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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식 칼럼] 촛불 광장에서 딸에게 보내는 편지

최종식 미디어전략실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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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 광화문과 서울시청 뒷골목에서 최루탄에 콧물과 눈물로 범벅이 된 대학생이 반백의 얼굴로 다시 그 자리에 섰다. 6·10항쟁이 미완성 민주주의라고 말할 때도 믿고 싶지 않았다. 개헌 논의에 30년 전의 직선제가 수명이 다 됐다고 말할 때도 왠지 서운한 마음에 아직도 아물지 않는 최루탄의 파편 흔적을 만지며 애써 위로했다.

 

30년이 지난 오늘 대학생이 된 딸아이의 손을 잡고 다시 이 자리에 선 현실이 떨리고 서글프기만 하다. 미안하다. 참으로 미안하다. 너에게 좋은 세상 만든다고 일해 온 그 세월이 오늘에서야 허상이었음을 확인하게 되었구나.

 

백골단에 쫓겨 이리저리 뛰어가던 골목길이 단장되고, 최루탄 발사기가 물대포로 바뀌고, 손에 들었던 화염병이 촛불로 바뀌었어도 그 때의 고통과 분노는 변한 것이 없구나.

 

너의 초롱한 눈빛과 광장을 가득 메운 대한민국 젊은이들의 함성을 들으면서 흰머리를 숙여 사죄의 절을 올린다. 고맙다. 정말로 고맙다.

 

그래도 우리 세대는 올라갈 사다리가 보였다. 물론 사다리에 오르지 못한 이들도 있고 사다리 중간에 앉아 있기도 하지만 그때의 젊음은 희망이 있었다. 우리 기성세대가 그 희망을 낭만이라 여기며 스스로 위로하고 있는 동안 너희에게는 무너진 민주주의와 헬조선, 흙수저만 남겨 놓았구나.

 

보수라고 다 나쁜 것도 아니고 진보라고 모두 진리라고 말할 수 없다. 살아온 환경이 다르다면 생각도 다르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그가 누구든 거짓말을 하고 남의 물건을 훔치고 강도짓을 하며 민주주의를 유린했다면 그것은 용서할 수 없다. 국민에게 거짓말을 하고, 국민의 세금을 도둑질하고, 기업을 협박해 돈을 빼앗는 강도짓을 하고도 ‘내가 뭘 잘못했느냐’의 태도를 보이고 있는 자를 어찌 용서할 수 있겠는가.

 

믿지 않았던 검찰이지만 다행히 현직 대통령을 피의자로 규정했다. 범죄사실이 명백한 이유도 있지만 검찰이 대통령을 피의자로 전환한 것은 온 국민이 오늘처럼 한마음으로 광장에 밝힌 촛불의 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저들은 이제 수사발표를 인정하지 않으며 수사를 받지 않겠다고 한다. 국민 앞에 눈물을 글썽이며 밝혔던 총리임명, 특검까지 수용하지 않겠다며 시간 끌기에 들어갔다. 국민들의 고통은 안중에도 없는 자들이 촛불이 꺼지기만을 기다리는 모습이다. 상식을 넘어선 독선과 아집으로 국민들과 싸우겠다고 나서는 저들의 꼴을 잘 기억해야 한다. 결코 용서해서는 안 된다.

 

촛불은 이제 시작이다. 우리는 일제 부역자를 청산하지 못했다. 또 그들이 일으킨 군사 쿠데타에 피를 뿌리며 저항했지만 그들을 제대로 몰아내지 못했다. 그 뿌리들이 우리사회의 주류가 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 그 매국의 후손들이 지금 금수저를 들고 대한민국을 농락하고 있다. 그러니 기성세대가 실패한 과거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차가운 광장 바닥에 얼마나 더 오래 불을 밝혀야 할지 모른다. 어쩌면 한 달 아니 1년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쉽게 촛불을 내리지 말아야 한다. 범죄자 박대통령과 그 주변 무리들을 단죄하고 그에게 부역한 자들이 더 이상 권력을 탐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겨울바람이 매섭게 불고 촛불이 바람에 흔들려도 함께 손을 잡고 민주주의의 깃발을 지켜내자. 떨리는 손은 내가 잡아 주마. 흐르는 눈물도 닦아 주마. 함께 목 놓아 민주주의를 노래하자.

 

오늘 너와 촛불을 밝혔듯이 30년 뒤 오늘처럼 네가 너의 아이와 함께 촛불을 들고 광장에 나오는 일은 없어야 한다.

 

최종식 미디어전략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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