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도박 사이트

[카리브해의 섬나라 쿠바 여행 에세이] 9-②

카지노 도박 사이트

▲ 노인과 바다의 배경이 된 코히마르 마을 전경과 앞 바다

해안에 다다르자 바닷바람에 철썩거리는 도성이 들리고 수평선의 보임거리를 바라보노라면 그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이 그윽하고 평온한 나락에 빠져든다. 나그네는 칠십 평생 깊은 심연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짓누르던 잡념을 파도에 실어 멀리 밀쳐내고 마음의 평화를 찾으려 탁난친다.

코히마르 해변은 헤밍웨이의 쿠바 인연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곳이다. 강물이 흘러드는 포구 앞에는 스페인 식민통치 시절 아바나 외곽 방어를 위해 1648년에 지은 ‘또레온 코히마르’ 망루가 파수꾼도 없이 세월의 무게를 혼자 짊어지고 남루한 차림으로 멍하니 바다만 바라본다.

코히마르는 아바나 동쪽에 있는 작은 어촌으로 헤밍웨이가 쓴 《노인과 바다》의 배경이 된 곳으로 잘 알려졌다. 아마 헤밍웨이도 이 망루에 올라 앞바다를 바라보며 소설 속에 그릴 노인과 바다, 청새치와 상어 등의 소설 속 플롯을 구상하지 않았을까.

▲ 헤밍웨이 낚싯배 ‘필라’를 묶었던 갑판이 주인을 기다리고 방파제에서 망중한을 즐기는 노인
▲ 헤밍웨이 낚싯배 ‘필라’를 묶었던 갑판이 주인을 기다리고 방파제에서 망중한을 즐기는 노인

헤밍웨이는 이곳을 떠났고 망루 옆에는 쿠바 사회주의 운동가에 비하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초라한 대문호의 흉상이 초라하게 자리하고 있다. 오늘도 그는 바닷바람도 아랑곳하지 않고 앞바다만 뚫어지게 바라보며 엷은 미소를 짓는다. 마치 자신 안에 존재하는 산티아고를 생각하며 “인간은 패배하기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니야, 인간은 파멸된 순 있어도 패배할 수는 없어”를 읊는 듯하다.

초라하지만 듬직한 망루 옆에서 바다를 바라본다. 바닷바람이 건듯 불자 감미로운 카리브의 냄새가 코끝에 스미고 헤밍웨이도 느꼈을 이곳의 정취가 온몸을 스친다. 바닷바람에 파도는 쉬지 않고 방파제를 두들기자 하얀 물보라가 일렁인다. 사라지는 물보라를 바라보며 헤밍웨이는 그 속에서 어떤 잔영을 보았을까.

순간 하늘을 나는 갈매기가 제 몸을 가누려고 이리저리 날갯짓하며 균형을 잃지 않으려는 모습에서 소설에 그려진 대로 산티아고 노인이 실망하지 않고 다시 바다로 나가서 커다란 청새치를 낚아 올리는 오뚝이 같은 모습이 떠오른다.

어느 날 헤밍웨이는 이 마을 출신 늙은 어부 푸엔테스가 거대한 청새치와 이틀 밤낮에 걸쳐 사투를 벌였다는 이야기를 듣고 노인의 삶을 모티브로 살아생전 마지막 작품인 《노인과 바다》를 구상하고 쓰기 시작한 지 13년 만인 1952년에 <라이프> 지에 발표했다. 그 후 이 소설은 헤밍웨이 문학의 정수를 보여준다는 평가와 함께 퓰리처상을 받았고 1954년도에는 노벨상을 받았다.

박태수 수필가

© 경기일보(committingcarbicide.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