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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열수칼럼] 러시아의 딜레마와 출구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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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문턱으로 여겨졌던 2월20일이 지났다. 20일부로 겨울 올림픽이 폐막됐고 푸틴 대통령이 직접 지휘한 핵무기 훈련인 전략억지력 훈련도 끝났다. 그러나 러시아-벨라루스 연합훈련은 종료 직전에 연장됐다. 이제 푸틴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러시아는 당장이라도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 있다.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은 연일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과 침공할 경우 러시아가 직면하게 될 재앙적 제재를 경고하고 있다. 유럽 지도자와의 통화에 이어 국가안보회의(NSC)까지 마쳤다. 전쟁 계획과 이에 대한 대응 계획이 모두 마련된 셈이다. 외교가 탈진한 가운데 24일로 예정된 블링컨-라브로프 외무장관 회담이 마지막 기회가 될 것 같다.

그렇다면 이 회담에서 러시아는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까? 러시아의 ‘안전보장’에 대한 핵심적인 요구 사항은 우크라이나와 조지아 등으로 나토를 확대하지 말라는 것과 과거 소련연방이었던 국가 내에 나토군 기지의 추가 설치를 포기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이 요구를 들어줄 것 같지 않다. 미국과 나토는 이미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나토 조약을 거론하면서 거부 입장을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회담을 하더라도 러시아의 핵심 요구 사항은 관철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러시아는 침공해야 되나. 아니면 철수해야 되나. 이것이 러시아의 딜레마다. 러시아는 미국이 러시아의 요구사항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군사·기술적 조치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침공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침공하면 러시아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 수 있다. 주권국가를 침략하기 때문에 침략국으로 낙인찍혀 국제 왕따가 된다. 재앙적 수준의 경제제재도 당하게 된다. 이뿐만 아니다. 나토의 결속력은 더 강화될 것이며, 구소련 제국이었던 나토 회원국에게 더 많은 나토군과 나토 장비 등이 전개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안보를 담보받고자 했던 최초의 목적 달성은 사라지고 러시아는 오히려 더 많은 안보 위협에 노출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이와 반대로 아무 것도 얻지 못한 채 철군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빼든 칼을 쓰지도 않고 칼집에 도로 넣는 순간 러시아는 종이호랑이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왕따냐, 종이호랑이냐. 어느 것을 택해도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러시아는 최근 전쟁에 대한 상반된 경험을 가지고 있다. 1979년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해 10년 동안 전쟁의 수렁에 빠짐으로써 구소련의 몰락을 재촉했던 쓰라린 추억이 있다. 그런가 하면 2008년 조지아를 침공해 단 며칠 만에 항복을 받아낸 승리의 추억도 있다. 2014년에는 크림반도의 친러세력을 지원함으로써 크림반도를 빼앗고, 우크라이나 동부의 돈바스 지역에 친러세력을 구축함으로써 우크라이나를 혼란에 빠트렸던 달콤한 추억도 있다. 20년 이상을 장기 집권한 푸틴 대통령은 승리의 추억과 달콤한 추억만 가지고 과거 소련 제국의 영광을 재현하고자 한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를 우습게 봐선 안 된다. 작은 인구와 적은 면적을 가진 조지아나 크림반도가 아니라 유럽에서는 러시아 다음으로 넓고 인구도 4천만 명이 넘는 중강국이다. 조기 승리도 불가능하지만 설령 키에프를 점령해 위성정부를 세운들 국민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아프간의 추억이 재현될 수도 있다. 따라서 러시아는 블링컨과의 회담을 출구 전략의 기회로 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훈련이 종료됐기 때문에 철군한다는 명분도 궁색하기 그지없다. 따라서 유럽지역 군축회담에 합의하는 조건으로 러시아군을 철군하면 어떨까. 탱크의 공격로가 수렁으로 바뀌기 전에.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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