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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순 칼럼] 정치 타락은 거짓과 증오의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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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주의의 민낯을 보았다. 대선 후보 토론에서는 대중들의 증오를 이용하려는 ‘헤이트 스피치(증오발언)’가 난무했고 거짓 주장을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대선 결과에 불복 입장을 밝혔고 트럼프 지지자들은 대규모 시위를 예고했다. 4년 전 트럼프 한 사람이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뿐인데 비정상적인 민주주의 국가로 추락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트럼프가 무슨 일을 벌일지 알 수 없어 불안해하는 상황을 지켜보며 미국 민주주의에 적잖은 실망이 앞선다. 많은 사람에게 미국은 민주주의의 모국이었고 본보기였기에 그 충격은 컸을 것이다.

거짓과 증오는 민주주의와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2020년 미국 대선은 거짓과 증오로 얼룩졌다. 그 이유로 편향성과 배타성에서 찾을 수 있다. 최근 미국의 극단적 일방주의와 나는 옳고 상대방은 모두 틀렸다는 배타성은 미국의 장점인 다양성을 점점 더 빨리 잃게 했다. 서로 혐오하고 증오하였으며, 무차별적 폭력도 서슴지 않았다. 그것 때문에 세계 최고의 민주주의 국가인 미국은 조롱거리로 전락해 버렸다. 미국의 반지성주의는 한국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다. 우리 사회도 성별, 종교, 인종 등에 대한 혐오가 확산되고 있고, 묻지마 증오범죄도 늘어나고 있다. 일부 정치인들은 거짓 주장과 혐오 발언으로 증오를 선동하기까지 한다. 정파적 혹은 개인의 이익을 위한 거짓 주장들은 편향성을 강화한다. 그 상황에서 진실과 본질은 증발해 버리고 만다. 또 문제는 정치 1번가인 여의도다. 21대 국회 첫 국정감사의 평가는 한 마디로 ‘격투장으로 전락한 정쟁국감’이었다. 여야 모두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으로 나뉘어 격투를 벌였다. 상대방을 도발해 분노를 유발하는 어그로(aggro)만 있을 뿐, 국민에게 내 놓은 국감 결과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정쟁은 입법과정에서도 이어졌다. 일하는 국회를 약속했지만 지난 5개월간 국회가 보여준 모습은 집단 퇴장, 고성과 막말의 장이었다. 언론들은 여전히 편향된 보도를 이어갔고 SNS에서는 정치적 증오와 극단적 주장이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며 사회의 가치들을 권위적으로 배분하는 정치의 본질은 실종 된 지 오래다. 정치적 이익을 위해 거짓혐오증오를 조장하고 갈등을 확대 재생산하며 심지어 갈등을 사유화하는 일들이 반복되고 있다. 한국 또한 언제든지 미국처럼 병든 민주주의 국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한국사회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서 있다. 노동절약형 기술진보에 따른 산업구조 전반의 재편을 강요받고 있다. 매우 빠른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는 등 인구구조의 급격한 변화도 일어나고 있다. 코로나19는 전과는 다른 삶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으며, 기후 변화는 인류 전체의 생존을 위협하는 재난이 될 것이 명약관화하다. 미래의 위기가 일찍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듣도 보도 못했던 거대한 변화, 새로운 미래에 대한 치열한 논쟁이 시급한 이유이다.

역사학자 리처드 호프스태터가 정치 타락은 지성이 타락한 결과라고 말했다. 지성의 타락은 결국 거짓과 증오에서 배태된다. 더 이상 합리적인 논쟁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이젠 내 주장에 대한 오류 가능성을 인정해야 한다. 타인의 주장에 경청할 줄 알고 공공선을 추구하기 위한 대화에 나서야 한다. 정치 타락의 최후는 공멸의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오현순 공공의제연구소 오름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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