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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순 칼럼] 정당 중심의 정책경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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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정치권에는 선거철만 되면 ‘일 잘하는 자, 줄 잘 서는 자, 잽싼 자’로 나눈다는 우스개 같은 이야기가 회자되곤 한다. 그리고 이 바닥에서 성공하려면 ‘잽싼 자’가 가장 유리하고 다음으로 ‘줄 잘 서는 자’이며, ‘일 잘하는 자’는 셋 가운데 가장 성공과 멀다는 얘기도 덤으로 오르내린다. 특히 지지율이 높은 후보의 선거캠프는 ‘잽싼 자’, ‘줄 잘 서는 자’들의 공직 경쟁을 위한 향연이 펼쳐지는 곳이다.

대선후보 캠프는 그야말로 ‘전쟁터’다. 국회의원, 교수, 변호사를 비롯한 다양한 인사, 선거기획자들이 참여하는 매머드급 사설이자 비선 조직이다. 그러다 보니 캠프 구성원 사이에서 ‘헤게모니’를 누가 쥘 것인가를 두고 불꽃 튀는 싸움이 벌어진다. 때론 캠프 내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상대 후보에 대한 인격 살인을 서슴지 않으며 소모적인 비방전에도 적극적으로 가담한다. 주로 과거에 현재 후보와 정파를 달리했거나 지난 선거에서 정당 공천에 실패했던 인사들이 그런 역할을 담당한다. 논공행상에 관심이 있는 ‘잽싼 자’, ‘줄 잘 서는 자’만 있을 뿐 대한민국의 미래비전을 위해 ‘일하는 자’는 캠프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구조인 것이다.

20대 대선은 사회, 경제 전반의 대전환 시기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 것이고,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를 두고 치러지는 중대선거이다. 한국 사회에 당면한 문제 해결방안과 미래 의제를 다루는 정책경쟁의 장(場)이 되어야 한다. 아울러 정당의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부터 비전과 정책의 차이에 입각한 정책경쟁이 실현되어야 하는 것은 자명하다.

선거 강령, 후보, 정책을 당원이 검증하고 선택하기 위한 전당대회는 공조직인 정당이 주도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 없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정당이 아닌 사적 이해로 뭉친 선거캠프가 압도하고 있는 형국이다. 무분별한 네거티브가 난무한 탓에 정책 의제나 미래 비전에 대한 검증은 힘을 잃는 모양새다. 대선 공약은 캠프에서 만들어진 어설픈 정책들로 검증마저 불가능한 단순 ‘희망모음집’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정당의 투명한 프로세스와 시스템에 의한 정책과 비전의 경쟁보다는 공직을 차지하기 위한 각축장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어떨까. 대선후보 캠프에 시민사회의 에너지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인재가 참여한다. 당과 당원을 중심으로 투명한 시스템에 의한 경선을 진행한다. 국회의원들은 대선후보 지지 선언은 자유롭게 하되 캠프에서 공식 직함을 갖고 활동하지 않는다. 전당대회에 앞서 승자가 패자의 정책을 일부 수용해 주면서 패자의 퇴로를 열어주어 경선과정에서 발생한 갈등을 봉합해 나가는 프로세스를 밟는다. 대선후보와의 사적인 친소관계로 당내 파벌이 형성되고, 해당 행위를 불사하는 싸움으로 당을 분열시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선거캠프가 ‘잽싼 자’, ‘줄 잘 서는 자’들의 공직 진출에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대선후보의 공약을 당의 공식기구인 ‘매니페스토위원회’에서 만들도록 의무화하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그리고 ‘선거공약 이력제(Campaign Pledge Traceability System)’를 도입해 최초의 제안자가 누구인지, 공약실천계획서를 언제까지 작성하여 공개해야 하는지, 이행과정에서는 누가 책임을 지고 있는지를 시민들이 추적 조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대선 캠프 참여 인사들의 명단 공개도 의무화해야 한다. 그래야 정책 정당 실현을 위한 기반이 형성되고, 참여인사들의 정치적 책임을 다하는 데 압박이 될 것이 때문이다.

오현순 공공의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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