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도박 사이트

[인천 깃대종, 생태계를 가다] ⑦ 매화마름...농경방식 변화·각종 개발… 사라져가는 ‘봄의 눈꽃’

강화지역 ‘무논’ 4~5월엔 수만 개의 하얀 꽃 만개
1990년대 30만㎡ 군락지 현재 1만㎡로 급감했지만
郡, 람사르습지 지정한 곳조차 보호 안해 대책 절실

카지노 도박 사이트

인천 강화군 당산리 마을은 해마다 4~5월에 수천, 수만개의 작디작은 눈꽃이 논 위를 수놓는 매화마름의 전국 최대 서식지 중 하나다. 하지만 농경방식 변화와 개발 등으로 개화를 보는 것 자체가 어려워지고 있어, 인천시와 강화군 등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제공
인천 강화군 당산리 마을은 해마다 4~5월에 수천, 수만개의 작디작은 눈꽃이 논 위를 수놓는 매화마름의 전국 최대 서식지 중 하나다. 하지만 농경방식 변화와 개발 등으로 개화를 보는 것 자체가 어려워지고 있어, 인천시와 강화군 등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제공

인천 강화지역은 해마다 벼들이 잠시 쉬는 4~5월에 수천, 수만개의 하얗고 작디작은 눈꽃이 논 위를 수놓는다. 마치 눈송이가 쌓인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이 눈꽃들은 바로 매화마름이다. 강화도는 매화마름의 전국 최대 서식지 중 하나다.

매화마름은 꽃을 활짝 피운지 고작 1개월만에 자취를 감춘다. 매화마름이 이처럼 짧은 기간 모습을 드러내는 이유는 논에서 경작하는 벼의 성장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다. 매화마름은 수심 50~100㎝ 미만의 논에서만 자라는 까다로운 성격 탓에 경작을 하지 않는 11월부터 5월까지만 무논(물이 고인 논)에 뿌리를 내릴 뿐이다. 논에서 물이 사라지는 순간 매화마름은 싹을 틔울 수 없어 개화를 보는 것 자체가 희귀한 꽃이다. 동시에 논이라는 한 공간에서 벼와 공존하며 생태계 순환의 한 축을 이룬다.

하지만 이제 강화에서도 이 매화마름을 찾아보기 쉽지 않다. 농경방식의 변화와 각종 개발 사업 때문이다. 2009년 강화군 송해면 당산리에 농업용수개발사업으로 저수지를 만들면서 농가들이 물을 가둬놓을 필요가 사라진 탓에 이젠 전통적인 무논 경작방식은 사라지고 있다. 당연히 무논에서 서식하는 매화마름의 개체 수 역시 함께 줄어들고 있다.

또 2019년부터 외지에서 온 투자자들이 건물을 지으려고 300여곳이 넘는 강화도의 무논을 사들인 뒤 흙으로 메꾸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매화마름이 살 수 있는 무논은 강화도에서 약 1만㎡로 급감했다.

이처럼 설 자리를 잃어버린 매화마름은 환경부의 멸종위기 야생식물 2급,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 취약종(VU)으로까지 올라갔다.

6일 인천시와 강화군, ㈔에코코리아, 한국내셔널트러스트 등에 따르면 매화마름은 앞서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강화도 논지 30만㎡에 걸친 대규모 군락지를 이뤘으나, 1996년 초지리의 1차 경지정리와 당산리·양우리의 2차 경지정리 등으로 20만㎡가 넘는 군락지가 사라진 상태다.

이런데도 아직까지 지자체의 지원과 보호활동은 전무한 상태다. 람사르습지로 지정받은 초지리 매화마름 군락지는 람사르습지조약상 국내법에 따라 보호받아야 하지만, 강화군은 이곳을 보호구역으로 지정하지 않았다. 매화마름을 보호하기 위한 활동은 오로지 시민단체와 주민의 몫으로만 남아있는 게 현실이다.

현재 주민들이 자연환경보호단체에 무논을 기증한 것을 시작으로 해마다 모금을 통해 논을 매입해 매화마름 서식지를 유지하고 있다.또 관련 모임 등을 꾸려 매화마름의 가치를 알리고 보호하기 위한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임종수 초지리 이장은 “어려운 현실에도 많은 주민이 직접 나서 매화마름 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데도 인천시가 지난 4월 공론화 과정을 통해 선정한 인천의 깃대종에 매화마름이 들어가지 못해 주민들의 아쉬움은 크다. 당시 매화마름은 인천의 깃대종 후보군에는 올랐지만, 최종 5종에는 들지 못했다.

한동욱 ㈔에코코리아 소장은 “시와 군 등이 나서 보호구역을 지정하고 매화마름의 필요성에 대한 홍보 등을 통해 매화마름 군락지를 다시 넓혀가야 한다”고 했다. 이어 “지역 농민들이 무논방식으로 다시 경작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 등의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천 강화군 초지리 람사르습지에서 논습지네트워크 회원들이 매화마름이 자라고 있는 무논의 생물다양성을 살피기 위해 모니터링하고 있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제공

■ 재두루미 등 생태생물과 ‘한 지붕 두 살림’

인천의 주요 생태생물을 위한 ‘생태계의 보고’로서 매화마름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6일 인천시와 ㈔에코코리아 등에 따르면 강화의 매화마름 군락지에는 멸종위기 야생동물인 금개구리, 맹꽁이 등 100여종의 수중생물·식물과 어류 등 수중생명체가 함께 살고 있다.

매화마름은 강화도에서 인천 깃대종인 저어새와 천연기념물인 재두루미를 비롯한 생태생물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역할을 맡는다. 일반적으로 저어새와 재두루미는 번식기인 봄에 매화마름이 핀 논을 찾아 다닌다. 다 자란 민물고기를 먹기 위해서다. 이들 새는 소금기가 있는 어류나 갑각류를 어린 새끼에게 먹일 수 없어 번식기에는 논에 있는 민물고기를 주식으로 삼는다.

또 강화도에 사는 참붕어, 잉어, 미꾸라지 등의 민물고기는 알을 낳는 과정에서 포식자를 피하기 위해 매화마름 꽃잎 아래에 알을 붙여 번식한다. 물달팽이, 물벼룩, 송사리 등의 담수에 사는 수중생물들 역시 알을 낳아 매화마름 꽃잎 밑에 숨기고 수많은 새끼들을 낳는다. 이들 수중생물은 다시 민물고기의 먹이가 되면서 먹이사슬의 한 축을 이룬다.

이처럼 매화마름은 민물고기와 수중생물에게 산란터를 제공하고, 저어새와 재두루미에게는 생계를 잇는 먹이터의 역할을 동시에 맡는다.

매화마름 군락지의 면적이 넓으면 넓을수록 이들 생태생물의 개체 수가 늘어나 먹이사슬 등의 생태계 순환을 원활히 이끌어낼 수 있다.

이는 반대로 매화마름이 사라지면 깃대종과 천연기념물 등 보호종뿐만 아니라 지역 생태계 전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 때문에 환경단체 등에서는 매화마름 군락지를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박도훈 한국내셔널트러스트 부장은 “매화마름은 친환경으로 경작한 논에서만 자라기 때문에 곧 깨끗한 자연환경이 갖춰져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이어 “매화마름을 잘 관리한다면 친환경 이미지를 통해 관광 등 지역사회에 경제적 효과를 이끌어 낼 수도 있는 만큼 보호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 청년회 등 강화 주민이 보존을 위해 앞장, 친환경농법 농사로 탈바꿈

매화마름 군락지를 지키기 위한 인천 강화도 주민들의 보호활동이 눈길을 끌고 있다.

6일 강화군과 지역 주민 등에 따르면 매화마름 군락지 인근 초지리 주민들은 지난 2002년 매화마름 및 자연환경보호 시민단체인 ‘한국내셔널트러스터’에 매화마름이 서식하는 369㎡ 규모의 논을 기증했다. 또 같은해 주민들은 매화마름 군락지 보호 구역을 넓히기 위해 모금활동을 통해 2천640㎡의 논을 매입했다.

지역 주민들은 시민단체와 함께 확보한 이들 논에 물이 항상 고여있도록 하는 등 매화마름이 잘 군락을 지을 수 있도록 보살피고 있다.

특히 주민들은 매화마름의 가치를 알리고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주민들은 해마다 매화마름 군락지 보존활동을 체계적으로 배우기 위해 일본 미시마의 매화마름 보존 시민단체와 국제교류활동을 한다. 한·일 방문단은 상대마을을 탐방해 매화마름 보호·홍보·활용 방안 등을 연구, 지역 환경에 맞춰 접목한다.

또 주민들이 직접 강화매화마름위원회도 구성했다. 당산리 등을 중심으로 한 매화마름 군락지 지역 주민 13명은 위원회 활동을 통해 강화도에 있는 무논을 찾아 매화마름의 생장과정을 관리한다. 이와 함께 초지리 주민들은 청년회를 만들어 2천900㎡ 규모의 농지에 친환경농법인 무논 농사를 짓고 매화마름의 서식지를 보호하고 있다.

특히 이같은 주민들의 노력으로 초지리 무논 3천15㎡가 람사르 협약에 의해 논습지로서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람사르 구역으로 보전·관리받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람사르협회가 지정한 람사르습지는 독특한 생물지리학적 특성 및 희귀동식물종의 서식지로서 중요성을 가진 세계적으로 습지로 인정받는 곳이다.

임종수 초지리 이장은 “제초제를 사용하지 못하면 무논 농사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에 주민들이 직접 나서 매화마름을 보호하지 않으면 보호활동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했다.

 박도훈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자연유산국장 “군락지 보호 위해 힘 모아야”

박도훈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자연유산국장
박도훈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자연유산국장

“강화도의 매화마름 군락지 보호를 위해서는 모두 힘을 모아야 합니다.”

박도훈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자연유산국장은 강화도에서 매화마름의 터전이자 전통적인 무논 경작방식이 끊기지 않도록 수년째 농민들을 설득하고 있다. 또 자연환경보호 시민단체인 한국내셔널트러스트에서 매화마름 군락지를 보호하기 위해 주민들로부터 무논을 매입·관리하는 등의 활동을 병행한다.

박 국장은 “지역의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서는 매화마름을 꼭 지켜야 하지만 이를 농민들에게 강요할 수만은 없다”며 “지자체가 주민들과 함께 지역과 생태계에서 가지는 매화마름의 중요성과 의미를 알려나가야 한다”고 했다.

강화도의 무논 농사는 불과 10여전까지만 해도 활발히 이뤄졌지만, 지금은 초지리에 1명, 당산리에 1명 등 2명의 농민만이 전통방식으로 경작을 하고 있다. 무논 경작방식은 높은 노동강도와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농민들이 이 방식을 포기하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박 국장은 농민들이 다시 무논 경작에 참여하도록 ‘매화마름 쌀’을 브랜드화해 매화마름의 친환경 가치를 대·내외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얻은 판매수익금은 매화마름 군락지 형성을 위한 논·습지 유지비용에 쓴다.

그는 “매화마름의 터전인 무논이 많이 사라진 상태지만 강화도의 매화마름 군락지에는 1급수에서만 사는 송사리를 비롯해 거머리, 물자라 등의 다양한 논생물이 많아 보존가치가 높다”고 했다. 이어 “하지만 아무리 농민·주민들이 노력을 해도 생계 등이 걸려 있어 보호활동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박 국장은 지자체가 매화마름을 공공재로 받아들여 보호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 국장은 “초지리가 람사르 습지로 인정받은 것보다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데, 인천시와 강화군 등 지자체가 법적으로 습지보호를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어 “무논 경작을 하는 농민들을 위한 다양한 지원·홍보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이민수·이지용기자

© 경기일보(committingcarbicide.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