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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호의 이미지 읽기] ‘붉은 쇳덩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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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색의 강판이 반복적으로 굴곡져 시선을 따라 곧게 뻗어 있다. 화면상의 높이와 길이로 말미암아 꾀나 거대해 보이는 건물전체를 감싸고 있는 적색으로 도색된 붉은 쇳덩어리의 용도는 무엇일까. 침입자를 막기 위함일까.

외부로 부터의 소음을 막기 위함일까. 아니, 그러기에는 사이사이에 틈이 벌어져 있는데다 대부분의 면이 펀칭으로 뚫려있어 오히려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조차도 못 막을성싶다. 가까이서 살펴보니 두께가 3㎝를 넘어서는 붉은 강판의 정체는 바로 ‘에너자이징 알루미늄’이라 불리는 외장재이다. 그리고 이것이 감싸고 있는 건물은 스페인 마드리드에 위치한 ‘레이나 소피아 왕비 미술관(이하 소피아미술관)’이다.

소피아 미술관은 스페인의 국립현대미술관으로 국립병원을 재생, 활용한 것이다. 자국민뿐 아니라 세계인이 찾는 현대미술관이기도 하다. 스페인이 낳은 예술가 피카소(Pablo Picasso, 1881~1973)의 작품 ‘게르니카(1937년作)’가 전시되고 있기 때문.

게르니카는 스페인 북부 바스크지방의 게르니카라는 시골마을을 독일군 전투기가 폭격해 수많은 인명사고를 낸 사건에 분개한 피카소가 당시의 전말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그린 그림이다.

이제는 스페인 국민의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작품이 된 게르니카의 인기는 소피아미술관을 게르니카만을 전시하는 미술관으로도 불리게 한다. 또 근현대미술의 거장인 살바도르 달리, 르네 마그리트, 후안 그리스 등의 작품들이 소장·전시되고 있다.

소피아미술관은 건축 역시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한 공공시설물 공간재생의 긍정적 사례로 프랑스의 ‘오르세이미술관(기존 기차역)’이나 영국의 ‘테이트모던뮤지엄(기존 화력발전소)’과 함께 거론된다. 그리고 최근 기존의 건축과 새로운 신관을 잊는 증축공사가 완료됐다.

디자인을 맡은 이는 프랑스의 건축가 ‘장 누벨(Jean Nouvel, 1945~)’로 ‘리움미술관(서울시 한남동)’의 건축으로 국내에서도 유명하다. 그는 돌로 이루어진 기존의 소피아미술관에 쇠, 유리, 조명을 더했다. 주변 건물들과의 조화, 시시각각 변화하는 하늘 풍경과의 조화, 그리고 시대를 뛰어넘는 미래지향적 표현양식을 미술관에 입혔다.

그리고 완성된 소피아미술관의 신관에는 붉은색 에너자이징 알루미늄이 입혀졌다. 강렬하면서 도발적인 인상을 풍긴다. 밝은 하늘의 빛과 만나면, 그리고 어두운 밤을 밝히는 프로젝션 조명과 만나면, 마지막으로 공간을 가득 메운 사람들의 움직임이 더해지면 공간은 생동감이 넘치는 새로운 장소로 변한다. 별도의 기능이 없고 실용적 측면에서 벗어난 그리고 무지막지한 예산을 소요하는 건물의 외관은 산술적 수치로 따질 수 없는 무한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시키는 것이다.

잘 생각해보라. 예술마저도 굳이 실용적일 필요가 있겠는가. 논리적으로 설득되고 이성적으로 이해되는 곳에 예술이 있었다면, 인류의 진화도 멈췄으리라.

조두호 수원미술전시관 학예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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