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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식 칼럼] 촛불집회 이후의 민주주의가 중요하다

최종식 미디어전략실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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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는 집을 지고 길을 떠난다. 어디를 가든 걱정이 없다. 기어가 닿는 곳이 곧 달팽이의 집이다. 달팽이의 여행은 여간 고단한 것이 아니다. 인생을 여행에 비유하는 이가 많다. 인간도 숙명적으로 이동하며 살아가야 하는 여행이다. 그것이 무거운 몸이든 아니면 생각이든 간에 움직임 자체가 여행이다. 영원한 여행은 없다. 하지만 우리는 움직임을 통해 내가 살아있음을 확인한다. 그래서 이 여행은 살아있는 동안에는 끝이 없다.

 

숨 가쁘게 달려 온 촛불여행이 종착점에 왔다. 과정은 힘들었지만 함께하는 이들이 있어 즐거웠다. 하지만 이 여행도 끝나는 지점이 또 다른 민주주의를 위한 출발점일 수밖에 없다. 고단하지만 여행은 우리의 숙명이다.

 

촛불시민혁명은 민주주의라는 거대 담론의 장 이었다. 노동계와 인권단체, 환경단체 등 저마다 가진 요구들은 접어둔 채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요구에 힘을 모았고 따라서 촛불집회는 그 어느 때보다 국민들의 참여와 지지로 마무리됐다.

 

이제 찬란했던 시민축제는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한다. 파괴된 노동자의 권리를 찾기 위한 노동법 개정, 최저임금제의 개선을 비롯 후퇴한 인권을 찾기 위한 인권단체들의 요구도 구체화 돼야 한다. 생계가 막막한 농민과 도시서민들의 팍팍한 삶을 위한 정책도 마련돼야 하고, 왜곡된 교육과 역사를 바로잡아야 하며, 파괴된 환경도 살려야 한다. 더욱이 촛불집회의 원인이 됐던 정치권의 적폐와 이들을 용인해 온 정치제도의 개선도 핵심적 사안이다.

 

폐허 위에 집을 짓기 위해서는 여러 종류의 자재가 필요하지만 제각각의 모양을 그대로 두고서는 균형을 잡을 수 없다. 모난 돌은 깨야하고 구부러진 나무는 잘라야 한다. 봇물처럼 터지는 요구를 모두 받아들이기는 분명 한계가 있다. 더욱이 대선이라는 큰 무대가 만들어지면서 이 요구가 사생결단식 대결로 이어진다면 애써 닦아 놓은 민주주의의 터전이 무너질 수도 있다.

 

미국의 사드배치와 중국의 보복, 북한의 핵개발이라는 정치적인 갈등은 물론 세계적으로 대두되고 있는 국가주의가 우리를 옥죄고 있는 현실적인 고민까지 더하면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다. 언론이 중요하게 보도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불복은 어쩌면 고민하지 않아도 될 지엽적인 문제일 수 있다. 정치적 통합은 그 의미 자체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통합하자는 내용이 무엇인지 분명하지도 않다. 정치세력에 따라 해석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모호함 자체의 통합이 아니라 내용을 가진 통합이 중요하다. 연정이나 협치도 그 프레임이 국민들을 중심에 놓을 때 의미가 있는 것이지 권력을 잡기 위한 수단으로서는 의미가 없다.

 

대상이 되지 않은 세력과의 물리적 통합에 동력을 쏟을 겨를이 없다. 촛불시민세력 내에서의 통합 내용이 더 다양해야 하고 이는 민주주의를 완성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주장과 요구가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에 부합하느냐는 단순한 기준이다. 내 목소리가 소중한 만큼 상대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나의 자유와 권리가 소중한 것처럼 상대방의 자유와 권리도 똑같이 중요하다. 다른 사안들을 민주주의 틀로 모아내는 일은 상대의 내용에 대한 공감이 있어야 가능하다.

 

공자는 사람이 꼭 간직해야 할 단어로 서(恕)를 이야기 했다. 같을 여(如)와 마음 심(心)이 더해진 서(恕)는 상대방의 마음을 나의 마음과 동일하게 여긴다는 의미다. 이어 공자는 내가 하고 싶지 않은 것을 남에게도 하지 말라는 己所不欲 勿施於人(기소불욕 물시어인)을 강조했다. 상대방에 대한 공감과 소통이다. 개별적인 인간관계는 물론 민주주의를 완성하는 과정에서도 매우 유용한 가치임이 틀림없다.

 

이제 막 시작되는 대선은 촛불시민혁명을 어떻게 완성하느냐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큰 틀에서 각각의 사안을 정확하게 반영해야 한다. 공약을 통한 정책 추진이 이전의 대선과 다르기 때문이다. 국가의 권력이 국민에게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첫 정부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나 아닌 다른 이들의 입장을 생각하는 배려와 소통의 자세가 필요하다. 그것은 새로운 분열을 막고 어렵게 만들어 낸 민주주의의 꽃을 피울 수 있는 바탕이다.

 

최종식 미디어전략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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