봄을 바라본다. 내 건너 지동시장 추억의 장날 만두도 그립고, 긴 줄 선 통큰 칼국숫집에서 콩국수 한 그릇을 먹고도 싶다. 송학다방에서 낭만적으로 커피 한잔 마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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