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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추모 끊긴 스산한 납골당… 잊혀진 ‘정인이’ [막을 수 있는 아동학대①]

‘270만 국민청원’ 공분 들끓던... ‘정인이 학대 치사’ 어느덧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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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지켜야 할 아이들, 막을 수 있는 아동학대 ① 잃어버린… 잊어버린 아이들

 

한 아이의 탄생은 언제나 경이롭다. 온 가족의 따뜻한 시선 속에, 살뜰한 보살핌 속에 성장하며 우리의 미래가 되는 아이들. 그러나 마냥 찬란해야 할 시기, 아이들에게 닥친 어둠이 있다. 한 아이의 인생을, 결국 우리의 미래를 망쳐버리는 그것, ‘아동학대’다. 그 불행한 어둠은 우리의 무관심을 자양분으로 번져간다. 우리의 관심은 그들의 어둠에 한줄기 빛이 될 수 있다. 당신의 관심이, 우리의 변화가 막을 수 있는 아동학대. 경기일보가 그 길을 제시한다. 편집자주

 

 

장마로 연일 장대비가 쏟아지던 지난 7월29일 양평군의 한 납골당. 인생에서 가장 찬란했던 순간인 듯 활짝 웃는 아이의 묘역이 우리를 맞이했다.

 

472일.

 

16개월 남짓을 살다 간 아이. 마지막 순간 뱃속은 파열된 장기 때문에 온통 피로 가득 찼고, 갈비뼈 곳곳은 부러졌으며, 췌장은 절단됐던. 울음 한번 쏟아내지 못할 고통 속에 스러져간 아이.

 

‘정인’.

 

‘정인이’로 불리던 이 아이의 이름은 우리 가슴 한 켠에 아픔으로 남아있다.

 

아이의 고통이 언론을 통해, 수사 결과를 통해 밝혀질 때마다 온 국민이 내 일인 것처럼 분노했으며 눈물을 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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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증가하는 경기도내 아동학대 범죄가 사건 발생 당시에만 사회적 이목이 집중될 뿐 시간이 지나면 또다시 관심 밖으로 멀어지고 있다. 사진은 양모의 학대 속에 숨진 ‘정인’양이 안치된 에덴추모공원. 김시범기자

 

270만명이 넘는 국민들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으로 몰려가 정인이를 죽음으로 내몬 양부모를 강력하게 처벌해달라며 마음을 더했다. 온라인에서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손으로 직접 쓴 ‘정인아, 미안해’라는 글귀와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올리는 캠페인까지 벌어졌다.

 

검찰이 정인의 양모에게 살인죄가 아닌 아동학대치사죄를 적용하자 검찰청 앞은 항의성 조화 행렬이 들어섰고, 생면부지 아이의 죽음을 추모하겠다며 가족끼리, 교복을 입은 친구끼리, 흰머리가 가득한 노년의 몸으로 양평의 추모공원을 찾았었다.

 

밤낮없이 이어진 추모행렬은 법도 바꿨다. 세 번이나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있었음에도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분노에서 출발한 움직임은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의 신고시 수사기관이 반드시 수사를 하도록 법을 바꿨다. 법정형 역시 강화됐다.

 

정인이 양모에게는 당초 적용된 아동학대치사 혐의가 아닌 살인 혐의가 인정돼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지난 7월30일께 찾은 양평군에 위치한 과거 ‘정인이 추모갤러리’로 운영됐던 공간. 김시범기자
지난 7월30일께 찾은 양평군에 위치한 과거 ‘정인이 추모갤러리’로 운영됐던 공간. 김시범기자

 

그렇게 4년. 다시 7월29일.

 

사람들의 관심은 사라졌고, 정인이는 또 홀로 남았다. 세상에 숱한 정인이가 생겨났으며, 그들의 아픔은 ‘반짝 관심’의 대상이 됐다.

 

이곳 납골당 역시 한동안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듯 인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납골당 관계자는 전국, 전 세계인들이 추모를 위해 찾아오던 과거와 달리 더 이상 정인이를 찾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정인이 묘역에서 불과 10분 남짓 떨어진 ‘정인이 추모갤러리’. 전국 각지에서 정인을 기리며 보내오던 선물을 감당할 수 없어, 정인이와 같은 아이가 다시 태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서, 그렇게 만들어졌던 이곳은 폐허로 변해있었다.

 

출입문은 두꺼운 나무 판자에 막혀 있었고, 창문은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없게 가림막이 설치돼 있었다. 추모갤러리 주변으로는 성인 남성의 다리 길이 만큼 자란 풀이 스산한 기운까지 뿜어냈다.

 

우리가 정인을 잊어버린 동안 양모는 상고심 끝에 무기징역이 아닌 징역 35년의 감형된 형량을 확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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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증가하는 경기도내 아동학대 범죄가 사건 발생 당시에만 사회적 이목이 집중될 뿐 시간이 지나면 또다시 관심 밖으로 멀어지고 있다. 사진은 계모의 학대로 숨진 ‘신원영’군의 유골함. 김시범기자

 

정인이 이전엔 원영이… 끝없는 학대, 비극 되풀이

 

정인이보다 더 오래전 우리가 잊어 버린 아이가 있다. 학교에 가야 할 나이에 차디찬 욕실에 갇혀 계모가 부은 락스와 찬물을 온 몸으로 맞으며 홀로 공포 속에서 생을 마감해야 했던 아이. 숨진 뒤에도 일주일간 방치돼 있다가 야산에 묻혀야 했던 아이. 매일 굶기는 부모 때문에 음식을 보면 허겁지겁 먹기 바빴던 아이. 지역아동센터까지 개입했지만 누구도 마지막까지 아이의 안전을 지키지 못했던, 2016년 우리의 무관심으로 떠나보낸 아이.

 

‘원영이’.

 

키 112.5㎝, 몸무게 15.3㎏. 일곱 살 아이라고 믿기 어려운 상태로 발견됐던 아이의 유골함이 있는 평택의 한 납골당에는 장난스러운 표정의 원영이 사진 세 장만 쓸쓸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원영이가 사망 전 수개월 동안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했다는 소식에 손수 준비해온 음식을 차리던 사람들. 전국 각지에서 보낸 선물이 가득하던 이곳에 사람들의 관심이 사라진 건 1년 만인 2017년께다. 원영이의 잔혹했던 죽음을 잊은 우리에게 4년 뒤 정인이의 잔혹한 죽음이란 결과가 나타났다. 그리고 다시 4년, 우리 주변의 아동학대는 사라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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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내 아동학대 범죄 해마다 증가... 7년간 4배↑

 

원영이의 죽음이 흐릿해지기 시작한 지난 2017년부터 7년간 경기도내 아동학대 범죄는 해마다 증가했다.

 

5일 경기남·북부경찰청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경기도내 아동학대 검거 건수는 총 1만6천832건에 달했다. 이는 해마다 드러나는 아동학대만 평균 2천400건에 달한다는 얘기다.

 

연도별로 보면 원영이 사건이 일어난 다음 해인 2017년 도내 아동학대 범죄 검거 건수는 988건, 2018년 1천175건, 2019년 1천484건, 2020년 1천671건으로 증가했다. 이러한 흐름은 정인이 사건 이후에도 유지됐다. 2021년 3천627건이던 아동학대 검거 건수는 2022년 3천696건, 2023년 4천191건으로 늘었다.

 

7년간 아동학대 범죄 검거 건수가 4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학대로 세상을 떠난 아동도 매년 증가했다. 알려지지 않았을 뿐, 제2의 원영이와 정인이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는 뜻이다.

 

통계청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도내에서 학대로 사망한 아동은 2018년 5명, 2019년 7명, 2020년 11명, 2021년 12명, 2022년 16명에 달한다.

 

■ 특정 사건 때만 반짝 제도 변화... ‘아동학대’ 여전

 

2016년 원영이 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같은 해 4월12일 ‘유치원·어린이집 아동학대 조기 발견 및 관리·대응 매뉴얼’을 제작해 전국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배포했다.

 

매뉴얼에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평상시 매일 아동의 건강과 안전을 확인해 평소와 다른 경우 보호자에게 문의해 확인해야 하고, 아동학대 징후가 발견되거나 의심되면 바로 경찰에 신고해야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아동이 이틀 이상 무단결석 시 전화나 가정방문을 하고, 소재가 확인되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원영이는 유치원에 다닌 적이 있고 한 달간 무단결석을 하고 퇴학 처리됐지만 별다른 보호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같은 해 9월 포천시의 한 자택에서 양부모가 6세 딸을 17시간 동안 투명테이프로 묶어 놓고 폭행해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식탐이 많다’는 게 양부모가 밝힌 학대 사유다.

 

미취학 아동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이어지자 정부는 2017년부터 취학대상 아동에 대한 전수조사를 도입했다. 필요할 경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수 있는 길도 열었다. 이와 함께 2019년에는 처음으로 만 3세 아동을 전수조사했다. 아이의 안전을 확인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1년 뒤 이번엔 정인이 사건이 터졌다.

 

정인이는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었지만, 어린이집 교사의 아동학대 의심 신고도 정인이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 경찰이 학대에 대해 무혐의로 판단하며 수사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영이의 죽음을 계기로 등장한 매뉴얼의 무용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국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자 정부는 이른바 ‘정인이법’으로 불리는 ‘아동학대 처벌 특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아동학대 살해죄를 신설, 아동을 학대하고 살해한 경우 사형이나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과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되는 즉시 경찰이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그러나 2021년 5월 화성시에서 양부가 2세 딸을 폭행해 살해한 사건, 제2의 정인이라 불리던 ‘민영이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고 국민적 관심은 오히려 과거 사례보다 오래가지 못했다.

 

그렇게 무관심 속에 ‘매년 아동학대 증가’라는 결과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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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 개정만으로 한계... 국민 관심 줄면 학대 반복”

 

매번 공분을 일으킨 아동학대 사건이 생기면 각종 단체가 앞장서 시민들의 분노를, 제도의 변화를 외쳤다.

 

그들이 외친 문제들은, 국민들의 지지 속에 정책을 만들었고 법을 바꿨다.

 

그러나 법이 바뀐 뒤에도 아동학대를 막진 못했다. 국민의 관심이 사라지면서 변화된 제도나 법이 제대로 정착하는지, 이들 제도나 법이 실질적인 대안인지를 꾸준히 검증하고 지켜보는 시선도 사라졌기 때문이다.

 

2013년부터 아동학대 관련 가해자의 처벌을 강화하기 위해 만들어져 정인이 사건 당시에도 일선에서 활동했던 ‘천사들의 둥지’ 관계자는 여론을 의식해 내놓는 대책들이 성급한 정책은 아닌지, 적합한 대안인지를 지켜보는 꾸준한 관심이 없는 한 바뀐 법과 제도들은 근본적 대안이 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정부가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법과 제도가 오히려 아동을 보호하지 못하고 또 다른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다”며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만든 성급한 정책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동이 안전한 사회를 위해 정부가 진정성 있는 정책을 만들게 하려면 사람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원영이 사건 당시 맘카페를 운영하며 추모 공간을 만든 류정화 평택시의원 역시 “원영이의 추모 공간도 사라지고 사람들의 관심도 줄어들며 원영이 사건이 잊혀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아동학대를 예방하기 위해 사각지대에 있는 아동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갖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현재는 사라졌지만 당시 1인 시위 등을 주도한 시민단체 ‘정인이를 찾는 사람들’ 관계자 역시 같은 이야기를 했다.

 

처음 반짝 했던 관심이 점점 식어가면서 정부 역시 이들 단체의 목소리에 귀기울이지 않았고, 더 이상 단체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지금은 단체 자체가 사라지게 됐다는 얘기다.

 

그는 “시간이 지나면서 아동학대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떨어졌고, 처벌 강화나 제도 개선 등에 대한 목소리도 사건 발생 당시에만 냈었다”며 “여전히 아동학대는 발생하고 있고, 정인이 사건 같은 일이 앞으로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고 전제했다.

 

이어 “정부가 실질적으로 아동학대를 예방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게 하려면 국민들이 꾸준히 아동학대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α팀

 

 


경기α팀 : 경기알파팀은 그리스 문자의 처음을 나타내는 알파의 뜻처럼 최전방에서 이슈 속에 담긴 첫 번째 이야기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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