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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은 모두 내탁(內托)일까? [이강웅의 수원화성이야기]

하늘이 만들어준... 자연지형 그대로 활용한 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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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서문 문루에서 본 성의 안쪽 모습이다. 내탁은 성에 붙인 흙더미를 말한다. 이강웅 고건축전문가
화서문 문루에서 본 성의 안쪽 모습이다. 내탁은 성에 붙인 흙더미를 말한다. 이강웅 고건축전문가

 

성을 분류하는 방법에는 여러 분류법이 있다. 매우 복잡하다. 하지만 성을 쌓는 방식, 즉 축성 방식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순천 낙안읍성은 성의 안쪽과 바깥쪽 모두 돌로 성을 쌓았다. 성에 올라 안팎을 보면 양쪽 모두 돌로 쌓은 성이 보인다. 만리장성도 마찬가지다. 이런 방식을 ‘협축(夾築)’이라 칭한다.

 

다른 방식은 수원화성의 경우로 밖에는 돌로 성벽을 쌓았고 안으로는 자연 그대로 산에 의지하거나 인공으로 산처럼 흙을 쌓아 버텨주는 것이다. 이런 방식을 ‘내탁(內托)’이라 한다. 협축과 내탁은 성을 구분하는 데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성의 분류 방법 중 축성 방식의 종류인 협축과 내탁은 꼭 알아둬야 한다.

 

의궤에 “우리나라의 많은 성터는 산등성이와 산기슭을 타고 쌓고 있다. 이런 까닭에 자연지형을 이용해 쌓아 비용이 들지 않고서도 자연히 성이 되는 셈이다. 그러므로 굳이 안팎으로 쌓을 필요가 없다. 이렇게 성 쌓는 제도가 다른 것은 지세에 따라서 이용하는 효과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하며 화성은 내탁임을 밝히고 있다.

 

낙안읍성의 모습이다. 성 안팎을 모두 돌로 쌓았다. 이를 협축이라 한다. 이강웅 고건축전문가
낙안읍성의 모습이다. 성 안팎을 모두 돌로 쌓았다. 이를 협축이라 한다. 이강웅 고건축전문가

 

정조도 ‘천작내탁 불용협축’이라고 했다. 수원화성은 하늘이 만들어준 내탁이고, 협축은 허용하지 않는다란 의미다. 이렇듯 수원화성은 모두 내탁 형식의 성이다. 과연 화성은 모두 내탁 형식의 성일까. 산상동성과 산상서성은 산상성으로 성의 안쪽이 모두 산이므로 쉽게 내탁 방식임을 알 수 있다. 평지성인 평지북성도 안쪽에 흙을 쌓아 붙여 놓았으므로 내탁 방식이다. 기록으로도, 현재 상태로도 화성은 모두 내탁임을 확인해 주고 있다.

 

그런데 협축 형식이라고 의심이 드는 곳도 있다. 하나는 용도(甬道)이고 다른 하나는 남암문이다. 의심하는 이유는 “용도를 보면 협축인 만리장성에 올랐을 때 보는 모습과 같다. 가운데에 길이 있고, 양쪽이 성이다. 따라서 안팎을 모두 돌로 쌓은 협축”이라는 의견이다. 그리고 남암문에 대해서는 “남암문에 대한 의궤 설명에 내외 협축이란 기록이 있다. 따라서 남암문은 협축”이라는 의견이다. 용도와 남암문은 협축일까, 내탁일까.

 

먼저 용도에 대해 살펴보자. 결론을 먼저 말하면 용도는 성이 아니므로 협축이냐 내탁이냐를 논의할 대상이 아니다. 용도가 성이 아니라는 근거는 다음 세 가지다. 첫째, 화성의 산상성은 높이가 16척이어야 하는데 용도는 여장만 있다. 의궤에도 “산 위의 3면에 돌로 성가퀴를 쌓았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이는 여장만 쌓았음을 확인해 주는 것으로 용도는 성이 아니라는 증거다. 용도 아래에 있는 두 줄 정도의 돌은 여장의 기초이지 성이 아니다.

 

둘째, 성 길이, 혹은 여장 길이에 대한 의궤 기록을 보면 성의 길이 얼마, 용도 길이 얼마 식으로 용도를 성과 분리해 기록한다. 용도를 성과 같이 취급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셋째, 용도라는 명칭 자체가 길임을 말해준다. ‘솟을 용’, ‘길 도’다. ‘주변보다 약간 솟아오르게 만든 길’이라는 의미다. 이처럼 명칭, 의궤 내용, 의궤 기록, 실제 구조 등이 용도는 성이 아님을 말해 주고 있다. 따라서 용도를 협축이냐 내탁이냐 논의 자체가 불필요하다.

 

용도의 바깥을 보면 여장 밑으로 2척 미만의 기반석만 있다. 성이 없다. 이강웅 고건축전문가
용도의 바깥을 보면 여장 밑으로 2척 미만의 기반석만 있다. 성이 없다. 이강웅 고건축전문가

 

다음으로 남암문에 대해 살펴보자. 화성에 암문은 다섯 곳이 있다. 동암문, 북암문, 서암문, 서남암문, 남암문이다. 모두 곡성에 해당한다. 이 중 내외 협축이란 기록이 있는 암문은 남암문이다. 그런데 남암문은 복원되지 않은 시설물이라 실물을 볼 수 없다. 의궤에 기록된 남암문 그림을 통해 파악할 수밖에 없다.

 

암문은 평시에는 하층 백성의 통로이고 전시에는 숨겨진 비상통로다. 통로이므로 암문은 지면 바닥에서부터 문을 설치한다. 성 안팎을 사람, 가축, 손수레, 물품 등이 드나들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통로라서 성안 쪽에 내탁, 즉 흙더미를 쌓을 수 없었다. 흙더미를 쌓으면 그 길이만큼 터널을 만들어 줘야 한다. 통로이기 때문이다.

 

터널은 당시로선 공사도 힘들고, 만들어도 어두워 통로로 사용하기에 불편하다. 이런 이유로 암문의 성안 쪽에는 내탁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자연히 암문 안쪽은 돌로 성을 쌓을 수밖에 없었다. 의궤 남암문도를 봐도 암문의 성안 쪽에 내탁이 없음은 명확하다. 암문 안팎을 돌로 쌓았으니 남암문은 협축이라는 의견이 맞는 셈이다. 문이란 특성 때문에 흙을 쌓을 수 없었다. 애초부터 협축 형식의 성을 쌓으려고 의도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의도를 떠나 협축은 협축이다.

 

평지남성은 복원이 안 된 상태이고 평지북성에는 사진과 같이 내탁이 복원돼 있다. 이강웅 고건축전문가
평지남성은 복원이 안 된 상태이고 평지북성에는 사진과 같이 내탁이 복원돼 있다. 이강웅 고건축전문가

 

오늘 남암문을 따져보며 화성에도 협축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화성은 모두 내탁 형식으로 쌓았다는 지금까지의 상식이 깨진 것이다. 문은 문이지 성이 아니지 않으냐는 이의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암문은 어디까지나 곡성이다. 화성의 성은 원성과 곡성으로 구성되고 그 합계가 4천600보다. 암문은 성이다.

 

남암문 외에 나머지 암문도 협축일까. 당연히 나머지 암문 모두가 협축이다. 그뿐만 아니라 문 네 곳, 수문 두 곳도 협축이다. 협축에 해당하는 성의 합계는 문 네 곳이 82보 4척, 암문 다섯 곳이 7보5척, 수문 두 곳이 50보로 합계는 140보3척이다. 화성 전체 길이 4천600보의 3%에 해당한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이 정의할 수 있다. ‘화성은 전체가 내탁 형식이 아니다’, ‘화성에서 문, 암문, 수문은 협축 형식이다’, ‘화성에서 협축 형식의 성 길이는 화성 전체의 3%다’.

 

화성은 자연지형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는 내탁으로 계획해 공사 기간과 공사비를 대폭 절약했다. ‘협축 찾기’와 내탁을 통해 정조의 축성 의도를 엿봤다. 글·사진=이강웅 고건축전문가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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