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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서로 미리보는 경기교육] 2편. 무너지는 교단… 무뎌지는 사회

욕설에 어깨빵 당해도… 교사들 하소연할 곳 없어
도교육청, 지원센터·신고 메뉴 신설 보호과제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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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빈 교실 모습. 경기일보DB

#1. 어릴 적부터 아이들과 노는 것이 즐거웠던 최보라씨(31·가명·여)는 2016년 3월 봄 초등학교 교사가 됐다. 올해 7년 차를 맞은 최씨는 여느 해처럼 아이들과 수업할 생각에 설렘을 안고 교단에 섰다. 그러나 ‘그 아이’를 만나면서 그의 교사 생활은 곤두박질 치기 시작했다.

최씨는 올해 3월부터 7월까지 그 아이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 수업 시간마다 이유 없이 날아오는 지우개 쪼가리와 화장실까지 쫓아오는 그 아이의 행동은 망설임이 없었다. 최씨는 그런 아이를 따로 불러 대화를 하고 타일러도 봤지만, 되돌아오는 건 거친 욕설이었다.

최씨는 “아이의 행동이 지나쳐 주의를 줄 때면 ‘무슨 상관인데 시O’, ‘지O 하지마’라는 말이 돌아오기 일쑤였다”며 “어느 날은 훈육했다는 이유로 이른바 ‘어깨빵’을 당해 복도에 나뒹굴기까지 했다”고 하소연했다.

최씨를 더 힘들게 하는 건 그 아이의 부모였다. 학부모는 최씨의 훈육 탓에 아이가 정서적으로 상처를 입었다며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최씨의 설득은 무의미했고 학부모의 요구는 교감, 교장까지 움직이게 만들었다. 최씨는 학교 관리자의 도움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정작 그들의 입에선 한결같이 “일 크게 만들지 말고 한 번만 참고 사과하자”였다.

그 한마디에 2016년 3월 부푼 꿈을 갖고 교단에 오른 최씨의 다짐은 모레성처럼 무너졌다. 그는 이때부터 이유 없이 심장이 뛰고, 우울감에 빠졌다. 병세가 악화된 그는 결국 병원에 입원하며 교단을 내려와야만 했다. 최씨는 “아무런 잘못 없이 괴롭힘 당하던 제가 관리자의 보호조차 받지 못하고 결국 공개 사과했다”면서 “아이가 좋아서 선생님이 됐는데, 이젠 그 아이들이 무섭기만 하다”고 말했다.

#2. 성남에 사는 중학교 교사 김은미(35·가명·여)씨는 지난해 말 같은 반 아이를 괴롭히는 다른 반 학생을 보고 훈육했다가 악성 민원에 시달려야 했다. 학부모는 “아이들끼리 노는데 선생이 왜 나서서 꾸짖느냐”며 적반하장 태도로 김씨를 몰아세웠다. 그는 코로나19 사태로 개인번호까지 공개한 탓에 퇴근 이후에도 그 아이의 부모로부터 비난을 받아야 했다.

김씨는 “한 아이가 다른 아이의 뒷목을 잡고 놔주지 않는 장면을 보고 다그쳤는데, 학부모는 아이의 말만 듣고 ‘아이가 노는데 이유없이 혼냈다’고 고함쳤다”면서 “이런 일이 반복되니 핸드폰으로 오는 전화와 문자 받기가 무섭다”고 했다.

그는 이러한 일을 학교 관리자에게 털어놨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전했다. 김씨는 “교장과 교감은 제가 학부모로부터 피해 입은 이야기를 듣고도 ‘네가 선생님이니까 이해해줘라’라는 말만 했다”며 “교권보호 제도의 도움을 구할 방법도 찾아봤지만 일을 키울 거 같아 선뜻 나서지 못했다”고 말했다.

민선 5기 경기도교육감직인수위원회 백서 전수식. 경기도교육청

道 교권침해 최근 3년간 1천479건


경기도내 학교에서 학생과 학부모에 의한 교육활동 침해 사례가 잇따르지만, 교사를 보호하고 이를 마땅히 제지할 방안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교권보호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거듭 강조한 만큼 추락한 교권을 회복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이 수립될지에 대한 이목이 쏠리고 있다.

3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최근 3년(19~21년)간 도교육청에 접수된 학생에 의한 교육활동 침해 건수는 총 1천479건으로 집계됐다. 교원단체 접수 건수까지 합산하면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 기간 모욕 및 명예훼손이 831건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상해 폭행(160건), 성적 굴욕감 및 혐오감 느끼게 하는 행위(134건)가 뒤를 이었다.

도내 교사들은 수업 방해 등 교권침해가 발생해도 현장에선 이를 막을 수단이 마땅치 않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교감, 교장 등 학교 관리자에게 이야기해도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 교사가 전적으로 책임을 떠안고 가야 하는 실정이다.

특히 교사가 제지 수단이 없다는 걸 인지한 일부 학생들은 노골적으로 수업을 방해하거나 교사와의 대화를 녹음해 민원까지 제기하며 교사들의 교육활동을 침해하고 있다.

이를 방증하는 한국교총이 지난 7월 전국 초·중·고 교사 8천655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매일 한 번 이상 학생의 욕설을 듣거나 교실 무단이탈 등으로 수업 방해를 겪는 교사가 10명 중 6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문제를 인지한 도교육청은 지난 8일 민선 5기 경기도교육감직 인수위원회가 발간한 백서를 바탕으로 교권보호 정책 방향을 구상 중이다. 백서에는 ▲교권침해 신고 메뉴 신설 ▲교권보호지원센터 확대 ▲교권보호 전문인력 채용 등 교권보호 방안이 제시됐다.

이와 관련, 도교육청 관계자는 “현장 의견을 종합해 교사들의 교권보호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내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민선 5기 교권보호 3가지 정책과제…교원단체 “신속히 추진해야”


민선 5기 경기도교육감직 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는 크게 3가지로 교권보호 정책과제를 제시했다.

우선 학습권 보장을 위한 학생인권과 교권의 균형 지원을 통해 교육환경을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인수위는 학생인권과 교권의 균형적인 보호 및 학습권 보장을 위해서 ‘경기도 학생인권 조례’, ‘경기도교육청 교원의 교권과 교육활동 보호에 관한 조례’ 개정을 제안했다. 이를 통해 타 학생에 대한 학습권 침해 학생의 교실 일시 분리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복안이다.

이와 함께 부당한 민원 개념화 및 대응 프로세스 구축과 교권침해 신고메뉴 신설, 학교교권보호위원회의 상급기관 이관 추진 등을 통해 교사보호 시스템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학교교권보호위원회의 상급기관 이관 추진 시 교육지원청 역할과 기능의 재구조화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도교육청 메신저 내 ‘교권보호 핫라인’ 신설 시기를 연말로 적시했다.

이외에도 현재 고양, 용인, 수원 3개 권역으로 나눠 운영 중인 교권보호지원센터를 확대하고, 교육활동 관련 민·형사상 법률분쟁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을 위해 도내 교육지원청별 변호사 시범 배치를 추진과제로 꼽았다.

이런 가운데 도내 교원단체들은 도교육청이 정책 검토도 중요하지만, 시급히 교사들을 보호할 수 있는 대응 체계를 하루빨리 도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경기교사노조 관계자는 “교권침해를 교사 개인의 일로 치부하고 덮기에는 교사와 학생들의 그 피해가 너무 크다”라며 “도교육청 차원에서 교육활동 침해로 이어지는 악성 민원의 기준을 정립하고, 대응 체계를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교조 경기지부 관계자도 “교사 교육권 보호를 위한 법령 정비와 교육지원청마다 상담사, 변호사 등 필요 인력 배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교권침해로 피해를 본 교사들을 위해 일정 기간 휴직할 수 있는 제도 도입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경기교총 관계자는 “교권 안식년, 교권 휴직년 등과 같이 피해 정도가 심한 교원에 대해서는 충분한 기간의 치료와 휴양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휴직 및 휴가 제도를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민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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