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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열수칼럼] 항전의식·예비전력 중요성 일깨워준 ‘우크라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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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 간에 중동전쟁이 일어났을 때의 일이다. 전쟁이 일어나자 미국 대학에 유학중인 이스라엘 학생들과 아랍권 학생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학교에서 이를 수소문했다. 그랬더니 이스라엘 학생들은 조국을 지키기 위해 이스라엘로 돌아갔고 아랍권 학생들은 조국에서 자신을 불러들일까봐 종적을 감췄다는 것이다. 전쟁의 승패는 여기서 갈렸다.

우크라이나의 항전의식은 본받을 만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항전의 선봉에 섰다. 그는 국민을 버리고 현금다발만 싣고서 가장 먼저 도망쳤던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을 증오했다. 그래서 미국의 망명 권유도 거부했다. 그는 “죽음을 겁낼 권리가 없다”고 하면서 허름한 벙커에서 끝까지 싸울 것을 천명했다. 영국, 캐나다, 미국, 독일 의회 등을 상대로 영상 연설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도 끌어냈다. 젤렌스키 여사도 정장을 벗고 전투복을 입었다. 미스 우크라이나 출신도 왕관과 드레스 대신 전투복과 소총으로 무장했다.

우크라이나의 항전 물결은 폴란드·헝가리 등 국경 도시에서도 나타났다. 국경도시는 우크라이나 난민 행렬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그러나 국경 도시는 피란민만 북적인 것이 아니다. 우크라이나로 귀국하고자 하는 행렬도 만만치 않았다. 외국에 있던 우크라이나인이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기차와 버스에 올랐다. 물론 우크라이나 정부가 내린 국가총동원령의 영향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외국에 있었는데도 귀국을 원했고 예비군 소집에 해당되지 않은 ‘백발의 청년’도 귀국을 원했다. 유명 스포츠 스타와 예술인들도 이 행렬에 동참했다. 한국에서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있던 우크라이나 음악인들도 돌아갔다. 마치 중동전쟁 당시 귀국했던 이스라엘 유학생들을 보는 것 같았다.

그러나 전쟁은 항전의식만으론 안 된다. 병력이나 무기 등 유형 전력이 결합돼야 승리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의 상비군은 약 20만명이다. 러시아군에 비해 턱없는 병력에 무기체계도 변변치 않다. 이에 미국과 유럽연합이 나서 소화기, 대전차 미사일, 그리고 대공 미사일 등을 제공했다. 덕분에 우크라이나군이 거의 한달 가까이 러시아 대군을 막아내고 있다. 하늘에서는 드론이, 땅에서는 대전차 및 대공 미사일이 러시아군을 공세종말점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예비전력도 힘을 보탰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침공하자 곧바로 총동원령을 발령했다. 전시동원체제로 전환하면서 동원예비군과 향토방위군을 소집했다. 교육과 훈련을 마친 동원예비군은 전선에 투입됐고 향토방위군도 고향을 지키기 위해 총을 잡았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상비군에게 돌아갈 무기조차 충분하지 않다. 그러니 예비전력에게 보급할 무기는 더더욱 없는 셈이다. 항전의지는 있으나 무기가 부족한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한국의 군사력 건설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상비전력에 대한 검토도 해야 하지만 상대적으로 관심이 부족한 예비전력에 대한 검토는 반드시 해야 한다. 줄어드는 상비군을 보완할 수 있는 예비전력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한국 예비군에게 지급할 대부분의 무기와 장비들은 아직도 구식이다. 예비전력에 투입되는 예산이 국방비의 채 1%도 안 되니 예비전력의 정예화는 꿈도 못 꾼다. 미래전은 제4차 산업혁명 기술이 적용되는 최첨단 전쟁이 된다. 예비전력도 이런 전쟁을 수행해야 한다. 따라서 미래지향적인 예비전력 육성과 효율적인 동원체계 구축을 위한 심층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다가오는 제54주년 예비군의 날이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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