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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준영 칼럼] 누가 헌법정신을 훼손하는가

윤준영 한세대 휴먼서비스대학원 공공정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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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이란 국가의 기본법으로서 국가의 구성·조직·작용과 기본권 보장에 관한 기본적 원칙을 규정한 근본법으로 최고의 수권법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헌법은 광복 이후 1948년 5월10일 남한 총선거로 구성된 국회에서 제정됐고 이후 아홉 차례의 개헌을 통해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현재의 헌법은 여당(현 국민의힘) 뿌리인 과거 6공화국에서 신설된 조문으로 헌법의 조항을 보면 전문에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의 계승 및 조국의 민주개혁을 천명하는 내용이 분명하게 나와 있다.

 

분명히 누군가의 압력이 아닌 당시 여당(현 국민의힘)의 주도 아래 여야 합의를 통해 개헌이 진행됐지만 2024년의 대한민국은 헌법에서 명시하는 내용에 대한 본인들만의 재해석으로 연일 시끄럽다. 이미 헌법 전문에도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의 계승이라고 분명하게 돼 있는 바 4·19의 원인을 제공한 이승만 정권 자체가 이미 ‘불의의 정권’이라는 절대 변하지 않을 사실에 국민이 모두 법 앞에 동의한 셈이다. 그런데 이미 60여년 전에 시민들의 손으로 끌어내린 초대 탄핵 대통령이며 불의의 정권 수장인 그를 재평가한다고 하며 다시 치켜세워 영화로 제작하고 국부로 숭배하며 기념관까지 만든다고 하면서도 법치를 입에 담고 있으니 참으로 통탄스러울 뿐이다.

 

분명 모든 일에는 공과가 있고 이승만 역시 예외는 아니다. 역사적 사실로 본다면 당시 대한민국의 가장 뛰어난 스펙을 지녔고 독립운동을 했다는 사실과 대통령이 된 이후의 농지개혁정책 등은 개인적으로도 훌륭한 업적이라고 본다. 하지만 이승만의 악행은 알려진 것만 해도 한둘이 아니며 독립운동 역시 나라에 대한 애국심보다는 출세와 권력욕 때문이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심지어 일부 역사학자들은 한반도에서 가장 많은 대중을 살해한 1위가 김일성이라면 2위는 이승만이라는 평가까지도 한다. 이런 그를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건국 전쟁’이라는 그럴싸한 포장지로 포장해 영화로 선동하며 이미지를 바꾸려 한다 하더라도 절대로 헌법 전문에 새겨진 4·19라는 불의에 항거한 민주정신의 가치가 바뀔 수 없기에 그는 분명 헌법에도 명시돼 있는 불의의 세력이다.

 

물론 보수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건국절 논란은 일어 왔고 어김없이 이승만을 다시 치켜세우려고 노력했으나 특히 심각한 이번 정부의 유체이탈 화법에 대해서는 지적하고 싶다. 얼마 전 4·19혁명의 도화선이 된 ‘3·8 민주의거’ 64주년 기념식 기념사에서 한덕수 총리는 “정부는 3·8 민주의거 정신을 받들어 자유롭고 정의로운 나라를 이뤄 나가겠다”며 “대전의 고등학생들을 중심으로 이뤄진 의거는 지금도 ‘정의의 들꽃’으로 빛나고 있다”고 치하했다. 자칭 법 전문가라고 하는 총리가 입으로는 정의를 외치고 있지만 다른 한 곳에서는 그와 반대되는 불의의 수장인 이승만의 기념관을 건립하는 것을 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심지어 윤석열 대통령조차 ‘건국 전쟁’ 영화에 대해 ‘우리나라 역사를 올바르게 인식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는 것은 충격 그 자체다.

 

현재 우리나라는 극심한 이념 갈등으로 고통받고 있다. 그 시작이 어디서부터, 누구부터였는지 잘 생각해 보라. 한쪽은 친일이라 얘기하고 또 다른 쪽은 빨갱이라 칭한다. 역사에 ‘만약에’라는 말은 없다고 하지만 이 모든 상황이 과연 누구로부터 무엇 때문에 시작된 분열인가를 단 한 번만이라도 진실을 마주하며 생각해 보라. 대한민국은 법치주의 사회다. 가장 상위법인 헌법 전문에서조차 불의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정권의 수장인 이승만을 재평가해 우상화하고 헌법정신을 훼손하며 법치를 논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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