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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진 칼럼] A.I.와 인간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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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온 나라를 경악케 하였던 고유정 사건이 있었다. 그녀는 인터넷을 통해 졸피뎀, 수갑, 남편의 뼈무게 등을 검색했다고 한다. 그녀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아이의 엄마였고, 딸이기도 했으며, 부인이기도 했다. 그러한 그녀가 잔인하기 짝이 없는 범죄를 계획하며, 그 실행을 위하여 인터넷에서 정보를 캔 것이다. 그녀가 사람을 죽이거나, 사체를 처리하는 전문가는 아니었지만, 인터넷을 통해 손쉽게 전문 정보를 습득할 수 있었다. 전문가들조차도 알기 어려운 고급정보나 세부정보를, 자판기 몇 글자를 두들기는 것으로 그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요즘의 세상이다.

예컨대 유명밴드의 어제까지 음반판매 현황이 어떠한지, 부산발 막차 KTX 좌석에 몇 개의 빈좌석이 남아있는지, 어느 신문의 어느 날짜 사회면에 어떤 내용이 실려 있었는지 등 소소한 일상의 정보도 앉은 자리에서 수분 만에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정보에는 제한이 없다. 정보는 무색투명이다.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정보는 아름다운 일을 위하여 쓰일 수도 있지만, 고유정과 같이 무서운 일을 만드는 계기를 주기도 한다. 인터넷은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 더 위험한 사회를 예비한다. 기술문명이 극에 달한 이즈음, 오히려 인간의 본성에 대한 고민과 감성, 그리고 윤리, 도덕을 생각하게 하는 이유이다.

스웨덴의 작가 시몬 스톨렌하그의 SF 아트북 <일렉트릭 스테이트>에는 뉴로캐스터라는 기기가 등장한다. 뉴로캐스터는 애초 드론을 조종하는 원격제어장치였는데, 전쟁 후 사람들에게 상품으로 보급되면서, 사람들은 뉴로캐스터를 머리에 장착하고, 이 기기가 제공하는 가상의 세계에 빠져든다. 중독 증세에까지 이르게 되고, 사람들은 먹지도 않고 오로지 가상세계의 패닉상태에서 서서히 죽어간다. 우리가 맞고 있는 세상이 기술문명의 발달을 통하여 인간의 편리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들이 거꾸로 인간을 구속하거나 속박시킬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한다.

지금 도래하고 있는 소위 A.I.의 세계가, 과연 인간이 추구하는 장밋빛 미래일까, 아니면 오히려 인간멸망에 이르는 디스토피아의 서막일까. 이에 대한 답을 쉽게 내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기술문명의 고도화는 현재도 시시각각 이루어지고 있는 엄연한 현실이며, 머지않아 인공지능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계와 인간이 공존하는 사회에서 우리는 과연 어떠한 인간으로 살아가야 하고, 어떠한 윤리와 규준을 가지고 살아갈 것인가.

1, 2차 산업혁명이 전문가의 시대였다면, 3, 4차 산업혁명은 정보와 융합, 네트워크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전자의 시대에 전문지식을 보유한 전문가가 중시되었다면, 후자의 시대에는 전문분야들을 통섭하고, 사람들을 연결하여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는 종합예술가와 같은 능력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이제 지식과 정보는 더 이상 누군가의 전유물이 될 수 없다. 문제는 지식과 정보를 어떻게 운용할 것인가에 달려있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 운용을 위한 기본적인 마음가짐은 어떠해야 할까. 가장 존중되어야 할 덕목은,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애정에서부터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 인간본성에 대한 존중. 인간애야말로 인공지능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시대에 모두가 함께 공유해야 하는 기본 덕목일 수 있지 않을까. 고유정 사건은 비인간적인 현대 물질문명의 극단을 보여준다. 허탈하고 무섭다. 그러나 그럴수록 인간본성을 되찾음으로써 우리의 미래를 만들어갈 때, 비로소 우리가 꿈꾸던 A.I.의 세계가 도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재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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