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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 효자칼럼]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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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용태 의료법인 효자병원 진료과장 신경과 전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Cogito ergo sum).”

근대 서양 철학의 아버지라고 불리우는 데카르트가 한 말입니다.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서 자거나 생각하기 좋아했던 데카르트가 기존의 모든 진실이라는 것을 다 부정하고 부정하여도 부정할 수 없는 즉 인간이라면 부정할 수 없는 명제라고 결론 지은 것이지요.

“나는 생각해보았다, 죽었다.”

이것은 저의 병원에 입원한 92세된 치매 할아버지가 제가 회진할 때 하시는 이야기입니다. 서양의 대철학자가 평생 걸려서 고민한 것을 단 한 번에 뒤집어 버리는 이야기이지요. 데카르트는 생각하는 자신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에 존재를 인정하였지만, 이 환자는 오히려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죽었다고 생각합니다. 일종의 망상이지요. 치매 환자에서 보이는 망상은 도둑망상, 유기망상, 피해망상, 부정망상, 착오망상 등이 있습니다. 이 중 착오 망상은 다른 망상보다 치매가 좀더 진행되었을 때 보입니다. 특정한 대상을 착오로 인식하고 이것을 믿어버리며, 고쳐지지 않는 특성이 있습니다.

치매 환자에서 가장 많이 관찰되는 착오망상은 카그라스 증후군이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사람의 얼굴을 잘 인식 못 하는 것이지요. 즉 아는 사람과 비슷한 얼굴이지만 그 사람이 아니고 그런데 그 사람이 아닌데 비슷한 것은 누군가 다른 사람이 이 사람으로 변장하였거나, 로보트이거나 등등 본인이 생각해서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며느리가 열심히 간병을 해주어도 며느리가 나가면, “너는 내 며느리와 비슷하게 생긴 사람인데 나를 감시하기 위해서 왔어”라는 식입니다.

그런데 만약 얼굴과 같은 특정 인식기능이 아닌 모든 외부 감각, 자율 감각을 느끼지 못하거나, 느끼지 못한다고 생각되어 진다면 이것은 죽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더 합리적일 수도 있습니다. 이것을 코타르 증후군이라고 합니다. 착오 증후군의 병태생리는 아직도 논란이 있습니다. 하지만 신경과학적으로는 사물을 인식하는 특정 신경계의 손상으로 인한 착오인식이 생기고, 이를 교정해야 하는 믿음을 평가하는 신경계의 손상이 동시에 일어날 때 생긴다고 합니다. 즉 다발성 뇌병변에서 나타나는 것이지요. 과거에는 카그라스증후군이나 코타르 증후군 등이 너무 괴이하여 전형적인 정신병이라고 생각하였지만, 치매환자가 급속히 늘어나는 현대 사회에서는 치매환자를 보는 저 같은 신경과 의사가 정신과 의사보다 훨씬 더 많이 보는 증상일 수가 있습니다.

즉 우리는 치매 환자를 치료하면서 믿음이 무엇인지, 망상이 무엇인지, 감각과 그 감각의 평가가 어떤 관계를 가지며 사고를 형성하는지에 대한 과거 철학으로만 생각할 수 있는 문제를 신경과학적으로 탐구를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데카르트 할아버지의 철학을 한 순간에 뒤집는 제 환자처럼 이런 연구가 세계를 어떻게 뒤집을 지는 저도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곽용태 의료법인 효자병원 진료과장 / 신경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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