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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의 성곽과 능원] 연천 호로고루성

임진강 절벽 위… 고구려 국경 지키던 전략적 요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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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로고루 성벽 / 뒤쪽에 보이는 검은색 성벽은 고구려가 주둔하면서 현무암으로쌓고, 앞에 보이는 밝은 색 성벽은 후에 신라가 주둔하면서 편마암으로 쌓은 것이다.
호로고루 성벽 / 뒤쪽에 보이는 검은색 성벽은 고구려가 주둔하면서 현무암으로쌓고, 앞에 보이는 밝은 색 성벽은 후에 신라가 주둔하면서 편마암으로 쌓은 것이다.

강북 강변도로를 서쪽으로 계속 달리다 보면 장월 나들목 쫌에서부터 도로는 북으로 꺾인다. 얼마 안 가 왼편에 우뚝 솟은 오두산 전망대가 나오는데, 바로 이쯤에서 한강은 임진강을 품어 안는다. 한강은 하류에 접어들면서 강의 흐름이 완만한 곡선을 이루는데, 임진강은 급격한 구부러짐의 연속이다. 임진강의 고구려 시절 이름은 칠중하(七重河) 일곱 번 구부러진 강인가? 하구에서 세아려 다섯 번째 급격하게 구부러진 자리, 모래톱이 호로병처럼 생긴 곳, 문외한의 눈에도 군사 요충지라고 느껴지는 자리에 호로고루가 자리 잡고 있다.

고대부터 현재까지 전략적 요충지

호로고루(瓠蘆古壘), 이름부터 생소해 한자 사전을 찾아봤다. 瓠 바가지 호병 호, 蘆 갈대 로호로병 로, 古壘 낡은 보루옛 보루, ‘호로병 모양의 옛 보루’다. (임진강을 한자로 표하(瓢河), 호로하(瓠瀘河), 호로탄(瓠瀘灘) 등으로 표기했고, ‘미추홀’에서 보듯이 ‘홀’은 고구려 옛말로 ‘고을’을 뜻한다는 주장도 있다. 어느 설이 맞는지 비정할 자신은 없다.) 호로고루는 남한 지역에 남아있는 몇 안 되는 고구려 성곽 유적의 하나다. 사방 둘레는 410m이니 규모는 크지 않지만, 기와편, 와당편이 대거 발굴되는 것으로 보아 고구려의 국경 방어사령부 정도의 중요한 건물이 들어서 있었음이 틀림없다. 당시에는 궁궐에 버금가는 중요한 관아가 아니면 기와를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분단 이전까지도 임진강은 고랑포까지 바닷배가 올라왔을 정도로 수운이 편리했다고 하는데, 바로 이 호로고루부터 배가 올라오기 어려울 정도로 수심이 얕아진다.

당포성 동벽 / 검은색 성벽이니 고구려 시절 현무암으로 쌓은 것이나, 신라가 진흥왕 시절 북진하면서 점령한 뒤, 고구려와 대치하는 대표적인 거점으로 활용했다.
당포성 동벽 / 검은색 성벽이니 고구려 시절 현무암으로 쌓은 것이나, 신라가 진흥왕 시절 북진하면서 점령한 뒤, 고구려와 대치하는 대표적인 거점으로 활용했다.

호로고루 내부는 전체적으로 해발 22m, 성벽 최정상부는 30m이며, 가장 높은 동벽 정상부와 서쪽 끝부분에 장대(將臺)가 설치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임진강은 ‘언덕 밑으로 흐르는 강’이라는 뜻의 옛 이름 ‘이진매’ 즉 ‘더덜매’ 그대로 강폭은 좁아도 30~40m 수직 단애(斷崖) 아래 급류가 흘러 천연 장벽을 이룬다. 단단한 화강암과 퇴적암 위에 용암이 두껍게 흘러 30m나 되는 현무암층을 이루고, 물길 따라 암반이 패여 30m 이상의 깊은 협곡이 생겨나 전략적 요새가 되었다. 그래서 고대로부터 임진강 남북 강 안에는 숱한 성과 보루가 세워지고, 전투가 치러졌다. 고구려 광개토대왕은 여기서 백제군을 대파했고, 신라 진흥왕은 남쪽 당포성(堂浦城)과 은대리성을 근거로 고구려와 대치했다. 한반도 장악의 필쟁처였다.

신라의 전략과 산성 네트워크… 당나라군을 꺾다

오늘날까지 남아있는 성지가 연천에만 강서리보루, 고성산보루, 광동리보루, 군자산성, 당포성, 대전리산성, 두루봉보루, 매소성, 무등리보루, 무등리성, 무등리 1보루, 무등리 2보루, 삼거리산성, 성령산성, 수철성, 아미리보루, 옥계리산성, 옥녀봉산성, 우정리보루, 우정리산성, 은대리성, 전곡리토성, 초성리산성, 초성리토성, 호로고루까지 25개나 된다. 대부분 수직 절벽 위에 선 강안평지성(江岸平地城)이다. 독일의 라인강 크루즈를 타고 강 양쪽 언덕을 올려다보면 도선객(渡船客)들에게 도하세(渡河稅)를 받던 고성이 잇따라 나타나는데, 임진강 유역은 이미 삼국시대부터 그랬던 셈이다.

재인폭포 / 차별침식이 빚은 임진강 절경의 하나. 재인(才人)은 ‘광대’를 뜻하는데,재인 아내의 미색을 탐한 고을원님이 재인을 없애고 그 아내를 취하려고 재인에게 이폭포에서 위험한 외줄타기를 강요했다 한다. 고을원의 바람대로 재인은 줄에서 떨어져 죽었으나, 아내는 절개를 지켜 목숨을 버렸다는 애달픈 전설이다.
재인폭포 / 차별침식이 빚은 임진강 절경의 하나. 재인(才人)은 ‘광대’를 뜻하는데,재인 아내의 미색을 탐한 고을원님이 재인을 없애고 그 아내를 취하려고 재인에게 이폭포에서 위험한 외줄타기를 강요했다 한다. 고을원의 바람대로 재인은 줄에서 떨어져 죽었으나, 아내는 절개를 지켜 목숨을 버렸다는 애달픈 전설이다.

눈여겨볼 성은 대전리산성이다. 사서에는 신라 문무왕 때 신라가 당시 세계 최강 당나라군 20만와 큰 전쟁을 치러 전마 3만 필을 노획하는 등 대승했다고 기록돼 있다. 매소성(買肖城) 또는 매초성 전투인데, 우리가 잘 아는 김유신 장군의 아들 원술이 절치부심해서 승리를 이끈 전쟁이기도 하다. 신라의 승인은 상대의 의표를 찌르는 전략과 후방을 교란하는 산성 네트워크였다. 성곽 네트워킹은, 웨섹스의 일개 영주였던 영국의 알프레드 대왕이 바이킹의 노략질로 고전하던 잉글랜드의 맹주로 우뚝 서게 한 전략이기도 했다. 어쨌든 매소성 대첩은 우리 역사상 살수대첩(고구려-수), 안시성 전투(고구려-당), 귀주대첩(고려-거란)과 함께 대륙의 대군과 정면 대결해 이긴 4대 전투의 하나다. 최근의 연구 결과 그 매소성이 연천군 대전리 산성이라 한다.

한반도에서 가장 긴 삶의 흔적, 그러나 지질학상 가장 젊은 지역

일본인들은 사소하고 작은 사안은 정직하고 빈틈없이 깔끔하게 한다. 그러나 요즘 코로나바이러스 파문에서 보듯이 정말 크고 중요한 사안은 전혀 죄 의식 없이 부인하고 조작하곤 한다. 과거 일본은 한반도 지배를 합리화하기 위해 한반도와 한민족의 역사를 단축하려 안달이었고, 유적과 유물 조작을 밥 먹듯 했다. 그 와중에 연천 전곡리와 장단 등에서 수십 만 년 전 구석기 유적지가 발굴돼 한반도의 유구한 역사가 입증되었다. 그런가 하면 임진강 일대는 한반도에서 가장 최근 지질 활동이 이뤄진 곳이다. 협곡 아래는 수억 년 전 중생대 암석이지만, 흘러 내려온 용암이 식은 현무암의 주상절리와 판상절리 절벽은 신생대의 것이다. 2003년 서울대팀의 연구 결과, 구석기인들이 생활한 전곡리 구석기 유물 퇴적층 위를 용암이 덮친 사실이 확인됐다. 그래서 연천 임진강 일대는 인류학적으로는 가장 오랜 지역이지만 지질학적으로는 가장 젊은 지역이다. 올해 6ㆍ25에는 역사뿐만 아니라 과학까지 함께 공부할 수 있는 호로고루를 찾아보자.

임진강의 주상절리 / 임진강 양안은 바위 절벽인데, 바위가 기둥모양으로 규칙적인 균열이 보인다 해서 주상절리(柱狀節理)라 한다. 판 모양으로 바위가 규칙적으로 균열이 보이는 것은? 그렇다판상절리(板狀節理)다.
임진강의 주상절리 / 임진강 양안은 바위 절벽인데, 바위가 기둥모양으로 규칙적인 균열이 보인다 해서 주상절리(柱狀節理)라 한다. 판 모양으로 바위가 규칙적으로 균열이 보이는 것은? 그렇다판상절리(板狀節理)다.

김구철 시민기자(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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