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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의정 갈등 해소, ‘따로 또 같이’

목경열 두원공과대 보건의료행정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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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의료계는 서로 만나지 않는 길만 찾아가는 것 같다. 올해 2월 발표된 ‘필수 의료 정책 패키지’를 시작으로 양측의 갈등 구조는 더욱 복잡해졌다. 어느 쪽도 자신들의 주장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을 수밖에 없다는 방어논리가 더욱 분명해진 것이다. 이제 국민의 피로감은 높아만 가 어느 쪽이 옳고 그름에는 무관심해지는 것 같다. 다만 환자의 입장에서 내가 치료받기에 어려움이 없기만을 바랄 뿐이다. 이제 이 대립은 이성에 근거한 정책적 이견(異見)을 넘어 불신과 오해, 그리고 선입견으로 인한 감정적 맞서기에 가까운 것 같다. 그래서 어느 쪽도 양보가 어려워진다.

 

이 상황은 폭력을 동반하지 않은 내전(內戰)이라 볼 수 있다. 내전에서 승자나 패자가 없듯이 이 갈등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정부가 제시하는 정책에 동의하지 않는 단체와 정부 간에 생성되는 비합리적인 대응으로 인해 국민과 이해당사자가 큰 손해를 떠안게 된다는 사실이 문제다. 승패의 문제로 접근하기보다는 모든 당사자가 제자리로 돌아와 대승적 차원에서 왜 물러서기 어려운 갈등을 안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사회적 현상보다는 근본적 원인에서 찾아볼 필요가 있다.

 

의과대학 정원 확대는 의료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요한 방안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교육 인프라 확충과 수련 시스템 개선 등 여러 문제가 산적해 있다. 단순히 정원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새로운 갈등을 초래할 수 있으며 의료 교육의 질 저하 같은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 요리에서도 간을 맞출 때 세심한 손길이 필요한 법인데 하물며 국민의 건강과 직결돼 있는 정책을 조정하는 데는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 자원과 재원의 결과론적 투입에 그치지 말고 그 과정에서 발생할 피해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막대한 돈을 투자하는 것도 문제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해와 피해 역시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 깨진 독에서 쏟아진 물로 인해 어지럽혀진 바닥을 정리하는 것은 그 누구도 아닌 우리 자신이다.

 

의료계도 국민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특히 집단 행동을 통해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담보로 삼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현장을 떠난 의사의 말에 귀를 기울여줄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결국 환자가 필요한 것은 의사집단보다는 나를 세심히 보살펴 줄 의사 개인이다.

 

이 갈등은 단순한 정책과 특정 단체의 생존권에 대한 대립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중요한 과정의 하나로 인식돼야 한다. 이 갈등에서 정부와 단체가 명분적 논리를 세워 놓고 어느 논리가 수용돼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달 필요는 없다. 환자 치료와 의료시스템에 있어 따로 또 같이의 관점으로 본다면 대립에 앞서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며, 국민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하는 행동이 자연스러워진다. 갈등을 해결하고 대한민국의 의료 체계를 발전시키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지금은 비난이 아닌 문제 해결과 신뢰받는 의료 체계를 구축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의료 시스템이 지금처럼 세계적인 수준이 된 것은 정부, 의사, 국민 모두의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결과다. 미래에도 현재의 격(格)을 유지하고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융통성과 하모니가 어우러진 멋진 협력이 필요하다. 감정적으로 뜨거워진 머리를 식히고 일관적인 정책과 특정 단체의 주장보다는 개인의 발전을 지향(志向)할 수 있는 융통성 있는 정책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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