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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진 칼럼] 측은지심, 수오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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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2월 6일 오전 4시께 완주군 삼례읍 나라슈퍼에는 괴한들이 침입했다. 괴한들은 가게 주인 유모 할머니(당시 77세)의 입을 테이프로 막아 숨지게 한 뒤, 현금과 패물을 가지고 갔다. 그 범인으로 지목된 것은, 동네 3명의 청년들. 최*열, 임*서, 강*구. 그들은 19살에서 21살의 청년들이었다. 그들은 조사를 받은 후, 유죄로 인정되어, 3년 내지 6년의 징역을 복역했다.

그러나 사실 그들 3명은, 진범이 아니었다. 그들은 매우 가난했고, 지적장애를 앓는 사람들이어서, 당시의 억울함을 해명할 능력이 부족했다. 그중 1명은 현재까지도 언어나 논리 구사능력이 매우 낮아서, 긴 문장을 쓸 수 없는 정도의 능력으로 밝혀졌는데, 당시 그의 자술서는 매우 긴 문장으로 자세하게 작성된 것이었다. 경찰 현장검증 영상에서는, 경찰이 위 3인을 폭행하며, 행동을 지시하거나 유도하는 장면이 확인되기도 한다. 당시 현장 목격자였던 피해자 할머니의 사위는 경상도 사투리의 범인을 지적했으나, 반영되지 않았다. 수사과정에는 폭행과 강압이 있었고, 이에 못 이겨 허위자백이 이루어진 것이다. 최*열은 검거될 당시 어머니는 하반신 마비 1급 장애인, 아버지는 척추장애 5급 장애인이었다. 그는 부모를 돌봐야 했지만 교도소에 있어야만 했고 그가 출소하고 얼마 안지나 부모는 숨졌다. 진범들이 잡혀와 범행을 시인하고 수사가 이루어지기도 했으나, 신빙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혐의로 풀려났고, 결국 진실은 묻힌 채, 그들 3명은 살인범의 누명을 안고 살아야 했다.

그들은 긴 시간 누명을 벗기 위한 노력을 했으나, 이미 굳어진 확정판결을 뒤집을 수는 없었다. 희망을 잃어가던 그 즈음, 재심으로 유명한 박준영 변호사가 사건을 맡게 되었고, 악전고투 끝에, 불가능해 보였던 재심이 받아들여졌다. 그리고 지난 2016년, 드디어 그들에게 무죄가 선고되었다. 사건이 벌어진 지 17년의 세월이 흐른 후였다. ‘삼례 슈퍼 살인사건’으로 알려져 있는 기막힌 사연이다.

그런데 최근에 당시 위 사건 수사를 맡았던 검사(현재는 변호사)가 위 피해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피해자들이 본인을 상대로 허위사실을 유포해 정신적 피해를 보았다는 것이다. 한편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에서는 종래 이 사건의 부실수사 여부에 대하여 조사를 해오고 있었으나, 얼마 전 부실수사 책임이 없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진상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안정된 사회를 위하여, 법이라는 제도가 만들어지고 운용되고 있지만, 정작 법은 무정형이어서, 그 실체를 파악하기 어렵고, 양날의 칼과도 같아서,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때로는 축복이 되기도 하고, 저주가 되기도 한다. 법이 최소화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러한 이유에서 나온 것은 아닐까. 법이 만능이 되어서는 안된다. 오히려 법 이전에 도덕적인 교감이 사태해결의 근본에 더 가까운 것은 아닐런지. 오래된 맹자의 교훈이 귓가에 맴돈다. 곤경에 처한 사람을 측은하게 여기고(惻隱之心, 측은지심), 의롭지 못한 일에 대해서 부끄러워하라는(羞惡之心, 수오지심) 가르침이 그것이다.

3명의 피해자들은, 범하지도 않은 죄를 강압에 못 이겨 인정하고는, 수년간 옥살이를 해야 했고, 그동안 가정은 산산조각이 났다. 지적 수준이 낮다고 해서, 그들에게 인간의 권리가 없는 것이 아니다. 지적 장애가 있다고 해서, 느끼고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 서럽고 소외받은 그 심정을 어떻게 다 헤아릴 수 있을까. 짧은 지식과 권력으로 그 선량한 사람들에게 죄를 덮어씌울 수는 없는 일이다. 그들에게 무죄가 선고된 날, 그처럼 오래도록 숨죽여 왔던 피해자들 중 1명이 기어들어가는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한 말은 다음과 같았다. “우리가 당한 것처럼, 우리가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그들도 똑같이 감옥에 가서 살았으면…” 지난 일을 돌이킬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그들의 처절한 삶을 위로와 사과로 어루만져 줄 수는 없었던 것인지 아쉬움을 더한다.

이재진 법무법인 정상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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