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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을 넘어 ‘가치’를 생산하는 농부를 생각하며 [review_같이 쓰는 농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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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메미술관이 파주시 후원으로 지난 5월부터 ‘같이 쓰는 농부사전’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농장 네 곳의 농부와 현대 미술작가 네 팀의 드로잉, 영상, 설치 11점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농사를 짓지 않아도 누구나 ‘농부적 삶’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김준서X종합재미농장 안정화, 김신범 농부, 콩쟁반, 2024,bldc 모터, 컨트롤러, 와이어, 보드,가변크기. 블루메미술관 제공
김준서X종합재미농장 안정화, 김신범 농부, 콩쟁반, 2024,bldc 모터, 컨트롤러, 와이어, 보드,가변크기. 블루메미술관 제공

 

‘농부적 삶’의 태도로 세상 바라보기

 

올해 초 외국에서 유입된 검역해충 ‘토마토뿔나방’이 국내 토마토농가에서 처음 발견됐다. 토마토 잎과 줄기를 갉아 먹고 과실 내부에 세균을 퍼뜨려 작물에 2차 피해를 주는 이 해충이 발생한 여러 원인 중 대표적인 것은 기후변화였다.

 

기후위기와 변화를 가장 크게 체감하는 직군 중 하나가 농부일 것이다. 식량생산가이자 가치생산자로서 농부의 일과 생각을 응축해 조명한 전시 ‘같이 쓰는 농부사전’이 지난 5월부터 파주 블루메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 전시에는 농장 네 곳의 농부들과 현대미술작가 네 명이 협업한 드로잉, 영상, 설치 작품 11점을 선보이고 있다.

 

이 전시에서 조명하는 농부는 농업의 산업화를 위해 대량생산에 몰두하는 대농, 관행농과 구분되는 작은 농업을 지향하는 작은 농부들이다. 농작물 생산자로만 단순화될 수 없는 농부의 일과 생각의 확장성을 고민하는 다양한 작은 농부들의 이야기에서 이 전시는 ▲가치 생산자로서의 농부-자연의 흐름에 따르는 삶 ▲매개자로서의 농부-상생하는 삶 ▲연구자로서의 농부-자연을 탐구하는 삶 ▲생태 관리자로서의 농부-지속가능한 삶 등 네 개의 가치를 찾았다.

 

농사를 짓지 않는 95%의 인간이 농사를 짓는 5%의 인간에게 의존하고 있는 것은 먹고사는 행위 이상의 생명을 지탱하는 태도와 관점의 영역을 포괄한다. 자연을 탐구하고, 자연의 흐름을 따르는 삶의 방식을 택하는 것, 공동체적 가치에 주목하고 기후위기의 문제 해결에 동참하는 삶의 태도는 농사를 짓지 않아도 누구나 ‘농부적 삶’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양찬우물농장 이상린 농부x스몰바치스튜디오 강은경, 시절 갈무리 입하立夏에서 입동立冬까지, 2024, 복합매체, 가변크기. 조혜정기자
고양찬우물농장 이상린 농부x스몰바치스튜디오 강은경, 시절 갈무리 입하立夏에서 입동立冬까지, 2024, 복합매체, 가변크기. 조혜정기자

 

자연의 흐름과 인간의 삶

 

2013년 개관한 블루메미술관은 살아있는 나무를 감싸 안고 지어진 바이오필릭(Biophillic) 건축의 모습대로 2017년 정원문화에 관한 현대미술 전시를 시작으로 자연주의 정원 자체가 상설전시 작품으로 설치된 곳이다. 미술관의 중정은 정원사들과 다양한 방식으로 협업하며 상시 가꾸고 있으며 이번 전시도 정원사들과 교류하며 알게 된 농부의 삶과 가치를 알리고자 기획됐다.

 

이번 전시는 백정기 작가×그래도팜 원승현 농부, 김준서·강민지 작가×종합재미농장 김신범·안정화 농부, 조호영 작가×뭐하농 이지현 농부, 스몰바치 스튜디오 강은경 작가×고양찬우물농장 이상린 농부 등 네 팀의 농부와 작가를 선정하고 매칭해 공간을 조성했다.

 

김준서 작가의 ‘콩쟁반, 2024’ 작품이 전시장 한가운데에 매달려 있다. bldc 모터와 컨트롤러 아래 씨앗이 담긴 쟁반이 시소처럼 왔다 갔다 한다. 한쪽으로 기울 때마다 들리는 씨앗 쏟아지는 소리가 이삭을 털어내는 탈곡기 소리 같기도 하고, 빗소리 같기도 하다. 바람에 따라, 기울기에 따라 움직이는 씨앗을 통해 자연의 흐름과 그에 따르는 인간의 삶을 생각하게 한다.

 

이번 전시는 자연의 거대한 순환 고리 안에 농부의 삶과 나의 삶이 연결돼 있음을, 나아가 기후위기와 맞닥뜨린 우리가 가져야 할 사고의 전환과 또다른 삶의 방식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전시는 11월 1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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