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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시절 놀이] 철 지난 오락실 GAME OVER

철권·DDR 즐겼던 공간
PC·모바일 확대 등으로 줄폐업에
코로나 덮쳐 호황기는 ‘아, 옛날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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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번화가를 시끌벅적 호령하던 ‘오락실’이 무너지고 있다.

폐업 이유는 저출생에 따른 인구 감소, PC와 모바일 시장 확대, 코인노래방ㆍ인형뽑기장으로의 업종 변경 등 셀 수 없이 많다.

특히 최근엔 코로나19 영향으로 대면 활동에 제약이 생기고 영업시간까지 제한받는 등 어려움이 겹겹이 더해져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그린게임랜드 같은 프랜차이즈부터 소규모 개인 오락실까지 차츰차츰 문을 닫고 사라지는 추세다.

여기서 말하는 ‘오락실’은 과연 어디일까.

한국표준산업분류에 따르면 ‘전자게임장 운영 업종’이 해당한다. 비디오게임방, 아케이드게임장, 전자게임장, 전자오락유기장, 전자오락실 등이 모두 포괄된 개념이다. 컴퓨터가 아닌 전자게임기를 갖춘 시설이 전부 오락실인 셈이다.

범주가 워낙 넓다 보니 통계상으로는 해마다 사업체가 늘어나는 것처럼 보인다. 경기도만 한정해도 2012년 47곳이던 전자게임장 운영 업종이 2019년 174곳까지 늘면서 7년 새 270.2% 증가했다.

코로나19가 덮친 오늘날 철권과 DDR, 포트리스를 즐겼던 보통의 ‘오락실’은 정말 많아지고 있을까.

G스토리팀은 2021년 마지막을 앞두고 ‘즐거운 한 판’을 찾아 경기도 오락실을 향했다.

 [G-Story] 놀이편 ②게임은 살아도 오락실은 죽는다 

동전 짤랑거리며 드나들던 ‘동네 애들 사랑방’

모바일 게임에 치이고 PC방에 밀려 추억 속으로

 

“오락실 하면 어떤 모습이 떠오르세요?”라는 질문을 남녀노소 구분없이 던져봤다.

‘학교 끝나고 편하게 갈 수 있는 데이트 장소’(25세ㆍ수원 이희주), ‘농구나 <더 킹 오브 파이터즈> 하면서 스트레스 풀던 곳’(34세ㆍ안산 정영현), ‘왕년에 2천 원 들고 <펌프>하면서 시끌벅적하게 놀던 곳’(44세ㆍ가평 양선경), ‘어린 애들 바글바글한 데’(50ㆍ화성 원유호), ‘<1942>, <갤러그>, <핑퐁>’(61세ㆍ광주 이종호) 등 답변이 돌아왔다.

예전 오락실은 그랬다. 동그랗고 딱딱한 의자에 앉아 빨간 스틱을 거머쥐면 번쩍번쩍 요란한 기계음이 나며 게임이 시작됐다. 이윽고 도트로 찍어낸 듯한 캐릭터나 배경들이 빨빨거리며 움직이면 그대로 시선이 따라갔다.

그렇게 기계마다 스쳐간 동전이 몇 만개는 될 테다. 100원짜리건 500원짜리건 호주머니 속 동전이 남아나는 날이 없었다. 수원시 망포동 짱오락실도, 시흥시 정왕동 뿅뿅게임랜드도, 양주시 광사동 게임킹 게임장도 사람과 동전이 소란스레 북적이곤 했다.

돌아보면 마냥 꿈 같은 시절 얘기다. 지금은 모두 폐업하고 문을 닫은 곳들이다.

■ 2006년 ‘바다이야기’ 여파로 부정적 이미지 확산 … 쇠락의 시작

과거 중심지마다 하나씩은 자리하고 있던 오락실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한때는 전국 오락실 4곳 중 1곳이 경기도에 있었는데, 그런 경기도에서도 올해만 10여 곳이 문을 닫았을 정도다. 온라인게임 발전과 현금 사용의 축소 등이 원인이다.

그 속에서도 오락실의 몰락을 이끈 첫 번째 계기는 지난 2006년 터진 소위 ‘바다이야기 사태’다. 바다이야기는 2004년 출시된 국산 아케이드 게임이다. 중독성과 도박성이 심했던 탓에, 게임으로 큰돈을 잃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이 생기면서 사회적 이슈가 됐다.

당시 정부는 허술한 심의로 이러한 사행성 게임이 나왔다며 제재를 가하고 게임물등급위원회(현 게임물관리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오락실이 ‘흥청망청 시간을 보내는 곳’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심게 된 가장 큰 시작점이었다.

이듬해(2007년)엔 아이폰이 첫 등장했고, 뒤이어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안드로이드 OS가 대중에게 퍼져 나갔다. 스마트폰 모바일 플랫폼이 뜨면서 아케이드게임 시장은 더욱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PC게임은 물론이고 PSP, 닌텐도DS 같은 콘솔게임도 암흑기를 맞았다.

오락실을 넘어 게임을 하는 사람 자체가 ‘오타쿠’ 혹은 ‘돈과 시간이 많은 마니아’ 정도로 여겨졌다. 혹자의 표현대로라면 “재미 좀 보는 성인오락실 빼곤 다 망했다”고 한다.

이 외에도 비싼 기계 값과 게임 플랫폼의 다변화, 오락실 간 네트워크 단절 등이 줄 폐업의 원인으로 꼽힌다. 오락실을 가는 사람이 없으니 오락기를 만드는 사람도, 오락실을 운영하는 사람도 함께 없어졌다.

■ 국산게임 규제ㆍ시대적 흐름 변화…문 닫는 경기도 오락실

화성시 향남읍에 있던 A오락실도 피해를 입은 곳 중 하나다. 2000년대 초반 설립돼 60여 대 게임기로 문을 열고 승승장구하던 A오락실은 바다이야기 사건으로 ‘오락실’ 간판에 큰 타격을 입고 2007년 폐업 신고를 했다. 그러다 5년 뒤인 2012년 같은 부지에 재개장을 했다.

당시 A오락실 사장은 서울 성동구를 돌아다니며 ‘망한 오락실 투어’에 나서 버려진 게임기 7대를 하나하나씩 들여왔다. 게임기를 가져온 노력이 헛되지 않게 이용가는 그다지 높이지 않았다. 장기적으로 업데이트가 가능한 게임기는 1회당 1~2천 원에, 업데이트가 어려운 고전 게임기는 1회당 500원에 즐길 수 있도록 낮은 가격을 책정했었다.

상황이 나아지면 게임 값을 500원~1천 원가량 더 올릴 계획이었지만 안타깝게도 게임 가격은 오르지 못했다. A오락실 사장은 “운 나쁘게도 망할 수밖에 없었던” 에피소드를 조심스럽게 전했다.

“우리 오락실은 성인오락실이 아니었는데도 바다이야기 때 피해를 많이 봤어요. 당시 우리나라에선 여러 가지 게임들이 막혔거든요. 일본이나 미국은 심의가 덜하고 게임 값을 파격적으로 내리는데 국산 게임은 제약이 많았단 말이죠. 그렇다 보니 오락실에 들어오는 기계도 한정적일 수밖에 없었어요. 좋게 말해서 ‘추억의 게임’들이지, 냉정하게 말하면 ‘철 지난 게임’들만 오락실로 오는 겁니다. 다양한 게임을 손쉽게 핸드폰이나 컴퓨터로 할 수 있는데 굳이 돈과 시간 들여서 오락실까지 오겠나요? 저 같아도 안 올 것 같아요. 그래서 영업시간을 점점 줄여가다가 코로나19까지 터지면서 올해 2월 가게를 정리하게 됐어요. 경기도엔 소상공인이 많으니까 다들 저 같은 심정이었을 거에요. 한 번만 더 해보자, 마지막으로 딱 한 번만 더 해보자 하면서 운영하다가도 도저히 답이 없으니까 우르르 문을 닫기 시작하는 거죠. 게임 아니어도 놀만 한 예능 거리가 너무 많고요. 이건 누구 탓도 아니에요, 시대적 흐름이 그런 거니까.”

■ “양질의 콘텐츠 키워 제3의 아케이드 붐 일어나길”

문 닫은 경기도 오락실들은 동전노래방ㆍ인형뽑기장ㆍVR게임장 등으로 업종 변경을 하거나, PC방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한 판’ 할 수 있는 터가 영 아니다 싶으면 게임과는 전혀 무관한 식당이나 편의점으로 확 바뀌기도 한다. 모바일과 콘솔에 밀려 비참한 처지가 됐지만 게임 자체가 사라진 건 아니다. 단지 오락실 게임만 다른 게임보다 더 많이 외면당하고 있을 뿐이다.

게임 업계는 오락실이라는 공간이 기존 이미지를 벗어 트렌드에 맞춰 변해야 한다고 말한다. 여기엔 게임 정책의 내실화 및 안정화도 필요하고, 게임이 무료 콘텐츠가 아니라는 인식 개선도 동반돼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상상하기 어렵지만 장기적으로는 ‘제3의 아케이드 붐’이 일어나리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김성헌 경기콘텐츠진흥원 게임문화팀장은 설명했다.

“오락실에서 오락하던 청소년이 PC방으로 흡수됐습니다. 오락실을 다니는 연령대는 높아졌고요. 특히 바다이야기 사건으로 오락실 이미지가 많이 바뀌면서 더 심해졌습니다. 그전까지 생각하던 복합문화공간이 아니라 성인물을 취급하는 침체된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과거보다 못한 산업이 됐죠. 사실 게임 산업 전체로 보면 현재 오락실이 가지고 있는 비중은 낮습니다. e스포츠나 온라인게임 시장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너무 크니까 게임 업체들도 오락실이 아닌 여타 게임 시장이나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가는 거죠. 오락실 문화가 활성화하려면 ‘모니터 보고 서로 마주 앉아서 하는’ 형태로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VRㆍ메타버스 등 신기술 영역과 접목한 양질의 콘텐츠를 키우면 또 다른 체험 문화공간으로 확장되리라 기대합니다.”

G-Story팀=이연우기자, 민경찬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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