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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호의 이미지읽기] “위험한 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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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손’, ‘배트맨’시리즈, ‘유령신부’ 등으로 널리 알려진 영화감독 ‘팀 버튼(Timothy Walter Burton, 1958~)’의 역사를 다룬 전시가 얼마 전 국내 미술관에서 개최됐다. 대기업의 후원으로 이뤄진 이 전시는 그야말로 人山人海. 미술관 전시 관람에 대해 조용하고 적막한 가운데 홀로 지적감수성을 만끽하는 환상을 가졌다면 진작 버리시길. 이름 하여 ‘블록버스터(Blockbuster)’형 전시에서는 말이다.

막대한 제작비용을 들여 만든 거대한 규모의 제작물이거나 수많은 관객을 동원해 엄청난 이윤을 올린 문화콘텐츠를 일컬어 ‘블록버스터’라 부른다. 처음 영화계에서 사용되기 시작한 단어로 단시간 안에 어마어마하게 흥행한 영화를 통칭하기도 한다. 본래 어원은 세계 제2차 대전 당시 영국 폭격기에 장착된 위력적인 폭탄을 빗댄 말이다.

시간이 점차 흘러 비교적 대중에게 친숙한 문화콘텐츠인 ‘블록버스터’형 콘서트, 뮤지컬 등의 공연이 제작되는가 싶더니 뒤이어 시각예술계도 블록버스터가 성행하기 시작했다. 정적인 전개와 불규칙적인 서사구조를 지닌 난해한 소통방식의 시각예술분야에서 블록버스터 전시가 가능하다니.

의문하는 것도 잠시,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마치 아이돌 가수의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뜨거운 열기 속의 그것이었다. 들어오고 나가는 관객들이 얽히고 설킨 것도 모자라 비좁은 벤치에서 휴식을 취하는 관객들까지 다양하다.

블록버스터 전시는 대부분 대형기획사에 의해 막대한 자금을 들여 기획된다. 국내에서 이미 피카소, 살바도르 달리, 르네 마그리트 등 의무교육과정만 이수해도 알만한 서양미술의 거장 전시가 수차례 개최된 바 있는데 대중이 선호하는 친숙한 이미지의 서구 예술가들을 홍보하여 흥행을 거두곤 했다.

이 지점에서 몇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대중적 선호도에 의해 만들어진 블록버스터는 미술관이 지니는 교육적 순기능을 저해할 수 있다. 미술관 전시는 예술작품을 보여주는 단순 기능을 넘어 예술품의 새로운 해석을 통해 사회의 창조적인 사고와 창의적 인식을 심어주는데 의미가 있다. 이미 익숙한 서구 미술의 이미지를 단순 나열방식으로 반복 전시하는 것은 또 다른 문화사대주의를 야기할 뿐 더 나은 무엇을 기대할 수 없다.

무작정 블록버스터 전시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서구미술이건 전혀 다른 장르의 유명인의 전시이건 동시대 미술관에서 일어나는 예술적 사건들은 지역·국가적 특수성을 반영해야하며, 새로운 해석을 통해 단편·일률적일 수 있는 문화적 취향의 다양성을 확보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다면 폭탄이 떨어진 근방의 모든 생명체가 전멸하는 것처럼 블록버스터는 문화생태계의 파괴자가 될 수 있다. 유의하시길, 블록버스터에는 안전핀이 달려있지 않으니 말이다.

조두호 수원미술전시관 학예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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