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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용의 이심전심] 소소한 일상의 회복을 기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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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계절이다. 송년이라는 이름으로 가는 해를 아쉬워하기도 하고 잘 살아냈음을 축하하기도 한다. 그런데 한 해가 끝나는 시기에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고,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성탄절이 있다. 세속력과 교회력(Church Calendar)이 다름에서 기인하지만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끝은 새로운 시작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새삼 확인시켜주고 있다. 새로운 시작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끝이란 얼마나 큰 좌절이며 허무한 일인가!

끝은 시작의 꼬리를 잡고 시작은 다시 끝으로 이어지는 생명과 삶의 연속성을 생각하면 시작도 끝도 그저 편의적으로 만들어놓은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간의 질서가 아니라 생명의 질서에서 생각하면 시작도 끝도 반복되는 하나의 일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인간 중심의 사고와 문명에서 벗어나 좀 더 넓고 깊은 생명의 질서를 생각하고 존중해야 하는 이유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지만 조금만 더 돌아보고 생각해 보면 인간도 이 우주를 구성하는 ‘하나의 생명체’일 뿐이기 때문이다.

한 해의 끝자락임에도 시절이 하 수상하다. 코로나19에 이어 오미크론으로 인간의 일상이 어그러지고 헝클어져 버렸다. 우리 안에 있는 다른 생명, 존재가 얼마나 위력적이고 위협적일 수 있는가를 실감하고 있다. 언제, 어디서 시작되었고 언제 끝날 것인지 아무도 모른 채 인류 전체가 일상의 삶을 잃고 공포와 불안에 휩싸여 있다.

2천 년 전 이스라엘도 불안과 긴장이 뒤덮고 있었다. 천 년 동안 숨죽이며 간절히 기다리던 구세주가 곧 등장할 거라는 소문이 백성에게도, 로마 총독과 지방의 영주들에게도, 세리와 사제들에게도 돌았다. 반응과 기대는 사람마다, 처지마다 달랐다. 학정에 시달리던 백성은 자신들의 한을 풀어줄 자비로운 통치자를 기다렸고, 권력자들은 자신들의 권력을 빼앗길까 경계하고 두려워했다. 죄를 지은 사람들은 심판을 받을까 불안과 공포에 휩싸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저마다 비방을 찾아 현자라는 사람들을 찾아 나섰다. 이 불안과 긴장, 공포를 한 방에 해결해 줄 사람을 찾아서 이리저리 헤매고 다녔다. 사람들이 찾아간 사람 중에는 세례자 요한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가장 과격한 예언을 하는 사람이라고 알려졌으며 권력에 의해 가장 주목을 받던 예언자였다. 그분, 구세주가 오는 그날 그 시간이 오면 썩은 나무는 밑동이 잘려나갈 것이며 쭉정이는 불에 태워질 것이라는 엄청난 예언을 쏟아냈지만, 사람들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물음에 대한 그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일상을 지키고 바로 살라’는 것이었다. 위대한 결단을 하라는 것이 아니었다. 가난한 이웃에게 옷과 음식을 주고, 세금을 걷는 자는 부정하지 말고 규정대로 걷어라, 군인은 약한 사람들을 협박하거나 착취하지 말고 주는 봉급에 맞추어 살라는 것이었다. 이 얼마나 놀라운 반전인가?

공포와 불안, 긴장이 팽팽한 가운데 크고 위대한 비장의 한 말씀을 기다렸는데 이렇듯 상식적이고 소소한 말이라니!

그렇다. 변화의 과정도 목적도 일상을 지키는 것이어야 한다. 어떤 종교도, 이념도, 정치도 상식적이고 소소한 일상을 침해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진리와 거리가 먼 것이다.

세상에 한 방은 없다. 가장 위대한 진리는 생명의 질서에 순응하고 존중하면서 소소한 일상을 소중히 여기며 지키고 이어가는 것에 있다. 가까이 있는 생명을 살피고 이웃을 돌보면서 자유롭고 평화롭고 평온한 일상을 살아갈 수 있는 삶이 얼마나 큰 축복인가를 지금 팬데믹 시대에 절감하고 있지 않은가. 새로운 탄생과 시작의 계절 12월에 소소하지만 따뜻하고 자유로운 일상을 조금이라도 회복하는 큰 축복이 모든 이웃에게 함께 하기를 기원한다.

송경용 성공회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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