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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호의 이미지읽기] 더러운 한 방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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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세기 ‘대항해시대’가 열리자 세계는 지금의 지구온난화만큼이나 후끈 달아올랐다. 신대륙 발견, 미지세계의 탐험, 미개문명의 개척 등 다양하고 멋진 말들로 치장한 백인탐험가들은 발길 닿는 곳마다 자신의 깃발을 꽂아댔다. 여러 유럽 국가는 신대륙을 통해 이전에는 맛보지 못했던 다양한 과일과 채소, 값진 금, 은, 보석 광물 등을 확보해 엄청난 부를 축적할 수 있었고 이는 본격적으로 백인중심 사회가 비 기독교 세계를 지배하는 혁명적 계기로 작용했다.

대항해시대를 말할 때 신대륙발견 같은 건설적 업적 외에 인류역사상 아주 중요한 사건으로 언급되는 것이 노예시장의 활성화다. 노예제도는 과거부터 존재해왔지만, 인종에 따른 계급분화는 이때부터 정착된 것이 아닐까 싶다. 흑인 대다수와 하층민 신분의 백인으로 이뤄진 노예들은 아메리카대륙에 터를 잡았고 권력의 노예, 인종의 노예로 수세기를 보냈다.

그리고 얼마 지나 백인도, 흑인도, 아메리카인디언도 아닌 혼혈을 뜻하는 메스티조(mestizo), 뮬라토(mulatto), 잠보(mambo) 등이 탄생했다. 권력의 중심에선 그들의 피부색 혼탁 여부에 따라 신분의 우열을 가렸고 혼혈을 좀 더 세분화하기 위해 물리토, 알비노, 토르나트라스 등 100개도 넘는 단어를 만들었다.

하지만 언어적 구분이 한계점에 다다르자 어느 백인 권력자가 기막힌 인종 구분법을 고안해낸다. 이름하야 ‘한 방울 법칙(one-drop rule)’이다. 완전무결한 백인의 피를 더럽힌 단 한 방울의 피가 섞인 자는 백인과 유사한 외모, 피부색을 막론하고 ‘black’으로 구분하는 것이다. 색의 권력, 백인 우월주의 정수이자 지배계층이 피지배계층을 지배하는 철두철미한 통치방식인 것이다.

시대와 국가를 막론하고 권력계층의 피지배계급에 대한 통치는 어떤 형태로든 존재해왔다. 앞서 언급된 시대의 권력이 백인의 자존감 같은 것이라면 지금은 철저히 자본에 의해 권력의 층위가 결정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이미지에서 보이는 흑과 백, 빛과 어둠이 나뉜 어느 철거촌의 풍경처럼 말이다. 벽돌로 적층된 벽체에 대충 얹혀진 슬레이트 지붕은 금세 날아갈 것처럼 위태로워 보인다. 천막을 덮고 버려진 폐타이어를 올려놓지만 자본의 폭풍 앞에서 버틸 재간이 없다.

이미지 속 마을은 한국의 근현대사를 거치며 피난민, 이주민 등 세상의 경계에 서 있는 이들의 보금자리 한 칸짜리 쪽방에서 기거하는 빈민들의 삶이 투영된 장소다. 자본의 논리에 의해 편집되는 빈민의 삶, 한 장의 사진 속 풍경은 대항의 시대를 살았던 노예의 그것과 다를 바 없었다. 그것은 고결한 자본에 떨어진 오염되고 더러운 한 방울의 피. 지배와 피지배계층을 나누는 ‘한 방울의 법칙’이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조두호 수원미술전시관 학예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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