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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칼럼] 병역의 의무, 기억의 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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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 여러분 국가를 위해 희생하지 마세요. 저희처럼 버림받습니다.” 충격적인 이 말은 천안함 생존자 전우회에서 내 건 문구였다. 군 복무 중인 제자들과 아들이 떠올랐다. ‘어쩌다…’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군대는 언제 생겼을까? 기원은 18세기로 올라간다. 1789년 프랑스 혁명 이후 민족국가가 출현한다. 왕정이 무너지고 시민과 자유주의 귀족이 중심이 되는 공화정이 등장했다. 프랑스 시민혁명에 자극받은 프로이센, 오스트리아 등은 왕정 붕괴에 위협을 느꼈다. 시민혁명의 물결을 차단하고자 프랑스에 선전포고를 한다. 전투는 상대가 되지 않아 보였다. 시민들로 구성된 시민군과 잘 훈련을 받은 용병의 대결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시민군의 승리였다. 시민군은 두려움이 없었다. 스스로 세운 나라를 지키고자 목숨을 걸고 전쟁터를 누볐다. 용병군은 달랐다. 돈이 우선이었다. 프랑스 시민군이 곧 근대적 개념의 군대였다.

병역은 의무다. 요즘에는 신념에 따라 대체 복무도 가능해졌다. 평화주의를 신념으로 집총을 거부하는 것과 국방의 의무를 다한 군인을 무시하는 것은 완전히 차원이 다르다. 누구에게나 국방의 의무는 두렵고 싫지만, 공동체의 평화를 위해 어려움을 참으며 의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의무를 다한 것은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생명과 신체를 희생한 사람에 대해서는 최선의 예우를 다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의무를 다하는 것과 공동체를 지키려다 희생된 사람을 위해서 예우를 다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원칙이다.

미국은 순국·참전용사들을 각별하게 예우한다. 미 전쟁포로·실종자 확인국(DPAA)은 구호처럼 ‘그들이 조국으로 돌아올 때까지’ 예우를 멈추지 않는다. 전사자가 돌아올 땐 대통령이나 부통령은 열일을 제치고 이들을 맞이한다. ‘군복이 존경받는 나라’가 미국이다. 천안함 생존자들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성찰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군 전역자나 희생자에 대한 예우는 몸에 배어 있다. 기차역이든 공항이든 어디든 미국인들은 그들에게 예의를 갖춘다. 운동경기장에는 전쟁터에서 돌아오지 못한 장병을 위한 빈 의자를 하나씩 두고 있다. 비 오는 날에는 빈 의자에 우산을 받치는 분도 있다. 살아 돌아와 가장 좋은 자리에서 경기를 관람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자리다.

한반도에서 전쟁은 여전히 휴전 중이다. 합리적 선택 이론가 레비(Margaret Levi)는 전시에 위험을 무릅쓰고 입대를 선택 하는 이유는 가치있는 행동이라는 사회적 믿음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순국용사들의 고귀한 희생을 기리는 데 소홀히 한다면 누가 나라를 위해 몸을 바치겠는가. 지금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번영은 수많은 희생의 결과임을 늘 감사해야 한다. 희생자들을 기억하는 것은 살아남은 우리의 의무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김성수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유럽아프리카 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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