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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태동, 한국이민사 120주년] ④ 이민자의 교육적 열망

인하대학교…‘코리아 디아스포라’ 연구 천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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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미추홀구 용현동에 있는 인하대학교는 인천 제물포에서 시작한 한인 이민자들의 조국에 대한 그리움이 담긴 곳이다. 하와이 이민자들은 지난 1952년 ‘하와이 이민 50주년’을 맞아 조국에 부국강병을 위해 인하대학교 설립 운동에 뛰어들었다. 사진은 1953년 개교 당시 인하공과대학의 모습. 인하대 제공

“우리는 비록 가난했지만 하와이 농장에서 번 돈, 떡을 만들어 판 돈을 모아 땅을 사고 학교를 지었다.”

인천 제물포에서 시작한 하와이 이민자들은 조국에 대한 그리움을 학교 설립으로 승화했다. 하와이 이민자들이 이민 50주년을 맞아, 떠났던 곳으로 되돌아와 ‘인하대학교 설립 운동’에 코리아 디아스포라 삶을 투영하고 있다. 이 같은 인하대 설립은 한인 이민사를 비롯해 민족운동사, 지역 경제사와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22일 인하대와 한국이민사박물관 등에 따르면 이승만 대통령은 1953년 담화문 ‘인하대학 설립에 관하여’를 발표하고 학교 설립의 구상을 밝힌다. 인하대는 이민자들이 굶주림으로 벗어나기 위해 하와이로 떠났던 이민 행보에 대한 보답이자, 조국에 대한 사랑을 표현한 이민 역사의 주요한 분기점이다. 이민자들은 국내의 공업기술 수준을 높여 조국의 근대화와 발전이 이뤄지길 염원했다.

특히 인하대는 국민회와 동지회 등 하와이 이민 사회 속 독립운동의 결실이다. 여기에 인하대는 옛 경인공단을 중심으로 하는 산업화의 구심점 역할을 하기도 했다. 당시 인천시는 40여만㎡을 학교 부지로 제공하며 힘을 보탰고 인하대를 통해 인천은 대한민국 제1의 공업지대로 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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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 전 대통령이 1953년 인하대학교 개교 기념식에서 설립깃발을 건네고 있다. 한국이민사박물관 제공

이러한 역사적 함의를 가진 인하대는 현재까지 ‘코리아 디아스포라’ 연구에 다방면으로 뛰어들고 있다.

인하대는 지난 1985년 국제관계연구소를 만들어 국제관계 속 한국을 연구하는 비교정치, 국제정치의 대표적 연구를 도맡아 해오고 있다. 국제관계연구소에서 발간하는 영문저널 퍼시픽포커스(Pacific-Focus)는 2007년 국제수준 학술지로 거듭났다.

또 인하대는 2007년 국제관계연구소 내 이주 및 재외동포센터를 만들고, ‘코리아 디아스포라’에 대한 다방면의 학술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인하대는 이민·재외동포·공공외교·개발협력 등을 특화 분야로 정하고 재외동포의 삶과 정책에 대한 학문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인하대는 지난 2008년에는 다문화사회통합 거점대학으로 선정 받고, 다문화사회통합연구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인하대는 이 센터를 통해 다문화 사회가 안고 있는 고질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 등을 고민하고 있다. 이어 2019년에는 한국이민사박물관과 ‘하와이 소재 한인 이민 및 독립운동 자료 조사연구 사업’에 참여하고, 2021년에는 재외동포재단과 차세대 재외동포정책 개발을 위한 실태조사 사업에 뛰어드는 등 이민 역사와 현재 재외동포 정책에 대한 광범위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이 밖에도 인하대는 지난 2021년 7월 디아스포라의 정체성을 이용한 국제정치와 외교를 연구하는 ‘K학술확산연구센터’를 본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호주와 동유럽 등 국외에서 추진하고 있는 한국학의 현주소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제언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이진영 인하대 국제관계연구소장은 “인하대는 이민 역사의 상징적 기관에서 나아가 이민역사와 디아스포라 정책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며 “현 한국의 교육과정에서 공공 외교와 재외동포 정책의 전문성을 가질 수 있는 전무후무한 기관”이라고 했다. 이어 “인하대는 ‘코리아 디아스포라’와 뗄 수 없는 역사를 가지고 있는 만큼, 재외동포를 위한 정책과 사업 등에 선두주자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인천 미추홀구 용현동에 있는 인하대학교는 인천 제물포에서 시작한 한인 이민자들의 조국에 대한 그리움이 담긴 곳이다. 하와이 이민자들은 지난 1952년 ‘하와이 이민 50주년’을 맞아 조국에 부국강병을 위해 인하대학교 설립 운동에 뛰어들었다. 사진은 현재 인하대 전경의 모습. 인하대 제공

하와이에서 전해온 부국에 대한 소원 ‘인하대학교 설립 운동’

인천 제물포에서 시작한 하와이 이민자들은 1일 10시간 이상 노동을 하면서, 돌아갈 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기 보다 조국에 기여할 방법을 찾았다. 이는 한인 이민자들의 열띤 교육열과 만나 ‘인하대학교 설립 운동’을 이끈다.

22일 인하대와 한국이민사박물관 등에 따르면 이들은 1952년부터 조국의 공업화를 돕기 위해 본격화 한 ‘인하대학교 설립 운동’에 뛰어든다. 이민자들은 인천의 매사추세츠공업대학교(MIT)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운동을 본격 착수한다.

이를 위해 이승만 전 대통령은 1952년 부산에서 당시 김법린 문교부 장관에게 ‘인하공과대학’의 설립을 지시하고, 인하대 설립운동의 방아쇠를 당긴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1953년 하와이이민 50주년을 맞은 기념사에서 인하대 설립에 대한 구상을 밝힌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은 ‘인하대학을 세워서 50년 기념에 영구한 기념물을 만들려고 하는데, 인천과 하와이 사이를 본 따 이름은 ‘인하(仁荷)’로 하고’라며 인하대 이름의 어원이 등장한다. 이후 1953년 인하공과대학 설립기성위원회가 발족하고, 1954년 2월5일 재단법인 인하학원이 등장해 그해 4월24일 인하공과대학으로 개교한다.

특히 인하대 설립의 모체인 한인기독학원 역시 한인 이민자들의 교육열이 서린 곳이다. 이 전 대통령은 대한인국민회 지원으로 토지를 구입해 한인기독학원 전신인 한인여자성경학원을 만든다. 이어 1918년 한인기독학원으로 이름이 바뀌면서 남녀공학과 민족교육에 방점이 찍힌다. 한인기독학원은 1928년까지 150명의 졸업생을 배출하고, 미국 하와이에서 민족교육의 한 갈래를 담당한 중심 기관이다.

이민자들은 이런 역사적 맥락에서 한인기독학원 부지대금 15만불을 학교 설립 자금으로 사용하는 데 동의한다. 인하대 설립에는 부지대금 15만달러, 정부출연금 6천만환, 국민기부금 2천774만3천여원을 투입했다. 여기에 인천시가 이런 상황에 땅 40여만㎡을 기증하면서 다시 인하대 설립 운동은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다. 이렇듯 인하대 설립에는 이민자들의 독립 자금을 비롯한 조국의 공업산업의 성장을 바라는 마음이 함께 담겨있다.

김상열 한국이민사박물관장은 “인하대 설립은 이민자들의 공통적 정체성인 ‘교육열’과 ‘떠나온 조국에 대한 책무와 그리움'이 함께 공존한다”며 “인하대의 전신인 한인기독학원은 조국의 부국강병을 바라며 민족교육기관인 점도 같은 맥락”이라고 했다. 이어 “인하대는 이민자들이 떠났던 곳으로 다시 되돌아오면서, 타지에서 꽃 피워낸 조국에 대한 사랑의 최초의 결과물”이라고 했다.


나라 잃은 국민의 설움은 독립운동에 대한 헌신으로…국민회와 동지회, 인하대 설립 씨앗

인하대학교 설립 운동의 씨앗은 고된 노동에도 조국의 부국강병을 위해 독립자금 모금에 헌신한 단체들의 결속력에 있다.

22일 인하대와 한국이민사박물관 등에 따르면 인천 제물포에서 출발한 한인 이민자들은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을 하며 번 돈으로 독립운동자금을 정기적으로 지급했다.

이는 당시 김법린 문교부 장관이 인하대 설립에 대한 담화문에도 담겨있다. 김 장관은 인하재단의 설립의 종잣돈은 ‘하와이 동포들의 눈물겨운 기부금’이라고 표현한다. 인하대 설립에 앞서 모금운동을 추진할 수 있던 배경에는 이렇듯 이민자들이 조국을 위해 정기적으로 기부금이나 모금 운동에 뛰어든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하기도 한다.

한인 이민자들은 독립운동 자금을 ‘세금’과 같은 개념으로 인식했다. 1일 10시간이 넘는 혹독한 노동을 하면서도 1개월에 1~2달러의 독립운동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조국을 떠나온 이민자로서, 조국을 잃은 국민으로서의 책무라고 해석했다. 이들이 타국에서 자리를 잡고 돈을 버는 동안에도 조국의 부국강병과 독립은 늘 미완의 과제처럼 마음 속에 남아있던 것이다. 그리고 이들의 부채감은 해방과 인하대 설립 운동을 만나 결실을 맺는다.

초창기 하와이 이민자들의 구심점은 대한인 국민회다. 국민회는 1909년 미주 한인 최고 민족 운동 기관으로 성장하면서 ‘임시정부’와도 같은 역할을 했다. 또 국민회는 ‘국민의무금제도’를 운영하면서 한인 이민자들의 결속력을 다졌다. 국민회는 안정적인 자금 수납에 대해 고민했고, 흩어진 한인들의 안정적인 자금과 결속력을 위해서는 의무금제가 절실했다. 국민회는 기관지인 ‘신한민보’를 통해 국민의무금 수입을 지면에 공개하기도 하면서 결속력을 다졌다. 국민회는 이를 통해 재정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장기적인 독립운동을 대비했다.

대한인동지회는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시작한 독립운동단체이다. 동지회는 국민회보다 낮은 인지도로 시작했으나 1920년대 후반부터는 미주 지역의 연합 독립 운동 단체로 성장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동지회는 민족경제력과 자급자족을 중요하게 강조하며 각종 기금 모금과 독립자금후원제를 운영 했다.

백태웅 하와이대 한국학연구소소장은 “1902년 하와이로 떠난 이민자들은 1905년 외교권의 박탈로 ‘나라 잃은 국민’이 된다"며 “이들이 독립운동 단체를 통해 이런 정체성의 위기를 해결했다고 해석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17~20달러를 받는 월급에서 1~2달러, 본인 월급의 10%를 떼서 독립운동단체에 지원할 것은 이런 정체성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행동이다”고 했다.


인터뷰 이진영 인하대학교 국제관계연구소장 “재외동포 통한 공공외교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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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영 인하대 국제관계연구소 소장

“재외동포를 통한 공공외교 정책 발전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이진영 인하대학교 국제관계연구소 소장은 다문화 사회가 자리 잡고, 이민자 유입이 활발한 현 시대를 이렇게 진단했다. 이 소장은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재외동포를 비롯한 다문화 사회, 이민 사회를 연구하고 있다. 그는 우선 재외동포에 대한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재외동포들과 모국은 수평적 관계로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재외동포와 이민사를 바라보는 연구의 핵심은 시혜적인 관점이 아닌 ‘수평’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730만명 이상의 재외동포가 전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한다면 무엇보다 강력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고 했다.

국제관계연구소는 4개의 센터로 이뤄졌다. 4개의 센터 중 이주 및 재외동포 센터는 하와이 동포들의 한국역사에 대한 기여를 책자로 만들기도 했다.

이 소장은 “인하대학교의 역사 시작부터 이민 역사와 재외동포 관련 학술 성과에 대해서는 무엇보다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며 “국내에서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저널로 꼽히고 있다”고 했다.

특히 이 소장은 K학술확산연구센터를 통해 민족 정체성의 정치와 재외동포를 통한 공공외교를 연구하고 있다. 이 소장은 재외동포들이 관심이 많은 한류를 이용한 공공외교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그는 “재외동포 중에서는 한류와 한국에 대한 관심이 크지만, 한국 자체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은 경우가 있다”며 “이들을 대상으로 한국의 정치·외교·사회에 대한 과목을 만들어 수업을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나의 아버지, 할아버지가 어떻게 이 나라에 왔는지 이주 역사도 배우고, 한국의 이민 정책과 다문화 사회 통합 등을 설명하는 시간을 가진다”고 했다.

이 소장은 무엇보다 ‘세계시민의식’을 바탕으로 한 재외동포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한국 사회과 난민 문제에서부터 유입 이민자에 대한 반감이 큰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이곳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 소장은 “성공한 재외동포는 좋아하고, 그렇지 않은 동포에 대해서는 반감을 가지는 형태의 재외동포를 바라보는 시각으로는 성장할 수 없다”며 “그런 생각들이 유입 이주민에 대해서 굉장히 폭력적인 시선을 만들어내기도 한다”고 했다. 이어 “점점 더 외국인 노동자와 유입 이민자들은 늘어날 수 밖에 없다”며 “폐쇄적인 생각이 아닌 세계시민의 생각으로 동포들을 바라보아야 문제가 안 생길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 소장은 최근 미래세대를 위한 재외동포 관련 강의를 준비하면서 한국사회의 재외동포 역사에 대한 인식이 부실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소장은 또 다시 현재 대학생들을 위한 재외동포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데 몰두하고 있다.

이 소장은 “공공외교를 가르치려고 강의를 열었는데, 재외동포에 대해 배워본 적이 없는 한국 학생들이 많았다”며 “재외동포, 이주민에 대한 포용과 환대의 정책 등을 연구하는 곳이 절실하고, 그 곳이 바로 인하대 국제관계연구소의 역할이라는 소명으로 임하고 있다”고 했다.

김지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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