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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경기도 박물관·미술관 다시보기] 22. 김포시 덕포진교육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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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포진 교육박물관장 김동선 선생님이 학교 종을 울리고 있다. 조주현기자

 

김포시 대곶면 덕포진로 103번길 90에 자리한 덕포진교육박물관(관장 김동선·이인숙)은 교육을 주제로 1996년 6월 문을 연 사립 박물관이다. 설립자 부부의 학창 시절을 보여주는 1950년대의 교육 관련 유물을 비롯해 전통문화와 농경문화 유물까지 두루 갖춰 같은 해 9월 경기도 테마박물관(제96-5호)으로 지정됐다. 교육을 주제로 한 대한민국 최초의 박물관인 데다 설립에 얽힌 특별한 사연을 가진 까닭에 개관 초에 KBS 9시 뉴스에 보도될 정도로 크게 주목받았다. 인성교육에 초점을 맞춘 기획전시와 다양한 프로그램은 교육전문가들의 호응과 관심을 끌어낸다. 서울교육대를 비롯해 초등도덕교육연구회, 한국민주시민연구회 같은 단체와 협력해 교육을 고민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연수 공간으로도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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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포진 교육박물관은 시력을 잃은 아내 이인숙 선생님을 위해 남편 김동선 선생님이 설립한 사립박물관이다. 김 선생님은 아내가 다시 아이들을 만날 수 있도록 박물관을 설립했다. 조주현기자

 

■ 3학년 2반은 아직도 수업 중입니다

 

교육박물관이 자리한 덕포진은 150여년 전에 일어난 병인양요와 신미양요 때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역사의 현장이다. 시련을 꿋꿋하게 이겨낸 역사를 보여주듯 무궁화꽃이 활짝 핀 정원 풍경이 평화롭다. 박물관 입구에 책보를 허리에 낀 소년상과 방문객을 환영하는 듯 두 팔을 치켜든 할아버지 모습의 조형물이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한다. 초록의 숲에 자리한 붉은 벽돌 3층 건물이 박물관이다. 1866년 강화도를 점령한 프랑스 군대를 양헌수가 지휘하는 조선 군대가 기적처럼 물리친 후 대원군의 명으로 세운 척화비는 박물관이 자리한 지역의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덕포진박물관의 무지개 스토리’가 펼쳐진다. 젊은 부부 교사의 단란한 모습을 담은 사진과 개관식 사진 사이가 까맣다. 이인숙 관장이 사고로 시력을 잃은 사실을 표현한 것이다. “제가 사고를 당했을 때 3학년 2반 담임을 맡고 있었지요.” 이 관장을 따라 ‘3-2’ 간판이 붙은 교실로 들어선다. 갑자기 1950년대 초등학교 교실이 나타난다. ‘정직한 어린이 협동하는 어린이’가 3학년 2반의 급훈이다. 삼각자가 놓인 칠판에는 분필로 또박또박 쓴 ‘과수원 길’ 노랫말과 교실 한가운데 놓인 난로 위에 쌓아둔 찌그러진 도시락이 정겹다.

 

수십년의 세월을 한순간에 건너뛰게 만드는 연출이 재미있다. 풍금 앞에 앉은 이 관장이 ‘반달’을 연주하며 노래를 부른다. 1절은 따라 불렀으나 2절은 가사가 생각나지 않아 흥얼거리며 불렀지만 즐겁다. “이 노래는 1924년 윤극영 선생님이 작사 작곡했어요. 색동회를 조직해 어린이 문화운동을 펼치던 방정환 선생님과 나라를 빼앗긴 어린이들에게 꿈과 용기와 희망을 주는 동요를 부르게 하자며 만든 것이지요.” 능숙한 몸짓과 밝고 낭랑한 목소리 때문일까. 이 관장이 시각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잠시 잊는다. “아이들에게 노력은 배반하지 않는다. 공부든 운동이든 뭐든 열심히 하라고 강조해요. 노래 많이 불러 마음에 꽃바구니를 많이 만들면 나쁜짓을 안 한다고 가르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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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교육관에선 교육전문테마박물관의 성격에 맞는 다양한 교육 사료가 전시돼 있다. 사진은 고적대 의상과 악기 등이 전시된 음악교육실의 모습. 조주현기자

 

■ 한국 교육의 역사와 전통문화의 풍성함을 마주하는 시간

 

김동선 관장의 안내로 ‘학창시절 체험관’을 둘러본다. 부창부수랄까. 목소리에 힘이 있고 자세가 꼿꼿해 여든이 넘은 노인이란 사실을 잊게 만든다. 까만 교복과 교련복을 입은 학생 사진이 실물 크기로 세워져 있다. 관람객이 즐겨 사진을 찍는 곳이다. 빛바랜 학생증과 커다란 상장, 잉크로 또박또박 정성을 들여 작성한 성적표를 살펴보며 책보를 메고 학교에 다니던 유년 시절의 추억을 더듬는다.

 

한 장의 흑백사진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단발머리를 한 소녀가 오른손을 번쩍 들고 있다. 어린 동생을 등에 업고 수업을 받지만 소녀의 표정이 야무지다. 장마에 물이 불어 바지를 둥둥 걷고 시내를 건너는 학생들의 발걸음도 씩씩하다. 바로 이들이 민주화와 세계 10대 경제 대국으로 성장시킨 주역이다. 2층 ‘교육사료관’은 자료의 보고라고 할 만하다. 1800년대 후반 서당의 풍경을 담은 사진부터 당시 학동들이 익힌 천자문을 비롯해 당대 유물들이 한국인들의 학구열을 잘 보여준다.

 

조선어학회에서 펴낸 ‘조선어 표준말 모음’이나 정음사에서 펴낸 ‘중등말본’ 같은 책은 민족의 얼을 짓밟는 일제에 맞서 우리말과 우리글을 지키려 노력한 흔적을 보여주는 소중한 유물이다. 한 자루의 큰 칼이 유리관 안에 전시됐다. “일제강점기에는 교사들도 칼을 차고 있었지요.” 함께 전시된 ‘소화실업수신서’는 일본어로 된 교과서다. 국어는 ‘일본어’이고 우리말은 쓰지 못하도록 탄압했던 어두운 시대를 지나 광복을 맞이한 후 펴낸 교과서를 살펴본다. 광복의 감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일어난 6·25전쟁으로 교육환경은 세계 최악의 수준으로 추락한다.

 

누런 갱지에 인쇄된 책, 철필로 글씨를 새기고 잉크를 발라 시험지를 만들었던 ‘등사기’가 보인다. 1966년 펴낸 4학년 2학기 ‘표준수련장’의 표지가 재미있다. 남녀 어린이가 아버지가 일하는 배추밭에 앉아 있는 모습이다. ‘쥐를 잡자’, ‘불조심’, ‘자연을 보호하자’ 같은 글이 새겨진 리본도 시대를 증언하고 있다. 등교 전 구호가 새겨진 리본을 가슴에 달고 오가던 1970년대 학교 앞길의 풍경이 선명하게 그려진다. 딱지치기와 땅따먹기 같은 즐거운 놀이가 골목길에서 벌어졌던 재미난 사실도 알려준다.

 

1980년도 초등학교 교감 선생님 월급은 얼마였을까? 본봉과 수당과 연구비를 포함해 집으로 가져간 월급은 25만2천515원이다. 호랑이와 함께 우리나라 백두대간을 누볐던 표범 박제를 만난 것은 뜻밖의 즐거움이다. 3층에는 세 개의 주제로 손때 묻은 정겨운 유물이 전시됐다. ‘전통문화실’은 자개농과 다듬잇돌이 놓인 ‘할머니방’과 화로와 주판이 놓인 ‘할아버지방’을 비롯해 볼거리가 가득하다. ‘농경문화실’은 잔치 때면 펼쳤던 멍석과 가마니 같은 1970년대 농촌 마을을 방문한 것으로 생각할 정도로 당대의 거의 모든 유물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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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포진 교육박물관은 시력을 잃은 아내 이인숙 선생님을 위해 남편 김동선 선생님이 설립한 사립박물관이다. 김 선생님은 아내가 다시 아이들을 만날 수 있도록 박물관을 설립했다. 조주현기자

 

■ 휴식과 충전의 공간

 

덕포진교육박물관은 교육 프로그램에 정성을 쏟고 있다. 일반인 및 초중학교 단체를 대상으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박물관협회가 후원하는 ‘박물관 길 위의 인문학’을 비롯해 경기도와 김포시의 후원으로 진행하는 ‘경기도 지역문화 예술플랫폼 육성사업’은 지역의 문화자원과 연계한 프로그램으로 사랑받고 있다. KB국민은행과 한국박물관협회 후원으로 진행되는 ‘KB박물관노닐기’와 진학을 고민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진로교육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음악과 시가 함께하는 ‘노래하는 인문학 수업’은 아주 인기가 많다. 인근 군부대 장병을 대상으로 인성교육, 유치원 대상 졸업여행 등 다양한 연령층을 대상으로 맞춤형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노력으로 2004년 박물관의 최고 영예인 ‘최우수 박물관’(대통령상)에 선정된다. 김동선 관장의 외조에 힘입어 이인숙 관장은 ‘경기도박물관인상 대상’(2006년)과 ‘김포시문화상’(2018년)을 수상하고 ‘아름다운 이화인상’(2014년)도 수상한다. 무엇보다 반가운 사실은 김승태 학예실장이 2021년 전국 박물관인대회에서 한국박물관협회 ‘자랑스러운 박물관인상’ 젊은 부문을 수상한다. 박물관 설립 때부터 함께했던 김 학예실장에게 보람됐던 일을 물어본다. “박물관을 설립하신 관장님 부부의 뜻을 잘 이어받아 성인들에게는 추억을 제공하고, 아이들에게는 창의적인 인성교육이 행해지는 휴식과 충전의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덕포진교육박물관은 휴식과 충전의 공간이다. 박물관 옆에 ‘외할머니의 부엌’이라는 정겨운 이름의 생활사박물관이 자리 잡고 있으니 함께 찾아보면 좋겠다. 가을이 다가오고 있다. 초가을 덕포진교육박물관을 찾아 추억을 소환하고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외세의 침략에 맞서 이 나라를 지켰던 사적 덕포진이 있는 ‘서해랑길’을 천천히 걸어보면 어떨까. 권산(한국병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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