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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의 도시이야기] 상상하기 힘든 도시입지(2)-산 정상을 사랑한 도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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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입지의 도시 몇 가지를 더 알아보기로 하자. 전에 이야기했던 페트라라는 도시는 길고 좁은 협곡에 의해 가려진 척박하고 신비한 바위의 도시라는 점에서는 물론 만만한 입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오르지 못할 정도의 산은 아니었다.

산이나 그 정상은 전쟁이 빈번하던 시기에는 척박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수많은 도시가 선호하던 지역이기도 하였다.

고대 미케네 왕국처럼 전략적인 측면에서 산 정상 부분을 선호하는 경우는 물론 히타이트의 하투사처럼 아예 도시의 입지가 해발 고도가 높은 평지에 위치하는 경우나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처럼 신전 등의 신성한 공간에 도시의 최정상을 차지하는 경우도 자주 보이고 있다. 이 도시들은 쉽게 접근할 수 없다는 점에서 거의 요새로 기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높은 지역이나 말도 안 되는 환경에 지어진 도시는 따로 존재한다. 우선 해발 450m의 산 정상 위에 길이 650m 넓이 300m의 성채를 지니고 있던 고대 이스라엘의 마사다를 들 수 있다.

기원전 2세기 정도에 알렉산더 얀네우스 왕이 시작하여 그 후 기원전 40년에 헤롯왕이 주변국의 침입에 대비하여 완공한 이 성채 도시는 그 철통같은 요새 기능에도 불구하고 정작 로마의 디도 장군에 의해 예루살렘이 정복당하자 960명의 이스라엘인이 이곳에서 결사항전 하다가 전멸하고 마는 슬픈 역사를 지닌 곳이 되어버렸다.

다음으로는 이른바 스리랑카의 바위궁전이라 불리는 시기리아라는 곳이다. 5세기 후반 카샤파 왕이 해발 370m, 바위 높이 200m의 일명 사자바위로 불리는 장엄한 바위 요새에 건립한 이 성채도시는 평지에 우뚝 서있는 큰 바위만으로도 가히 불가사의라 할 만하다.

계단 이외에는 접근로가 없으며 지그재그로 설치된 약 1천200개의 계단을 올라야 바위 정상에 도달한다고 하니 당시로서는 하늘을 나는 새가 아닌 이상 이 성채도시를 공격하기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가장 압권은 마추픽추일 것이다. 깎아지른 절벽과 하늘을 찌를 것 같은 봉우리로 둘러싸인 우르밤바 계곡의 해발 2천280m 정상에 자리 잡고 있는 마추픽추는 그야말로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상상 초월의 도시가 아닐 수 없다.

굳이 편한 땅을 두고 그 척박한 곳으로 옮겨간 이유야 여러 가지이겠지만 스페인으로부터의 공격을 피해 산 속 깊이 달아난 잉카인들의 슬픈 역사나 입지의 신비함 혹은 태양의 신전이나 인티파타나라는 제례용 시설 등의 건축적 화려함과 현란한 기술 등을 차치하더라도 우리나라 백두산 천지만큼이나 높은 지역에 궁전이나 마을 및 계단식 밭 등의 생활 터전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뭐라 딱히 할 말이 없어지게 된다.

잉카인의 기술도 기술이지만 우선은 그 폐활량에 놀라고 나아가 인간이 지닌 무한한 가능성과 도시의 끈질긴 생명력에 또 한 번 놀랄 뿐이다.

김영훈 대진대 건축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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