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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용린 칼럼] ‘디지털 문맹자 노인세대, 당신은 입장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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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노인세대는 ‘또 하나의 문맹(文盲)’이라는 / 난제에 부딪쳐 있다. 그들이 겪은 첫 번째 문맹은 1950대 이후의 문맹 퇴치 사업이었다. 그 당시에 초·중·고, 대학생이었을 지금의 65세 이상의 노인세대는 문맹퇴치 사업의 주역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들이 겪는 두 번째 문맹은 그 스스로가 문맹자가 되어 문맹의 갑갑함과 아픔을 몸소 겪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겪는 문맹의 아픔은 매우 큰 데도, 그 스스로를 포함한 주변의 아무도 그 문맹을 문맹으로 진지하게 보아주지 않고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1945년 해방되던 때, 우리나라에서 글자해독이 불가능한 인구가 전체 성인인구의 70%를 넘었고, 특히 여성의 경우 90%에 가까웠다. 국민 대다수가 까막눈이었던 셈이다. 그래서 해방 후 정부수립하랴, 6·25동란을 치루랴, 정신이 없던 정부는 드디어 1950년대 중반부터 1960년대 말까지 강력하게 문맹퇴치 사업을 벌리게 된다.

 

그 때 주축 강사가 누구였을까? 초· 중·고·대학생이었다. 대학생들은 방학 때면 봉사단을 조직해서 농촌 계몽차 시골로 내려갔고, 주된 일이 저녁 때 농민들을 모아 놓고 한글을 가르치는 것이었다. 가르칠 마땅한 강사가 없는 경우에는 초등학생들조차도 나서서 마을 주민들을 가르치곤 했다. 이런 문맹퇴치사업 덕분에 1960년대 이후부터 우리나라 문자 해독력은 급속히 증가하기 시작했고, 이런 문해력의 증가가 1970년대 이후의 급속한 경제발전을 가능하게 한 국가 경쟁력의 바탕이었음은 이미 널리 알려진 바다.

 

이렇게 문맹 퇴치의 주역이었던 오늘날의 노인세대는 지금 그들 자신들이 ‘또 하나의 문맹’을 몸소 겪고 있음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그들이 참여한 문명퇴치 사업은 ‘종이 위에 쓰여진 글’을 읽게하기 위한 노력이었는데, 이제 그들은 스스로가 ‘컴퓨터와 핸드폰 속에 쓰여진 글’을 못 읽고, 못 쓰고, 못 보내는 문맹자로 전락해 있는 것이다.

 

과거의 문맹자는 신문과 책을 못 읽고, 간판을 못 읽고, 공문서와 계약서를 읽지 못해 경쟁력이 없었고, 친구와 가족으로서, 직장인으로서, 시민으로서 권리와 의무와 책임을 다하는 데에 경쟁력이 없었다. 문맹이기 때문에 사회, 경제, 정치, 문화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가 불가능 하거나 어려웠다. 문맹은 결국 적극적인 사회 참여의지와 능력을 전제로 하는 민주주의 국가 운영에 치명적인 약점인 셈이다. 그런 약점을 단시간 내에 극복한 덕에 한강의 기적도 가능했던 것 아닌가?

 

현재 노인세대가 겪고 있는 문맹은 디지털 문맹(digital iliteracy)이다. 이것이 왜 중요한가 하면, 제 이 세상은 컴퓨터나 핸드폰으로 접속해서 입장해야 만하는 사이버 세상 속에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대다수의 중요한 일들이 이루어 지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대다수의 젊은이들은 신문을 거의 읽지 않는다. 왜 그런가? 모든 신문의 기사들이 컴퓨터로 핸드폰으로 접속하는 사이버 세상 속에 모두 있기 때문에, 돈을 주고, 거추장스럽게 종이로 들고 다니면서 볼 하등의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어디 그 뿐인가. 백과사전도 그 안에 있고, 우리나라(아니 전세계)에서 나온 모든 옥편과 국어, 영어 및 모든 외국어사전이 그 안에 다 있어서 핸드폰만 들고 다니면 모든 게 다 해결된다. 어디 그 뿐인가. 아는 사람이든 모르는 사람이든 간에 원하기만 하면, 글을 보낼 수 있고, 토론도 할 수 있다.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정보, 재미, 오락, 식, 문화, 예술 등등의 대다수의 것들이 사이버 세상 속에서 현재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사이버 세상에 노인세대의 대다수는 입장금지 상태인 것이다. ‘디지털 문맹자, 노인세대, 당신은 입장 금지’인 채로 지금 우리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 교육’이 돌아가고 있다. 국민이 골고루 참여하고, 모두의 의사를 골고루 반영하는 민주주의 정신은 노인세대가 디지털 문맹인 한, 제대로 실현되기 어렵다. 그래서 노인세대의 디지털 문맹 극복을 위한 노력이 1950~60년대 문맹퇴치 사업만큼 강력하게 국가정책으로 펼쳐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노인세대여, 우선 먼저 최신의 스마트 폰을 마련하라. 그리고 교육을 요구하라.’

 

문용린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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