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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경기, 천년보물] 청자 음각 꽃무늬 잔과 받침

과학기술로 살펴본 비색청자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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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자 음각 꽃무늬 잔과 받침
▲ 청자 음각 꽃무늬 잔과 받침
조명 아래 은은하게 반짝이는 고려의 청자 잔과 받침. 가만히 들여다보니 잔은 꽃모양을 닮아 입술이 살짝 들어가고, 받침에는 연꽃과 국화를 새겨 넣었다. 세밀한 디테일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릇을 감싸고 있는 은은한 비색의 유약은 문양이 잘 드러나도록 투명하고 맑다.

 

우리나라 청자는 용인 서리, 시흥 방산동 등 서해를 통해 유입된 중국 청자의 기술이 도입된 이후 그 기술이 점차 발전했다. 제작 초기의 어두운 태토는 밝아졌으며, 유색은 짙은 갈색이나 짙은 녹색조에서 점차 아름다운 푸른색을 띠게 되었다. 그리하여 마침내 12세기에 이르러 고려인들이 사랑하는 비색청자가 만들어졌다. 어떤 변화가 있었던 것일까? 청자 도편의 과학기술적 분석 결과를 토대로, 고려 비색청자의 숨겨진 비밀을 살펴보자.

 

첫째, 청자 유약색의 푸른빛을 내는 산화철 성분을 잘 조절해야 한다. 산화철 성분이 많으면 유약의 색이 어두워진다. 실제로 용인 서리와 시흥 방산동에서 만들어진 초기의 청자 유약에는 산화철 함량은 3% 정도였는데, 점차 줄어들어 12세기 강진과 부안의 비색청자에는 1.5% 이내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초기청자에 비해 약 50% 가량 감소한 수치이다. 이러한 산화철 함량의 변화는 태토에서도 같은 양상을 보인다. 태토에 철함량이 많으면 바탕의 색이 어두워져 유색이 더 어둡게 보이고, 태토가 최대한 밝아야 푸른 유색이 더 돋보이기 때문이다.

 

둘째, 가마에서 도자기를 번조할 때 불 조절 또한 매우 중요하다. 비색을 내는데 있어 철의 전체적인 함량과 함께, 철의 환원상태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번조할 때 높은 온도에 이르면 가마를 밀폐하게 되는데, 이때 산소가 부족해지면서 유약에서 산소가 빠져나간다. 환원상태가 되는 것이다. 동일한 철함량을 갖는 청자도 산화분위기에서 번조되면 갈색을 띠고, 환원상태에 가까울수록 푸른색을 띤다. 조금 더 푸르거나 조금 더 녹색을 띠는 미묘하게 다른 색의 차이도 역시 철이온의 산화상태비율(Fe2+/Fe3+)에 의해 결정된다. 하나의 기물에서도 유색이 다양하게 나타나거나 혹은 가마 위치에 따라서도 다른 색을 띠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는데, 그만큼 불조절이 까다로운 탓이다.

 

셋째, 유약의 두께가 어느 정도 두꺼워야한다. 깊은 바다가 더 푸르게 보이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실제로 초기 청자의 유약은 머리카락 두께보다 조금 더 두꺼운 100~200마이크론에 불과하나, 200년 동안 조금씩 두꺼워져 12세기가 되면 약400~800마이크론 정도로 4배가 된다. 연꽃잎 하나하나 새겨진 문양이 도드라져 보이는 것은 파여진 곳의 유약이 더 두꺼워지면서 진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한 비색청자유약
▲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한 비색청자유약

넷째, 바탕이 보일 듯 말 듯한 유약의 투명성은 고려 비색유약의 특징 중 하나이다. 유약의 단면을 전자현미경으로 확대하여 관찰하여 보면 거의 완전하게 녹아있고, 드문 드문 크고 작은 기포가 보인다. 기포는 빛을 굴절시켜 더욱 은은하게 보이도록 한다. 고려 청자의 유약은 융제 중에서도 칼슘성분이 많아 유약이 두꺼워도 비교적 잘 녹을 수 있다. 만일 유약이 완전하게 녹지 않으면 탁하고 불투명한 유약이 된다. 깊이 있게 빛나는 반투명한 유약은 그 성분과 불을 땔 때 최고의 번조온도에서 유지하는 시간, 온도를 올리는 속도를 적절하게 조절하여 얻어진 결과이다.

 

비색청자는 이름 모를 수많은 고려 도공들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이루어낸 독자적인 첨단 기술의 성과물이다. 도자기의 원료인 태토와 유약의 성분, 유약 두께의 조절 등 만들기 전 단계의 준비과정부터 가마의 특징을 적절히 활용한 번조기술을 조화롭게 운용하며 발전시켰다. 지금껏 천하제일로 칭송받는 고려의 비색청자는 이 땅에서 나는 질 좋은 흙과 독자적 기술력으로 만들어진 최고의 아름다운 걸작이다.

 

이영은 경기도박물관 학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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