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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섭 칼럼] 아픈 사람들

이연섭 논설위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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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깨와 목이 아파 병원을 전전하고 있다. 어느 날부터 뒷목이 뻣뻣하더니 어깨에 돌을 얹어놓은 듯 무겁고 편두통까지 있어 일상생활이 불편한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정형외과에 가니 ‘근막통증증후군’이란 진단이다.

컴퓨터 작업을 오래 하는데서 비롯된 직업병으로 자세를 바르게 하고 스트레칭을 많이 하란다. 약을 먹으며 통증클리닉에도 다녀보고 침도 맞고 경락마사지도 받고 있지만 쉽게 낫지 않는다. 어느덧 두달이 다 돼간다.

더이상 방치하면 안되겠다 싶어 지인의 소개로 지난 주부터 회사 근처 한의원에 매일 가고있다. 틈나는대로 스트레칭도 하고 뭉친 근육을 푸느라 마사지도 받고있다.

버거운 삶 넋두리 병원서 풀어

다니는 한의원내 풍경이 이색적이다. 그동안 다닌 한의원은 침대에 누워 주로 아픈 부위에 침을 맞고 전기 마사지와 핫팩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이 한의원에선 방석을 깔고 벽에 기대 앉은 채 침을 맞는다. 거의 한시간 동안 손과 발에 주로 맞는다. 중간에 한번 침을 빼고 다시 놓는다.

세개의 방이 있는데 모두 꽉 들어찬다. 한 방에 보통 10명 내외의 사람들이 들어간다. 시간대별로 수십명의 사람들이 일제히 들어가 침을 맞고 일제히 나온다. 그리고 계산하러 줄을 서고 다음 날짜를 예약하고 나가는 순이다.

같은 방에서 얼굴을 맞대고 침을 맞다보니 한의사가 환자와 나누는 얘기, 환자들끼리 나누는 얘기, 침놓을 때 아파서 신음하는 소리까지 다 들린다.

아픈 사연들이 제각각이다. 어느 아주머니는 식당에서 일하는데 주방에서 후라이팬을 들었다놨다 하기를 하루 수백번 하다보니 어깨와 팔이 아파 병원을 찾았다고 했다. 의사가 조금 쉬어야 한다고 말하니, 쉴 형편이면 좋겠다고 한숨 짓는다.

60대 중반의 또 다른 아주머니도 손목과 어깨가 아파 침을 맞으러 왔단다. 맞벌이 아들의 손자를 봐주느라 온몸이 쑤시고 아프다고 한다. 주변에 마음놓고 맡길만한 어린이집이 없어 힘들어도 봐줘야 할 형편이란다.

폐휴지를 주워 생활한다는 등이 많이 굽은 할머니도 있다. 깔끔한 모습으로 나름 단장을 하고 온 듯한 할머니는 침을 맞으며 꾸벅꾸벅 존다. 주름진 얼굴에 조는 모습이 안쓰럽다.

취업 준비생이라는 한 젊은이는 두통이 심해 침을 맞으러 왔단다. 스트레스가 주 원인으로 보여진다. 외모는 젊지만 표정이 어둡다.

젊은 한의사들은 방마다 침을 놓으며 환자들과 잠깐이지만 이야기를 나눈다. 아픈 부위가 좀 나아졌는지, 또다른 아픈 곳은 없는지 물으며 침을 꽂는다. 잠은 잘 자는지, 변은 잘 보는지, 소화는 잘 되는지도 묻는다. 아마도 단골(?)인 듯한 사람들에겐 시골에 잘 다녀왔느냐, 손주는 잘 크느냐, 요즘 장사가 힘들지 않느냐는 등의 얘기도 한다.

그러면 환자들은, 특히 나이 든 아주머니, 할머니일수록 이런 저런 말씀을 많이 한다. 의사는 ‘예~ 예~’하며 얘기도 들어주고 호응도 해주고 위로도 해준다. 사람들은 병원에 와서 단지 침만 맞는게 아니고, 잠깐이지만 아픈 곳, 답답한 것을 토로한다.

정치인 나서 서민들 병 고쳐야

환자들끼리 두런두런 나누는 얘기도 우리네 현실적인 것들이다. 이사를 가야하는데 전세값이 너무 올라 외곽으로 나가야할 것 같다는 얘기, 물가가 너무 올라 과일 하나 사먹기 겁난다는 얘기,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유출때문에 고등어ㆍ동태는 먹으면 안된다, 회도 먹으면 안된다는 얘기를 한다.

또 아들이 취업이 안돼 아주머니가 근처 대형마트에 나가 일을 시작했다는 얘기, 재수생 엄마인데 대학입시제도가 자주 바뀌고 복잡해 머리에 쥐가 난다는 얘기도 들린다.

며칠 동안 잠깐 병원에서 들은 얘기지만 서민들의 세상살이가 녹녹치 않음을 보여준다. 이 서민들의 얘기를 들어주고 아픈 곳을 어루만져주고 낫게 해줄 사람은 의사가 아닌 듯하다. 근본적으로 정치인들이 귀 기울여야 하고 대통령이 나서야 할 일이다. 그들이 나서 서민들의 걱정을 덜어주고 힘이 돼줄 때 병원에 오는 사람, 아픈 사람도 줄어 들게 될 것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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