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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균의 어반스케치] 내 건너 빨간 집-삼일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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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록의 계절이다. 청보리 익어가고 모란꽃, 유채꽃, 아카시아꽃이 짙은 향을 쏟는다. 눈으로 향기를 맡는 느낌이다. 시냇가도 푸르름이 흐른다.

 

화홍문을 지날 때, 내 건너 버드나무 사이로 빨간 벽돌집 한 채가 시선을 잡았다. 고색창연한 서양식 건축의 옛 삼일학교다. 삼일학교는 1903년 미국인 선교사 W 서웨어리가 15명의 소년을 모아 시작한 교회부설 학교로 처음엔 교회 건물을 빌려 사용했다고 한다. 미국 아담스 교회의 도움으로 건립돼 벽 꼭대기에 ‘ADAMS MEMORIAL’이라고 새겨져 있다.

 

삼일학교는 교사와 학생들이 1920년대 항일 비밀결사운동을 전개해 민족의식을 고취한 학생운동 발상지이기도 하다. 독립운동가 임면수 선생은 기독교정신을 바탕으로 사랑과 봉사를 실천하는 인간교육을 건학이념으로 삼일학교 창립에 기여했다. 솔로몬도서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기념관은 문이 잠겨 있어 이마에 손바닥을 얹어 빛을 가리고 실내를 들여다본다. 친구들 목소리가 들려올 듯한 목조 마룻바닥에 책걸상이 놓여 있는 옛스러운 풍경이다.

 

풍금 소리에 맞춰 스와니강을 부르던 중학교 적 생각이 난다. 마룻바닥에 반들반들 초칠을 해 놓고 선생님이 미끄러지는 모습을 깔깔대며 바라보던 기억, 추억은 분필로 쓴 칠판 위의 낱말 같다. 널따란 운동장을 건너 교문을 나서며 책가방을 든 소년으로 돌아간 느낌이다.

 

아! 벌써 내 건너 오월의 향훈이 코끝에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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