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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용의 이심전심] 시대정신과 세례자 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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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대통령 선거가 시작되었다. 공식 선거일은 내년 3월이라 아직 멀었지만, 뉴스의 대부분이 대통령 선거와 후보자들에 관한 내용으로 채워지고 있다.

어디를 가나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피할 수가 없다.

코로나 바이러스 방역 단계가 높아짐에 따라 일상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고, 열돔 현상으로 인해 전례 없는 폭염에 시달리고, 시도 때도 없는 폭우로 강물이 넘치고 산사태가 일어나면서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는데도 온통 대통령 선거와 후보자들 이야기가 홍수처럼 넘쳐난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는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가장 시급한 도전이자 과제라고 할 수 있는 기후ㆍ생태 비상, 산업ㆍ노동의 급격한 변화, 삶의 조건과 방식의 변화에 대한 의견과 대안이 ‘시대정신’으로 제출되고 논의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 기후ㆍ생태 문제는 일상에서 겪는 상식이 되어 있다.

미국 MIT 학자들은 1972년에 이미 급속한 경제 성장으로 인해 21세기 안에 인류 문명이 붕괴할 것으로 예측한 보고서를 낸 바 있으며, 최근에는 불행하게도 이미 붕괴의 경로 위에 놓여 있다는 발표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앞으로 10년 동안 차별과 불평등을 조장하는 파괴적이고 탐욕적인 성장주의 대신 모두를 위한 지속 가능 사회를 위한 방식과 경로를 택한다면 되살아날 기회의 창은 여전히 열려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이미 탈 탄소 정책, 녹색 뉴딜 정책 등을 발표한 바 있으며, 기업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를 중심으로 재구조화하고 있다. ‘기후ㆍ생태 비상’은 일국의 문제만도 아니고, 특정 진영과 계층의 문제도 아니다. 지구 상에 사는 모든 인류의 생존에 관한 가장 시급한 과제이다.

이보다 더 시급한 ‘시대정신’이 있는가?

두 번째는 기후ㆍ생태 위기뿐만 아니라 급속한 기술 발전에 따른 산업과 노동의 변화이다.

AI(인공지능), 자동화, 알고리즘으로 통제되고 움직이는 산업의 확산과 성장 등으로 산업의 지형과 노동의 형태변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전통적인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보다 배달(57만 명 정도로 추산), 대리기사(28만 명 정도로 추산), 각 직역에서의 프리랜서, 단기 일자리 등 새롭고도 불안정한 지위의 노동자들이 훨씬 많아지고 있다. 4~5년 안에 대중화될 전기 자동차 시대를 앞두고 가장 큰 공장 노동자였던 자동차 기업의 노동자들이 대규모로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며, 카센터와 협력업체 등 연관 산업의 수십만 명이 새로운 대책을 세워야 할 비상한 때이다. 산업과 노동이 혁명적으로 변화하는 시대에 대통령 후보들께서는 어떤 일자리 대책과 사회보장 정책을 구상하고 계획하고 있는가?

세 번째로, 기후ㆍ생태 비상, 산업과 노동의 변화로 인해 우리들의 삶의 조건과 방식이 크게 변하고 있다. 재택근무와 비대면 생활이 일상을 지배하고 있다. 먹고사는 방식, 관계와 소통의 방식 등 일상의 모든 것이 바뀌고 있다. 이런 변화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지속하리라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

인류 문명이 통째로 변화하고 있는 이 전환의 시대를 책임지겠다고 나선 대통령 후보들과 각 정당은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

대통령 후보들의 난립을 보면서 2천 년 전에 활동했던 세례자 요한을 생각하고 있다.

예수의 친척이며 6개월 정도 먼저 태어난 사람이다. 로마제국과 부패한 정치, 종교 권력이 지배하던 시기에 새로운 시대를 열어줄 메시아를 대망하던 민중들의 영웅, 광야의 예언자이자 세례자였다. 메뚜기와 들에서 나는 꿀을 먹고살 정도로 지극히 겸손한 사람이었으며, 민중들에게뿐만 아니라 로마제국과 부패한 권력에 ‘회개하라, 새 시대를 준비하라!’라고 외치며 맞서던 용맹한 사람이었다. 그가 요르단강에서 세례를 베풀 때는 백성이 구름떼처럼 몰려들었다고 한다. 한마디로 당시 민중으로부터 최고로 존경받던 지도자이자 막강한 힘과 영향력, 권위를 가지고 있던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그가 ‘새로운 시대를 이끌고 갈 새로운 지도자가 오신다. 나는 그분의 신발끈을 풀어 드릴 만한 자격도 없다!’라며 모든 권력과 권위를 스스로 새로운 사람, 새로운 정신, 새로운 깃발, 예수에게 양보한다.

억압적인 전통과 당대의 권력, 기득권 세력과의 투쟁에 가장 치열한 사람이었지만,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믿음, 새로운 사람, 새로운 ‘시대정신’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예수도 스스로 광야를 가로질러 요르단강으로 요한을 찾아가 머리를 숙이고 그에게 세례를 받았으며, ‘사람의 몸에서 난 사람 중 가장 큰 사람’이라며 요한의 업적을 인정해준다.

이 얼마나 위대하고 아름다운 전환인가!

인류의 생존이 위협에 처해 있는 이 대전환의 시기에 생태적이고 정의로운 전환을 이루어갈 지도자와 세력이 나타나 주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생태적이고 정의로운 대전환 계획안에서 당면한 문제인 불공정, 불평등, 이대남, 이대녀로 표상되는 세대ㆍ젠더 갈등이라는 문제도 조명되고 해결책을 찾아 나가기를 바란다.

인류사 중 가장 극적인 사건 가운데 하나인 세례자 요한과 예수의 이야기는 권력의 승계, 또는 교체가 아니라 ‘시대정신’의 교체였다. 세례자 요한으로 대표되던 과거의 전통과 방식이 미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면 세계를 뒤흔든 예수라는 새로운 시대정신은 등장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과거의 헌신, 힘과 영광만으로 미래를 밝힐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닫고 새로운 시대정신에 길을 내어준 세례자 요한처럼,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는 미래에 기꺼이 고개를 숙이고 길을 내어주는 정치, 기업, 노동, 시민이 많아지기를, 그런 시대가 되기를 기대하고 기도한다.

송경용 성공회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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