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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호의 이미지읽기] “성공하려면 고향을 떠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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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완주군에서 세계막사발축제가 열렸다. 올해로 16회째를 맞는 행사로 완주군의 후원과 지역주민들의 지대한 관심 속에 성공리에 개최될 수 있었다. 특히 이번 행사가 값진 이유는 축제와 더불어 국내 최초로 ‘막사발’이라는 단독 콘텐츠로 미술관이 건립되었다는 점이다.

조직위원장인 김용문 작가의 아카이빙 전시와 더불어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됐고, 기념전시에 참여한 터키, 미국, 중국 등 13개국의 작가들은 자신들의 작품 22점을 미술관에 기증했다. 완주군은 얼마간 용도를 잃고 방치된 (구)삼례역을 개조해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은 것이다.

막사발은 흔히 ‘막사기’라 불리며 밥그릇이나 국그릇 등으로 쓰이는 우리의 생활과 밀접한 생활용품이다. 막사발의 ‘막’은 막걸리의 그것과 같은 의미로 서민들이 친숙히 접하고 할 수 있는 그릇을 의미한다. 우리 땅에서 채취한 황토로 빚어낸 막사발은 두툼하고 비정형적인 몸체와 갈라지고 까칠하지만 자연스럽게 흘러내린 멋스러움을 지녀 소박하지만 담대하며 자연과 일체가 되는 고유한 우리 정서를 담고 있다.

과거 높은 분들이 사용했던 청자, 백자의 노련함이나 정밀함과 달리 인위적인 요소를 최대한 배제시켜 인간과 자연의 합일을 이루고자 했던 선조들의 깊은 속내를 어찌 가늠할 수 있을까. 막사발에는 무한한 인간애가 녹아있다.

그러나 막사발이 국내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천민들의 개밥그릇이라 불리며 천대받던 막사발. 오히려 일본이나 중국 등 해외에서 각광 받고 우수성을 인정받자 국내에서도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도예가 빚재 김용문이 서 있다. 경기도 오산 태생으로 30여년을 막사발에만 매달려온 그는 자신의 고향인 오산에 가마터를 잡고 한국 고유의 문화를 알리기 위해 달려왔다.

이른바 ‘막사발 실크로드’는 중국을 넘어 실크로드의 시작점인 터키까지 매료시켰다. 현재 터키의 하제태페 대학의 초빙교수로 재직 중인 김용문은 한국과 터키를 오가며, 국제막사발 축제를 진행 중이다. 본래 막사발 축제의 시작은 작가의 고향인 경기도 오산에서부터였다. 1998년에 시작해 지난 2012년에 15회가 진행될 때까지 열악한 환경과 부족한 예산 속에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그였다. 하지만 지자체의 지원부실과 지역주민의 차가운 무관심은 고향땅을 지켜온 자부심을 무너뜨렸고 결국 타향 땅에 둥지를 틀게 만들었다.

문화는 개인에서 시작하더라도 공동체의 유산으로 확장 될 수 있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했던가. 돌중에 옥석을 가리기가 힘든 것인가. 남의 떡이 커 보인다 하지 말고 주변을 살펴보도록 하자. 막사발이 전북 완주에 자리 잡아 명맥을 이어가는 것은 기쁜 일이지만, 경기도의 우수한 문화자원이 타 지역으로 이탈한 것에는 큰 아쉬움이 남는다. 

조두호 수원미술전시관 학예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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